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424) :2018년 2월23일

35세 남자사람 환자 : 잘 회복해서 두딸내미 잘 키워 내야지...


지난 1월25일, 건장하게 보이는 젊은 남자사람이 외래 진찰실로 들어 온다.

'어? 목이 이상하다? 양쪽 측경부가 울퉁불퉁 목이 굵어 보이지 않은가. 흠, 심상치 않은데....'

촉진을 해보니 어이구야, 감자밭이다. 만져도 움직여지지 않은 걸 보니 쉽게 케어질 것 같지가 않다.

가지고 온 초음파와 목CT를 보니 기가 막힌다. 엄청 많은 감자들이 양측 옆목 레벨 2,3,4,5 림프절들을 완전 점령하고 있고,

갑상선에는 협부에 1.2cm 크기의 종양이 기도 앞쪽을 누르고 있고, 좌우 날개에도 여러개의 종양이 뒷쪽 피막을 침범하고 있다.

중앙경부 림프절도 장난 아니게 퍼져 있고.....히야~ ,.강적중의 강적이다.

저 림프절들을 다 제거하고 나면 부갑상선 혈류가 망가져 손발이 저리게 되겠는데.....

"아니 이렇게 되도록 몰랐나요?"

"예, 몰랐지요, 작년 11월17일 건강검진에서 처음 발견되었어요"

"하여튼 남자들은 미련하단 말이야, 자기 몸의 변화에 둔감하단 말이지..."

PET-CT에는 다행히도 아직 원격전이는 없다. 그래도 수술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

땡길 수 있으면 땡기고 이 환자 수술할 때는 다른 수술을 줄여 모든 에너지를 이 환자에게만 쏟아 부어야 할 것 같다.


이래저래 오코디의 노력으로 수술 D-day가 오늘로 잡힌 것이다. 오코디도 이 환자때문에 마음이 몹시 불편했나 보다.

10살과 7살 된 딸이 딸린 젊은 가장이 이런 지경으로 암이 퍼졌으니 그럴만도 할 것이다.

수술전날인 어제저녁(2월22일), 병실에서 환자에게 어떻게 수술할 것이라는 얘기를 해준다.

그리고 큰 수술에 따른 수술 합병증에 대하여서도 대충 설명해준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갑선 기능저하증--저칼슘혈증--손발저림현상에 대하여

조금 강조해주고, 성대신경(회귀 후두신경) 약화 때문에 오는 목소리 변화와 수술후 출혈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해 준다.

그외 여러가지 수술합병증이 있을 수 있지만 어치피 해야할 수술인 바에야 공포심을 가질 정도로 강조해서 해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되어 부드럽게 얘기해 준다.

덧 붙여 이런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 줄 것이라 위로해 준다.


15호 수술실, 닥터 김과 그동안 찍어 두었던 여러가지 영상을 복습한다.

"교수님, 양쪽 내경정맥이 전이림프절들이 앞뒤에서 눌러 좁아졌는데요. 저게 정맥벽을 침범한 거면 정맥을 같이 손봐야 되겠는데요.

총경동맥벽도 침범된 것처럼 보이구요"

"정말 그렇다면 정말 심각하지...아, 진짜로 내경정맥이 초생달 모양으로 좁아져 있네...양쪽 정맥을 다 짜르게 되면 굉장히 위험해진다구.

어떤 일이 있어도 한쪽은 살려야 해, 동맥침범은 없는 것 같은데?"

"오늘은 수술시간이 좀 길어질 것 같은데요"


수술은 아랫쪽 목 피부를 횡절개로 길게 열고 우측 측경부림프절 청소술, 좌측 측경부 림프절 청소술, 좌우 갑상선전절제술,

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 순으로 진행한다.

우측 측경부청소술 때 내경정맥과 전이림프절이 분리가 잘 안되면 정맥을 같이 제거해야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는데

어찌어찌 큰 이벤트 없이 잘 분리가 된다. 정맥이 터지면 큰 출혈로 비상사태가 되는데 휴~ 무사하다.

좌측 측경부 청소술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무사히 잘 끝난다.

문제는 갑상선 본체암과 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을 할 때 일어난다. 수술전 영상 복습 때 미쳐 인지하지 못했던 갑상선 뒷면 피막을 뚫고 나온

암덩어리 일부가 양쪽 성대신경을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다. 오른쪽 왼쪽이 다 그렇게 되어 있다.

"햐~~, 큰일 났네, 양측 신경을 다 짤라 내면 평생 기도에 구멍(기관조루술)을 내어 호흡을 해야 한다구, 세상이 두쪽 나도 신경은 꼭 살려야 해, 양쪽 신경 마비가 오면 환자에게는 악몽이 된다구..."

오른쪽은 암조직이 신경을 반쯤 둘러 싸고 있어 힘들었지만 그런대로 면도식 절제(shave off)로 분리가 되었지만 왼쪽은 성대신경은 물론

식도벽와 기도벽의 연골피막과 한덩어리가 되어 도저히 분리가 안될 것 같다.

"짜를까? 안돼지, 내 전용 확대경 가져 온나, 이럴 때일수록 서둘면 안되지..."

정말로 정말로 오른쪽 어깨와 눈알이 빠지는 장시간의 악전고투 끝에 겨우 겨우 암조직이 신경, 식도벽, 기도연골막(perichondrium)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온다.

미세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들이 신경에 붙어 있을 지 모르지만 이 정도는 나중에 방사선치료나 방사성요드치료로 콘트롤이 가능할 것이다.


수술이 끝난 후 얼마동안 기진맥진 뻗어 있다가 다음 월요일 수술할 환자들의 데이터를 점검하고 병실 회진을 간다.

병실의 환자는 예쁜 와이프가 돌보고 있다. 상태는 의외로 멀쩡하다. 목소리도 좋다. 손발 저림도 아직 없다.

수술이 어려웠지만 무사히 끝냈다고 설명하고 환자에게 묻는다.

"아니, 진단은 지방대학병원에서 작년 11월17일에 받았다고 했는데 우리병원에는 금년 1월25일에 왔어요. 왜 이렇게 늦게 왔지요?"
"일찍 오고 싶었는데 교수님께는 예약이 잘 안되어서요"

"아. 그랬구나, 그래도 치과대학 교수분께서 부탁전화가 오긴 했어요. 부탁이 없더라도 심한 환자는 좀 땡겨 드리곤 하는데도

이렇게 늦었군요. 어쨋든 수술 잘되었고 잘 회복할 겁니다"

"네, 네. 교수님,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병실을 나서면서 전담간호사 솜솜에게 말한다.

"그저께 수술한 37세 남자 환자는 이 환자에 비하면 어린아이 수준이었어, 남자는 참 불쌍하단 말이야, 어쨋든 잘 회복해서

두 딸내미 잘 키워내야 할텐데.....뭐, 그렇게 되겠지..."미소 노란동글이


뒷 이야기: 수술 다음날 부갑상선 홀몬치가 21.5 pg/ml(정상, 15~65)으로 완전 정상치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2018/02/26 14:52 2018/02/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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