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은혜 다시 돌려줘야죠"
의료원소식 28주년 특집 인터뷰 / 이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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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상상도 못했다. 자신에게 심장병이 생길지도, 이렇게 꾸준히 기부를 하게 될지도…….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다고 하지만 이규하 씨에게 지난 인생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극적 순간의 연속이었다.

나름대로 번듯한 회사를 운영하며 열심히 살고 있던 어느날, 사업에 신경을 너무 썼던 것일까 심장병이 생긴 것을 알게 됐다. 병원에서는 수술 해야 한다며 수술비가 2,000만원이라고 했다. 그때 당시 그렇게 큰 수술비를 마련할 수 없어 수술을 못한 채 지내던 이규하 씨는 결국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오게 됐다고 한다. 그때 입원한 병원이 바로 세브란스병원.

“그때는 정말 죽을 고비를 넘겼죠. 조금만 늦게 왔어도 죽었을 겁니다.”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세브란스병원에도 수술비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했다. 통원 치료만 받으며 견뎌왔던 그 시기는 말 그대로 고통의 시간이었다. 수시로 찾아오는 고통에 사업도 접고 작은 회사에 들어가 병마와의 힘든 싸움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회사 사장님께서 수술비를 내 주시기로 한 것. 수술비뿐만 아니라 사장님은 입원해 있는 3개월 동안의 월급까지 주시며 이규하 씨의 쾌유를 도왔다.

“제 인생에서 그렇게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사람이 그렇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습니다”
사장님의 도움으로 수술을 마친 뒤, 이규하 씨는 자신이 받은 큰 은혜를 어떤 방법으로든 돌려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을 찾지 못하던 어느날, 병원에서 우연히 기부 안내문을 본 뒤 바로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
“저……. 얼마 안 되는 돈인데 이 정도도 기부가 될까요?”
“그럼요. 얼마든지 가능하시지요.”

 

주뼛주뼛 묻는 이규하 씨를 반기는 직원의 미소에 용기를 내어 기부를 시작한지 벌써 9년째. 1만원에서 시작한 기부금도 조금씩 늘어 현재는 적지 않은 금액을 매월 기부하고 있다. IMF로 회사가 부도나면서 받지 못한 봉급과 퇴직금에 적지 않은 빚도 있는 상황이지만 기부만은 꾸준히 하고 있는 이규하 씨는 받은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애써 자신을 낮췄다.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이 많아요.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에요? 목숨이 제일 소중한 것인데…….”
“기부문화도 많이 나아졌지만 우선 나라에서 사회보장을 확실히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부족한 부분을 기부로 채우는 것이지 기부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자신이 치료비가 없어 고통의 나날을 보냈던 기억 때문일까. 치료비가 없어 고통받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한 이규하 씨는 기부도 많아져야 하겠지만 기부만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을 국가 차원에서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보답을 바라고 해온 기부는 아니지만 꾸준히 이어 온 기부가 더 큰 보답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지난 2008년 다시 심장 수술을 받게 됐을 때, 상황이 좋지 않았던 이규하 씨가 심장혈관병원 사회사업후원금으로 수술비 일부를 지원받은 것. 기부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언젠가는 내가 그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이규하 씨의 사례에서 기부자와 수혜자가 꼭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심장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는데 이제 더 나빠지면 오래 살겠습니까? 죽기 전에 힘 닿는데까지 더 돕고 싶은데 그게 될지 모르겠어요.”

자신의 생활도 여유롭지 않지만 망설임 없이 기부를 결심하고 꾸준히 이어 오고 있는 이규하 씨. 기부는 꼭 큰돈을 해야 하는 것도, 거창한 이름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남을 위하는 마음과 부끄럼 없이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하다.

자신의 마음이 그럴 준비가 됐다면 지금 바로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 주뼛주뼛 부끄러워해도 괜찮다. 그곳에는 환한 미소로 반겨줄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2009/10/05 18:09 2009/10/0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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