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의료선교 후기 / 유하연 전공의(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쉼과 회복의 수흐바타르


2009년 7월18일 오후 네 시, 인천 공항에 왔다. 내 어깨에는 달랑 배낭 한 개.

반드시 작은 배낭 하나만 가지고 와야 한다는 목사님의 분부에 따라 모든 짐은 엄중한 심사를 거쳐 배낭으로 들어갔다. 짐을 줄이려고, 밤잠을 설치며 열번은 넘게 짐을 쌌다. 그리하여 선택된 나의 소중한 살림들.

방수 및 보온용 점퍼 1개, 청진기, 이경, 여분의 반바지와 티셔츠 1개, 진료용 티셔츠, 속옷과 수건 1개, 선 크림과 랜턴, 그리고 기차에서 읽을 책 한 권이 전부다.

몽골은 과연 어떤 곳일까? 늘 바쁘기만 했던 4년차의 일상에 주어진 황금 같은 7박 8일의 휴가를 통째로 의료선교에 내주는 것이 처음엔 무척 망설여졌다. 하지만 왠지 꼭 가보고 싶었다.

3시간 30분의 비행 후 우리 팀은 몽골에 도착했다. 공항은 무척 작았지만 세관은 꽤 까다로운 편이라, 보란 듯이 약품과 각종 물품들을 뺏기고 말았다. 약, 비타민, 혈당측정기, 수술 도구, 각종 선물들에 대한 관세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린 정말 순진하게도 눈에 띄는 커다란 파란박스를 줄줄이 실어 나르고 있었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울란바타르 시내에 있는 몽골 의과대학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예배를 드렸다.

7월 19일 주일은 아침 경건회와 예배, 간단한 시내 구경으로 여독을 풀었다. 아침 저녁으로 드리는 예배와 기도가 큰 힘이 된다. 주일 저녁은 진료를 위해 단체짐을 풀고, 성분별로 약 정리를 하기위해 모두 분주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월요일은 연세 친선병원인 아가페클리닉과 샤르하트 교회에서 진료를 했다. 하루종일 목청을 높여가며, 몽골 통역 학생과 각종 몸짓으로 얘기하며 열정적으로 진료를 했던 것 같다. 힘들다는 생각은 잠시, 정말 유쾌한 시간이었다.
화요일은 울란바타르에서 수흐바타르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10시간에 이르는 긴 여정을 떠나야 했다. 오래된 러시아제 기차는 생각보다 운치 있고 쾌적했다. 의자에 길게 누워 소설을 읽으며 잠깐씩 졸기도 하고, 긴장을 풀고 안식을 누렸다.

 


10시간의 긴 이동 끝에 도착하게 된 수흐바타르의 야영장, 전통 가옥인 ‘게르’가 우리들의 숙소였다. 푹 꺼진 스프링 침대와, 코끝을 싸하게 하는 재래식 변소의 암모니아 냄새를 제외하면 그럭저럭 지낼만한 곳이었다. 환하게 밤하늘을 채우던 별들과 눈이 시릴 만큼 파란 하늘. 끝이 보이지 않던 넓은 초원에 대한 입장료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곳 수흐바타르 지역에서는 3일 내내 이동 진료를 다녔다. 의외로 소아 환자가 많아서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진료를 해야 했지만, 즐겁게 일하는 학생들과 동료들을 보며 함께 힘을 얻었다. 돌아오는 봉고차에서 초원과 양들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피로를 풀 수 있었다 .

‘쉼’이란 것은 마음이 편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인가 보다. 병원의 복잡한 일들을 잊고, 지금의 현실만을 생각하니 육체적 피로는 그리 대단치 않다.
3일 간의 진료를 마치고, 금요일에는 다시 밤 열차를 타고 울란바토르로 떠났다.
울란바타르 역에 도착한 토요일 새벽, 모두 함께 목욕탕으로 출발.

게르에서 지내면서 그동안 씻지 못했기 때문에, 펑펑 쏟아지는 더운 물이 정말 반가웠다. 거울을 보니 며칠 사이 얼굴에 기미도 많이 생기고, 눈가에 주름도 깊어진 것 같다. 떠나려고 하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하지만 몽골을 떠나는 오늘 밤은 잠에 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몽골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고, 몽골에서 만났던 사람들도 참 다정했다. 내년에도 다시 이 곳을 찾고 싶다‘. 타인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나의 문제로부터 벗어나는 가장 명쾌한 해답’이라고 느꼈다.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습관이 현대인의 병이라던 목사님의 말씀도 기억난다. 이모든 일정을 통해 나를 회복시키시고, 몽골을 회복시키신 주님께 감사한다. 아멘.




2009/09/14 15:19 2009/09/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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