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수다-5
의대 정현철 교수(내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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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의 교육 목표는 시대를 앞서서 인류에 이바지하는 지도자 양성이다. 타인과의 협동 의학을 위한 다학제 개념을 정립하고, 국제적 안목으로 스스로를 평가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마땅히 행할 길을 가르치라 
환자들이 통행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통로에서 횡렬로 왁자지껄하게 다니는 그룹이 있는데, 대부분 명찰을 착용하거나 의료원 복장을 갖춘 사람들이다. 본인들에게는 기분 좋은 휴식시간일지라도 병원의 주인공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마음이 아픈 가족이다. 개인은 자신의 이익을 수월하게 추구하기 위해 집단에 속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집단의 이름으로 이처럼 손쉽게 행한다. 누구에게나 다 보이는 것보다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정의는 내 편견에 맞고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으로 인식해, ‘그들’보다 ‘우리’를 앞세우는 것이다. 집단이 도덕성을 유지하려면, 집단지성이 추진동력이고, 개인 인성이 키가 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다양한 구성원들과 충돌하지 않는 지성교육과, 타인을 배려하는 인성교육이 중요시된다. 우리 사회는 자신의 팀을 이와 같은 성숙한 집단으로 유도할 수 있는 리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리더는 지켜야 할 것을 지킴으로서 구성원의 믿음과 사랑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의 마음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고 눈에 안 띄는 방정식으로 연결해 하나의 큰 힘을 창출해야 하는데, 전산시스템의 발전으로 의사결정자가 자연스럽게 이 통로에서 멀어지고 있다. 고의든 아니든 리더는 자신의 조직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책임이 있음이 리더십과 함께 매니지먼트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 사람의 탁월함은 주변과 사회를 위해 사용할 때 빛난다. 보이는 것은 감추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리더의 마술이 필요한 것이다. 상대방과 우리를 알고서 이기는 일류 감독, 상대방은 알지만 우리를 모르고도 이기는 이류 감독, 상대방과 우리를 모두 모르고도 이기는 삼류 감독,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지는 사류 감독을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모두 볼 수 있었다. 무적이라는 것은 적에게 완승할 만큼 강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평가는 숫자일 뿐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평가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평가 방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지만 평가 결과는 차별되어야 한다. 분별력이 없는 평가는 평가자의 태만에서 발생하는 그릇된 평가이다. 따라서 평가 시에는 당연히 해야 할 것을 안 했는지를 평가(하향평준화)할 것인지, 안 해도 되는 것을 했는지를 평가(상향평준화)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스스로를 평가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정을 준수하는 용기이다. 우리가 느끼는 열등감은 상대적인 것으로 시대와 상황에 따라, 혹은 상대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규정을 바꾸어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하면 열등감에서 벋어나지 못한다. 약자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단발성으로 규정을 바꾸려 하지 않고, 규정에 따라 자신을 평가하고 발전시키는 사고와 안목을 교수부터 키워나가야 한다.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에게서 인연의 매듭을 찾아내어 성장의 매듭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교수로서 무능한 건 죄가 아니라 할지라도 무능하면서 버티고 있으면 죄가 된다고 하였다. 교수 스스로가 그동안 지니고 있던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깨달음을 계속 만들어 가야 학생들이 진리와 자유를 향유할 수 있다. 다음 세대를 키우는 창조 행위는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최고의 지성을 찾는 행복한 마법 여행이다. 그러기에 교육은 업적 평가 시에 평점을 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진료와 연구에 대한 평가를 회피하는 피난처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우리 졸업생 중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을 해내는 것을 기대해 보는 것이 교수로서 사치스러운 바람이다.

룰 체인저로 키울 것인가 게임 체인저로 키울 것인가? 
우리는 융합적 사고를 가진 학생을 키우고자 하는데, 가령, 의학과 법학의 융합적 사고를 가진 졸업생 배출이 목표라면, 의학지식이 있는 법관을 키울 것인지 법학지식이 있는 의료인을 키울 것인지 목표 설정이 분명해야 한다. 우리 대학은 대학 교원으로 가르치는 경향이 강하다. 대학 내에서도 전임교원 외에 연구교원, 임상교원, 계약의사, 병동 전담의사 등 역할이 다양해지며 대학 바깥에서의 역할은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역할에 필요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아직은 이 같은 다양성이 존재함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 졸업생들이 의료보험, 의료행정 그리고 의료정책과 같은 거대한 담론의 적재적소에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고학년이 될수록 비판적인 사고 능력이 발전하는 외국 학생들에 비해, 우리 학생들은 여전히 수용적 사고력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한다. 강의와 실습 후에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성적에 대한 피드백을 즉시 달라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얼마나 배웠으며, 배운 지식을 활용해 어떠한 의료인이 되겠다고 고민하는 흔적이 안 보인다. 상대평가가 되었어도 별 차이가 없다. 학생들 역시 19세기 전통에 흠뻑 배어 있다. 21세기를 주도할 학생들에게 19세기의 전통에 물든 20세기의 교육과 평가방식을 더 고집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규정을 지키려 하지 않고 지키지 않을 수 있는 길을 먼저 찾으려 하면 언행의 불일치가 발생하게 된다. 평가를 위한 억지 통계를 만듦으로써 스스로를 폄훼하게 되기가 쉽다.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지식 근로자가 실패하는 이유는 자신을 둘러싸는 상황과 목표가 급변하는 것에 실시간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규정을 바꿈으로써 한순간이나마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함을 반복하다가 스스로 패닉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보다는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좋아서가 아니고 올바른 일이므로 행동을 해야 게임 체인저가 된다. 역사는 대학을 실존으로 평가하지 인기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교수 개개인의 소프트파워와 우리 대학의 하드파워를 자강으로 세브란스 학풍을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의 명제가 우리 대학의 실체이다. 훌륭한 패자가 되는 용기 못지않게, 주변을 아우르는 훌륭한 승자가 되어야 한다.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가게 되므로, 내려가기 전에 준비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게임 체인저를 양성하는 우리만의 강한 교육이다.





2018/09/05 13:41 2018/09/0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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