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암 정복 시대로 가는 열쇠


과거 암은 기적 없이는 고칠 수 없는, 의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불치병’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경주되면서 조기 발견 시 수술 등으로 완치에 다다를 정도가 됐고, 전체 암 환자의 생존율도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암 환자들은 마땅한 치료방법도 없고, 고가의 항암제를 쓰면서도 불과 수개월여의 생명연장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최근 이런 상황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자가 면역력을 높임으로써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가 등장한 것이다. 특히 지미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이 면역항암제로 암을 완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면역항암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불리는 면역항암제가 어떤 약인지, 또 국내 환자들이 언제쯤 사용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봤다. 그 첫 순서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를 만나 면역항암제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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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항암제가 항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기존 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차이점은.
작용기전부터 다르다. 기존 항암제는 종양세포의 DNA나 종양세포가 주로 발현하는 단백질을 타깃으로 삼아 공격한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잠재능력을 깨운다. 면역세포가 몸 안에 나쁜 ‘암’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다시 알아 챌 수 있도록 면역세포 자체의 능력을 깨우는 것이다. 몸 안에 있는 면역 기능 자체에 집중한다는 것이 면역항암제의 큰 특징이다.


기존의 항암제는 모두 종양세포에 작용했다. 즉, 종양세포가 발현하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나 변형된 단백질에 집중했다. 반면 면역항암제인 면역관문 억제제(Immune-checkpoint inhibitor)는 종양세포뿐만 아니라 종양주위 세포, 종양 미세 환경(tumor micro environment)을 조절한다.


치료 효과도 다르다. 면역항암제는 1960~70년대 세포독성항암제, 2000년대 초반의 표적항암제가 가지지 못했던 치료반응 기간 즉, 약제 치료 효능이 나타나는 시간과 치료반응의 질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세포독성항암제의 반응 기간은 길어야 2~3개월에 불과하고, 표적항암제의 치료반응 지속기간은 10~12개월이다. 하지만 면역항암제의 경우, 반응이 나타나는 환자는 언제까지 반응이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치료 반응의 기간과 질 자체가 기존의 다른 항암제와 차이가 있다.


- 면역항암제 반응 기간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는데, 이렇게 완치에 가까운 장기 생존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아무리 효과가 좋은 표적항암제더라도 언젠가는 내성이 생길 것이라고 예측한다. 표적치료제인 EGFR 억제제는 투여 후 12개월이면 대부분 내성을 경험한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는 내성에 대한 우려가 적기 때문에 환자가 생존하는 기간 동안에는 치료반응을 유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준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는 기억(Memory) 능력이 있다. 어렸을 때 볼거리 백신을 접종하면 평생 죽을 때까지 그 병에 걸리지 않는다. 면역항암제가 면역 T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암세포가 그 성질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한 우리 몸은 그 암세포를 기억하고 공격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면역항암제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에서는 계속해서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 그렇다면 면역항암제는 내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가.
그에 대해선 연구가 더 필요하다. 내성이 아예 안 생긴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다만 기존 항암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내성이 생길 때까지의 기간이 길다는 점은 분명하다.


- 면역항암제가 주목 받는 또다른 이유는 부작용이 적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환자 삶의 질이나 부작용 측면에서의 면역항암제를 평가한다면.
(환자의) 삶의 질적인 부분 또한 기존 항암제와 다르다. 표적항암제도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이 없지는 않다.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이 가장 적다는 EGFR 억제제도 20~30%의 환자들은 간지러움, 피부 트러블 등을 경험한다. 중년 여성의 환자들 중에는 화장도 못하고 샴푸도 아무거나 못 쓰는 등 피부 반응이 심한 경우도 있다. 면역항암제는 이러한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 부작용이 없는 약제는 없다고 본다. 면역항암제는 어떤 부작용이 있나.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은 환자의 20% 정도는 피로감을 토로한다. 10~20%의 환자는 피부 발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약간의 간지러움과 낮은 빈도로 나타난다. 또 5% 미만에서 면역 관련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기존의 세포독성항암제나 표적항암제에서는 보지 못했던 부작용이지만, 갑상선 기능 변화나 호르몬의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임상의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호르몬 관련 이상이 나타나더라도 피 검사 상에서 나타나는 이상 반응이라서 환자가 자각할 정도의 수준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 면역관련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는 없나. 또 부작용 이외의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는.
부작용이 심각해서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면역항암제를) 환자 10명에게 투여하면 3명 정도에서 (치료)반응이 나타나고, 3명은 (병이) 유지되는 모습을 보인다. 반응이 있는 환자 3명 이외에 7명에게선 왜 임상적 이득이 보이지 않는지 그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면역항암제 투여를 중단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투여에도 병이 조절되지 않기 때문이다.


- 면역항암제로 효과를 본 환자들 중 장기 생존 사례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린다.
현재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에는 3~4년 이상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아온 환자가 있다. 환자 중에는 최소 3~4년 동안 투여한 후 투여를 쉬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들은 약제 투여를 중단하고 나서도 암의 진행이나 재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효과가 유지된다. 환자를 치료할 때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면역항암제의 치료반응 지속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2년 간 투여 후 투여를 중단하는 임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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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출시돼 있는 면역항암제를 임상시험 초기 투여 받았던 환자들의 치료반응이 지속되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모두 임상시험 등록 후 치료 반응이 나타난 환자는 대부분 질환(암)의 진행 없이 계속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 아주 일부의 환자만이 치료 반응을 보이다가 질환이 다시 진행됐다.


- 글로벌 연구에서도 이같은 장기 생존에 대한 데이터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린다.
흑색종 치료에 대해서는 10년 추적연구 결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폐암에 대해서는 니볼루맙 임상 데이터가 가장 장기 데이터다. 투여 시작 후 2년 추적 연구가 작년 말에 발표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다른 항암제들의 경우 6개월에서 1년 6개월 정도 추적 연구 데이터에서 환자의 생존 곡선이 점차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 임상에서는 생존해 있었지만, 6개월의 추적 연구기간 동안 사망하는 것이다. 그런데 면역항암제는 6개월째까지 반응이 있던 환자들은 계속 그 반응이 이어진다. 반응이 있고, 치료효과를 보였던 환자들은 6개월, 1년이 지나도 여전히 질병 진행 없이 잘 살고 있다.


- 폐암에 대한 면역항암제 임상을 계속 진행하면서, 3~4년 이상 치료효과가 지속됐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미 (폐암을 적응증으로 한 면역항암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조만간 폐암 적응증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재차 강조하지만, 기존 항암제와 비교해 월등한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 면역항암제가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매우 고가인 이 약제에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환자들을 선별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PD-L1 등이 바이오마커로 논의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현재 바이오마커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PD-L1 발현율’ 밖에 없다. 학계나 산업계에서 돌연변이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될 만한 것은 없다. PD-L1의 경우 면역화학반응(immune-chemistry)을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어떤 병원에서도 검사가 가능하다. 물론 PD-L1을 바이오마커로 보는 것에 대한 찬반양론이 존재한다.


키트루다의 경우 임상을 통해 PD-L1 발현율 TPS 50% 이상의 환자들(Intense expression)과 1% 이상의 환자들(Intermediate expression)이 PD-L1 발현이 안 되는 환자들에 비해 치료 반응 면에서 데이터가 더 좋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면역항암제의 바이오마커로 PD-L1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견해가 있다. 옵디보의 경우 비편평상피세포 비소세포폐암의 연구에서 이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즉, 현재 가장 상용화 단계에 접어 든 두 항 PD-1 면역항암제의 데이터들이 PD-L1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마커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비용효과적인 부분을 고려해, 보험급여 적용을 받기 위해선 면역항암제로 치료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가려내는 것이 필요하다. 즉 현재 상태에서 사용 가능한 바이오마커인 PD-L1 발현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PD-L1이 아직 바이오마커로 완벽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PD-L1이 발현되지 않는 환자 10명 중 1명 정도에서는 치료반응이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PD-L1을 바이오마커로 보기에 근거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비용효과성과 보험급여를 고려할 때 PD-L1을 바이오마커로써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표된 임상연구들에 따르면,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에서 1% 미만인 환자 대비 3배 이상의 치료 반응률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무진행생존기간(PFS)의 연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폐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키트루다 임상시험 결과, 전체 치료반응률은 19.4%였는데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는 45%의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면역항암제의 임상적 효과, 현저히 적은 부작용, 고가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말인가.
맞다. 확실한 바이오마커가 발견되기 전까지 모든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지만, 재정적 부담을 감안할때 쉽지 않은 문제다. 때문에 비용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선 현재 시점에서 사용 가능한 바이오마커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임상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면서, 소위 ‘드라마틱한’ 환자 사례도 있나.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난 환자들을 일상적으로 보고 있다(웃음). 대표적인 예로 80세가 넘는 4기 폐암으로 간까지 전이된 할아버지 환자를 꼽을 수 있는데, 과거에는 이런 환자가 방문하면 치료방법이 없어 집으로 돌아가시라고 했다. 75세 이상의 노년 환자는 임상 데이터에 따라 젬시타빈이나 비노렐빈 단일요법을 사용하는데, 이들 약제에 대한 평균 반응률은 10% 미만이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2~3개월에 불과하며, 평균 생존기간도 10개월 미만이다.


이렇게 예후가 좋지 않은 4기 환자를 임상연구에 배정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진행했는데 간 전이 때문에 통증을 호소하던 환자가 2주 만에 통증이 없어지고, 검사 결과상으로도 종양세포의 크기가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다. 약간의 피부발진이 일어났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면역항암제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다 보니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피부에 침착되는 것으로, 아주 미약한 발진이었다.



- 피부발진 부작용이 약제의 치료 반응을 보이는 것이란 점도 흥미롭다.
피부발진이 나타나는 것은 ‘이 환자가 굉장히 반응을 잘 한다’는 일종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이 환자의 경우 작년 9~10월쯤 시작했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6개월 좀 넘었는데, 예전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환자는 면역항암제 치료 이후 지금까지도 잘 다니고 있다.


- 고령, 그것도 말기 암환자가 약물 투여 후 거동에 불편함이 없었다는 예는, 면역항암제가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말로 들린다.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면역항암제는 우리 면역체계의 기억 기능을 항진시키기 때문에 그렇게 자주 투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보통 경구용 표적항암제는 매일 복용해야 하고 세포독성 항암제는 2~3주마다 한 번씩 맞아야 하는데, 면역항암제는 이보다 투여 주기가 길다. 이와 같이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삶의 질, 독성, 치료 효과 등에서 굉장히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약이다.


- 면역항암제가 암 치료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음은 명백한 것 같다. 혹시 면역항암제의 한계나 향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명확하게 반응 여부를 구별해 낼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견하는 일이다. 앞서 ‘PDL-1 발현율을 언급했지만, EGFR 돌연변이(mutation) 양성 환자에게 EGFR-TKI를 쓸 때만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면역항암제의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는 굉장히 필요하지만 쉽지가 않다.
 

면역항암제는 종양 자체뿐만 아니라 종양 주위에 있는 여러 면역세포들, 기본적으로 PD-L1 발현은 종양 주위에 섬유모세포와 같은 종양 주위 세포, 대식세포(macrophage), NK-Cell 등 여러 종류의 면역세포에 다 작용할 수 있다.


그런 세포들이 모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약제반응을 예측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 두 번째는 현재는 10명을 치료하면 2~3명 정도에서만 반응이 있는데, 어떻게 더 많은 환자가 면역항암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때문에 면역항암제 간 병용,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의 병용, 방사선치료와의 병용요법, 표적항암제와의 병용요법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서 2~3명이 아닌 7~8명에게 반응이 보이는 날이 오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면역항암제로 인한 향후 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전망한다면.
면역항암제의 임상 연구를 통해서 확인한 환자의 임상적 효과가 흔히 볼 수 있는 치료 혜택이 아니다. 놀라울 정도의 효과를 보이는 환자들이 나타난다. 이런 약제는 그 동안 우리가 흔히 봐왔던 약제와 완전히 다르다. 물론 반응이 없는 환자들이 상당수 있다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연구를 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폐암 2차 치료로 FDA 승인을 받았지만 향후에는 당연히 항암화학요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면역항암제를 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분명히 어떤 약제와 병용요법을 해야 되는지 그 기준에 대한 합리적인 연구가 나올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위험요소를 가진 환자들한테 화학 예방(Chemo-prevent) 차원의 면역치료를 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


[인터뷰]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
박기택 기자
pkt77@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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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4 16:30 2016/04/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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