타인을 위한 배려
내가 기억하는 환자 / 손혜선 간호사(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회복실)



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회복실 간호사로 근무한지 1년이 되던 어느 날.유방암을 진단받고 성형외과에서‘유방재건술’수술을 받으신 50세 여자환자를 회복실에서 만났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회복실 간호사로 근무한지 1년이 되던 어느 날. 유방암을 진단받고 성형외과에서‘유방재건술’수술을 받으신 50세 여자환자를 회복실에서 만났다.
 
“너무 아파요.”, “소변이 마려워요.”,“남편과 통화하고 싶어요.”, “추워요. 이불 덮어 주세요.”,“ 수술은 잘 끝났나요?”,“물이 너무 먹고 싶어요.”등등 다른 환자들과 다르게 많은 요구를 하시는 분이었다.

그 시간 다른 환자들도 계셔서 미리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환자께서는 힘든 수술을 견뎌냈고 같은 여자로서 더욱 헌신적인 간호를 하고 싶은 마음에 최선을 다했다.

적절한 진통제 투여와 함께 환자가 자가배뇨를 할 수 있도록 격려했고, 따뜻한 담요와 젖은 거즈를 제공하며 진행된 수술과 현재 환자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드렸다. 또한 회복실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계실 남편을 위해 환자와 통화를 하실 수 있도록 전화를 연결해 드렸다.

 

그런데 환자와 남편과의 통화 내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술에 따른 고통때문에 무너지지 않으려고 힘들게 통증과 싸우시던 환자는 남편에게“나는 하나도 아프지 않고 잘 회복하고 있으니 걱정마세요.”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환자는 그 순간 본인의 참기 힘든 고통보다는 수술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계셨던 것이었다. 통화가 끝난 후 환자는 내게 잠깐 손을 잡아달라고 하셨고, 나는 마음속으로‘정말 굉장하신 분이야’라는 생각과 함께 손을 잡아 드렸다.

그리고 잠시 후 환자를 통해 눈부시게 아름다운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환자께서는 가만히 눈을 감으시더니,“이렇게 천사 같은 간호사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 그녀의 따뜻한 손길과 착한 마음씨로 많은 환자들이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항상 함께해 주세요.”라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것이었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전율에 순간 나의 몸은 얼음이 되어버리는 것만 같았다.당연한 간호를 제공했을 뿐인데 아마도 그 환자께는 큰 감동으로 느껴지셨나보다. 나도 그때 함께 기도했다. ‘제가 간호사의 길을 걷게 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앞으로 아름다운 그 길을 절대 포기하지 않길 원합니다.’라고 말이다.

자신도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남을 위해 기도하시는 그 분을 통해‘타인을 위한 배려’는 의료인에게 꼭 필요한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의료인은 꺼져가는 생명 앞에서 손을 내밀어 그 불꽃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손길이라고 생각한다. 간호사를 하면서 때론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지친 나를 다시 뛰게 만들었고, 몸서리치는 고통에도 남편을 위로하고, 간호사를 위해 기도해준 그 환자로 인해 나는 다시 일어섰으며, 그들과 함께 건강한 사랑을 나누기 위해 오늘도 마음속 주머니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가득 채워본다.

그리고 간호사의 긴 여정을 걸을 것이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2009/11/18 14:16 2009/11/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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