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트리가 선물한 추억 그리고‘ 희망’
23년째 투병 백명아 씨, 딸·어머니와 첫 가족여행



가족들과 제주도나 갈까. 한없이 가벼운 이 소망을 누군가는 ‘소원’이라 부른다. 세브란스병원 ‘소원트리’에 사랑하는 딸과 여행 한번 가보고 싶다고 적었다가 꿈에 그리던 제주도 여행을 떠난 백명아 씨가 그랬다.

평범한 즐거움조차 누리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세브란스병원과 우리카드가 함께 세운 소원트리. 우리카드에서 기부한 4,000만 원으로 환자들의 소박한 바람을 이뤄주고 있다. 최근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백씨는 그의 어머니, 딸과 3박 4일을 여행할 수 있는 150만 원을 전달받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사랑하는 딸, 어머니와 함께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 병원과 집을 오가던 삶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한 제주도 여행은 그에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이국적인 풍경과 더불어 기념사진을 찍고, 맛있는 흙돼지구이, 해물탕, 전복죽을 먹으며 보낸 평범하지만 특별했던 제주도 여행.<사진> 백씨는 그 시간이 너무도 소중해 지금처럼만 건강을 허락해 달라고 소리 없이 기도했다.

딸과 뒤늦은 첫 여행을 한 데는 백씨의 오랜 투병 생활이 자리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부푼 마음으로 첫 출근을 기다리던 20대의 어느 날 루푸스가 찾아왔고 다발성 류마티스 관절염, 쉐그렌증후군, 간경변, 간질성 폐질환, 폐동맥고혈압, 그 외의 합병증과 싸우며 23년이 훌쩍 지나갔다. 갑자기 열이 오르거나 응급실로 달려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기울어가는 가세도 버텨내야 했다.

씩씩하게 이 모든 것과 맞서 온 그에게도 도저히 견뎌내기 어려운 순간은 있었다. 몸을 지탱하는 약도 모두 끊고 소중히 지켜온 첫 아이를 7개월 만에 뱃속에서 떠나보냈을 때였다. 바로 전날 산부인과 진료를 보며 태동을 느꼈던 아이는 열이 끓어 응급실을 찾았던 그날 엄마와 영영 이별했다.

이런 가슴 아픈 기억에도 백씨는 삶이 감사하다고 말한다. 더 조심하고 더 간절히 지켜가며 다시 얻은 딸은 무엇보다 소중한 삶의 선물이자 이유다. 어릴 때부터 똑똑했던 딸은 초등학생 때부터 고사리 손으로 엄마 약을 하나하나 가려가며 제때 먹을 수 있도록 챙겨주곤 했다. 지금은 국제중학교를 졸업하고 친척의 도움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공부 중이다. 투병 생활 중 백씨의 손을 잡으려 다가와 준 수많은 사람에게도 고맙기 그지없다.

그래서 작은 것이라도 베풀어 보려 애쓰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시신 기증 서약도 했다. 지닌 것이 없고, 건강하지 않아 더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가능한 때는 교회에 나가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백씨는 소원트리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추억과 더불어 ‘희망’을 얻었다고 말한다. 생각지도 못하게 대상자로 뽑혀 보니 시도하면 될 수도 있구나, 원하는 것이 이뤄지기도 하는구나 하는 희망을 다시 품게 됐다.

언제부터인가 꿈을 꾸는 것이 두려웠지만 덕분에 다시 꿈을 가져본다는 그다. 보물 같은 딸이 지금처럼 건강하게 커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첫 번째 꿈, 현재의 경험과 투병 중 만난 좋은 사람들과의 기록을 적어 언젠가 책으로 내는 것이 막연하게 품고 있는 두 번째 꿈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이 그 기록을 읽고 삶의 희망을 얻는 것이 조심스레 품은 세 번째 꿈이다.

2017/10/17 16:30 2017/10/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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