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다움과 연세다움
의대 정현철 교수(내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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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5일은 연희 전문학교와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의 합동 60돌이다. 이 합동 정신을 계승한 우리 대학은 최고의 학문발전과 후학양성의 길을 이끌고 있다. 지난 4년간 종양내과에서 실습한 의과대학 3학년 학생 460명에게 세브란스다움과 연세다움의 정의를 물었고 가장 세브란스다운 혹은 연세다운 동문을 한 분씩 선정하도록 했다.


너의 마음 나를 주고 나의 그것 너 받으니

최고의 세브란스다움은 개척과 도전정신(21%)이었으며, 봉사와 헌신(17%)이 다음이었다. 제중원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세브란스다운 동문은 에비슨(10%), 김필순(8%), 박서양(6%), 이태준(6%), 현봉학(6%) 순서였다. 이분들에 대해서는 대학과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시행해서 선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 보였다.

아쉬운 부분은 일부 학생들이 멘토, LC 필라, 담임반 등 개인적 만남과 강의시간에 만난 강사 중심으로 선정한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세브란스 인의 발굴과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세브란스에 대한 교육을 단지 의과대학생에게만 국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연세는 연희와 세브란스이므로 연세대학교는 물론 전문 및 특수대학원 학생들에게도 세브란스의 역사와 도전정신, 봉사와 헌신 그리고 합동정신에 대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세브란스를 잘 알아야 연세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창의적 연세인을 우리의 동창으로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연세다움을 가장 잘 표현함은 진리와 자유(20%), 리더십(18%) 이었다. 아쉽게도 학생들은 연세다움을 표현하기 어려워하였으며 쉽게 학교의 이념을 떠올렸다. 자신이 느낀 것보다는 주변에서 들은 내용을 깊게 생각하지 않고 연세다움으로 정의했다. 지성과 지혜가 엷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연세다운 동문은 윤동주(19%), 이한열(5%), 그리고 다양한 의과대학 동문이었다(19%). 학생들이 짧게는 2년(의예과), 길게는 4년(의전원, 편입)을 연세대에서 지냈지만, 연세다운 동문을 선정할 때 여러 후보 중에서 고민하기보다는 한두 사람도 생각이 나지 않아 어려워한 흔적이 보였다. 소수이지만 백낙준, 최현배, 정인보, 조경철, 이만섭 동문 등을 기억함은 다행이었으며, 김형석, 박태준, 이은상, 박경리, 최인호 동문 등 각계에서 초석을 세우고 반석을 다듬은(The first) 많은 동문을 떠올리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연세다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였으며, 이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의과대학에서도 주도적으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에비슨 선생님이 세브란스의 졸업생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세브란스와 연희의 교장을 겸임하신 분으로 알고서 대표적인 동문으로 선정함은 그동안의 교육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난 점이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두 개의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상이 높았던 386(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 세대와 현실에 몸을 던졌던 신 386(30년대 생, 80대, 60년대 활동시작) 세대의 조화가 무너지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3세대 간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어 앞으로 세대 간 특히 미래세대와의 소통이 더욱 절실하다. 미래세대란 현 세대의 결정에 따라 자신들의 미래가 영향을 받으면서도 지금은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세대이다. 386이건 신 386이건 현 세대기는 매한가지다. 따라서 386과 신 386이 함께 ‘미래세대에게 세브란스다움과 연세다움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진솔한 고민이 필요하다. 세브란스와 연희는 각자가 우수한 기관임에도 더욱 큰 이상을 가지고 겨레의 교육기관이 되고자 합동했다. 그리고 세브란스는 합동헌장이 보장한 자율권을 바탕으로 모든 교직원이 주인이라는 독창적인 조직문화를 발전시켜서 ‘The first and the best’를 창조했다. 그런데 용어의 정의를 떠나서 통합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한 미래세대에게 합동이라는 용어가 갖는 의미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쉽지는 않은 문제이다.

아마도 미래세대에게 연세대는 트랜스포머(통합)가 아니고 어벤져스(합동)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다. 서로 다른 개체가 합체가 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우월함을 내려놓고 서로 어깨를 맞대고 손을 맞잡아 팀으로 활약하는 것이 합동이었고 이것을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지만, 현재는 결합(Fusion)이라 표현하기도 한다고.

기억은 승패가 선명하기 때문에 경쟁한다고 한다. 불확실하게 지내온 과거를 재해석하여 소유하는 자만이 역사를 확실성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으므로,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이라고만 치부하는 사람에게 기관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억의 풍경은 각자가 다르므로 정확하고 자세하게 후대에 전달함으로써 세대를 이어 도전과 헌신의 역사를 계승시켜야 한다.

선교사들은 의료를 선교의 준비수단으로 인식했지만, 세브란스는 의료 자체가 기독교적 사랑 실천이라는 독특한 의료선교 철학을 창조했다. 그래서 지금 풍요 속에서 살더라도 세브란스와 연세에 나타났던 감사와 감격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의 에비슨 교장이 18년간 연희 전문학교의 교장을 겸직하였고, 연희 전문학교의 백낙준 교장이 연세의 초대 총장이 됨이 미래세대에게 전하는 세브란스다움이고 연세다움이다.

연암은 ‘만물은 흩어지기 쉬워 서로 붙잡아 놓을 수 없는데, 이름으로써 유지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합동하고 결합하여 또 다른 선을 이루는 내일의 세브란스다움과 연세다움을 기대한다.

2017/09/27 13:55 2017/09/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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