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5%의 악질적인 췌담도암과 싸우는 명의,
췌담도외과 이우정 교수


의료기기와 손기술 넘어 마음의 솜씨로 난관 넘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암이란 소리만 들어도 사색이 되던 시절은 갔다. 이만 하면 암과 벌이는 싸움에서 차츰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아직도 전투가 치열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가 있다. 바로 췌담도암이다. 췌담도암 치료의 명장, 이우정 교수를 만나 췌담도암과 벌이는 전쟁의 최전방 사정과 그 싸움을 지휘하는 장수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본래 손재주가 좋은 집안이었다. 할머니는 바느질 솜씨 하나로 목회자였던 남편을 대신해 식구들을 먹여 살렸고, 부친은 의사이자 발명가인 동시에 바짓단부터 자동차까지 못 고치는 게 없는 기술자였다. 엔지니어의 피와 유전자를 물려받은 이우정 교수(췌담도외과)에게 나날
이 발전해가는 의료기기는 신비의 세계였다. 복강경에 매료되었고, 원시적인 보조로봇 이솝에 빠졌으며, 본격적인 수술로봇 다빈치에 덤벼들었다.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그쯤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차라리 공학자가 되는 편이 나을 뻔 하셨습니다.

중학생 때 이미 양변기 뚜껑을 자동으로 들어 올리는 기계를 발명해 특허를 받았을 정도니 엔지니어의 꿈이 없었다고 할 순 없겠죠. 그럴까도 생각했었지만, 심하게 앓으면서 병을 고쳐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아버님의 뜻도 있고 해서 결국 이 길을 택했죠. 그래도 미련이 남아 의대에 다니면서도 방학 때는 전기전자학원에 다니며 가전제품 수리를 배웠어요. 집안의 라디오, 텔레비전은 숱하게 망가뜨렸죠.

새로운 의료기기가 나올 때마다 그 흐름을 놓치지 않으시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군요.

접촉 불량이나 전기부품 불량으로 멈춰 선 의료기기를 간단히 손보는 정도는 할 줄 알아서 ‘기계 좀 아는’ 의사 소리를 들었죠. 그랬던 터라 복강경을 처음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어요. 의학과 공학이 합쳐진 결과물을 대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충수돌기염, 위 천공, 위암, 대장암, 췌장과 비장 질환 수술을 복강경으로 해냈습니다.
 
‘우리 병원 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일 만한 케이스도 여럿 있었어요. 이솝이니 다빈치니 하는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된건 저로서는 당연한 귀결이었죠. 지금도 수술로봇을 국산화하는 일에 자문을 해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어렵고 힘들게 하는 환자가 더 또렷이 각인되게 마련입니다. 합병증이 생겨서 몹시 고통스러워하던 환자, 힘들게 투병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환자들이 많이 생각나죠.”


그렇게 첨단기기와 기술이 동원되는데도 췌담도암의 생존율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흔히 말하는 5년 생존율이 7퍼센트 미만이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2퍼센트 미만이라고 했던 과거에 비하면 더디긴 하지만 발전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속도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췌장암은 내시경으로 찾을 수 없는 건 물론이고 CT를 찍어도 잘 나타나지 않는데다 증상마저 없어서 조기 진단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25년간 수술을 해왔지만 췌장선암으로 1기에서 수술한게 5명이 안 될 정도니까요.


워낙 치료가 어렵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인가요?

췌장암 진단을 받은 사람 중 수술이 가능한 사람은 20퍼센트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수술 뒤 5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의 비율도 그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즉 췌장암 진단을 받고 5년 이상 사는 분이 아주 적다는 뜻입니다. 합병증도 좀 많은 게 아닙니다. 췌장암 수술은 췌장, 담도, 십이지장 이렇게 3개를 연결하게 되는데 거기서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확률이 적지 않습니다. 췌장액이 주변 장기를 녹여버릴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또 췌장을 다 떼어내면 평생 소화제를 먹고 인슐린을 맞아야 합니다. 그만큼 어렵고 까다롭습니다. 그래도 포기하긴 이릅니다. 의사를 믿고 최선을 다해봐야 합니다. 마음가짐이판세를 가르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독자들을 위해 이러저러하면 병원을 찾아보라는 식의 팁을 좀 주시면 좋겠습니다.

원인을 알아야 예방이란 말도 가능할 텐데,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 밝혀진 게 없습니다. 흡연, 음주, 가족력 정도를 의심하는 수준이죠. 그래도 없던 당뇨가 갑자기 생기거나 복통, 황달, 체중 감소가 있으면 한번쯤 의심해보는게 좋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건강검진 덕분에 조기 발
견이 늘고 그만큼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복부 CT나 PET-CT를 통해 살펴보고 확인하는 거죠.

교수님께는 그 까다로운 수술을 견디고 살아남은 환자가 다 기적이겠습니다.

어떤 의사든 마찬가지겠지만, 환자는 다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어렵고 힘들게 하는 환자가 더 또렷이 각인되게 마련입니다. 합병증이 생겨서 몹시 고통스러워하던 환자, 힘들게 투병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환자들이 많이 생각나죠. 그런 환자들을
돌볼 때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가위 눌려서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희망을 말할 수 있도록 그런 케이스들을 먼저 소개해주시면 좋겠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았던 남성 환자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1년 만에 간에, 그것도 네 군데씩이나 전이가 생겼어요. 그쯤 되면 수술 자체를 망설이게 되거든요.

수술을 하면서도 이게 과연 될까 싶었어요. 가장 큰 덩어리만 떼어내고 나머지는 고주파와 약물로 치료했어요. 다행히 지금껏 10년 넘게 잘 지내고 계세요. 담도암으로 계단 하나 오르는 데도 엉금엉금 기다시피 했는데 멀쩡해져서 12년 넘게 교장 선생님으로 봉직하며 왕성하게 일하시는 분도 있어요.
 
함께 등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저보다 훨씬 잘 올라가시더군요. 이런 분들을 소개해드리는 이유는 어려워도 가벼이 희망을 놓지 말자는 뜻입니다.

그래도 저 같으면 췌담도암처럼 힘든 분야에서 일 해볼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젊었기에 시작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남 못하는 걸 하는 자부심과 쾌감 같은 게 있었어요. 수술도 쉬 덤비지 못하는 쪽을 해보고 싶었고요. 처음에는 그게 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간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더군요. 그래서 췌장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정식 교수가 되면서 간담췌로 전공을 정했고, 미국 연수를 다녀오면서 그 가운데서도 췌장으로 범위를 좁혔죠. 힘들긴 했지만 참 좋은 선생님들이 계셔서 그나마 꿋꿋할 수 있었어요.

마음에 담아두신 은사가 계신가봅니다.

여러 분이 계시지만, 이경식 선생님께 참 많이 배웠습니다. 참 진중한 의사셨어요. 성실하고 정확하게 치료하는 걸 좋아하셨습니다. 군의관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전임의로 그분을 모시는 동안 온갖 수술을 다 배웠습니다. 당시는 전문 분야만 보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대로 다양한 수술을 다 감당하는 게 일반적이었거든요. 선생님께 배운 대로, 저도 후배들이 수련을 받는 동안만큼은 간담췌 수술을 다 보게 합니다. 수련 기간에 다양한 공부를 하고 틀이 잡힌
뒤에 미세한 전공 분야를 선택해도 무방하거든요.


세브란스병원웹진
에디터 최종훈 | 포토그래퍼 최재인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5/05/14 10:18 2015/05/14 10:18

카테고리

연세암병원 (1754)
연세암병원 소개 (968)
건강자료- 질병 (241)
건강자료-치료 (41)
환자수기,글,작품 등 (1)
질환 및 치료,기타정보 (354)
영양 (117)
운동 (23)

공지사항

달력

«   2019/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