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힐링 터치를 한다 거북이 카페에서...

 


필자의 출근 시간은 좀 빠르다.  병원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가 의자에 앉으면 아침 7시가 될랑 말랑 한다.

의자에 앉자 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컴터를 열어 보는 것이다.

우선 병원 메일함을 열어 보고 병원이 어떻게 돌아 가나 휘리릭 체크하고, 받은 메일함에서 답해야 할 것은 하고, 그 다음에는 바로  거북이 카페로 간다.

거북이 가족으로 부터  새로 들어온 글은 없나, 새로 올라온 질문은 없나, 필자가 쓴 컬럼, 음악 이야기 등에 새로 올라온 댓글은 없나 등등을 살펴본다.

그리고는 최신 건강이나 의학 정보들 중 우리 거북이 가족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있으면 이를 뽑아 카페지기에게 넘긴다.

이렇게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7시 반이 된다.

이 시간이 되면 불야불야 갑상선암 센터 외래로 내려가서 전공의, 전문간호사, 전임의(연구강사)들을 만나 그날의 정규적인 일을 시작한다.


그날의 정규적인 일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코디네이터실에 들려 오영자 코디네이터와 또 다른 코디네이터인 거북이(박경아라는 정식이름이 있지만)를 만나 거북이 가족 카페 운영에 대한 얘기를 나누거나 환자 들의 수술 스케쥴과 기타 여러가지 애로사항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 시간은 일정치 않다. 그때 그때 짬을 내어서 방문하니까....

박경아 코디네이터는 거북이이라는 닉넴으로 카페지기 일까지 겸하고 있으니까 머리 속이 더 복잡하겠지만 이 일이 더 즐거운 모양이다.

카페지기 일이라는 것이 정규 근무시간외에 퇴근해서 집에가서도 답글이나 자료를 올려야 되는 일이 빈번한데도  거북이는 즐겁게 이 일을 한다.

거북이가 출산휴가로 몇 개월 쉴 때 대타로 들어와 일을 하던 "토순이"도  정말로 이 일을 재미있어 했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

지금은 딴 부서로 갔지만 머지 않아 다시 복귀해서 갑상선암센터의 새로운 정식 가족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카페 "거북이 가족"은 온라인 상의 카페다.  온라인이니까 얼굴을 직접 보면서 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닉넴으로 하니까 익명성도 있다.

그래서 직접 만나 얘기 하는 것 보다 진솔하게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만나면 쪽 팔려서 못할 얘기도 여기서는 자유롭다.

얼굴도 모른는 사람과, 나이도 모르는 사람과, 남녀 구분도 없이 언제 어느 때나  자기의 생각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 일인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 "인"자와 사이"간"이니까 서로 소통해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평생 살면서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숫자가 극히 제한 되어 보고 듣고 생각하는 영역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본인이 하려고 하면 전 세계인을 상대로 무한대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최신 정보의 교환도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문학, 예술, 의학, 영상 등 모든 영역을 다 포함해서 말이다. 실로 놀라운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좋은 점이 많기도 하지만 부작용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몰라도 될 정보, 거짓 정보, 해악을 끼칠 영상정보들이 우리 인간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특히 아직 가치관이 확립 안된 청소년들을 잘못된 길로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카페  "거북이 가족"은 갑상선암이라는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온라인상의 공간이다.

동병상린이라고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으니까 몸과 마음의 고통도 비슷하다. 고통이 밀려 올 때는 혼자보다는 이웃의 도움이 필요하다.

남은 이럴 때 어떻게 극복했나, 남은 이렇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남은 이런 궁금증이 생겼을 때 는 어떻게 해소 했을까,

병원의 의료진과 얘기를 해보고 싶지만 어디 씨나 먹혀 들어야지..... 그들은 너무 기계적 인간같다, 너무 바삐 돌아간다, 인간적 소통은 언감생심이다.

이럴 때  온라인이지만 "거북이 가족"  같은  카페가 딱인 것이다.


선배 거북이들의 극복기와 조언들이 의료진에서 듣는 것 보다 더 피부에 와 닫는다.

의료진들의 사무적인 조언보다 감정과 감성이 통하는  거북이 가족과의 대화가 훨씬 더 위로가 되고 서로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모르는 사이에 서로가 힐링터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 가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부터 음악, 미술, 영상, 여행 등 모든 분야의 정보를 서로 교환하며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도 한다.

이것도 힐링 터치인 것이지...


필자는 이런 면에서 우리의 카페 "거북이 가족"을 사랑한다.

그렇지만 거북이들의 소통공간에 자주 끼어 들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모든 대화에 끼어들면 거북이들간의  자유로운 소통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후배들과의 학술모임에서 필자가 먼저 발언을 하면 후배들의 자유로운 토론의 맥이 끊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토론이 잘 못된 방향으로 흐를 때만 필자가 개입하듯이 우리 카페에서도 필자가 직접 개입하는 것을 피하고. 웬만한 의학적인 조언은 카페지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한다.

필자가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면 직접하기도 한다.

카페지기 거북이가  "오늘 질문은 이런거 이런거 올라왔는데 어떻게 답할까요" 물으면

"이렇게 저렇게 답해라" 하고 조언한다.  카페지기가 하는 답은 필자가 하는 답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같은 방을 쓰는 오영자 코디가 말힌다.

"교수님, 거북이 가족들 중 오래 동안 카페 활동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수술전 몇 개월부터 부지런히 들어오고, 수술 끝나고 문제가 없어지고 안정기가 되면 슬슬 빠져 나가는 것 같아요"

"그게 자연스러운 현상인 거지,  결혼시킨 자식새끼들이 지네들 답답하고 안정이 안되고 할때는 부지런히 아버지 어머니 찾다가 지네들 살만하면 잘 안나타나는 것과 같은 거지. 그렇다고 부모자식 관계 끝난 것은 아니잖아... 살다가 답답하면 다시 찾게 되어 있어, 우리 거북이 가족도 마찬가지야"

필자의 제자들도 마찬가지다.   한사람의 갑상선 내분비 외과 세부전문의로 자라서 다른 대학병원의 교수요원으로 가면 처음에는 툭하면 다시 나타나서 저녁 같이하고 얘기 나누고 ....그러다가 한 1년 쯤 지나면 슬슬 안보이기 시작하지..... 힐링 터치가 절실하지 않게 된 것이지.


이번에 필자는 사랑하는 후배 이 희대 교수를 잃고 뒤늦은 슬픔에 빠져 감정적으로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을 때 우리 카페 "거북이 가족"에서 탈출구를 찾으려고 했지...

필자는 슬퍼할 일이 생기면 더 슬픈 늪에서 끝까지 "슬픔의 자해"를 저지러는 버릇이 있다.

 " 아~, 떠나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따뜻한 한마디 말이라도 주고 받을 걸....."

슬픈 감정을 온라인 카페에 음악으로 표현했는데 눈치 빠른 우리 카페가족이  토닥거려 준다.

덕택에 자해기간이 짧아진다. 다시 5월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거북이 가족" 의 힐링 터치 덕인 것이다.

 "우리는 서로 힐링 터치를  한다  거북이 카페에서......"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2013/08/08 11:55 2013/08/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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