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건축
박효진 강남세브란스 암병원장

문화(culture)는 accumulation(축적) 문화와 replacement (교체) 문화로 크게 나눈다고 한다. ‘Accumulation(축적)’은 옛 전통을 보존하거나 승계하고, 개선하는 문화이고 ‘Replacement(교체)’는 옛것을 새것으로 바꾸는 의미이기에 변화와 혁신이라는 함의를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각 국가는 이 두 가지 문화를 사안마다 적절히 선택하면서 발전해왔으나, 어떤 문화에 더 중점을 두는 국가인지는 차이가 있다.
‘축적 문화’의 대표적인 나라는 지역마다 옛길이 잘 보존된 영국이 아닐까 한다. 사실 대도시의 교통과 주차 문제 등으로 골목길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나, 골목골목 많은 옛길이 보존되어 있고, 필자가 90년대 초 연수한 영국 런던의 세인트 막스 병원은 복도에서는 도르래와 로프가 보이고 미닫이 이중문으로 된, 80년 된 리프트를 잘 보존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일본도 한 장소에서 같은 상호로 몇 대째 제작 기법이 전수되어 내려오는 작은 가게들이 많은 ‘축적 문화’ 국가일 것이다.
반면, ‘교체 문화’의 대표적인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복구, 그리고 1960년대 빠른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짧은 기간에 빠른 속도로 발전한 우리나라는 ‘개선’보다는 ‘혁신’이 강조되는 교체 문화를 기반으로 근대화됐다. 교체 문화는 개혁과 혁신이라는 측면에서는 많은 장점이 있겠지만, 건축물 사례를 보면, 1993년 YS 정부 때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명분으로 철거한 구 중앙청 건물이 있는데, 여러 가지를 고려한 결정이었겠지만 보존 혹은 재생할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든다.
지난가을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용인 동백으로 한시 이전 및 재건축 안으로 교직원들 간 의견을 수렴한 적이 있었다. 약 2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을 통하여 이전하지 않고 현 위치에서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지만, 교직원들의 병원 발전에 대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인공 지능과 빅 데이터 등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보건의료 시스템의 변화도 예상된다. 따라서 병원 리모델링도 비록 제한된 공간이지만, 새 시대에 맞는 디자인과 합리적인 공간 재배치를 통해 미래에 대비하고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환자의 편의와 진료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첨단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기존의 공간을 다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이 더 어려운 과제일 수 있을 것이다. 제한된 식재료로 짧은 시간 내에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냉장고를 부탁해’의 쉐프 같은 건축 설계자를 만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공론화 과정 중에 의견과 생각의 차이로 인해 교직원 간 갈등이 있었지만, 리모델링 추진과정에서 깊은 이해와 소통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강남세브란스의 재도약을 함께 이루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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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1 15:34 2019/03/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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