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143) :4월13일

35세 여자 환자 : 여자의 웃는 표정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아침 회진 시간, 

병실로 들어가니 환자가 활짝  웃으며 필자를 맞이 한다.  수술받을 환자는 불안해서 얼굴이 굳어져 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 환자는 다르다. 바로 옆에 비슷한 분위기의 신랑이 지키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신랑도 웃는 얼굴이다.

"아~, 이 부부도 닮았네"

정말로 그렇다. 똑같은 얼굴은 아니더라도 분위기가 아주 비슷하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는 분위기다.
"오늘 수술은  아직까지 암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진단을 정확히 붙이기 위한 수술입니다. 세포검사에서 비정형세포로 나왔고,

초음파영상이 기분나쁘게 생겼어요. 일단 결절을 떼어서 조직검사결과에 따라 수술범위가 달라질 겁니다.

암이 아닌걸로 나오면 만세 세번할 것이고 ....."


이 환자가 갑상선에 결절이 있다는 것은 2014년 1월에 알았다는 것이다. 또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어

갑상선홀몬(신지로이드)을 복용하게 된것은 2012년부터였다고 한다.

타병원의 세침세포검사 결과는 비정형세포(atypia)로 나왔다 하고....

또 중요한 검사로 Galectin-3 단백질 검사를 했는데 이것이 양성(positive)으로 나왔다하고....

하~~, 이 정도 검사결과라면 암이 아닌 양성보다는 암쪽으로 생각하고 일을 추진해야  한다.


이 환자에서 암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것은 지금까지의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1) 하시모토 갑상선염이 있으면 암이 생길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약 3배 높다. 더구나 기능저하가 와서 TSH가 상승되면 암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2) 세침세포검사가 비정형으로 나오고 초음파영상의 결절 모양이 험악하게 생겼을 때는 암일 가능성이 70~90% 정도 된다.

(3) 결정적으로 암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하는 것은 Galectin-3 단백질이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갑상선결절에서 Galectin-3 단백질이 검출되면 유두암일 가능성이 90~100%다( Am J Pathol 2010;176(5):2067~2081).

BRAF 유전자 돌연변이검사까지 했더라면 더 확실하게 암이다 아니다를 수술전에 얘기해 줄 수 있었을 텐데, 안했으니까 할 수 없지..... 그래도 이정도 검사결과라도 수술을 절대적으로 권유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 마음속으로는 암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었지만 아직 세침세포검사로 확인된 것은 아니니까 일단 진단적 수술(diagnostic surgery)을 해보자고 권유를 한 것이다.

결절의 사이즈가 1.04cm 이고 위치가 갑상선의 피막에 아주 가깝게 붙어 있어(abutting) 암일 경우 그냥 두면  피막밖으로 암이

퍼져나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하게도 환자와 신랑이 쿨하게 수술을 받겠다고 결심을 해주어서 오늘 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수술대로 옮겨 누운 환자에게 말한다.

"제발 암이 아니라고 나오면 좋겠어요. 그러면 만세 만세 만세 하고...만약 암으로 나온다해도 반절제만 했으면 좋겠고..그러면

만세 만세 두번하고....."

"암이 아니면 좋겠어요, 교수님"

"어디 기도해 보십시다"


수술은 우선 오른쪽 갑상선 꼬리 근처에 있는 결절만을 떼어서 긴급조직검사실로 보낸다. 오른쪽 갑상선 전체를 다 떼어서 보내지 않고 결절만 떼어서 보낸 것은 만약의 경우 암이 아닌 걸로 나오면 되도록이면 정상 갑상선조직을 많이 남겨주기 위해서다.
"아마, 면역 검사를 해야 알겠다고 할 걸.....그래서 시간 좀 걸릴 걸....."

정말로 시간이 걸린다. 1시간이 지나도 결과 보고가 없다. 면역염색으로도 진단이 어려운가 보다.

이윽고 컴터에 결과가 짜잔 ~올라 온다.  "CD 56 (-), CK 19 (+), 갑상선유두암임"

"햐이구, 결국 유두암으로 나왔네. 내 그럴 줄 알았지"

그래서 남겨진 오른쪽 갑상선조직과 오른쪽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을 하고 수술을 종결한다.  물론 림프절에 전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마취회복실로 환자를 만나러 간다. 필자를 보자 마자 아직  수술 통증이 있을텐데도 환한 웃음을 보내준다.

"수술 잘 되었어요, 근데 결국 암으로 나와서 반절제를 했어요. 퍼진데는 없고요"

환자가 엄지로 최고라는 몸언어를 보내주며 또 환한 웃음을 보내준다.


병실에는 환자의 신랑, 여동생, 집안 어른들이 다 모여 있다. 수술 결과에 대한 설명을 가족에게 다시 설명을 해준다.

"이 젊은 아가씨는 누군고?" 

"동생인데요"

"이  인상좋은 젊은 친구는 오빠인가?"
"아뇨, 남편인데요"

"요새는 남편을 오빠라 부르던데?"

"네, 네,..ㅎㅎ"

"아무 탈 없이 잘 회복할 것입니다. 대신에 수술전부터 기능저하가 있었으니까 신지로이드 약은 계속 복용해야 될 것입니다..."

침대에 누운 여자사람 환자가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어 필자의 손을 꼬옥 잡아준다.

역시 젊은 여자사람의 웃는 표정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단 말이야 .... 흐흐....

2015/04/15 17:09 2015/04/15 17:09

진료일지(142) :4월 8일


39세 남자환자 :저 사람이 새사람으로 태어 났다고 하네요


4월 7일 화요일 오후, 외래진료가 거의 끝나가는 시간, 인상 좋은 훈남이 진료실로 들어온다.

어? 이 환자는 내일(4월8일) 수술이 잡혀 있는데 필자가 이전에 진찰을 한적이 없다.

아마도 지난번 필자가 독감으로 환자를 보지 못할 때에 젊은 김교수가 대신 보고 수술을 권유해서  입원하게 된 모양이다.

집이 지방이다 보니  필자를 만나기 위해  다시 먼길을 올 필요 없이 수술전날 입원할 때 필자를 만나도 된다고 했나보다.

그래도 그렇지, 자기를 수술할 의사 얼굴도 한번 안보고 수술을 결정하고 입원까지 하다니 ..... 신뢰를 해도 너무 신뢰를 해준다.

"어째, 바로 수술받기로 결정 했네요?"

"예, 저는 교수님 책보고, 카페 글보고, 진료일지 보고, 교수님 믿고 수술받기로 했습니다"


 필자 평생 이런 환자는 처음 본다.

지난번 젊은 김교수가  지방병원에서 가지고 온 초음파영상을 볼 때는 1.0cm 남짓한 암덩어리가 왼쪽 갑상선 날개에 위치하고 있었다.

사이즈가 1.0cm라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위치가 소위 "마의 삼각지점" 근처에 있어 그냥두면 곤란해 질 것 같아 수술을 권유했던 모양이다.

그참, 요즘같이 "갑상선암을 꼭 수술해야 하나 ?"하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은 세태에 이런 환자가 다 있다니......


근데 암이 어디까지 퍼졌나를 보기 위한 초음파스테이징(ultrasonographic staging)과 CT스캔을 보니, 어어라?,  지난번 지방병원에서 가지고 온 초음파영상과 완전 다르다.

왼쪽 날개에 있는 암덩어리의 사이즈는 1.08cm으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는데

왼쪽 중앙경부 림프절과 왼쪽 Level III와 IV 옆목 림프절들이 내경정맥을 따라 큼직큼직하게 전이가 일어나 있지 않은가.

"이거 같은 환자 영상 맞아?" 할 정도로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환자에게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설명을 하고 수술에 대하여 얘기 해주는데, 이 환자 좀 보소, 처음 한 순간 흠칫 놀라는 것 같더니

이내 표정을 바꾸어 웃는 얼굴로 "예, 예, 저는 교수님이 하라는대로 하겠습니다" 한다.

햐~~, 이런 환자일수록 정말 더 잘 치료가 되어야 할텐데 생각하면서 한마디 날려 준다.

"잘 해줄께요, 좀 암이 진행되었지만 ...뭐 이런 정도 퍼진 환자를 하도 많이 봐 와서...어렵지 않게 될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셔...."


병실로 올라가니 환자의 와이프가 와 있다. 근데 이 와이프 인상이 신랑과 너무 비슷한 분위기다. 신랑과 다를바가 없이 웃는 상이다.

"여기 두분이 나란히 서 보셔...흠 ~, 많이 닮았네. 오누이 같은데...부부가 닮으면 잘 산다는데 ...좋아, 좋아.."

드디어 오늘(4월8일)이 수술 D-day 날이다. 목에 수술 디자인을 하면서 환자에게 농담을 한다.

"와이프가 세아들 맘이라고? "

"네.네, 제까지 하면 네아들이 되지요. 제가 제일 큰아들이고요"

"맞아, 맞아, 이번에 낫고 나면 와이프에게 잘 해주셔, 나도 이 나이까지 망구님한테 야단 맞으면서 살고 있지...

와이프에게 야단 맞고 살때가 좋은 거요, 흐흐..."


수술은 일사천리로 잘 진행된다. 가장 우려하던 왼쪽 마의 삼각지점에 있는 갑상선암도 성대신경과 무리없이 잘 분리되고,

중앙 경부로 전이된 림프절들과 왼쪽 내경정맥을 따라 포진하고 있던 전이 림프절들도 어렵지 않게 제거가 된다.

왼쪽 흉관(thoracic duct)근처의 전이 림프절을 분리할 때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것도 무사히 통과한다.

왼쪽 흉관이 열리면 유미루 누출(chyle fistula)이 생겨 환자가 엄청 고생하고 퇴원이 지연되기 때문에 이 부위를 수술할 때에는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드디어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병실에서 환자와 환자의 와이프를 만난다.

한눈에 봐도 수술에 따른 합병증이 보이지 않는다. 목소리 좋고, 배액관에 유미루나 출혈도 없고,

오너증후군으로 오는 눈꺼풀 처짐도 없고, 손발저림도 없고... 일단 수술은 만족스럽게 된 것 같다.

"수술 잘 되었어요, 잘 회복 할 겁니다.  세아들 맘이 아니라 네아들 맘이 되었군요,"

이 말에 환자 와이프가 눈에 눈물이 가득차서 말한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저 사람이 새 사람으로 태어 났다고 하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교수님..."

역시 부부는 이런 것이다. 특히 이 젊은 부부는 참 보기 좋다.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살 것 같다.ㅎㅎ

2015/04/14 14:02 2015/04/14 14:02

진료일지(141) : 4월6일


38세 여자사람 : 아니면 말고?


아침 회진 시간,  전공의가 보고 한다.

"교수님, 오늘 수술 예정환자중 2명이 수술취소하고 어제 입원을 안했습니다"

"이유는?"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한명은 두고 보겠다는 것 같고, 또 한명은 설명이 불확실하고요"

"할 수 없지,  두 환자  무슨 사이비가 끼어 들었을거야.  복골 복이지....수술 안 안받겠다면 미리 연락해주면 좀 좋아?

기다리는 다른 환자를 대신 수술할 수 있게 말이지....."

하긴 요즘 갑자기 예정된 수술을 취소하는 환자수가 심심찮게 있으니까 이제 이런 일이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근데 두명중 두고 보겠다는 30대초반의 여자환자는 암덩어리가 1cm이하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갑상선피막에 붙어 있어(abutting)

더 퍼지기전에 반절제하고 잘 하면 신지로이드 복용없이 잊어버리고 살 수 있겠다 싶어 수술을 권유했는데,

교회의 집사님들을 비롯한 지인들이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말리는 바람에 수술을 받을까 말까 여러차례 망서렸다가 결국 받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이 환자는 당장 암이 퍼져서 큰일 날 일은 없다. 다만 반절제로 완치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날아 가버린 것이다.


또 한명, 38세 여자 사람, 작년 12월 중순 타병원에서 왼쪽 갑상선 날개에 생긴 유두암이  왼쪽 중앙경부림프절과 왼쪽 옆목 림프절까지 전이가 일어난 것이 발견되어 2015년 3월5일 필자를 찾아 오게된 환자다. 물론 세침세포검사로 확인 된 것이다.

암이 퍼진 상태를 더 자세하게 알기 위한 수술전 초음파 스테이징 검사와 CT스캔을 찍어보니 어이쿠야, 퍼진 상태가 심상치 않다.

중앙경부 림프절로 전이가 여러개 있는 것 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이 중 몇개가 왼쪽 종격동으로 퍼지고 있고, 왼쪽 옆목 내경정맥을 따라서도 전이 림프절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암이 종격동으로 내려가면 수술이 복잡하게되고 재발율도 높아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수술날자를 좀 땡기라고 오코디에게 스케쥴을 짜도록 했던 것이다.

근데 갑자기 수술을 취소해버렸다고? 이게 뭔일이야?  틀림없이 무슨 사이비에게 넘어 갔을거야...


오늘의 첫수술을 끝내고 다음 수술을 준비하는 사이에 짬을 내어 오 코디를 만난다.
"오코디, 이 환자에게 전화 한번 내어 봐요. 왜 수술 취소했는지 말이야..."

"네? 이 환자 입원 안했어요? 그 참 이상하네요, 급해서 수술날자도 땡겨 주었는데.....전화 함 해보죠.  안 받네요.

보통 예고 없이 취소한 환자는 병원 전화를 안받는 경향이 있어요.  이 환자는 아예 전화를 꺼 놨네요"


다음 환자의 수술을 진행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 환자의 행동이 이해가 안가는 것이다.

"무슨 사연인지 알아나 보자, 정말 사이비가 끼었는지...."

두번째 환자 수술 끝내고 또 오 코디를 만나려 내려간다.

"아, 교수님, 통화가 되었어요,  이 환자가요, 수술 대신에 K대학과  연계된 산학연구소에서 개발한 건강보조식품으로 치료해보기 위해 수술을 취소 했데요, 두달 먹어 보고 안되면 교수님과 다시 의논한다고 했어요"
"뭐라고? 음식으로 암을 고치겠다고? 무슨 이런 사이비에?  정말 K대학과 연관이 있다고?  말이나 되는 소리를 해야지...

먹어보고 안되면 수술 받겠다고? 그러면 아니면 말고...이런 식이야? 정말 그런 산학 연구소가 있는지 알아 보자"


사람의 병을, 특히 암을 치료하는 약은 새로 개발했다 해도 여러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 국가기관의 공인을 받고 환자에게 사용하고 관련 학회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사람 생명에 관한 치료를 주먹구구식으로 "어디 시험적으로 한번 먹여봐? 아니면 말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죄악인 것이다. 아니 사기다.

우선 진짜 그런 연구소가 있는지 찾아보니 비슷한 것이 있기는 있는데 K대학 이름만 앞에 붙여 놓았지 그 대학 교수가 관련되어 있다는 흔적은

하나도 없다. 연구소라기보다 건강보조식품을 파는 회사인 것이다.


아니 수술받기 싫어하는  환자의 심리를 이용해 암환자에게 식품으로 고칠수 있다고 무슨 식품을 팔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말이지....아~~이것이 대한민국의 현 주소란 말인가.

하기야, 흰까운 입은 비갑상전 전문 의사도, 더 나아가 대학교수 직함을 가지고 있는 8인의사연대도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으면 진단도 치료도 할 필요가 없다고 함부로 떠들고 있으니... 뭐 건강보조식품 팔아 환자건강 좋게하다는 사이비쯤이야 순진한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 뭐.....


정치가들이 엉터리 정보로 상대방을 공격할 때 잘 쓰는 말이 "아니면 말고..."라고 잘 한다고 하는데, 이런 거짓말은 사람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생명을 치료하는 문제에 있어 돈만 챙기고 치료효과가 없으면  "아니면 말고..."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당사자가 자신이거나 자신의 가족이라 생각한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뭐, 한 두어달 먹어 보고 안되면 수술 받아 보라고?  에라이~~~"

2015/04/13 17:00 2015/04/13 17:00

2015년 4월1일 (140)

62세 여자 환자 : 양쪽 성대신경을 따라 재발한 갑상선암


화요일 저녁 회진 시간. 수요일에 수술할 환자를 미리 만나 수술할 내용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필자는 수술할 내용에 대하여 환자가 공포감을 갖지 않도록 되도록 부드럽게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 62세 여자 환자분은 수술이야 대수술은 아니지만 자칫하면 수술후유증 때문에 남은 생애를 고생 고생 하면서 지내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필자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 환자에게는 이번이 세번째 수술이 되는데 재발한 암 위치가 참 고약하다.

우리가 소리를 내고 말을 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은 후두속의 좌우 성대가 잘 움직여 주어야 하는데, 이 성대를 정상적으로움직이게 하려면 성대신경(되돌이 후두신경이라고도 한다)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성대신경은 갑상선 뒷면의 기도와 식도 사이의 협곡(tracheoesophgeal groove)을 따라 가느다란 실의 굵기로 후두속 성대로 들어간다.


그런데 이 환자의 암 재발은 왼쪽, 오른쪽 성대신경이 올라가는 길을 따라 생긴 것이다.

왼쪽 것이 재발정도가 심해 성대신경을 따라 두께 1cm,  길이 2,7cm 크기로, 오른쪽은 약 1cm 크기로 자리 잡고 있다.

음성클리닉에 부탁해서 성대 검사를 헀더니 왼쪽 성대는 이미 마비가 와서 기능이 없어지고 대신에 오른쪽 성대가 보상작용을 해서 정상에 가까운 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

만약 오른쪽 성대신경도 암이 침범하거나 수술로서 다치게 되면 양쪽 성대가 제 할일을 못해 호흡곤란이 와서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이 환자는 2010년 2월26일에  갑상선전절제술을 하였던 것이다. 그 때 이미 암이 왼쪽 성대신경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확대경을 사용하여 성대신경을 보존하면서 암을 제거 헀었다. 물론 수술후 고용량 방사성 요드치료도 추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반쯤 지나니까  왼쪽 옆목에 전이 림프절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2011년 10월12일에 왼쪽 옆목림프절 청소술(곽청술)하고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를 또 하고...


이제는 되었겠지 하고 있는데, 2013년 정기추적검사에서 우려하던  왼쪽 성대신경을 따라 재발이 의심되는 병변이 작지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첫수술 때 신경도 같이 절제해 줄 걸 그랬나...

마음의 부담감도 있고해서 미국 갑상선학회의 가이드라인이 제시한대로 1cm 크기 까지 기다려 보기로 한다.


근데 필자의 희망과는 달리 2015년 1월 추적 초음파 영상에서 왼쪽 성대신경을 따라 2cm 넘게 종양이 자라고 있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오른쪽 성대신경을 따라서도 1cm 가량의 전이 림프절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제는 수술을 피할 수가 없다.


수술전에 암이 퍼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목초음파와 CT스캔을 찍어본다.

양쪽 성대 신경을 따라 암이 재발한 것 외에 왼쪽 옆목 림프절 Level III와 V,  오른쪽 옆목 림프절 level III 에도 재발이 의심되는 커진 림프절들이 보인다. 이왕 수술하는 김에 이들 림프절들도 다 제거해야 될 것이다.


수술전날 환자와 환자의 남편되는 분께 설명을 한다.

"사실 내일 수술은 부담이 많이 됩니다. 수술 자체는 큰 수술이 아니지만 오른쪽 성대신경을 따라 재발한 암을 제거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왼쪽 신경은 이미 마비가 되었으니까 암덩어리와 신경을 같이 제거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오른쪽은 어떻게 하든 신경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신경을 살리기 위해 신경탐색기계를 쓰겠지만 혹시라도

수술후에 신경 기능이 약화되면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기도에 구멍을 뚫어 호흡을 하게 될 지도...."

어렵게 어렵게 설명을 하는데도 선량하기 그지 없는 환자와 남편되는 분은 그저 웃는 얼굴로 무한대의 신뢰를 필자에게 보내준다.
"아이구, 잘 부탁만 드립니다"

이럴 수록 필자의 어깨는 더 무거워지고......


드디어 오늘이 수술 D-day 다. 수술실로 옮겨진 환자는 모든 것 각오하고 있다는 듯이 온화한 미소를 필자에게 보내온다.

얼굴 표정이 평화롭다.

웬지 오늘 수술이 잘 될 것 같은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 왼쪽, 오른쪽 암덩어리가 아무런 이벤트 없이 잘 제거되었다. 물론 오른쪽 성대 신경도 잘 보존 되었다.

왼쪽 오른쪽 옆목의 커진 림프절들도 큰 어려움없이 제거 되었다.

제거된 조직들을 긴급 조직검사실로 보냈더니 성대신경을 따라 생긴 종양은 재발암이 맞고, 나머지 림프절들은 사이즈만 커졌지

암이 전이된 것은 아니란다. 얏호~~.


저녁회진으로 병실로 올라 가니 아~~, 목소리가 괜찮다.  "잘 되었습니다. 잘 회복하실 겁니다,  환자분."

아픈 몸을 일으키며 환자 분이 말한다. " 고맙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교수님"

그동안 필자의 어깨를 짓누르던 스트레스가 날아가 버린다

2015/04/06 16:25 2015/04/06 16:25

2015년 3월 강남세브란스 암병원 뉴스레터 장호진 교수님 글 입니다.


" 갑상선의 4cm 이상의 양성결절의 수술적 치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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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2 17:14 2015/04/02 17:14

진료일지(139) :3월 30일

55세 남자 환자 : 광범위 침윤 여포암은 원격전이를 잘한다


 지난 목요일(3월26일), 외래 진료날이다.

"아이고, 오늘 오시는 날이 아니잖아요.  그래, 어떻게 오셨어요?"

"아, 오른쪽 뇨관(ureter)에 요료결석이 생겨 내시경으로 꺼집어 내려고 해요. 비뇨기과에서 교수님 만나 보라해서 이렇게 찾아 왔지요"

" 물론 전신 마취하에서 꺼집어 내겠지요. 그거야 뭐 쉽지요. 이번에 전신 마취하는 김에 왼쪽 옆목(level 5)에 재발한 암덩어리도 떼네고, 종격동과 폐에 전이가 된 것도 떼어 낼 수 있으면 떼어 버리시죠. 흉부외과 교수님한테 부탁해서 말이지요"


이 환자는  2008년 6월9일에 갑상선전절제술+ 중앙경부청소술+ 왼쪽 옆목림프절청소술(곽청술)을 받았다.

당시 갑상선암은 광범위 침범 여포암(widlely invasive follicular carcinoma, 7x6cm)으로 오른쪽 갑상선날개와 왼쪽날개의 일부분까지 점령하고 있었고, 그외에도 0.7~1.1cm 크기의 작은 암들이 여기저기 산재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왼쪽 옆목에도 여러개의 전이 림프절이 있었다. 여포암이 림프절까지 침범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림프절 전이기 있으면 대체로 예후가 불량하지......

수술후 고용량(200mCi)의 방사성요드치료를 하고 TSH를 76uU/ml으로 상승시킨 상태에서 Tg가 0.2ng/ml 로 나와 일단 모든 암세포가 맥을 못추게 되었다고 안심하게 되었다.


근데 웬걸 2011년 9월에 체크한 Tg가 TSH 0,29 상태에서 9.9ng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어디엔가 재발암이 있다는 소리다.

추가로 고용량의 방사성요드치료를 하고 이리 저리 재발검사를 해보니까 왼쪽 폐와 오른쪽 폐, 왼쪽 옆목에 재발이 의심되는 암병소가 보인다.

수술하기도 곤란하고 ....그래서 국소 토모테라피(tomotherapy)를 한다.

토모테라피후에 Tg가 5.7ng/ml 으로 떨어지고 암병소의 크기도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근데 말이다. 2013년 7월 추적 CT 스캔에서 폐와 목에 있는 암병소는 무시할 정도로 작아졌는데, 어이쿠야, 난데 없이 왼쪽 콩팥에 어린아이 주먹만한 전이암이 나타난 것이다.

여포암의 원격전이는 페가 가장 많고 다음이 뼈, 뇌 순이고 , 콩팥 전이는  극히 드문 것으로 되어 있는데 말이지. 

하기야 암세포가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돌다가 아무데나 자리잡게 되니까까 어디에고 전이암으로 나타나지 말란 법은 없는 것이다.

그참 희한 하네..... 일단 비뇨기과에 연락해서 2013년 8월13일 왼쪽 콩팥 제거술을 해 준다.

이 이후에는 표적 항암치료를 하기로 하고....


왼쪽 콩팥 절제술후에 Tg는 60~70ng/ml 정도로 높은 상태에 있었으나 더 이상의 상승이 없이 그저 그 정도를 유지하고

있어 더 이상 악화는 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체크한 수치가 623.7ng/ml로 거의 열배로 뛰어 버린 것이다.

어디엔가 암세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경부와 폐 CT스캔을 찍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오른쪽 폐문 림프절(hilar lymphnodes)과 오른쪽 폐 실질에 전이 암병소가 보이고, 왼쪽 옆목 level II와 V 에 1cm와 3.0cm 크기의 전이 림프절이 자라고 있다.


흉부외과 이 교수에게 말한다.

"오른쪽 폐문 림프절전이와 오른쪽 폐실질전이가 2개 보이는데 좀 제거해줄 수 있소?  비뇨기과 뇨로결석 제거와 갑상선외과에서 왼쪽 옆목 림프절 제거술 하는 것은 간단히 끝낼 수 있어요"

"아, 우리도 가능합니다. 제거하는데까지 제거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월요일인 오늘(3월30일), 비뇨기과, 갑상선외과, 흉부외과  이렇게 세개과가 달라붙어 환자의 전이암병소 제거술(metastasectomy)을 한 것이다.

옛날 같으면 암이 이 정도로 퍼져 있다면 수술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않는다.

뗄수 있으면 떼는데까지 떼어서 암의 부피를 줄이고 난다음에 방사성요드치료나 항암화학요법을 하면 아무래도

생존율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Eur J Cardiothoracic Surg 2009;36(1):155~8).


수술은 성공적으로 되었다. 그렇다고 이 환자의 몸에서 암세포가 완벽하게 없어 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CT스캔, 초음파 등 영상에서 보이지 않는다 해도 먼지처럼 작은 암세포들이 몸 어디엔가 숨어 있다가 나중에

재발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단 다시한번 고용량의 방사성 요드치료를 해보고,  효과가 없으면 표적항암 치료를 시도해 봐야 할 것이다.

폐에 전이가 된 환자의 생존율은 5년,68.5% ; 10년 54% ; 15년 41.6%, 20년 27,7%로 보고되어 있어(Endocr J 2004;51(2):219~25)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는 않다.


수술후 병실로 올라가니 환자는 몹시 아파한다. 원래 흉부를 열고하는 폐수술은 절개부위의 통증이 심히다.

가족에게 수술에 대한 자초지종을 설명해 준다.

"몹시 아플 것입니다. 마취에서 좀 더 깨고나면 진통제 주사 좀 달라고 하세요"

무슨 팔자로 이 환자는 수술을 몇번이나 하는 고생을 하는지.....

하긴 애초에 암크기가 작을 때 발견되었으면 이 고생을 안해도 되었을 텐데.....무려 7cm가 넘어 발견되었으니....

이렇게 광범위 침윤 여포암은 원격전이를 잘 하는데.....

작은암은 진단도 치료도 할 필요가 없다는 8인의사연대 사람들이 이 환자를 보면 무슨 소리를 할까.

남의 목숨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닐텐데 말이지....


2015/04/02 13:53 2015/04/02 13:53

진료일지 (138) : 2015년 3월 25일

40대 여자사람  :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 땐 어떡하면 좋을까...

 

 그참 이상도 하지....

 지난 주에 몸의 열이 40도가까이 올라가는 독감으로 정말 죽다가 살아나는 고비를 넘기고 이번 주 부터 살살 일을

시작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회복속도가 느려 목요일인 오늘까지 비실비실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몸만 그런게 아니고 기분까지 다운되어 도무지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이 화창한 봄날에 말이지....

모두들 이번 독감은 완전 회복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니까 너무 우울해 할 필요는 없다고 위로를 하기는 한다.


몸은 비실비실 하지만 1~2년전부터 예약한 환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화요일(3월24일)부터 외래 환자들을 보기 시작 하는데...

일단 이방 저방 옮겨 다니며 환자들을 보니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오전 시간이 지나 간다.

그런데 점심을  간단히 떼우고 오후 환자를 보기 시작하니까 슬슬 피곤이란 놈이 짜증통을 자극하기 시작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환자들에게 하는 설명이 짧아지고 질문에 답하는 것도 간단간단해 지고 있다.

좀 일찍 끝내고 체육관에서 사우나나 스파를 즐겨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러는 지도 모르겠다..


잘 하면 딴날 보다 좀 일찍 외래가 끝날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 이방저방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런~~, 엉뚱한 데서 일이

빗나가고 만다.

몇년전에 갑상선암으로 전절제술과 오른쪽 옆목 림프절청소술을 받고 수술후 방사성요드치료까지 받은 40대 초반 여자 사람이 필자의 이런 희망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 것이다.


이 환자가 언제 부터인가 갑상선암 수술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갑상선홀몬 신지로이드를 잘 복용 하지 않는 것이다.

모두들 알다시피 갑상선암 수술후에 신지로이드를 복용하는 이유는 (1) 갑상선이 없어졌으니까 갑상선이 하는 일을 대신하게 하는 목적이 있고, (2) 신지로이드를 복용함으로써 갑상선 자극 뇌하수체홀몬(TSH=thyroid stimulating hormone)의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암의 재발을 막으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갑상선홀몬은 우리 몸 모든 장기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일을 하는데,

만약 이 홀몬이 모자라거나 없어지면 모든장기의 신진대사가 안되어 기능이 떨어져 종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즉 갑상선 홀몬이 없어지면 우리 몸의 에너지(칼로리) 사용이 안되어 모든 문제가 일어 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갑상선 절제술을 받은 환자가 만약 신지로이드 복용을 하지 않으면 약의 효능 반감기가 1주쯤 되니까 2주까지는 큰 문제 없이 지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 공급이 끊어지게 되면 서서히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빠져 들게 된다.

보통 혈청TSH 가 10 uU/ml 이상(정상,0.86~4.69), 유리 T4가 정상이하(정상, 0.8~1.7 ng/dl)로  되면 기능저하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계속 신지로이드 공급이  안되면 기능저하증의 정도에 비례하여 TSH가 상승하게 되고.....


여기서 기능저하증으로 나타나는 증상과 위험도를 잠시 알아 보자.

에너지 사용이 잘 안되니까 추위를 타며 피곤하고, 체중증가, 성욕감퇴, 건성피부,  기억력 감퇴, 장운동 저하, 소화력 감퇴, 변비, 근육이 딱딱해지고 저리고 아프고, 얼굴과 손발이 붓고, 월경 과다, 불임이 되고, 머리카락이 건조해 지고 빠지고, 저체온상태가 되고, 때로는 점액수종성 혼수에 빠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혈중 콜레스테롤이 증가하여 혈관벽이 두꺼워져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의 관상동맥이 좁아져 허혈성 심부전 내지 심근경색이 초래되어 돌연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갑상선암수술후에 갑상선홀몬 부족으로 TSH가 올라가게 되면  미세암세포 표면에 존재하는TSH 수용체와 결합하여 암세포가 성장하여 소위 재발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TSH를 적게 나오게 하려면  갑상선홀몬(신지로이드)을 하루에 한번  간단히 복용하면 되는데

가끔 필자의 속을 뒤집어 놓는 환자들이 있어 골치가 아픈 것이다.

이들은 기도의 힘으로,  의지의 힘으로,  산의 좋은 공기와 음식으로 약에 의존하지 않고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기가 막히지....이렇게 된 것은 의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고 마구잡이 흥미위주로 방영하는 TV방송국의 책임도 크다 할 것이다.


근데 오늘 본 환자는 TSH가 47.08 uU/ml 로 체크되어 깜작 놀라 "어떻게 된 일이냐?" 고 물었더니 약을 일부러 복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그랬어요?"

"저는 신지로이드 복용 안하고 이겨 보려고요"

"네? 아주머니는 2년전에도 복용을 안해서 TSH가 100uU/ml 이상된 적도 있어 제가 난리를 쳤던 일이 있었는데요?"

"그 때도 선생님이 너무 화를 내었지요. 저는 약을 먹지 않고 치료하려고 해요. 약을 먹지 않고 치료해도 된다는 선생의 지도를 받고 있어요"

"네? 도대체 그 선생 이름이나 알아 봅시다"

"그건 알려 드릴 수 없고요. 그쪽은 그쪽 나름대로 이론이 있다고 봐요.  선생님은 선생님의 이론이 있듯이..'

"아니 정통의학을 이렇게 부정하다니.... 약 복용안하면 환자분의 생명이 위태로워 지는데요"

누누히 약을 복용하지 않았을 때 위험성을 설명해도 막무가네다. 오히려 필자의 다혈질 주머니를 터뜨리는 발언을 마구하는 것이다.

드디어 환자에게 하지 말았어야 할 발언을 쏟아 내어 버린다.

"환자분, 앞으로는 저 찾지 마세요. 내 말을 듣지 않으려면요"

그러고는 다음 환자를 보기 위해 옆진료실로 옮겨 간다.


환자는 돌아갔다. 근데 이 이후에는 영 마음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정말 오랫만에 다혈질 주머니가 터져 버려 필자답지 못한 언행을 한 것이 후회스러운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 땐 어떡하면 좋을까.........에휴..."



2015/03/30 14:20 2015/03/30 14:20

진료일지 (137) : 3월 23일


36세 여자 환자 : 어떻게 갈수록 갑상선암은 어려워져 가노....


갑상선에 여러개의 결절이 발견되어 타 대학병원에서 세침세포검사후에 필자를 찾아온 환자다.

세침검사결과는 암이 아닌 선종양 증식증(adenomatous hyperplasia)으로 나왔단다.  BRAF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는 음성이고.

이 결과만을 볼 때 이 환자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암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 BRAF돌연변이가 없는 유두암도 20~30%는 된다고는 하지만....)


그러나 그쪽 병원에서 가지고 온 초음파영상을 보니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이 보인다.

세침검사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초음파영상만을 볼 때 암위험도(malignancy risk >70~90%)가 높은 고의심(high suspicion)에 속하는

결절이 오른쪽 갑상선 날개의 중간쯤에 1.0cm 크기로 보이기 때문이다.

2014년 가을에 개정된 미국갑상선학회의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암위험도가 높은 결절은 모양이 불규칙(lrregular margin)하고 결절 속에 미세석회화(microcalcification)가 있고 저에코 고형 결절(hypoechoic solid)일 때라고 하였는데

이 환자의 오른쪽 날개의 결절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J Clin Endocrinol Metab 2009;94:1748~1751,Thyroid 2007;17:461~466,Thyroid 2007;17:1269~1276).


근데 이 결절 말고도 두개의 결절이 더 있었는데 하나는 0.85cm 크기의 고형결절이 오른쪽 암의심 결절 바로 윗쪽에 자리잡고 있고,

또 한개는 왼쪽 날개의 윗쪽에 0.87cm 크기로 있는데 물이 50% 이상 찬 낭종우성 결절이었다.

모양으로만 봐서는 전자는 암위험도가 10~20%인 중간의심(intermediate suspicion)에 속하고, 후자는 암위험도 5~10%인 저의심(low suspicion)군에 속한다고 생각된다(J Clin Endocrinol Metab 2009;94:1748~1751,Thyroid 2007;17:1269~1276).


자,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3개월후에 재검을 해봐?  아니지...오른쪽 고의심 결절이 암일 가능성이 70~90%라고 되어 있는데  공연히 재검한다고 시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바로 암이 의심되는 결절이 있는 오른쪽 날개를 떼어서 수술중에 바로 암검사를 해서 그 결과에 따라 수술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바른 길이 아닐까?


그래서 환자측에 진단적 오른쪽 갑상선엽 절제술(diagnostic right lobectomy)을 권유 한 것이다.

오늘 아침 회진 시간에 다시 환자와 환자의 남편에게 오른쪽 갑상선날개를 떼고 그 결과에 따라 암이면 암수술을 할 것이고, 암이 아니라고 나오면 왼쪽 날개에 있는 결절을 적출(enucleation)하고 수술을 끝내겠다고 하였다.

근데 환자의 남편이 수술방법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해 온다.

"저, 오른쪽 날개를 다 떼는 수술을 먼저 하지 말고 의심되는 결절만 우선 떼서 그 결과에 따라 수술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어떨런지요?"

"좋습니다.  그 방법은 수술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원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수술은 우선 오른쪽에 있는 결절 두개를 떼어서 긴급조직검사실로 보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왼쪽 낭종 우성결절을 적출(enucleation)해서 또 긴급 조직 검사를 보낸다.

만약 세개의 결절이 암으로 나오지 않으면 수술은 이 것으로 종결될 것이다.


근데 긴급조직검사실로 세개의 결절을 보낸지 1시간이 지나도록 소식 없는 것이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면역 염색에 들어 갔다는 데요.'
"또 그놈의 면역 염색?  에휴~~, 다른 방법 없나?  아마도 오른쪽 한개는 암으로 나올 것이고 나머지는 다 양성으로 나올 거야..."

1시간 30분이 지났는데도 소식 이 없다.

"안되겠다. 홍교수 좀 바꿔 보라 해,  어. 조직검사실이요?  어떻게 된 거요?"

"아, 아, 10분만 더 기다리면 나오겠습니다.'

정확히 10분후에 결과가 올라 온다.

"오른쪽은 유두암, 왼쪽은 유두암의 여포변종임"

"뭐라고? 왼쪽도 암이라고?  이거는 예상을 완전히 벗어 났잖아.... 그럼 할 수 없이 전절제를 해야겠네....환자가 실망을 많이 하겠다"

그래서 이 환자는 처음의 예상과는 달리 수술이 전절제술로 확대된 것이다.


병실로 올라가니 친정 아버님과 남편이 간호를 하고 있다가 필자를 반갑게 맞이 한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요?  수술시간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진단이 어려워서 좀 기다린다고 그렇게 되었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목소리도 문제 없고 손발 저림도 없이 잘 회복할 것입니다. 수술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됩니다"
"예, 예, 고맙습니다'

병실을 나오면서 생각한다.
"아~~, 정말 모르겠다. 어떻게 갈수록 갑상선암은 어려워져 가노......."


2015/03/27 14:32 2015/03/27 14:32

진료일지 (136) :3월20일


55세 여자 환자 :휘틀세포선종과 휘틀세포암 진단은 수술로도 어려운 수가 있다


지난 1월 중순 타병원에서 오른쪽 갑상선날개와 왼쪽 날개에 결절이 발견되어 세침세포진검사후에 필자에게 전원되어 온 환자다.

세침검사는 오른쪽 결절에서만 했는데 비정형(atypia) 세포가 보이기는 하지만

선종양증식증(adenomatous hyperplasia)에 가깝다고 하였다.

근데 가지고 온 초음파 영상은  오른쪽 날개에 직경 3.5cm 크기의 고형결절(solid nodule)을 보이고,

왼쪽 날개에 1.0cm크기의 낭종(cyst)을 보이고 있다.

선종양증식증도 생각할 수는 있지만 경계가 스무스(smooth) 하고 약간 저에코(hypoechoic)성을 보이는 것이

선종양증식증 보다는  여포종양 내지 휘틀세포 종양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되었다.

아니면 요즘 많이 진단되고 있는 유두암의 여포변종일 수도 있고....


환자에게 설명한다.

"현재로서는 암이다 아니다 진단할 수는 없고요.

일단 확실한 진단을 얻기 위한 오른쪽 갑상선날개를 떼는 수술을 먼저하는 것이 좋겠어요.

종양세포가 종양피막(tumor capsule)이나 혈관을 침범했는지를 보고 암인지 아닌지 알아보고 그 결과에 따라

암이면 암수술을, 암이 아니면 만세하고 수술을 종결시키면 되지요. 재수 없어 진단이 잘 안되면 일주일 기다려야 할지도..."

사실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을 위한답시고 일차수술하고 일주일 기다렸다가

또 수술실로 가자는 것은 어찌 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인 것이다.

어찌 한번만에 딱 진단해서 한번만에 모든 걸 해결해주지 못하느냐 말이지....

그래도 우짜노. 현재까지 진단 기술이 이 정도 수준 밖에 안되는 걸....


그러나 요즘와서는 이차수술까지 가는 환자 수가 예전에 비하여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수술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차 수술을 피하기 위해 일차 수술시에 어떡해 하든 정확한 진단을 붙이려고 노력을 한 결과인 것이다.

이렇게 된 공신은 소위 검사시간이 오래걸리는 것으로 악명높은 "면역 염색(immunostaining)"덕분이라 생각되는 것이다.

면역염색이 도입되기전에는 전통적인 H&E(Hematoxyline & Eosin)로 조직을 염색해서 암세포 유무를 찾아내곤 했는데

이것만 가지고는 제한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은 장점이 있긴 하지만....

H&E염색만으로는 여포나 휘틀세포종양에서 암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려면 종양세포의 피막침범이나 혈관침범(capsular or vascular invasion)을 관찰해야 되었는데,

면역염색(예, CD56, CK19등등)을 하면 이런 소견의 확인 없이 진단이 가능해진 경우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오늘 이 환자는 오른쪽 날개의 스무스한 종양과 왼쪽의 물혹외에 우리병원 초음파영상에서 새로 찾은 왼쪽 날개의 꼬리부분부터 종격동까지 연결되어 있는 3cm고형  결절이 있어,

수술은 우선 오른쪽 날개를 포함한 반절제를 하고 또 왼쪽 종격동까지 내려간 결절을 따로 떼어내기로 하였다.

물론 떼어낸 조직을 긴급조직검사실로 보냈더니 왼쪽 종격동 결절은 양성인 선종양 증식증으로 진단이 금방 나왔으나

오른쪽 결절은 면역염색결과를 봐야 알겠다는 것이다.

근데 이 면역염색 결과가 1시간이 거의 지나도록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햐~~, 이거 미치는구만,  일단 창상을 닫아 놓고 기다리자.  암으로 나오면 다시 열고....."


정말 1시간 훨씬 지나서야 결과가 컴터에 올라온다.

"CD 양성, CK19 음성, 휘틀세포선종 가능성이 높음."

"그럼, 어쨋든 암까지는 안갔단 얘기 잖아...흠흠... 환자로서는 대박이네...암으로 변하기 전단계니까 완치잖아"


마취회복실로 환자를 찾아간다.

"수술 잘 되었어요. 아~ 소리 내어 보고..."

"아~~, 교수님, 암으로 나왔어요?"

"아뇨,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양성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해요"

 아직 휘틀세포암까지 변한 것은 아닌것 같지만 확실한 것은 1주후의 영구조직검사(permanent tissue diagnosis)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유예하기로 한다.

오늘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 무언가 석연치 않아 좀 더 알아 본 후에 최종결론을 내려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쨋든 휘틀세포선종이냐 휘틀세포암이냐를 진단하는 것은 수술하고서도 어려운 수가 있는 것이다. 에휴

2015/03/24 15:12 2015/03/24 15:12

보령의료봉사상을 받는 장항석 교수님 사진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왼쪽에서 두번째 걸려있는 사진이 장항석 교수님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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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16:03 2015/03/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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