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340): 2017년 4월13일

25세 여자사람 환자: 대한민국, 아직 멀었어 !!!


오전의 붐비는 외래 진찰 시간, 예쁘장하게 생긴 아가씨와 그녀의 어머니인 듯한 중년여인이 들어 온다.

"어떻게 왔어요?"

"저기요..." 머뭇거린다.
"괜찮아요, 말해봐요"

"사실은 수술을 받았는데요, 작년 8얼10일에 K대 병원에서요"

"K대병원이라면 그 의사?"

"네......"

아이구야, 또 한 사람 당했구나.....

"그래, 무슨 문제가 생겼어요?"

"네, 이상해서 개인 외과 병원에 갔더니 재발이 심하다고 해서 교수님을 찾아 왔어요"


"어디 가져온 초음파 영상이나 한번 봅시다. 이 초음파는 개인외과의원에서 찍은 거군요"

"네, 개인의원 선생님께서 K대병원에서 원칙에 어긋난 수술을 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했어요.

3.5cm 오른쪽 갑상선암과 1.5cm왼쪽 갑상선암을 종양만 떼고(tumorectomy) 갑상선조직은 그대로 남겨두고,

옆목에 전이된 림프절 커진 것도 림프절만 떼어내는 수술을 했다고 했어요"
"그걸 암수술이라고 했다고요? 암은 혹덩어리만 떼어내면 재발이 되게 되어 있지요, 암덩어리 주변으로

암세포가 퍼져 나가 있는 것이 그대로 남기 때문이지요, 위나 폐에서 1cm암이 생겼을 때 위의 반이상을 ,

폐의 한쪽 엽을 넓게 떼어내는 것도 같은 이치지요,

눈에 보이는 암덩어리외에 먼지 같이 미세하게 퍼져 있는 암세포를 넓게 제거해야 된다는 것이지요.

갑상선 한쪽에 암이 생기면 최소한 그 쪽 갑상선엽을 다 떼어야 하는데

K대 그 의사는 이런 원칙을 무시한 수술을 한 것이지요.

림프절 전이도 전이된 한개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림프절이 소속되어 있는 림프절군을 다 청소해야 되지요.

림프절과 림프절들끼리는 림프관(lymphatic chains)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쪽에 암이 들어오면

그 아래 위 림프절로 퍼지게 되어 있는데 커진 것만 제거하면 이미 퍼진 미세암은 그대로 남아 나중에 재발의 원인이 되지요. 방에 쓰레기가 있을 때 손으로 큰 쓰레기만 들어내는 것하고 빗자루로 큰 쓰레기뿐 아니라 작은 먼지까지 청소하듯 싹싹 쓸어 내는 것 하고 어느 것이 나을까요?

만약 미국에서 K대 처럼 수술 했다면 의료과오(malpractice)로 고발당하게 되어 있어요. 어떻게 그 병원을 찾아 갔어요?"

"그걸 누가 알았나요, 그저 작게 수술하고 약도 안먹어도 된다고 해서요"


개인외과 에서 찍어 온 초음파 영상을 보니까 기가 막힌다.

좌우 갑상선 날개에 재발된 암덩어리외에 자갈밭같이 되어 버린 수많은 중앙경부림프절 전이와 측경부림프절 전이를 보니 분노가 끓어 오른다.
"이렇게 된 걸 K대 그 의사에게 보여 줬나요? 그 의사는 뭐라 그러던가요?"

"아뇨, K대는 다시 안갔어요, 가기 싫었어요"
"무슨 그런 소릴? 가서 상황을 알려야 그 의사가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알게 될 것 아니요, 재발되고 문제가 되면 다시

그 병원을 찾지않으니까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는 것 아니요"


타병원에서 수술한후 재발되어 온 환자는 달갑지 않은게 사실이다.

지난번 수술로 조직이 유착되고 장기의 해부학적인 정상 위치가 뒤엉키어 재수술이 어렵고 수술후 합병증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암수술은 첫수술이 완벽하게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달콤한 말에 속아 원칙에 어긋나는

사이비 수술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똑똑한 환자들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이런 의료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하긴 결절만 간단히 떼어도 암을 고칠 수 있다고 하는 말에 아무리 똑똑한 환자라도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또 근거 없는 선동적인 언행에 넘어가지 않을 환자가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TV같은 매스콤도 넘어 갔는데 일반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환자분, 내가 수술해드릴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이렇게 된걸 K대 그 의사한테 보여주고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봐요, 무슨 말을 환자에게 할 것이지

그게 궁금하니까요"

미적미적 하던 환자와 어머니가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다.

글쎄, 꼭 그렇게 할지 안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작은 반항이라도 해야 꽉 막힌 속이 좀 뚫어질것 같은데, 글쎄....

대한민국, 아직 멀었어 !!!엉엉 회색동글이

2017/04/14 13:54 2017/04/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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