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 인술]전이성 유방암, 신약 보험적용 확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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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아씨(가명·55·여)는 외과에서 의뢰받은 환자였다. 기록을 보니 6개월 전에 유방암 3기로 외과를 방문했으나 암 진단 후 더 이상 내원하지 않았다. 그동안 병이 전신에 퍼져 급히 약물치료를 위해 입원한 것이다. 며칠 후 세균감염에 이은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약물치료도 못해 본 것이다. 입원 시 “왜 늦게 왔냐”고 물어보니 대답을 피하다가 다음날에야 “경제적인 문제로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국내 유방암 환자수는 1999년 5744명에서 매년 증가하여 2010년 1만4277명으로 12년 사이에 약 2.5배로 늘어났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한국 여성에게 평생 동안 유방암이 발병할 확률은 25명 중 1명이다. 미국 여성은 8명 중 1명이다. 하지만 발생률이 증가하고 식습관과 생활방식이 점점 서구와 비슷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간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미국에는 SEER(Surveillance, Epidemiology and End Results)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미국 내 각종 암들의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을 조사해 보고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나온 2013년 자료를 보면 유방암 4기의 5년 생존율, 다시 말해 유방암이 처음부터 전이된 상태로 진단되었거나, 조기 유방암으로 수술 및 약물치료를 받았으나 전신에 재발해 내원한 환자들이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22%이다. 최소 5명의 전이성·재발성 유방암 환자 중 1명은 5년 이상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4기라도 충분히 치료할, 치료받을 가치가 있다. 실제 이러한 통계 뒤에는 기존의 항암제, 항호르몬제 외에도 지난 10년간 유방암 치료를 위해 개발되어 사용된 허셉틴과 라파티닙, 그리고 새로운 항호르몬제제들의 기여가 있을 것이다. 또 최근 승인되거나 승인 예정인 할라벤, 아피니토, 퍼제타, 캐싸일라 등 신약들을 고려하면 더욱 치료 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진료실에 있다 보면 다양한 유방암 환자들을 만난다. 어려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는 환자도 있고, 오랜 투병 생활에 지쳐 치료를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가족들을 위해 꿋꿋이 치료를 이어가는 환자도 있다.

유방암의 치료는 환자의 특성·상태·위험인자·생활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병을 극복하겠다는 환자들의 강한 투병 의지다. 하지만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기간 연장에 대한 의지가 굳건함에도 이들이 처한 치료환경은 그렇게 녹록지 않은 경우가 많다.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라는 정부 정책으로 환자가 부담해야 할 의료비용은 줄어들었으나 외래에서의 고민은 예전과 그대로다. 새로운 약제들이 효과가 입증되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음에도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건전성을 이유로 이들 약제를 대부분 비급여로 처방할 수밖에 없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처럼 수차례 약물치료로 경제적인 부담이 큰 환자에게 비급여 치료제를 소개하는 상담자리는 너무도 어렵다.

환자들의 실망감을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일이 안타까워 심지어는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선진국 길목에서, 복지국가를 고민하는 나라로서 해야 할 일도 많겠지만 환자가 실제로 입증된 치료를 받는 것을 지원하고,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되지 않은 치료는 제한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건강보험 건전성과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는 최근 2년간 미국의 MD 앤더슨 암센터에 연수를 다녀왔다. 다녀와서 전이성·재발성 유방암 환자들이 건네는 인사는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선생님, 못 볼 줄 알았는데 다시 보게 돼 반가워요”라고 웃으며 건네는 인사 뒤의 눈가에 촉촉히 맺혀 있는 눈물을 잊지 못한다.

서두에 소개한 환자와 같은 사례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더 많은 환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4기 유방암 환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2013/12/16 10:28 2013/12/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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