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괴담이 낳은 식탁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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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인 고등어·삼겹살이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렸다. 한때는 완전식품으로 칭송받던 우유가 심장병의 원인으로, 달걀은 콜레스테롤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몇 달 전엔 현미와 대저토마토가 입방아에 올랐다. 최근엔 설탕이 이슈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귀한 선물로 대접받던 설탕은 요즘 국민 건강을 해치는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아무리 건강한 식탁을 차리려고 해도 불가능한 지경이다. 식탁 공포를 부르는, 음식을 둘러싼 루머는 왜 생기는 걸까.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먹으면 안 되는 걸까.


“내가 해보니” 체험담이나 기업 마케팅이 괴담 조장
연예인 한마디에 건강식품 둔갑도···“약효 거의 없어”
치우친 섭취가 문제 일으켜, 골고루 먹되 소식해야


“사람들의 말을 합치면 세상에 정말 먹을 것이 없다.” 『맛의원리』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을 쓴 식품공학전문가 최낙언씨의 얘기다.


그의 말처럼 음식과 관련해 떠도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 음식 관련 정보도 차고 넘친다. 어떤 땐 ‘이걸’ 먹으면 불치병조차 나을 수 있을 것 같고, 또 ‘저걸’ 먹으면 당장 죽을 것 같다. 여러 가지 괴담 중에서도 유독 음식 관련이 많은 건 음식이 모두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김형미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먹거리는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관심의 대상이다.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가족 간에도 피하고 싶지만 음식은 누구나 관심 갖는 모든 사람의 공통 화제다. 가격도 저렴해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NS 날개 단 괴담
사회가 발전하면서 음식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져 간다. 불안 때문이다. 직접 농사를 지어 먹던 과거와 달리 내 눈에 보이지 않은 곳에서 어떻게 자라고 유통됐는지 모르는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이 불안을 키우고 괴담을 만들어낸다. 내 손으로 직접 농사를 지어 먹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주말농장, 도심 텃밭이 유행하는 것도 그 결과다.


국내 음식 괴담의 대부분은 체험담으로 만들어진다. 최낙언씨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하는 체험담은 쉽고 구체적일 뿐 아니라 생생한 표현으로 사람들을 설득시킨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명 연예인이 TV에 나와 특정 식품의 효능을 말하면 그 제품은 곧바로 대단한 건강식으로 인기를 끈다. 그러나 이 같은 체험담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건 아니다. 과학적으로 그 효능을 입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개인의 유전적 기질, 라이프 스타일, 생활 환경이 다른데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SNS 발달로 먹거리 공포를 부추기는 식품 괴담은 그 확산 속도가 더 빨라졌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과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SNS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쏟아진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장년층 사이엔 식품 영양에 대한 정보가, 아이가 있는 주부에겐 유해 식품 정보가 많이 나돈다. 김창주(58·반포동)씨는 “학교 동창이나 전 직장 동료들과 공유하는 단체 카카오톡방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음식 관련 정보가 올라온다. 몸에 좋다고 하면 한번 먹어볼까 싶어 아내에게 사오라고 말한다”고 했다. 주부 송수영(38·잠실동)씨는 “몸에 안 좋은 음식에 대한 글은 챙겨 읽고 거론된 음식을 아이에게 먹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난해 표고버섯이 방사능을 흡수한다는 글을 본 후 아이에겐 절대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거짓 전문가들이 쉽게 관심을 받는다. 과거엔 사람의 말을 통해 소문이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더 자극적인 괴담일수록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다. 한 번 퍼져나간 잘못된 정보를 다시 바로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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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라는 옷을 입은 괴담이 늘어나는 것도 최근의 특징이다. 과학이 발달하면 괴담이나 루머가 줄어들어야 하는데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엔 ‘00가 어디에 좋다더라’ 수준이었던 괴담은 이제 ‘질소·인산’ 같은 과학 용어로 포장돼 더 그럴듯하게 전해진다. 올봄 떠돌았던 대저토마토, 이른바 ‘짭짤이토마토’ 관련 괴담이 대표적인 예다. ‘대저토마토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SNS를 떠돌던 메시지의 내용은 ‘짭짤이토마토를 키울 땐 평소 수분을 공급하지 않다가 수확 15일 전부터 질소 비료를 많이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과다한 질소를 함유하게 되며 이를 흡수하면 체내에서 성인병과 암을 유발하는 니트로소아민이라는 화합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글 밑에는 모 병원 연구소 고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미 2014년에도 같은 내용의 메시지가 돌았는데 2년 만에 다시 퍼진 것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해당 농가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농가는 판매 부진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다음이었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불안감에 시달렸다.


기업의 마케팅도 먹거리 공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특정 성분의 효과만 부풀리거나 경쟁 업체 제품에 들어있는 다른 성분을 폄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10년 카제인나트륨 논란을 일으키며 커피믹스 시장에 진입했던 남양유업은 2013년 다시 자사 커피믹스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인산염이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인산염 안에 들어있는 인 성분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몸에서 칼슘이 빠져나간다며 자사 제품엔 인산염 대신 천연 첨가물을 썼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논란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커피믹스로 인한 인 섭취는 미미한 수준이며 성인이 매일 커피믹스 120개에 함유된 양의 인을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며 일단락됐다.

음식 괴담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음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게 가장 큰 피해다. 불필요한 돈을 낭비하게 하기도 한다. 『생각하는 식탁, 착한 음식의 거짓말』의 저자이자 식품칼럼니스트 정재훈씨는 “공포에 사로잡히면 생각이 폭이 좁아지고, 음식 괴담으로 불필요한 공포심을 느끼면 다양한 음식 문화를 즐길 수 없게 된다”며 “우리가 먹는 음식은 대부분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한 것들로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고 말했다.


도움말 : 김형미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
최낙언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 저자
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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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4 10:22 2016/06/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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