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율 亞 최고 수준… 10년이상 장기 생존자 35%

세브란스병원 연세암센터의 목표는 ‘아시아의 허브 암센터, 아시아의 MD앤더슨 암센터’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MD앤더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암센터란 평가를 받는 미국의 병원이다. 연세암센터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단지 안에 새 병동을 짓고 있다. 지상 15층, 지하 6층짜리 이 병동이 2014년 완공되면 연세암센터는 100병상의 외래 항암 약물치료센터를 포함해 총 476병상 규모의 장·단기 입원실과 18개의 수술실, 각종 암 전문 클리닉을 갖춘 암 전문병원으로 완전히 거듭나게 된다.

정현철 연세암센터 원장은 30일 “앞으로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환자, 정기검진을 받고 있는 환자, 각과 통합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각각의 상태에 따라 빠르고 편안하게 치료를 받는 상태별 트랙진료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다짐으로써 암 환자 편의를 최우선적으로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암 환자 치료성적, 아시아 최고 수준=연세암센터의 이 같은 목표 달성에 필요한 토대는 1969년 국내 최초의 암센터를 개원, 40여 년간 운영하며 축적해온 암 진료 경험을 통해 이미 충분히 다져진 상태다. 실제 연세암센터는 암센터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인 암 치료율에서 국내는 물론 아시아 지역 다른 병원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원장은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연세암센터에서 암 진단 및 치료를 받은 암 환자 2만8838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10년 이상 장기 생존자가 무려 34.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암 환자의 5년 평균 생존율 약 44%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비율이다.

연세암센터의 이런 성과는 종양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진단병리학과 등 각 암 진료팀이 구축해 놓은 유기적인 협조체계 덕분에 가능했다. 암은 특정 진료과 또는 명의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진료과 및 의료진의 협력 진료가 원활하게 이뤄질 때 극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세암센터는 이를 위해 각 암 분야별로 전담 코디네이터를 두고 단계별로 가장 적절한 개인맞춤 치료계획을 짜서 시행하고 있다.

◇신약개발의 메카, 100여 건 임상시험 중=연세암센터는 암 치료율 향상을 위한 신약개발 및 임상시험 연구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 제약사가 0∼3상 임상시험을 의뢰한 신약개발 연구만도 100여 건에 이른다.

연세암센터는 특히 MD앤더슨 암센터의 자매병원이자 아시아·태평양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손잡고 한국에 공급되지 않은 신약에 대한 초기 임상시험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암센터와 공동으로 혈관생성 억제제에 대한 1상 임상시험 연구도 실시 중이다.

1상 이하의 임상시험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신물질 후보’를 ‘의약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연세암센터는 200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실시한 ‘약제 임상시험 연구기관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NAI’를 받기도 했다. 또 미국의 방사선 암 치료기 회사 토모테라피사 지원으로 토모테라피 적용 암종 확대 및 부작용 경감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토모테라피는 소화기와 비뇨생식기 계통에 생긴 암들과 두경부 암 치료에 사용되는 방사선 장비이다. 연세암센터 의료진은 이 장비를 이용, 골반 내 종양 치료 시 골수를 손상시키지 않는 방법과 두경부 암의 일종인 안면부 상악동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암 환자 가족의 삶의 질 향상 프로그램 운영=최근 들어 암 치료는 단순히 종양 제거뿐만이 아니라 치료 후 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 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암 환자들은 진단과 치료를 받는 동안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큰 충격을 받는다. 먼저 암 진단을 받았을 때 큰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인다. 치료가 끝나면 환자와 가족은 극도의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10년 이상 암이 재발하지 않고 잘 지내던 환자도 체력이 감소하고, 은퇴와 함께 주위 친구와 가족들이 떠나면서 공허함과 허무함을 느끼기 쉽다.

연세암센터는 이런 암 환자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건강한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암 치료 후 재활치료는 물론 암회복촉진클리닉, 운동클리닉, 영상상담클리닉 등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10년 이상 생존한 환자들의 모임 ‘새 누리 클럽’을 결성, 환자 스스로 자조활동을 통해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쇠약해지기 쉬운 암 환자들을 돕는 마음건강클리닉도 큰 힘이 된다. 암 환자와 가족이 함께 심리치료를 병행하면서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정 원장은 강조했다.

암 치료에 꼭 필요한 암 식단을 개인별로 제공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연세암센터는 CJ프레시웨어와 공동으로 2009년 영양 노하우를 담은 암 환자 맞춤형 식단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1년여 동안 의학적 검증과 수차례 시연회를 통해 완성도를 높인 항암 치료 시 식사 지침과 암 환자 가족이 알아야 할 식사 준비요령 등이 담겼다. 47종의 메뉴와 레시피, 영양정보도 들어 있다.

또 외식이나 도시락,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상황에 따른 올바른 식사법과 치료 후 재발 방지를 위한 식사요령도 포함돼 있다. 연세암센터는 암 환자들을 위한 죽 메뉴도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정현철 원장은

△1956년생(전주) △연세대 의대 졸업(1982) △연세대 의대 의학박사(1992)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 의과대 롬바르디 암센터 객원연구원(1992∼1993) △연세암센터 교수(2004∼현재) △국가바이오칩 연구개발센터 소장(2005∼현재) △연세암센터 종양내과 과장(2008∼2009)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2008∼2009) △연세대 언더우드-에비슨 특훈교수(2009) △세브란스병원 연세암센터 원장(2009∼현재)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2012/02/02 22:24 2012/02/0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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