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온천 여행을 하고 오다(1)


지난 해에 망구님이 좀 크게 아프고 난뒤에 아직도 완전 회복을 못해 비실비실하고 필자도 덩달아 심신이 피곤해 져서

이번 설 연휴에는 먼곳 말고 어디 가까운 데서 온천이나 하면서 푹 쉬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큰 며늘아이 우렁각시가 연락해 온다.

" 어머니 아부지, 이번 가족 여행은 가까운 일본 마츠야마(松山) 온천 여행을 하기로 했어요. 마츠야마 교외에 있는

오쿠도고 호텔을 예약했어요. 3박4일 자유여행으로요"

"으응, 잘했다. 엄마, 아버지는 몇년 전에 이미 한번 갖다 왔지만  온천하고 쉬기에는 좋은 곳이다. 조용하고 온천물 좋고..."


마츠야마는 일본의 4개의 큰섬 중 제일 작은 시코구(四國)섬의 중심도시다. 시코쿠 에히메현 북쪽 세토나이카이와 연해있는 인구 51만의 도시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도고온천이 있고 소설 봇짱으로 유명한 도시다. 또 최근 재개봉되고 있는 에니메이선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도시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가깝고 일본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복작복작하지 않아 조용히 쉬었다 오기는 딱인 곳이다.

"망구야, 그 호텔 식당에서 즉석 가마보꾸(어묵) 만들어 주던 거 참 맛있었는데......그리고 그 뭔가 정글 온천탕도 참 재미있었어"

"글쎄, 이번에도 그 아줌마가  가마보꾸 만들어 줄지...정글 온천은 리노베이션 한다고 하던데..."

그전에 갔을 때 그 지방 말로 "장그루 온센"이라 해서 바나나, 야자수등 열대 식물 사이사이에 자그마한 온천탕을 12개 만들어 놓아

수질이 다른 탕을 한가지씩 옮겨가며 즐기던 맛이 쏠쏠 했는데 이번에도 즐길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긴 연휴기간이어서 공항이 너무 복잡해 발레파킹 서비스는 못받고 장기주자장에 차를 어렵사리 파킹해 놓고 튼튼이 공주를 제외한 우리 가족 7명은 짐을 붙이기 위해 길게 늘어선 대기선을 잘도 참아낸다.

언제나 처럼 에너지 통통이는 필자를 보자마자 한층 세어진 힘으로 하이피이브 인사를 한다.

"통통아, 축하해, 전교 부회장 당선된 거... .. 다섯명 나와서 나머지 4명 표를 다 합쳐도 통통이 표 만큼 안되었다며? 어이구, 장하다, 내 새끼. 할아버지도 고등학교까지는 회장 아니면 부회장 했지......."

"으응, 할아버지 피를 받았나 봐..."

이제 통통이는 어린이가 아니라 청소년이 된 것 같다.  훨씬 으젓해지고 행동이 음전해졌다.  키도 지 할머니키에 육박하고 손 크기도 지 작은 엄마 기쁨조 손 크기와 비슷하거나 약간 더 커진 것 같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것이다.  다음 추석에는 아마도 튼튼이 공주도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동서간인 우렁각시와 기쁨조가 히히호호 얘기하는데 목을 보니 목주름이 둘이 닮았다. 에너지 통통이 목주름도 제 어미인 우렁각시와 똑 같다.

망구님이야 젊을 때부터 목주름이 뚜렷했으니까 두 말할 필요 없고......흐흐... 어찌 우리집 여자들은 내가 좋아하는 목주름을 가지고 있네....

"니 네들, 다 목주름이 이쁘다"

"아이, 아부지 그것 때문에 속 상한데........"


드디어 티켓팅하고 짐붙이고 핸드 폰 로밍하고 공항안으로 들어간다.

아니, 매번 먼저  면세품 찾고 또 뭐가 모자란지 면세품 가게 순례를 하는 것이다. 화장품은 꼭 여기 면세점에서

산다니까... .. .. 작은 낯짝에 뭘 그렇게 바를 게 많다고 ......

남자 입장에서는 여자 화장품 쇼핑 따라 따니는 것이 고역중에 고역이라....ㅎㅎ..

눈치 첸 망구님이 말한다. "당신은 저 밖에 나가서 기다리슈.... 따라 다니지 말고...."


점심은 공항 2층 프드코트에서 각자 좋아하는 것으로 시킨다.

다른 사람들 것은 시키자 마자 곧장 음식이 나왔는데 망구님, 우렁각씨, 통통이 애비가 시킨 소바정식은 안나오는 것이다.

30분이 지나 다른 사람은 다 먹고 난 후에도 안 나오는 것이다.

"어, 이거 이러다가 뱅기 놓치겠다. 여기요, 어떻게 된 거예요?"

"예,예, 5분이면 나옵니다"  그 5분이 두번이나 지났는데도 안나오는 것이다.

"안되겠다, 취소하고 패스트푸드집에서 해결하자"

취소하고 계산하고 나오려는데 아무래도 계산이 이상하다.

"이봐요, 이거 이상 하잖아요? 계산 다시 해봐요"

"아, 죄송합니다. 안드신 것 세사람분 것 빼야 되는데 한사람분 만 뺏군요.."

사람 열받게 해서 한바탕 하려다가 시간도 없고 그렇게 해봐야 내 혈압만 올라가지 싶어서 그냥 패스하고 나온다.


드디어 마츠야마행 비행기에 오른다.

와~~, 완전 만석이다. 이 인간들 명절만 되면 다 외국으로 나가는 구만.......우리 가족 포함해서 말이지....ㅎㅎ

마츠야마 까지는 1시간 30분 비행거리란다. 근데 1시간 10분지나니까 마츠야마 상공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마츠야마는 생각보다 큰 도시로 보인다.

"흠~,  이 도시에서 고베 쿠마병원 원장인 미아우치(Akira Miyauchi)가 태어 났다지.... 아마 내가 왔다간 걸 안다면

깜짝 놀랠 걸.....ㅎㅎ"


비행기에서 내리니까 에히메현에서 한국관광객을 위해 준비한 무료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 일행의 목적지인 오쿠도고 호텔을 중심으로 유원지가 조성되어 있지만 비시즌이라 그야말로 휴식을 위한 손님만 찾아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우리는 6층에 예약된 방으로 가서 각자 짐을 푼다.
우렁각시가 지 신랑하고 동서한테 유혹의 말을 건넨다.
"우리 시내로 나가 볼까?"

"아서라, 호텔에서 주는밥 먹고, 오늘은 온천하고 쉬면서 내일 어떻게 할지 계획을 짜도록 해야지...."

필자의 한마디에 깨갱 들어가고 오늘은 온천만 하고 쉬기로 한다. 온천하려 왔으면 온천을 즐겨야지....


하~~, 그런데 식당 그 아줌마가 만들어주는 즉석 가마보꾸 서비스도 없어지고.....

열대분위기 정글온천도  현대식 노천온천탕으로 리노베이션되어 버렸잖아......

망구님이 한마디 던진다.
"거 보쇼, 너무 기대 하지 말라 그랬잖아요. ... 호호"

그래도 온천탕에 몸을 담구니까 세상천지가 내것이네.

"으으으~~유황 온천이라 물도 미끄럽고 좋구먼........ 으으으......."


(다음편으로 계솎)

2015/03/06 13:07 2015/03/06 13:07

진료일지 (130) :3월2일


36세 여자 환자 :미만성 석회화(경화성)변종 유두암에다 성대신경 침범까지 있어도....


"거참 이상하네, 요즘 왜 이런 환자가 증가 하지?  이런 환자만 몰려 와서 그런가? 걸핏하면 미만성 석회화 변종이라니...

우리나라는 원자로 사고도 없었는데 말이지. 게다가 이 환자는 성대신경 침범까지 있고...어렵다, 어려워.."


 이 환자를 처음 만난 것은 2015년 1월이다.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 건강검진에서 오른쪽 갑상선 날개에서 유두암이 발견되어

필자에게 넘어온 환자다.. 물론 세침세포 검사 결과다.

가지고 온 초음파 영상을 보니 아이구야, 또 미만성이네,  눈폭풍이 오른쪽 갑상선 날개에서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고, 눈발이 이리저리 휘날리고 (snow storm)... 중앙경부림프절 전이가 오른쪽은 물론이고 왼쪽에도 전이가 보이고...게다가 오른쪽 오른쪽 옆목 level 3, 4 에 전이 림프절이 더글더글 자갈밭을 이루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전이가 심해져 있는데도 환자는 전혀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니 하~참...

그래도 저런 경우는 빨리 수술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오 코디 보고 수술날자를 좀 땡겨 보라고 한다.


미만성은 갑상선유두암의 한 변종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전형적인 유두암과는 임상, 병리, 분자 생물학적 소견이 다르다.

최근 자료(Crit Rev Onco Hematol 2014 Dec 18, epub)에 의하면 전체  유두암의 0.7~6.6 %정도로 그리 흔한 종류는 아닌 것으로 되어 있다.

주로30대 이하  젊은 여성에서 잘 생기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 같은 방사능 피폭 지역에는 어린이에도 호발 한다. 아마도 일본 후쿠시마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미만성은 전형적인 유두암과는 달리 명확한 결절이 형성되기 보다는 암세포가 작은 모래알 처럼 확산 (擴散)되는 모양을 보인다.  

대부분이 만성 갑상선염을 동반하고 있고, 초반 부터 잘 퍼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림프절 전이율이 전형적인 유두암보다 2배 잘하고(80% 대 43%), 피막밖으로  잘 퍼져 나가고(40%), 폐, 뼈, 뇌등 원격장기 전이가 평균 5% (최고 19%)정도 일어난다.

전형적 유두암에 비해 BRAF 돌연변이율은 낮으나  RET/PTC 재배열율은 높은 양상을 보이고 있고.....


이러한 모양을 보아 미만성 석회화변종은 전형적인 유두암과 비교해서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8년 추적 성적을 볼때 13%(n=89/641)의 재발율, 3%(n=19/641)의 사망율을 보여 기존의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전형적인 유두암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최근에는 보고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옛날보다 암이 빨리 발견되고 치료도 옛날보다 더 적극적인 치료(aggressive treament)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미만성이라고 진단되어도 광범위하게 암조직을 제거하고 수술후 고용량의 방사성 요드치료와 TSH 억제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면 희망을 가져도 된다는 것이다.


오늘 이 환자도 중앙경부림프절과 오른쪽 옆목림프절에 전이가 많이 일어났지만  큰 어려움 없이 스무스하게 수술이 진행되었는데,

이 환자 역시 며칠전에 경험한 환자처럼 그만 오른쪽 성대신경이 전이림프절에 의해 완전 점령당해 있었던 것이다.

지난번 환자보다 전이 림프절 암조직이 성대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정도가 훨씬 심하다는 것이 부담 백배다.

암조직과 함께 성대신경을 짤라야 할까 암조직을 조금 남기더라도 성대신경을 보존해야 할까 ...햄릿의 고민을 하고 또 했던 것이다.

짜르게 되면 환자의 목소리는  100% 허스키로 변할 것이고....

어찌어찌 필자의 오른쪽 어깨가 떨어져 나가는 고통스런 미세수술 끝에 육안으로 보이는 암조직을 성대신경을부터 분리해 내는데 성공한다.

미세하게 암세포가 신경 가닥에 남아 있을지는 몰라도.... 이 정도는 나중에 고용량 요드치료로 해결 될 것이다.


수술후 병실로 가서 환자로 하여금 아~~, 소리를 내 보게 한다.

아~~, 약간 저음이지만 만족스럽게 나온다. 저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문제 없을 것이다.

"어때요? 괜찮지요?"

"아뇨, 목소리가 변한 것 같은 데요'

의료진 입장에서는 미만성 석회화(경화성) 변종에다 성대신경 침범까지 있어도  수술후 저 정도의 목소리는 합격이라 생각되는데 환자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라....

우짜노,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재발 없이 오래오래만 살아 주소....ㅎㅎ.

2015/03/06 13:06 2015/03/06 13:06

진료일지(129) : 2월27일

69세 남자 환자 : 이런 경우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에휴...

 

'나는 선생이 수술해서 고쳐 준다해서 입원해서 검사하고 했는데 오늘 와서 수술 안해준다고 하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소?

어제 수술준비한다고 검사한 비용은 어떻게 보전한단 말이요?"

"수술해서 고쳐드리려 했지요. 근데 오늘 아침 정밀 검사 결과가 수술해서 지금 아프시다는 걸 고칠 수 없을 거라고 판정이 되어서 그렇게 결정한거지요. 대신에 통증 의학과에 긴급 의뢰해서 지금 통증이 있는 부위를  해결 시켜드리려고 한 것이지요 "

"통증 의학과에 가 보니까 선생과 똑 같은 소리를 하더구만..."

"화 내시는 것 좀 이해는 되지만 제 나름대로 성의를 다해서 빨리 빨리 일을 진행시켜 드리도록 한다는 것이....."

"그럼 처음부터 수술이 안된다고 해야 되는 것 아니요?"

"그점 미안  하게 생각합니다. 비용 들어간 것은 제 권한으로 어떻게 하는방법은 없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제가 봐드릴 때

다른 방법으로 혜택이 가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필요 없어요, 앞으로 이 병원 이용 안할거요, 인터넷에 선생과 이 병원에 대하여 다 올릴거요. 퇴원 할 때 비용나온 것 보고

내 그냥......."

"자,  자, 화 푸시고,,,,"

"선생 믿고 5년 전에 수술한 건데 내 나이 70인데 수술 안하고 살아도 될 걸 수술 한거 아니요. 한 80까지만 살면되는 건데

괜히 수술해가지고...."


오늘 수술받으려 하다가 수술이 취소되니까 그동안 들어간 비용때문에 화가 몹시 난 환자와의 대화다.

옆에서 듣고 있던 전공의와 한나가 "아니예요, 교수님, 아까는 내가 비용 때문에 이러는 것 아니다 라고 했는데요" 한다.


무슨 애기인고 하니 사연은 이렇다.

이 환자는 5년전에 갑상선암으로 갑상선 전절제수술을 받고 지금까지 재발없이 잘 살고 있는 환자다.

매년 정기검진 때마다 "아, 내가 교수님, 얼마나 선전 하고 다니는데요" 하면서 호감을 표시해 왔다.

근데 2개월전인가 갑자기 찾아 와서 오른쪽 뒷 옆목이 가끔씩 찌르듯이 아파서 개인의원에가서 X-ray를 찍어 보니까

무슨 자그마한 금속물질이 보여서 수술한 병원에 가보라해서 찾아 왔다는 것이다.

일견 보니까 갑상선 수술한 부위와는 거리가 먼 옆목의 연조직에  1cm크기도 안되는 무슨 금속 클립같은 것이 한개가 보여 혹시 수술할 때 지혈 하기 위해 혈관을 찝는 실버클립(siver clip)이 아닌가 생각 되어서, "옛날 수술할때 클립을 썻는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렀다 해도 지금와서 아프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데요. 우선 진통제를 아플 때 마다 드셔 보시지요" 하면서 진통제 중에서도 약한 p---을  처방했던 것이다.


1개월여후에 환자는  진통제가 들을 때도 있고 아플 때도 있다고 하면서 수술을 해서 제거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거 간단한 것 아닌데요, 클립같이 생긴 것 찾아 제거하는 것이 태평양의 동전 찾기인데요. 만약 수술한다면 수술전에

위치검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그래서 환자가 원하는대로 제거수술을 하기로 했는데, 그만 수술전 사전 검사에서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와 70대 고령이고해서 수술전 심초음파검사등 수술안전 검사를 하고 금요일인 오늘에 제거수술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근데 아침에 클립의 위치검사를 하던 영상의학과에서 환자가 아프다는 하고 하는 지점에는 클립이 안보이고, 그 클립은 옛날 갑상선 수술하기 전에도 목CT스캔과 X-ray 사진에 보인다고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따라서 이 클립 같이 보이는 금속 물질은 이전의 갑상선 수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에이 괜히 고민 했잖아...그럼 수술할 필요가 없구먼, ....이 번 통증은 이 클립같은 것과는 관련이 없으니까 말이지......지금 아프다는 부위와 클립이 있는 위치와는 너무 거리가 멀고....햐~~, 왜 내가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이 이 클립과 연관지어서 생각 했던고...,좌우간 수술을 안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당장 환자 병실에 올라가서 자초지종을 얘기하니까 환자는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화를 낸다.

"다시 X-ray 사진 찍어 줘요, 이해가 안돼....."

다시 사진을 찍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로 나와 수술 보다는 통증의학과에서 치료하는 것이 낫겠다고 권유를 한다.

환자는 수술만 하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것이라고 단단히 믿고 있다가 수술이 안된다고 하니까 황당하고 화도 나고 그러는 모양이다.


그래도, 갑상선 전담 간호사 한나에게 통증의학과에서 시술을 받도록 안내를 하게 해놓고, 필자는 수술실로 돌아가서 남은 다른 수술을 진행한다.

그런데 환자는 통증의학과에가서 진찰까지만 받고 시술받는 것은 거절하고 필자에게 항의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경우 필자 입장에서는 참 난감한기라....

진찰과정이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면 문제가 없겠는데 때로는 이런 황당한 일이 생겨 난처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 환자를 수술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아마도 환자는 환자대로, 필자는 필자대로 고생만 하고 원래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환자의 항의는 더 거세어지게 되었을 것이다.

현재로는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상책이라 판단되는데... 환자는 왜 처음부터 그런 말을 하지 않았냐고 화를 내고 항의를

하는 것이다.

오후 다른 수술을 끝내고 병실로 올라가서 환자의 손을 잡고 다시 설명하며 양해를 구해도 막무가내다.


환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만 그래도 현재 상황에서는 필자가 내린 판단대로 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최상책이라 생각되는데..... 환자를 이해시키지 못하니 참 난처하고 난감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에휴.....


사족:현재로서는 시간이 지나 환자분의 화가 풀려 필자와 다시 따뜻한 인간관계가 회복되어 통증없이 건강하게 여생을 살수 있기를 기도하는 도리 밖에 없다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

2015/03/06 13:06 2015/03/06 13:06

진료일지 (128) :2월25일


31세 여자 환자 : 0.5cm 암인데도 옆목 림프절까지 퍼지고....

 

수술실, 수술대로 옮겨 눕는 환자와의 대화다.

"아니, 어떻게 발견되었어요? 갑상선에 생긴 암은 아주 작은데 이렇게 옆목 림프절까지 퍼지고....작으니까 아무 증세가 없었을 텐데?"

"그냥, 회사 건강진단에서 발견되었어요"

"작년 한때 비갑상선 전문의사들 말대로 증상이 없으면 진단도, 치료도 안해도 된다고 했는데 그들 말대로 했으면 어떻게 될 뻔 했어요?"

"글쎄 말이예요"

"아직 미혼이지?"

"아직 못했어요..."

"못한것이 아니라 안했겠지......예쁜 아가씨인데.....미혼 아가씨들이 오면 훨씬 신경이 더 쓰인단 말이야"

"잘 부탁 드립니다'

"내 하는 데까지 상처가 덜 나오도록 노력할테니까 너무 걱정말고....나중에 피부과에서 레이져 치료도 받고....

지금 얘기 나눈 것을 나중에 기억할런지 모르겠네..."


이 아가씨는 정말 아무런 증상이 없었단다.

회사에서 실시하는 정기 검사에서 덜커덕 갑상선 유두암이 발견된 것이다.

사실 갑상선에서 발견된 혹은 우측에 0.5cm, 0.4cm, 0.28cm 크기의 결절이고, 좌측은 1.2cm ,0.8cm 크기의 결절이었는데

세침검사에서 유두암므로 확정된 것은 우측의 0.5cm 결절 하나 뿐이다.

초음파 영상에서 암이 의심되는 0.5cm 결절은 오른쪽 갑상선날개의 윗쪽 피막 근처에 위치해 있다.

결절 속에 작은 모래알 석회화 소견(microcalcification)과 경계가 매끄럽지 못한 것이 유두암을 많이 시사한다.  

게다가 오른쪽 옆목 level 3와 4 림프절들이 크지는 않지만 동그랗고, 지방문(fatty hilum)이소실되고, 고에코(hyperechoic)를 보인다.

저건 전이된 림프절 소견인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세침검사결과가 유두암이 전이된 걸로 나온다.

다시 초음파를 자세히 보니 오른쪽 기도식도 협곡(tracheoesophagial groove)과 총경동맥 뒤쪽으로도 전이가 의심되는 작은 림프절들이 산재해 있다.


야~, 이것 참, 미혼 아가씨인데....

그래도 어쩔 것인가, 원칙대로 해주어야지...


수술은 갑상선 전절제숫, 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 우측 옆목 림프절 청소술을  해준다.

당연히 갑상선만 떼는 수술보다 절개선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다행하게도 level 2와  level 5 에는 림프절 침범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윗쪽 level 2 와 level 5의 뒷쪽은 남겨두는 변법 옆목림프절 청소술까지만 한다. 조금이라도 절개선의 길이를 줄여 주기 위해서다.

수술은 아무런 이벤트 없이 깨끗이 종결된다.


저녁회진으로 병실로 올라가서 보니 수술에 따른 합병증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목소리 좋고, 오너 증후군 없고, 손발 저림 없고, 어깨운동 장애도 없고....

"수술전에 얘기 나누었던 기억해요?"

"네, 기억 나는데요.."

"수술자리 아픈 것은 오늘, 내일 이틀만 참으면 될거야, 조끔만 참으셔..잘 회복할거야...."

돌아서 나오려는데 환자의 어머니가 눈물을 머금고 묻는다.

"괜찮을 까요?"

"예,예, 염려 마십시요. 앞으로 결혼하고 아기 가지는 데에도 아무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에휴~~, 0.5cm 밖에 안되는 암인데도 옆목 림프절까지 퍼져 가지고...

2015/03/05 16:38 2015/03/05 16:38

진료일지 (127) :2월23일


53 세 여자 환자 : 전이 림프절이 성대 신경을 싸고 있으면 집도의는 긴장한다


지난12월 중순 건강진단에서 발견된 갑상선 유두암으로 전원되어 온 환자다.

가지고 온 초음파영상을 보니 오른쪽 날개에 석회화(calcification)를 보이는 결절이 두개 보이는데

윗쪽 것은 사이즈가 0.9cm이고, 아랫쪽 것은 1.3cm다.

두개 모두 경계가 삐쭉삐쭉하고. 윗쪽 것은 뒷쪽 피막을 뚫고 나갔고, 아랫 쪽 것은 앞쪽 뒷쪽 피막을  다 침범했으나

윗쪽 것만큼 심하게 뚫고 나간 것  같지는 않다(abutting).

왼쪽 날개에도 똑 같은 모양을 가진 0.5cm 결절이 보이는데 세침검사에서는 암세포를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아마도 작아서 뽑아져 나온 세포수가 적어서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암이 얼마나 더 퍼졌나를 알아보기 위한 초음파 스테이징(ultrasonographic staging) 을 보니까 오른쪽 중앙경부에 전이가 강력히 의심되는 림프절이 0.8cm크기로 두개 보이고, 오른 쪽  level 4 옆목림프절에도 1,0cm크기의  전이림프절이 자리잡고 있다.

림프절의 장축과 단축(long and short axes)의 비율(장축/단축) 즉 Solbiati index가 <2  이하이고,

지방문(fatty hilum)의 소실, 불규칙적인 경계, 약간의 고에코(hyperechoic)가 보이는 것을 봐서 전이가 의심되었던 것이다(Thyroid 2015 ;25(1):3~14).

결정적인 것은 오른쪽 level 4 림프절에서 체크한 Tg(thyrpglobulin)가 5000 ng 이상이 되어 옆목 림프절 전이가 확실한 것이라 생각 되었던 것이다. 

수술은 갑상선 전절제술+ 중앙경부 청소술+ 오른쪽 옆목림프절 청소술을 하기로 한다.

그래도 전이된 림프절 수가 많지는 않아 수술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왠걸 오른쪽 옆목림프절 청소술은 스무스하게 진행되는데, 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에서 그만 브레이크가 걸린다.

전이 림프절 한개가 오른쪽 성대신경을 감싸는 모양으로 침범해 있는 것이다.

이런 림프절 전이는 암세포가 림프절 피막(lymphatic capsule)을  뚫고 나갔기 때문에 재발율이 높고 장기 생존율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Thyroid 2014 ;24 (12):1790~5)).


그렇다해도 우선 당장 급한 것은 성대신경을 살리면서 전이된 암조직을 성대신경으로 부터 분리해 내는 것이다.

수술후에 신경손상이 와서 목소리가 쉬게 되면 환자가 얼마나 실망할지 모르기 때문에 어떡하든 살려내는데 까지는 살려야 하는 것이다.

온갖 신경을 다 써서, 필자의 어깨가 빠져나가는 긴장속에서 어찌어찌 신경과 암조직을 분리해 내는데 성공한다.

이 다음 부터는 일사천리로 수술이 진행되어 별탈 없이 수술이 종결되었다.


문제는 성대신경을 아무리 잘 보존했다 하더라도 수술후에 얼마동안은 목소리의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수술한 어느 약사도 이 환자와  마찬가지로 성대신경과 암조직을 잘 분리해 내고 신경보존도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수술 1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목소리 회복이 안되어 속을 태우고 있지 않은가.

결국은 돌아 오겠지만 그때까지 환자가 고생할 생각을 하면 미안하기 짝이 없다.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의 환자를 찾아 간다.

"수술 끝났어요,   아~~, 해보세요,

"아~~,아~,  감사합니다"

아, 소리가 잘 나온다.  약간 저음이지만 저 정도는 수술 직후에 정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된 것이다.

수술중에 전이 림프절이 성대신경을 둘러 싸고 있는 것이 발견되면 담당 집도의가 얼마나 긴장하게 되는지 환자는 모를 것이다.

아이구~, 아직도 오른쪽 어깨가 뻐근하네....ㅎㅎ..

2015/03/05 15:19 2015/03/05 15:19

진료일지(126); 2월 16일


33세 여자 환자 : 우쨋거나 피막침범 값을 하기는 하는구만...


오늘은 설날 연휴에 들어가기전 수술하는 날이다.  

내일이면 가족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큰 수술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들만 골라 수술하기로 한 것이다.

여섯 건의 갑상선 수술이 있지만 전부 반절제 가능성이 많은 환자들이다.

연휴에다 외국여행전에 큰 수술을 했다가는 수술회복중에 무슨 일이 생길까 환자도 의사도 불안하기 때문에 큰 수술은

피하고 있는 것이다.


여섯 명의 환자중 한 사람은 양쪽 갑상선 날개에 여러개의 비정형 세포(atypia) 결절이 있어  이 결절이 암이든 아니든

환자의 원에 따라  전절제를 하기로 하고 남은 환자는 모두 반절제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환자들인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이 33세 여자환자는 지난 12월초에 건강검진에서 왼쪽 갑상선날개에 0.7cm 크기의 결절이

세침검사결과 유두암(카테고리 6)으로 밝혀져 필자를 찾아 온 것이다.

암덩어리의 크기가 0.7cm 밖에 안되어  반절제 정도면 되겠지 하는 환자다.

암의 위치가 왼쪽 날개의 앞쪽 피막을 침범해서 (abutting) 좀 꺼림직 하기는 하지만

초음파영상에 중앙림프절이나 옆목림프절에 전이가 의심되는 소견이 없어 환자에게 설명한다.
"지금 상황으로는 왼쪽 반절제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암의 위치가 피막과 떨어져 있었으면 수술도 급히 서두러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안해도 됩니다"


그래서 오늘 수술하는 환자중에서 반절제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환자가 바로 이 환자인 것이다.

수술대로 옮겨 눕는 환자에게 다시 수술범위에 대하여 설명한다.

"반절제 가능성이 높아요. 단 림프절 전이가 발견되면 전절제로 돌아설 수 있지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속으로는 반절제로 끝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하고 있는 것이다.


수술은 별 이벤트 없이 왼쪽 반절제와 왼쪽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을 하고 긴급조직검사실로 검체물을 보낸후에 수술창상을

닫는다.

마취를 께우고  환자를 회복실로 보낼까 말까 하다가 그래도 결과를 기다려 봐야지 하고

30~40분 기다리니까 결과가 컴터에 올라 온다. "림프절전이 5개중 4개가 있음. 크기는 5mm 이상"


"뭐야? 이거...5개중 4개라고? 그것도 5mm 이상이라고?  햐~~, 이거 예상이 완전 빗 나갔잖아.

아~,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한 환자 였잖아...환자가 몹시 실망하겠는 걸... 그래도 우짜노 전절제 해주어야지....

2mm 이하 5개 라면 반절제 해도 되지만...."

그래서 닫았던 수술창상을 다시 열고 남겨두었던 오른쪽 갑상선날개까지  떼는 완결 갑상선 전절제술을 한 것이다.

5mm 이상되는 림프절 전이가 여러개가 있으니까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까지 추가해야 될 것이다.

정말 이 환자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굳이 생각한다면 암덩어리는 7mm정도로 작았지만 이 것이 피막을 침범했기 때문에 림프절전이가 일어난 것일 거다.

하기야 피막침범, 다발성, 가족성, BRAF 유전자 돌연변이. TERT유전자변이가 있으면

암덩어리가 작더라도 림프절 전이가 잘 일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도 이 환자의 피막침범은 아주 미미했는데?

우쨋거나 피막침범 값을 하기는 하는구만.....

그나 저나 이 환자를 어떻게 위로 하나....에휴...

2015/03/04 11:25 2015/03/04 11:25

아침에 눈비가 펑펑왔는데, 금방 그쳤네요.

눈으로 볼 땐 정말 멋졌는데, 사진으로 찍으니 잘 보이지 않아요.

3월에 내리는 눈비라 신기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5/03/04 11:24 2015/03/04 11:24

진료일지(125 ): 2월16일

 

하아~~,미분화암으로 변하고 난 다음에는 어쩔 수가 없는데....

지난 목요일 외래 환자 보는 날.

구정 연휴 때 볼 수 없게된 환자들이 밀려와서 그야 말로 갑상선암센터는 환자들로 북새통이다.

정신 없이 환자를 보는데 70대 아주머니 환자 한분과 여러명의 남자 보호자들이 같이 진찰실로 들어온다.

목을 보는 순간 "어이구야 이를 어쩌나' 생각밖애 안드는 상태다.

목 전체가 거대한 종양으로 뒤덮히어 있고 만져 보니 옴짝 달싹하지 않는다. 

오른쪽 종양의 한 가운데는 작은 바늘 구멍이 보이고, 바늘구멍을 통하여 암덩어리가 삐어져 나오고 있다.

"아주머니, 이 바늘 구멍은 어떻게 된 겁니까?"

"아, 일주일전에 바늘로 검사하고 갑자기 커지고 나빠졌어요. 그병원에서 잘못 한 것 같아요"

"아주머니, 그 병원 잘 못이 아니고요, 이 혹은 건드리면 더 빨리 나빠지는 종류예요, 이런 혹은 수술하면

상처가 낫기도 전에 금방 다시 자라 나오지요"

"그 병원에서 잘 못했어요, 더 커지고 나서 오른 쪽 어깨, 팔, 손이 이렇게 팅팅 부었어요"

아~~, 두말 할 것 없이 이 환자의 혹은 미분화갑상선암이 악화된 것이다.


가지고 온 CT스캔과 다른 영상을 보니 "히유~~대단하다 대단해" 말 밖에 안온다.

암덩어리가 전체 목을 다 침범하고 오른쪽 목은 혈관이 안 보일 정도로 종양이 완전 점령하고 있다.

타병원의 세침검사 결과는 왼쪽은 미분화암이고 오른 쪽은 악성육종세포로 가득 차 있다고 되어 있다. 

이것도 미분화암의 한 타이프인 것이다.

이제는 수술로 고치기는 물건너가도 한참 건너 간 상태인 것이다.

같이 온 보호자분들의 말에 의하면 왼쪽 갑상선 혹은 30년전부터 있었는데 이것이 갑자기 커지고 퍼져서 이렇게 되었단다.

상황을 설명하고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어떡해 하든 필자가 맡아서 치료해 달라고 애원한다.

"죄송합니다. 그럼 우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하고 종양이 수술할 정도로 작아지면 어떻게 수술을 생각해보록 하겠습니다. 

30년 전에 왼쪽 갑상선 혹이 발견되었을 때 수술했으면 좋았을 텐데.......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어서....."

환자는 우선 종양내과로 옮겨서 치료받기로 한다. 예후는  글쎄.......생각하면서 말이지....


오후 진료가 다 끝나가는 시간에 이번에는 67세되는 남자 환자분이 여러명의 보호자분과 같이 들어온다.

아~~, 역시 심상치 않게 보이는 큰 종양이 목에 보인다. 만져보니 역시 미분화갑상선암이 의심된다.

이번에도 오른쪽 종양이 더 크고 옴짝 달싹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손으로 움직이게 해보니 약간의 가동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잘하면 수술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지고 온 자료를 보니까 역시 미분화암이다.

영상사진에는 종양이 오른쪽 총경동맥을 덮고 있지만 수술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수술하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하면

어쩌면 절망적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근데 환자는 고혈압에다 관상동맥이 막혀 스탠트 시술을 받은 병력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안전도 검사가 통과되어야 마취를 할 수 있다.

게다가 다음주는 설날 연휴가 있어 진료의 공백이 있고 필자도 외국여행이 계획되어 있어 참 난감한 상황인 것이다.

할 수 없이 환자와 가족에게 양해를 얻는다.

"수술을 빨리 하긴 해야 되겠는데 제가 직접 맡기는 지금 곤란하니까 제 아래에 있는 젊은 김OO교수가 우선 맡도록 하고 어려워지면 제가 돕는 것으로 하면 어떨지요?"

"예예, 어떡하든 수술만 되면......."

그래서 김OO교수가 내려와서 환자를 맡아 일을 빨리 빨리 진행되도록 조치를 취해 주었다.

빠르면 다음 월요일에 수술이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면서......


근데 집에 와서 컴터를 열어보니 이 환자의 딸로 부터 쪽지가 와 있다.

"고생만 해온 불쌍한 아버지다. 5년만 아니 2년만이라도 살려달라. 아빠가 없는 세상... 억울하고 분하고 세상이 싫다.

 아빠를 꼭 살려 달라"는 내용의 절절하고 애절하고 가슴 아픈 부탁이다.

속 시원하게 "염려말라, 내 살려 드릴께..." 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답답하고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이튼날 아침, 김교수를 만나 물어본다.

"그 환자 어떻게 진행되어 가나?"

"아, 그분, PET-CT 해보니까 폐에 까지 새카맣게 전이가 되어 있어 종양내과로 옮겨 항암치료를 하기로 했습니다"

"할 수 없지, 폐까지 갔다면 수술이 아무런 의미가 없지.....에휴..."


그렇다. 미분화암은 아직까지 우리 인체암 중에서 가장 악질암인 것이다.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미분화암이라도 사이즈가 작고 멀리 원격전이만 없다면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척극적으로 치료를 해 볼 수 있는데......

아니 이렇게 미분화암으로 변하기 전에 발견되어 치료하면 어느 암보다 치료가 잘되는 암이 갑상선암인데....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다" 라고 말하는 그 뭔가 " 비갑상선전문의"들이 이런 환자를 봐야 하는데......

초기에 발견되면 반절제만 하고 약도 안먹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암이 갑상선암인데...........

하아~~, 미분화암으로 변하고 난 다음에는 어쩔 수가 없는데..........

2015/02/26 15:53 2015/02/26 15:53

진료일지 (124) :2월 13일

52세 여자 환자 : 저, 교수님을 수술실에서 못 봤는데요?


필자는 수술실에 환자가 들어와 수술대 위에 누우면 꼭 대화를 나눈다.

대화는 주로 마취되기전 환자가  수술실이란 낯선 장소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줄여주고, 그날 환자가 받게될 수술내용에 대해서 간단히 다시 설명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내용들인 것이다.

"아, 00환자 왔네요, 이미 설명이 되어 있지만 오늘 수술은 이렇게 이렇게 진행 될 것입니다.  무슨 무슨 수술이 되면 만세 세번, 만세 두번, 만세 한번, 만세없다가 될 것이고....수술은 잘 될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말고... 예쁘게 해 줄께요...한숨만 자고 나면 끝나 있을 겁니다" 등등의 얘기를 하면서, 그날 예측되는 수술 절개선을 앉은 자세에서 목에 디자인하고

마취의사에게 이제 마취해도 좋다는 싸인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수술후에도 회복실을 찾아가 환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는지, 수술부위 출혈은 없는지를 체크하고 그날 환자에게

시행했던 수술내용을 간단히 설명하곤 한다.

"반절제가 되었습니다, 전절제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술 잘 되었습니다"등등....

이렇게 하는 것이 환자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고 거의 모든 환자에게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근데 수술전후 환자와 나눈 대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환자가 가끔 있어 필자를 실망시키는 수가 있다.

아니 가끔이 아니라 거의 30%이상 환자에서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수술전후 바쁜 와중에 없는 시간을 내어서 환자와 대화하는 것을 과연 계속해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오늘 수술한 환자중 52세난 여자 환자분 얘기다.

수술이 끝나고 다음 환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 환자 수술의 도우미를 했던 김00 선생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필자를

찾는다.

"교수님, 이 환자 수술전 수술대에서 교수님께서 환자 목에 디자인하고, 수술할 내용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걸 분명 목격했는데

지금 마취 회복실에서 수술전 교수님을 못뵈었다고 서운해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교수님께서 직접 다시 환자를 보셔야 되겠는데요"

"그래?  그럼 한번 가 보자, 가끔 그런 환자가 있긴 하지........환자분, 수술 잘 끝났어요, 오른쪽 반절제만 했구요.   왼쪽의 작은 것은 암이 아닌 것으로 나왔어요. 아시겠어요?  그리고 수술전에 얘기 했던 것 기억 안 나요?"

환자는 마취에서 깨어나 있는 것 같지만 필자가 묻는 말에 반응은 하지 않고  계속 수술부위가 아프다고만 호소한다.

"흠, 이  환자분 병실에 올라가서 지금 나눈 대화도 기억 못하겠는데......."


마침 옆에 있는 회복실의 시니어 마취 간호사에게  물어 본다.
"요새 수술실로 가기전 무슨 진정제 쓰나요?"

"예, D--계통의 V---정맥주사를 놓아주고 있어요. 환자를 진정시키 위해 쓰는데 이 약의 특징은 진정은 잘 되는데 주사후 약 30분여분간 의식은 있는데 그동안 있었던 일을 기억을 못하는 수가 있다는 군요.  교수님은 열심히 설명했는데 나중에 환자들이 기억을 못해주니 억울한 면이 좀 있긴 하시겠어요, 호호..."

맞다. 주사맞고 시간이 지나 약이 완전 흡수된 환자는 필자의 말을 기억할 수 없고,  아직 덜 흡수되어 수술대로 옮겨온 환자는

기억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갑상선암카페에서 회원들끼리 댓글로 대화를 나누는 것 중에 한 회원이 "왜 나는 교수님을 볼 수 없었을까?" 하면

여기저기서 "나도 못 뵈었는데, 나도...나도 못 뵈었는데..."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을 본일이 있는 것 같다.

이거 참,.....

분명 거의 한사람 빠짐 없이 대화를 나누고 수술할 목에 절개선을 디자인 하는데, 이것 참 ...기억을 못해주니...헛수고 한 것이 아닌가.

목절개선 디자인을 집도의인 필자 말고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오늘 수술이 다 끝나고 병실로 가서 이 환자분을 만나 본다. 과연 수술 끝나고 마취 회복실에서 해준 말을 기억할 것이지 궁금하다. 병실에는 환자분의 남편분이 환자를 간호하다가 필자를 맞이 한다.

"환자분,  마취 회복실에서 나눈 얘기 기억하세요?  오른쪽은 반절제만 하고 왼쪽은 암이 아니라서 결절만 떼어 내었다 한 것을 요"

"아이 기억하지요. 근데 수술 시직전에 교수님 얘기한 거 기억 못한 것은 죄송해요. 그동안 교수님을 너무 보고싶어서 그랬었나 봐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게 다 마취 하기전 진정제 주사 때문에 그렇게 된 걸요, ㅎㅎ"


환자가 되어 보면 자기를 수술해 줄 주치의를 수술실에서 볼 수 있어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는 것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환자들과 눈을 잘 맞추어 왔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놈의 진정제 주사 때문에  "교수님을 수술실에서 못 봤는데요?" 하는

오해를 사게 된 것이다.

그래도 우짜노, 오해를 사든 말든 지금까지 해 오던대로 하는 수 밖에 없지 않은가

2015/02/25 09:20 2015/02/25 09:20

진료일지 (123) : 2월11일

31세 여자환자 : 우리 애기 시집 보낼 때 까지 살 수 있을 까요?


"햐~, 이 환자도  미만성 석회화 변종(diffuse sclerosing variant of papillary thyroid carcinoma)이네...

요즘 미만성 시리즈로 나가네...그  참 희한 하네...우째 이런 환자들만 몰려 오노?

근데 이 환자는 퍼져도 너무 퍼졌다. 최근 미만성 환자중에 제일 심하네...출산한다고 병원을 늦게 찾아와서 그런가...."


이 환자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2일이었다.

사실 처음 갑상선에 이상이 발견된 것은 6월 중순경이었는데 그때는 임신중이라  갑상선보다는 안전한 출산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병원을 찾지 않고 있다가 9월 4일 딸아이를 출산하고 10월4일 우리 병원 내분비내과를 찿아 왔던 것이다.

내분비내과에서 초음파 가이드하 세침검사로 갑상선유두암이 진단되고 필자를 찾아 오는데도 거의 한달이나 더 걸리고...


처음 초음파영상을 본 순간 "헉, 이렇게 심한 석회화 변종이?  그동안 뭐 했어?" 싶은 생각이 확 들었던 것이다.

미만성 석회화 변종의 특징인 눈보라(snowstorm)모양의 암덩어리가 오른쪽 갑상선날개 전체를 휘몰아치고 여기서 부터 눈꽃 같은 암세포들이 왼쪽 날개까지 흩날리는 처럼 보인다. 전형적인 미만성 석회화 변종의 모양인 것이다.

이 변종의 특징대로 중경부 림프절과 오른쪽 옆목 림프절 체인을 따라 암이 퍼져 림프절들이 큼직큼직하게 커져 있다.

특히 오른쪽 내경정맥을 따라 퍼져 있는 림프절들은 장난 아니게 커져 있는데 맨 아랫쪽 내경정맥과 쇄골하 정맥이 만나는 부위에

꽉 박혀 있는 림프절전이는 어린애 주먹만하게 겉으로 봐도 불룩하게 올라와  보인다.


이렇게 커진 전이 림프절은 내경정맥과 총경동맥을 내측으로 밀고 있기 때문에 이 부위를 수술할 때는

 발발 기면서 혈관과 신경(미주신경, 교감신경, 횡격막 신경 등등) 보존에 온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교감신경 손상 때문에 오는 오너증후군이 골치가 아프지....젊은 여자인데...."

왼쪽 옆목림프절들도 약간씩 커져 있어 전이가 의심된다. 이곳 림프절도 떼어서 전이가 되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수술을 빨리 해주어야 하는데 허이구야,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동반되어 있어 금방은 수술이 불가한 것이 아닌가.

"죽어라 죽어라 하는구만...마음은 급하지만 기능항진 상태에서 수술하면 위험하지...."

할 수 없이 12월초부터 최근까지 항갑상선제제로 기능항진을 콘트롤하고 오늘에야 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수술대 위로 옮겨 눕는 환자는 이미 울어서 그런지 눈과 코가 빨갛게 되어 있다.

"어, 울었구나,  잘 해 줄께요, 수술은 좀 커겠지만 염려안해도 될 겁니다. 잘 될 겁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오늘 전투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수술이 연기 되는 바람에 암이 더 퍼져 버렸기 때문이다.  

갑상선 자체를  떼어 내는 데도 기능항진증이 있었기 때문에 지혈에 어려움이 많아 시간이 걸렸고,

옆목 림프절 청소술을 하는데도 고전했다. 다행히도 떼어낸 왼쪽 옆목림프절에는 전이가 없단다.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수술은 큰 이벤트 없이 잘 종결되었다.


저녁회진으로 병실에 올라가니 비슷한 외모의 훈남 남편이 간호를 하고 있다.

목소리 좋고, 어깨 운동 장애 없고, 오너 증후군 없고, 손발 저림 없고....수술에 따른 문제들이 하나도 안 보인다.

"잘 회복 할 겁니다. 이제 2개월 후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하고, 또 6개월 후 2차 요드치료하고 하면 오래 오래 잘 살 수 있을 겁니다"

"교수님, 우리 애기 시집 보낼 때까지 살 수 있을 까요?"

"뭔 말씀? 시집 보내고 손자 손녀 시집 장가 가는 것 까지 봐야지...."


이 환자는 임신중에 진단되고 출산하고, 갑상선기능항진증 콘트롤 하고 수술 한다고 암이 좀더 퍼진 상태에서 수술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된 것이다. 예후는 좋겠지 뭐..

2015/02/25 09:19 2015/02/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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