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 (480) : 2018년 11월12일

40대 중반 남자사람 환자 : 성대신경 침범되었다, 보호자 불러라


8호수술실,  엄청 퍼진 갑상선암 때문에 고속으로 입원시켜 오늘 수술하게 된 40대 중반 남자 환자다.

현재 거주지가 동남아 국가이기도 해서  장호진교수 앞으로 빨리 입원시켜 협동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환자는 2년전에 갑상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지난 7월에 세침검사하여

 BRAF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고 갈렉틴-3 단백질(galectin-3)이 검출되는  유두암이라는 소리를 듣고  필자를 찾아 왔다.


가지고 온 초음파를 보니 아이구야, 해도 너무 했다, 왜 이 지경이 되도록 무심하게 지나다가 이제야  찾아 왔을까?

흉칙한 도깨비 뿔처럼 삐쭉삐죽 표면을 가진 암덩어리가 오른 쪽 갑상선 전체를 점령하고 이 암덩어리는 갑상선의 앞쪽,

뒷쪽, 옆쪽, 안쪽 피막을  뚫고 나와 안쪽으로는 기도벽을, 바깥쪽으로는 오른쪽 총경동맥과 내경정맥을

침범한 것 처럼 보인다.

거기에다가 측경부림프절 전이들도 만만치 않아 레벨3 와 4에 여러개의 전이 림프절들이 서로 엉켜있고 이 림프절들은

내경정맥과 총경동맥을 에워 싸고 있다.

히야~~, 강적중의 강적이다. 저기 저 오른쪽 기도벽은 어디까지 침범되었을까?

내강까지 침범되었으면 기도를 짜르고 연결해야 되는데..... 그러면 위험하고 큰 수술이 되는데?

저건 MRI(자기공명영상)을 찍어 봐야 자세히 알 수 있다.


수술전 8호수술실에서 장교수와 그간의 영상과 MRI를 복습한다.

"교수님,기도 내강 침범은 없는데요. 근데 우측 성대신경은 암으로 둘러 싸여 있는 것 같고요, 례벨3와 4 근처 총경동맥과 내경정맥이

위태로운데요"
"그렇지? 근데 실지로 들어 가보면 영상만큼 심하지 않은게 보통이야, 수술시간은 꾀 걸리겠는 걸, 남자들은 참 미련하단 말이야,

자기 몸이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데 그놈의 직장이 뭔지, 사업이 뭔지 거기에 코박고 있다가 엉뚱한 병마로 고생하게 된단 말이야,

기도내강까지 퍼지지 않은 것만해도 큰 적선해 준거지"


수술은 우측 아랫쪽 목에 긴 횡절개를 넣고  우측 측경부림프절 청소술, 갑상선전절제술, 중앙경부림프절청소술 순으로 진행한다.

우측 레벨2와 3 까지는 별 문제 없이 잘 진행되었는데 레벨 4에서 총경동맥과 내경정맥벽을 침범한 

암조직을 벗겨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잘 나갔는데 오른쪽 갑상선암덩어리를 떼어낼 때 부터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암덩어리가 우측성대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신경을 살려두고 암덩어리를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신경을 싸고 있는 암조직을 거의 제거했는데도 아직 0.8cm길이로

암조직이 신경에 붙어 있다. 필사의 노력을 동원해도 안된다. 암조직을 남겨두면 목소리는 살릴 수 있지만 암재발은 막을 수 없다.

보호자분에게 이런 상황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수술후 목소리가 변해도 이해를 해 줄 것이다.

"성대신경 침범했다, 보호자 불러라"


좀 있으니까 중년의 아주머니가 벌벌 떨면서 수술실로 들어 온다.

"너무 놀라지 마시구요, 암이 신경을 둘러 싸고 있어서 수술에 문제가 좀 있어요, 짜르는 것이 암치료하는데는 좋지만

목소리가 변할 수 있어요, 물론 살려 보는데까지 살려보겠지만요, 짜르고나서 남은 신경을 연결시키거고

나중에 성대 성형술을 하면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을 거요, 고음 내는데 지장이 좀 있겠지만요"

"아이고, 심장 떨려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교수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네, 최대한 환자를 위한 결정을 할 겁니다"


"자, 이제부터 현미경 수술 모드로 들어 간다. 수술대 현미경 준비하고 미세수술에 능한 성형외과 전문 불러라..,

 성형외과 선생, 일단 짜르지는 말고 아주 가느다란 가닥이라도 살려줄 수 있으면 살려주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안되면 짜르고 연결하도록 해주셔..나는 그동안 커피 한잔 할테니까"."

준비된 현미경으로 성대신경을 살펴보니 잘 하면 일부 신경가닥을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1시간 후쯤 되었을까. 성형외과전문의로 부터 연락이 온다.
"교수님, 한번 봐주세요, 가느다란 분지를 살린것 같은데요"

"어디 봅시다,  가늘기는 하지만 두가닥이 남아 있네.... OK, 더 이상 진행 안해도 되겠어요, 수고 했어요"

수술을 끝내고 순회 간호사 에게 한마디 날린다.

"외과의사들이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사는지 아무도 모르지요, 집에 있는 마누라도 몰라요"
"맞아요, 교수님, 수고 많으셨어요"


저녁 회진 시간전, 그 환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목소리는 그대로 유지되어 있을까?

전담간호사 한나에게 전화를 해 본다.

"한나냐, 그 남자 환자 목소리 어때?"

"아, 괜찮던데요, 변화 없어요 교수님"
"그래? 흐흐흐..."


병상은 환자의 와이프가 지키고 있다.

"아, 아까 수술실에서 만났던 분이시죠? 어때요 목소리?  수술전과 변함 없어요?"
"네, 같은 것 같은데요"

"남자들은 미련해서 자기몸 변하는 것 모르고 지내는 수가 많지요, 주치의의 저를 포함해서 말이지요,

앞으로 남편분 건강 잘 살펴드리기 바랍니다'
"네,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미소 노란동글이


2018/11/20 15:08 2018/11/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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