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고 힘들더라도 타인이 편해야 진정한 봉사
강남세브란스병원 자원봉사자 소감문 | 박진성 학생(수지고 1학년)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병원에 등교하듯이 드나들었다. 내가 배정된 곳은 항암주사실이었다. 주사실에서 맡은 일은 매우 단순했다. 커튼을 갈고, 베드와 베개의 덮개를 가는 일이었다. 커튼은 생각보다 무거웠고, 양도 많았다. 또 베드는 생각보다 반듯하게 정리되지 않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한 일들만 본다면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첫날, 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며 봉사하면서 잘한 점은 무엇이었고, 고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던 중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정신없이 지나간 첫날에는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커튼을 가는 상황, 베드를 가는 상황에만 급급해 다른 것들을 보지 못했다. 다음 날,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기고 여유도 생기면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첫날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담요와 베드 덮개에 환자들의 진물이 묻어있던 것이 보였다. 암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혹시라도 진물이나 분비물 때문에 다른 병에 걸리면 더욱더 힘들어하실 것으로 생각했다. 만약 베드를 놓치고 덮개를 갈지 않아서 환자가 다른 병을 얻게 된다면 죄책감을 느끼고 환자의 가족분들은 슬픔이 커질 것이다. 덜렁대는 나의 성격을 아는지라 하나라도 놓치지 않도록 노력했고, 여러 번 확인했다.

중학생 때부터 남을 돕는 일에 관심이 생겼고, 생물을 좋아해 의사가 되기로 한 이후 의사가 되려면 투철한 봉사정신과 이성적인 판단력, 배려심, 그리고 의학지식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봉사하며 꼼꼼히 확인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의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고, 이것을 습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단순히 남을 도와주면 다 된다고 생각했다. 작은 것들을 놓치는 것은 상황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도 봉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봉사하면서 ‘과연 단순히 남을 돕는 것이 봉사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봉사의 특성 중 복지성을 이루려면 누군가의 삶의 질 향상과 연계되어야 한다. 만약 베드를 갈며 하나를 놓치고 갈지 않았는데 그것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병에 걸리거나 불편이 생긴다면 내가 한 것은 봉사가 아닌 누군가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행동을 한 것이 된다. 병원이 아니더라도 복지관에서 대충 시간만 채우는 봉사나 큰 쓰레기 몇 개만 줍는 환경정화봉사는 이처럼 남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렇게 시간만 채우고 우리는 학교에 확인서를 제출한다. 이런 행동들이 남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위해 봉사하는 것일까? 아마도 자신을 위해 봉사하는 쪽이 더 우세할 것이다.

이번 봉사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봉사활동을 하려면 내가 조금 귀찮고 힘들더라고 타인이 편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말로만 받아들였던 지금까지와 다르게 진심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바뀔 기회를 준 강남세브란스병원과 나흘 동안 봉사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셨던 주사실 간호사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2017/09/27 14:47 2017/09/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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