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미만이면서 전신상태 양호하면 5년 생존율 80%까지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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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연세암병원 혈액암센터 교수 = 정모(57. 서울 구로구)씨는 3년 전인 2014년 갑작스러운 두통과 평소보다 심한 기억력 감퇴 증상이 생기자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혹시 치매가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 병원을 찾았지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종양이 머릿속에서 발견됐다.


이후 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자 연세암병원을 찾은 정씨는 뇌 병변에 대한 조직 검사 끝에 그해 11월 최종적으로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당시 정씨는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 환자의 예후를 평가하는 국제평가 기준(IELSG) 점수가 4점으로 고위험군에 속했다. 정씨에게는 진단 후 다음 해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항암 치료가 이뤄졌으며, 2015년 2월에는 환자 본인의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질환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술'이 시행됐다.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지 2년여가 지난 정씨는 현재까지 재발이 없는 상태다. 다만, 경과는 계속해서 관찰 중이다.


정씨가 앓고 있는 질환은 전신의 림프절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의 하나인 악성림프종이다. 이런 악성림프종이 머릿속 뇌에 처음 발생하는 경우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으로 분류한다. 원발성이라는 말은 암세포가 처음으로 해당 부위에서 발생했다는 의미다.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은 전신 림프절에 발생하는 림프종과 비교해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 실제로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0%가 채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 환자의 예후를 평가하는 국제평가 기준(IELSG) 점수가 2점 이상이거나 항암 치료를 했는데도 조기에 암세포가 사라지지 않는 고위험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40%를 넘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환자에게도 희망의 불씨는 있다. 고용량의 항암제(메토트렉세이트) 치료 후 바로 자가조혈모세포이식술을 하면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가 확인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정씨가 바로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조혈모세포는 혈액 내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을 비롯한 각종 면역세포를 만든다고 해서 '어머니 세포'로 불린다. 골수나 말초혈, 제대혈 속에 주로 들어 있다. 이 수술의 핵심은 병든 조혈모세포를 빼내고 새로운 조혈모세포를 넣어주는 것이다.


연세암병원 연구팀(혈액내과 김진석, 방사선종양학과 서창옥,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종희, 병리과 김세훈)은 19명의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 고위험군 환자에게 항암치료 후 곧바로 자가조혈모세포이식술을 시행하고 이 결과를 '영국혈액학회지'(British Journal of Haematology) 최근호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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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결과 자가조혈모세포를 이식한 환자군은 5년 생존율이 80%까지 향상됐다. 조혈모세포를 새로 이식한 환자 80%가 5년 이상을 살았다는 얘기다. 반면 항암치료만 받은 환자군(47명)의 5년 생존율은 50% 수준이었다.


또 병이 진행하지 않고 생존하는 확률인 '5년 무병생존율'(progression-free survival) 역시 자가조혈모세포를 이식한 환자군이 60% 정도로, 항암치료만 받은 환자군(20%)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는 고용량의 메토트렉세이트 항암치료 이후에 자가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경우 미세하게 남아있는 잔류암을 조절함으로써 더 향상된 장기 생존율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65세 미만이면서 전신상태가 양호한 고위험군의 원발성중추신경계림프종 환자는 항암치료 후 바로 자가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게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김진석 교수는 1996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2년간 연수했다. 현재 연세암병원 혈액암센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와 대한혈액학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림프종연구회와 다발성골수종연구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또 아시아 골수종 네트워크(Asian Myeloma Network)와 아시아 림프종 연구그룹(Asia Lymphoma Study Group)의 맴버로도 참여하고 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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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7 14:13 2017/06/07 14:13

희귀암 재발 환자들에게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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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들을 매일같이 보는 의료진으로서 힘든 때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매우 어려운 순간이 있다. 힘든 항암치료를 종료하고 추적 관찰 중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온 환자와 가족들에게 ‘재발’ 소식을 알려야 할 때이다. 항암치료를 마치고 한시름 내려놓았을 텐데, 병이 재발해 다시 힘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은 아무리 매일 암을 진료하는 의사라 해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최근에도 희귀한 혈액암을 앓는 환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외투세포림프종’이라는 병이다. 이런 희귀한 암을 앓는 환자의 경우 본인의 병을 받아들이는 데만도 힘든 시간을 보낸다. 또 희귀암은 정립된 치료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재발 시 항암치료를 하더라도 치료 효과를 낙관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외투세포림프종은 국내 환자 수가 300여명으로 드문 암이다. 60대 이상에서 환자들이 많고 림프종의 다른 아형에 비해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 환자들의 나이가 많다 보니 고용량의 항암치료를 반복적으로 지속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어렵사리 1차 항암치료를 잘 견딘다 하더라도 재발이 잦다. 그동안 기존 항암치료에 실패하거나 재발한 외투세포림프종 환자들은 처음에 사용했던 항암제 이외의 조합으로 또다시 항암치료를 받아왔다.

독성이 많은 항암제 여러 가지를 복합해 사용하다 보니 환자들이 치료 과정 중 동반되는 부작용으로 힘들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재발했을 때 겪어야 하는 좌절감만으로도 힘든 환자들에게 더 좋은 치료방법을 제안할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다행히 최근 재발·불응성 외투세포림프종 환자를 위해 기존 항암치료처럼 입원해 주사치료를 받지 않고 집에서 알약을 먹으면서도 기존의 항암치료만큼이나 효과적이고 부작용은 적은 경구용 약제가 개발됐다. 국내에서도 이미 허가를 받았다. 외투세포림프종이 재발했거나 기존 치료방법이 효과적이지 않았던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먹는 약이므로 입원해서 항암치료를 받는 기존의 주사제제와 비교해 치료에 대한 환자의 심리적 부담이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항암치료로 인한 구토, 탈모, 감염 등 심각한 부작용의 발생 빈도도 매우 낮아졌다. 게다가 알약 한 가지로 빠르고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보인다.
 
드라마나 영화 속 난치병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혈액암인 백혈병은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혈액암 중 발생 빈도가 높은 림프종에 대해서는 오히려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외투세포림프종과 같은 희귀한 림프종 아형은 일반인들에게 더욱 낯설다. 이런 희귀질환은 신약이 개발되기도 어렵고, 실제 힘들게 임상연구를 마치고 효과가 검증되더라도 보험급여를 보장받아 사용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기존의 항암치료에 불응하거나 항암치료를 받고도 재발한 환자들만이라도 경제적 부담으로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합리적인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마련되길 바란다.
 
김진석 |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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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0 14:56 2015/11/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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