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의사들이 로봇을 이용한 새로운 수술법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화제다. 지난 6월 영국에서 개최된 제3회 복강경 직장암 수술 국제 심포지엄에는 경북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최규석 교수가 초청받았다. 최 교수가 로봇을 이용해 시술한 직장암 수술은 영국 공영방송 BBC에 방영되기도 했다.

한국 의사들이 로봇수술에서도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원래 뛰어난 수술 실력을 갖춘 데다가 로봇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손기술 때문이다. 최 교수가 수술에 이용한 로봇은 세계적 수술로봇 제조업체인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 의료로봇’이다. 미국 기업의 제품이지만 이 로봇의 다양한 활용도가 빛을 보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인 셈이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최근 한국 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12월 9일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KT&G 대치빌딩 7층에 있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한국 본사(대표 제론 밴 히스윅)를 찾았다. 사무실 한편에 설치된 다빈치 로봇을 시운전해 보기 위해서였다. 병원이 아닌 사무실에 직접 수술로봇을 가져다 놓은 것은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최초라는 게 이 회사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 강효정 과장의 설명이다. 강 과장은 “흔히들 로봇수술이라 하면 로봇이 수술의 전 과정을 알아서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정확하게 얘기하면 의사가 조종하는 로봇팔이 수술을 하는 시스템”이라며 “모든 수술은 100% 의사의 통제 아래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한국 의사들이 수술로봇을 정교하게 제어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는 기자가 직접 로봇을 시운전해 보면서 알게 됐다. 다빈치 시스템은 크게 콘솔(Console), 3개의 로봇팔(Arm)이 부착된 환자 카트(Patient Cart), 3D HD 비전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의사가 콘솔에 앉아 기계를 작동시키면 로봇팔이 움직여 수술을 한다. 기자도 콘솔로 로봇팔을 제어해 간단한 작업을 해봤다.

콘솔에 앉아 망원경 모양의 비전 시스템에 머리를 가져다 대니 기계가 사람을 인식하고 움직일 준비를 했다.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화면에 가상의 수술 부위와 로봇팔에 달린 집게가 보였다. ‘엔도리스트(Endowrist)’라 부르는 집게는 수술 부위에 맞춰 갈아 끼우게 되어 있으며 사람 손목과 유사하게 움직인다. 가상 수술 부위의 실제 크기는 직경 10㎝가 되지 않았는데 화면에 보이는 수술 부위는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확대되어 나타났다.

강 과장은 “3D 카메라를 이용해 수술 부위를 10배까지 확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의 클러치처럼 생긴 발판으로는 카메라의 각도 등을 조절하게 되어 있었다. 비전 시스템 하부에 달린 두 개의 팔에 각각 왼손과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를 끼우니 로봇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팔은 기자의 손가락 움직임은 물론이고 손과 팔목, 팔꿈치의 움직임까지 정확하게 따라했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는 것과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로봇이 다양한 각도로 움직이는 것은 수술로봇의 핵심기술이다.

◇ 한국의 의료로봇 기술 발전 속도 미국이나 유럽보다 빨라

이날 기자는 손가락 모양의 돌기에 걸쳐진 고무링을 이리저리 옮기는 동작을 해봤다. 회사 측은 조금 더 익숙해지면 포도 껍질을 벗겨 내는 시운전을 한다고 했다. 10분 남짓 정도만 시운전을 해봤기 때문에 어색함이 없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연습을 통해 숙달이 된다면 충분히 자신의 손처럼 활용할 수도 있어 보였다.


		서울대병원에서 다빈치 수술로봇을 이용해 직접 시술하고 있는 장면. photo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에서 다빈치 수술로봇을 이용해 직접 시술하고 있는 장면. photo 서울대병원
다빈치 수술로봇의 가격은 대당 30억원 정도. 30개 국내 병원에 45대가 도입되어 있다. 2005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처음 도입한 후 국내에서 이 시스템을 이용해 총 6000여건의 수술이 시행됐다. 다빈치 시스템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이용되는 로봇수술이다. 2012년 말 기준으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등 전 세계 2050개 병원에서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 의료로봇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최근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 코리아의 강 과장은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볼 때 한국의 비중은 굉장히 낮지만 로봇수술을 다양하게 응용하는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본사에서도 한국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 회사의 CEO(최고경영자)인 게리 굿하트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홍보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에는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스마트 클라우드쇼 현장에 다빈치 로봇 수술기 체험관을 만들어 어린 학생들로 하여금 직접 시운전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세계 1위 업체가 한국 시장 마케팅을 강화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한국 의료로봇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로봇 시장 규모가 점차 커져 가고 있는 가운데 의료로봇 기술의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 시장에서부터 밀릴 수 없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에서조차도 한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빠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의 의료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기존 수술로봇을 이용한 임상실험에서 놀랄 만한 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정웅윤 교수와 서울대학교 외과 윤여규 교수의 경우 다빈치 시스템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목에 흉터를 남기지 않는 갑상선 수술법을 개발해 많은 해외 의료진이 이를 배워 가고 있다. 또한 위암, 직장암, 인후두암에 대한 로봇수술 방법도 국내 의료진에 의해 최초 개발됐다.

로봇수술과 관련한 논문 발표도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인튜이티브 서지컬 코리아 이은희 부장은 “젓가락 문화에 기반한 섬세한 손기술을 지닌 국내 의료진들은 로봇수술 분야에서도 뛰어난 손기술을 보이면서 로봇수술의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국내 의료진이 개발한 한국형 로봇수술법은 전 세계 의료진의 교과서로 채택되어 활용될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제조용 로봇기술은 세계 4위에 위치할 정도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런 로봇기술에 의료진들의 손기술이 더해지면서 의료로봇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료로봇학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의료로봇은 한양대 차세대지능형수술로봇센터의 양방향 방사선 투시기 로봇시스템(BFRS), 국립암센터의 복강경 수술로봇(LapaRobot), KAIST의 미세수술용 원격로봇시스템과 NOTES(Natural Orifice Transluminal Endoscopic Surgery·자연 개구부 내시경 수술), 고관절 전치환 수술로봇(Arthrobot), 복강경 수술 보조로봇이 있다.

최근에는 전남대 로봇연구소가 박테리아 로봇, 재활치료용 케이블 로봇, 혈관치료용 마이크로 로봇 등 상용화를 앞둔 첨단 의료 로봇들을 공개한 바 있다. 특히 전남대 로봇연구소가 개발한 혈관치료용 마이크로 로봇의 경우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만들고 있다. 이 로봇의 크기는 현미경으로나 보이는 1마이크로미터. 암세포를 찾아가도록 만든 박테리아에 로봇을 붙이면 암세포에 도달한 로봇이 안에 내장한 약물을 내뿜도록 만들어졌다. 정교한 유도탄처럼 항암제를 정확하게 암세포에만 보낼 수 있는 기술이다.

◇ 로봇수술로 인한 사망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놓고 의료계 내부에서 논쟁도

전문가들은 전 세계 수술로봇 시장이 올해 약 300억달러를 형성하며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했으며, 2018년에는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의료제도가 가장 보수적이라 평가받는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로봇수술의 성장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의사들이나 의료체계가 워낙 보수적이어서 새로운 수술법 도입을 꺼려한다고 한다. 그런 일본에서 지난해 4월 로봇 전립선암 수술을 국가 보험 지원 대상으로 지정했고 외과·산부인과 수술도 순차적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의사는 다빈치 로봇에 설치된 카메라로 수술 부위를 직접 보면서 수술한다. 사진은 카메라에 보여지는 영상. photo 인튜이티브 서지컬 코리아
의사는 다빈치 로봇에 설치된 카메라로 수술 부위를 직접 보면서 수술한다. 사진은 카메라에 보여지는 영상. photo 인튜이티브 서지컬 코리아
이처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의료로봇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그리고 우리나라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는 다빈치 시스템을 앞세운 미국이 앞서 나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 과학자들이나 의사들도 ‘다빈치의 독주를 우리 기술로 끝내는 것이 목표’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대중공업과 한국야쿠르트 등 국내 대기업들도 의료로봇 제작시장에 뛰어들었다.

로봇수술이 의료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가 시장성 때문만은 아니다. 로봇수술은 의학적으로도 많은 진보를 가져다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확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수술로봇은 100만번을 반복해도 항상 동일한 정밀도를 발휘할 수 있다. 로봇을 활용하면 인간의 손기술로는 불가능한 미세한 절단이나 봉합도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다.

최근 의료드라마를 통해 알려졌지만 수술 시 의사의 손떨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 실수도 수술로봇으로 해결했다. 이은희 부장은 “수술경험이 많은 의사들이 나이가 들면 손떨림으로 인해 직접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술로봇이 개발되면서 이런 의사들의 노하우를 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환자의 흉터가 적고 회복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일반적인 수술의 경우 사람의 손이 들어갈 정도로 절개를 해야 하지만 로봇수술은 로봇팔의 직경이 1㎝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절개 면적도 작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술 후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일어날 확률도 현저히 낮다.

로봇수술 시장이 커지면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가장 많다. 최근에는 로봇수술로 인한 사망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놓고 의료계 내부에서 논쟁도 벌어졌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해 8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대 교수로부터 동료의 수술 사망률이 80%에 이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교수는 로봇수술을 도입했는데, 경험이 많지 않았나 봅니다.

아직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는데, 환자들을 수술대에 올린 겁니다”라고 한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이 발언으로 인해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결국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2005년부터 국내 모든 병원에서 시행된 2만944건의 로봇수술 사망률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실시했다. 그 결과 로봇수술의 사망률이 0.02%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통하는 의료로봇 시장을 그동안 학계에서 주도해 왔다면 최근에는 정부 지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남대 로봇연구소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에 ‘마이크로의료로봇센터 구축사업’ 명목으로 예산을 신청해 거의 통과단계에 와 있다. 예산이 확정될 경우 전남대는 향후 5년간 3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기계로봇과 엄찬왕 과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가 IT기술이 발달해 있고 의사들의 수술 실력이 좋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의료로봇이 발달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며 “이미 의료로봇을 만든 지 30년 가까이 되어가는 인튜이티브 서지컬 쪽에서도 경쟁자가 생긴다면 한국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성이나 의료수가 문제 등이 남아 있지만 시장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에서도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는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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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9 16:49 2013/12/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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