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맹신·입소문의 힘은 상상초월


김성엽(43·가명)씨는 위암 4기 환자였다. 암세포가 이미 다른 부위에 침투해 병색이 완연해 보였다. 라선영(연세 송담암연구센터 부소장) 연세대의료원 암센터 종양내과 교수는 당장 입원하라며 입원장을 써줬다. 하지만 그는 항암제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치료해 보자는 라 교수의 설득을 거부하고 산으로 들어갔다. “기도를 올리고, 자연식으로 암을 극복해 보겠다”고 장담했다. 두 달이 지나 그는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혹시 몸이 좋아졌나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했다. 검사해 보니 항암제도 투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체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40대의 젊은 나이에도 그는 처음 진료를 받은 뒤부터 1년밖에 더 살지 못했다.

대한암협회에 따르면 암 진단 직후 환자는 대부분 비슷한 심리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는 ‘부정’이다. 의사의 진단이 잘못됐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닌다. 이어 “왜 하필 내게 이런 병이 생겼을까”라고 ‘분노’하게 된다. 이후 “내 자식이 결혼할 때까지만 버티면 좋겠다”고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한다. 또 슬픔과 침묵에 젖어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그다음 단계가 치료가 가능한 ‘수용’이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도 많은 이들이 검증된 치료법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한다. 라 교수와 함께 암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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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많이 듣는 질문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고기 먹어도 되나요”다. 많은 암 환자가 ‘육류’ 섭취를 줄이고, 특히 일부 소화기암 환자는 아예 먹기를 거부한다. 육류를 먹으면 혹시 종양이 더 커지지 않을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또 매우 쓴맛이 나는 채소를 ‘약’이라고 생각하고 먹기 시작한다. 그러나 라 교수는 “암 환자가 주의해야 할 음식은 없다고 봐도 된다. 사람이 먹는 일반적인 음식은 다 괜찮다”고 단언했다. 그는 “안 먹으면 체력이 떨어져서 치료과정을 견디지 못한다”면서 “성장기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평소 먹는 것처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미네랄, 비타민 등 5대 영양소를 골고루 먹는 것이 최고”라고 강조했다.

식품은 치료제가 아니다. 하지만 암과 관련한 식품이 치료 효과가 있다고 믿는 환자는 의외로 많다. 라 교수는 진료실 문을 보라고 했다. ‘음식이 아닌 약용버섯이 항암 또는 면역증강 효과가 있다는 가설은 실제 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내용이 담긴 포스터가 있었다. 이 밖에도 비단풀, 뽕나무, 홍삼, 산삼, 녹용, 느릅나무, 개똥쑥, 인진쑥, 민들레뿌리, 영지, 상황버섯, 쇠비름, 꾸지뽕 등 각종 약용 식물의 이름과 함께 ‘암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식품’이라고 강조해 놓았다. 이렇게 써놓고 입이 닳도록 강조해도 일부 환자는 입소문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라 교수는 “환자들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온갖 음식을 먹고 온다. 환자들의 간수치를 확인해 보면 어떤 식품이 요즘 유행인지 알 수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간수치가 높아지면 다시 낮춘 다음 항암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최적의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온갖 식품을 섭취해 극단적으로는 간염과 간부전 등 간질환에 시달리는 사례도 나왔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암 환자 사이에서 ‘우엉차’가 유행해 암 전문의들을 긴장하게 했다.

그는 “양배추즙이나 쓴맛의 채소를 그냥 먹는 것도 아니고 농축해 먹는 바람에 치료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면서 “건강한 사람이라면 괜찮을 수 있지만 간이나 콩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라면 치료에 방해가 되고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대한 맹신과 입소문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 학술지에 실린 아주대 의대·간호대의 ‘암 환자의 건강정보탐색 및 관련 요인 조사연구’에 따르면 암 환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정보습득 통로는 ‘인터넷’이었고 그다음이 ‘의료인’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과 관련한 논문을 가져와 책상에 내던지며 “이런 게 나왔는데 내게 왜 이런 치료를 하지 않느냐”고 소리치는 환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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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암협회 권고사항 첫 번째는 ‘암 진단이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암 환자 5년 생존율’은 평균 68.1%에 달한다. 갑상선암(100%), 전립선암(92.3%), 유방암(91.3%), 대장암(74.8%), 위암(71.5%) 5년 생존율은 모두 70%를 넘어섰다. 비교적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진 간암(30.1%), 폐암(21.9%)도 모든 환자가 바로 사망하진 않는다.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결코 치료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부작용이 적은 표적항암제가 많이 개발된 데다 화학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이는 구토억제제, 식욕증진제가 많이 개발돼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거의 모든 종양내과 전문의는 암 환자 가족에게 반드시 ‘선장’을 맡을 사람을 지정하라고 권한다. 암과 싸우는 여정은 망설임과 선택의 연속이며 온갖 정보가 쏟아지고 훈수를 두는 이가 몰려든다. 가족 중에 가장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한 명을 정하고 그 사람이 전문의, 환자와 상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가족들이 지지해야 한다.

스트레스와 조급증은 치료과정에 만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라 교수는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모든 것이 흐트러지고, 생각이 많아지면 몸이 안 좋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암은 1~2주 안에 치료할 수도 없고 악화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병원을 찾아 암 전문의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보호자가 잘 간호하면 가장 예후가 좋다. 장기전이라고 생각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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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5 14:47 2015/12/15 14:47

“소화기암학회 영양 · 통증 가이드라인 제정한다”

송시영 이사장 “암환자 위한 치료 패러다임 변화되야”


“소화기암은 전암병변의 적절한 치료로 완벽한 예방이 가능하고,조기에 암을 발견하여 최소침습적 치료로 완치를 유도할 수 있는 암으로 항암치료 및 면역치료 과정에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영양 및 통증 가이드라인 제정에 매진할 방침입니다.”


송시영 소화기암학회 이사장(연세의대 소화기내과)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소화기 암환자들의 치료 과정에서 소홀할 수 있는 영양 및 통증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학회는 오는 24일-25일 이틀간 열리는 그랜드힐튼호텔에서 ‘MAGICS(Multi-national Alliant Gastro-Intestinal Cancer Symposium) 2015 국제심포지엄’에서 영양특임위원회가 조사한 위암, 식도암, 대장암, 췌장암, 담도암을 포함하는 소화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영양문제 실태와 영양문제가 심각해지는 각종 요인들을 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다.


소화기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암으로 인한 고통뿐 아니라 먹는 식생활과 직결되어 영양문제로 인한 고통의 이중고를 겪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소화기암 환자들을 위한 영양문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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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학회는 고려대안암병원, 고신대학병원, 부산대학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영남대학병원, 전남대학병원, 전북대학병원, 충남대학병원에서 소화기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소화기암환자의 영양상태를 평가하기 위하여 아직 국내용으로 공식적으로 제작되지 못한 환자주도영양설문지를 대한임상영양학회와 공조하여 제작하였으며 공동의 협의로 도출된 통일된 양식과 잣대의 평가지로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가 크다.


이번 국제소화기암학회에서는 발표될 소화기암환자 영양문제 조사 연구의 중간 결과 소화기암을 앓고 있는 환자에서 영양문제가 양호하다고 판명된 사람은 94명중에 단 6명에 불과했으며, 94명의 환자 중 절반에 가까운 45명의 환자는 반드시 소화기내과의사, 영양사의 협조 하에 영양중재 혹은 영양치료가 필요한 중대한 영양문제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중간결과이지만 이러한 영양문제와 연관되는 요인들과, 예를 들자면 암의 위치, 암의 진행 정도, 암 치료의 종류, 환자의 생활 여건, 등이 영양문제에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분석 발표하고, 또한 복잡한 영양 설문조사를 간략하고 신속하게 대변할 수 있는 혈액 검사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중간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또한 국내 암환자들이 암으로 인한 통증 치료에 대한 정확한 지침은 부족한 가운데 소화기암학회는 △종양과 관련된 통증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 △앞의 두 통증과 관련이 없는 통증으로 구분하고 급성인지, 만성인지에 따라 통증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는 결과를 발표한다.


암과 관련된 통증을 치료할때는 통증이 어떤 범주에 속하는 것인지를 파악한 후에 통증의 심한 정도에 따라 다양한 약제 선택을 고려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너무나 무분별하게 통증치료제를 오남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절대 같이 사용해서는 안되는 약들을 마구 혼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미 몰핀 과 같은 완전 치료제를 투여 받고 있는 환자에게 pentazocine 처럼 약한 부분 치료제를 투여할 경우 진통효과가 감소하거나 심지어 금단과 같은 상태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완전 작동제와 부분 작동제를 병합하여 사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통증을 치료하면서 약물 요법외에도 심리 및 정서 치료등의 비약물적 치료, 통증의 원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부족으로 인해 환자가 느끼는 공포감이나 불안감에 대해 의료진이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1차적인 통증 치료 후 2-3일간의 재평가 기간을 가지고, 부작용 발생 여부 및 다음 약제의 선택 등 단게별, 맞춤치료를 하지 않는 것은 환자의 삶의 질은 외면한 너무 단면적인 암 환자 치료가 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예정이다.


한편 소화기암학회는 ‘소화기암 연구를 선도해 환자를 위한 최상의 진료지침을 제시하고 올바른 교육을 통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한다’는 미션아래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연구를 주도하는 세계적인 학회 △조기진단, 예방, 맞춤형치료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근거중심의 진료 지침을 제시하는 학회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신뢰받는 소화기암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회 △국민을 위한 최선의 의료정책을 유도하고 교육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학회라는 비전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윤병기 기자 yoon70@whosaeng.com

2015/01/27 10:50 2015/01/2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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