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413): 2018년 1월15일

76세 남자사람 환자: 고령자라도 치료받고 건강하게 살아야할 권리는 있다


이른 아침 회진 시간, 오늘 수술예정인 환자들을 만나러 간다.

다른 환자들은 비교적 일찍 발견된 케이스로 반절제로 간단히 끝날 것이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 수술이 될 70대 중반 남자사람은 오늘이 두번째 재발 수술이기 때문에 마음이 좀 무겁다.

병실에 들리니까 언제나 처럼 두부부가 선량한 웃음으로 필자를 맞는다.

"아이고, 평생 저와 함께 늙어 가는군요, 저번에 설명 드렸듯이 오늘 수술은 완치수술이라기 보다 문제가 되는

큰 재발 부위만 떼어내는 수술이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안되실 겁니다. 그리고 폐에 깨알 같이 퍼진 작은 전이는 그냥두고

오른쪽 중간 폐에 있는 좀 큰 전이만 흉부외과에서 떼어낼 겁니다. 영상의학과에서 재발부위 표시가 끝나면 수술실로

모셔 수술해 드릴겁니다"

환자와 부인되시는 분은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 들었는지 그저그저 교수님이 알아서 해주시겠지 하는 표정을 지어 준다.


이 환자분은 1994년 2월27일, 우측 상(上)측경부에 6.0cm되는 부드러운 종양과 중앙경부 후두전방에 3.0cm의 딱딱한

결절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검사결과 큰 것은 지방종(기름덩이혹)이었고 중앙부 종양은 갑상선유두암이었다.

여러가지 진단방법을 동원하여 암이 퍼진 상태를 일아 본 결과 중심되는 암덩어리는 갑상선협부에 있었고,

여기에서 암세포가 오른쪽 왼쪽 갑상선 날개로 퍼저 종양을 형성하면서

갑상선피막을 뚫고 나와 양쪽 띠근육(strap muscles), 기도연골피막(perichondrium),

오른쪽 성대신경과 식도벽을 침범하고 중앙경부림프절과 오른쪽 옆목림프절까지 여러개의 전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1차수술은 1995년 1월25일, 갑상선전절제술, 중앙경부와 옆목림프절 청소술, 양쪽 띠근육 절제술, 성대신경, 기도연골피막, 식도벽침범부위를 무우껍질을 깍아 내듯 면도식 절제(shaving off)기법으로 깍아 내었다.

지방종은 덩치만 컸지 주위조직으로 퍼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간단히 감자 한개 케어내듯 제거하였다.

수술후 몇차례 방사성요드치료를 받고 추적 관찰 을 하는 중 95년 4월 부터 우측목상부에 0.8cm 크기의 림프절이 있어 경과를 지켜보다가 1997년 1월24일에 제거술을 하였다.

결과는 작은 림프절 전이로 밝혀져 방사성요드치료를 추가로 하였다.

이 이후 환자는 2003년9월에 찍은 목CT스캔에서 왼쪽 내경정맥 근처의 레벨 3와 4림프절이 딱딱하게 굳은

석회화 림프절(calcified node)이 보여 이것이 커지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얘기하였다.


그러나 2017년 11월21일에 추적한 초음파영상에서 왼쪽 석회화림프절은 전혀 변화가 없는데 난데없이 오른쪽 레벨2 림프절이 1.68cm으로 커져 있어 세침검사결과 역시 유듀암 전이로 나왔고, 곧이어 시행한 폐CT스캔에서 오른쪽 폐중간에 1.0cm크기의 전이결절이 보이고 그외에도 깨알 보다 작은 전이 음영이 양쪽 폐에 산재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런 경우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를 바로 시행해 볼 수도 있지만 방사성요드치료는 덩치가 큰 전이암에는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큰 전이가 있는 오른쪽 레벨2 림프절과 오늘 처음 보는 레벨5에 있는 작은 피하 결절을 제거하고,

폐의 큰전이 결절은 흉부외과에서 제거하기로 한다.

옛날 부터 있었던 왼쪽 옆목의 석회화결절은 2003년이후 전혀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고령인 환자에게

수술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번에는 손을 보지 않기로 한다.


흉부외과 이교수를 만나 얘기한다.
"폐결절 떼어내는 것 어렵지 않겠지요?"
"예,예, 흉강경으로 하면 부담없이 안전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작은 것은 안 떼도 되겠지요?"
"그거 따 떼 다가는 폐를 다 짤라야 될걸요, 나머지 짝은 전이 암은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로 치료할 예정입니다"

갑상선외과 수술이 끝나고 이어서 흉부외과팀이 들어와서 흉강경을 통해 전이결절을 쐐기형 절제(wedge resection)방식으로 어렵지 않게 떼어낸다.


일본을 비롯 몇몇 선진국에서는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자에서 꼭 수술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못한다. 수술받을 사람이 고령자 자신이라고 생각해 보면 그렇게 간단히 단정지을 수가 없는 것이다.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된다면 수술을 해서 암의 고통에서 벗어난 편안한 여생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의료가 아닐까 생각되는 것이다.


병실에는 아침회진 때와는 달리 많은 가족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환자상태는 좋게 보인다.

수술내역에 대하여 설명하고 잘 회복하실 것이라고 안심시켜 드린다.

환자의 딸인 듯한 젊은 여인이 질문을 한다.
"교수님, 이제 완치가 되는 거지요?"

"아~~, 오늘 수술은 그런 뜻의 수술이 아니고... 큰 것만 제거하고 나머지 미세한 것은 방사성 요드치료를 할 예정이지요.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만 유지하면 오래 잘 살 수 있지요"

"예,예, 알 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럼요, 잘 봐드려야지요, 평생 저와 함께 나이들어 가시는 분인데요, 첫수술이 23년전이었던가요ㅎㅎ"

그렇다, 연세 드신 분이라도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살아야할 권리는 있는 것이다.미소 노란동글이

2018/01/29 12:53 2018/01/2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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