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505): 2019년1월25일

40대초반 여자사람 환자: LA에서 온 환자 이야기


아침 병실 회진 시간, 오늘 수술할 40대초반 여자사람 환자를 보려 간다.  미국 LA에서 온 환자다.

요즘은 아시아권외에 미국, 캐나다, 중남미권에서 수술받으려 오는 환자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분들은 미리 예약하고 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의료진 입장에서는 좀 안타깝기도 하다. 멀리 타국에서 수술받기위해 고국에 찾아오는 환자가 안스럽기도 하고,

그 많은 비용은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분들은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빨리 수술받고 빨리 회복해서 돌아가기를 원한다.. 김영란법인가 뭔가 때문에 고국에 와서 고생하는 것을 덜어주기 위해

이미 올려진 수술 환자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올려 놓는 식으로 수술을 과외로 올려 해결하려 노력한다.

필자에게는  과로라는 문제가 있지만 아직은 힘이 남아 있다고 생각해서 즐겁게 해외 환자들을 본다.


병실의 LA 환자는 웃는 표정으로 필자를 맞으며 말한다.

"여기 제 남편이에요, LA에서 아침에 도착했어요"
"아, 그러세요, 반갑습니다. 낮과 밤이 바뀌어 힘들 겠습니다. 오늘 수술은 왼쪽 측경부에 전이가 의심되는 림프절이 있어 영상의학과에서

이놈들을 마킹하고, 수술할 때 이 림프절을 먼저 떼어서 긴급조직 검사하고, 만약 전이가 있는 걸로 나오면 측경부청소술과  갑상선전절제술을 할거고, 운이 좋아 전이가 아니라면 갑상선 반절제로 끝날 수도 있어요. 간단히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네,네, 잘 부탁드립니다"

"염려 마십시요, 잘 될 겁니다"


이 환자는 2017년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유두암 의심 결절(카테고리5)이 왼쪽 갑상선에 있다는 진단을 받고

미국에서 추적관찰을 하다가 2019년 1월 8일 필자에게 확실한 진단과 치료를 받고 싶어 찾아 오게 되었단다.

가지고온 초음파에는 왼쪽 갑상선 상부 1/3 지점 뒷쪽 피막을 침범하고 있는 0.9cm 결절이 보인다.

저에코(hypoechoic)의 불규칙한 경계( irregular spiculated margin)를 보여 암이 의심스럽지만

다시 한번 초음파와 세침검사로 확인 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 믿을 수 있고 빨리 검사가 되는 인근의 J의원에 의뢰해서 최단시일안에 결과를 알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최근 필자 병원 영상의학과는 초음파검사량이 넘쳐 빨리 해줄 수 없는 여건이 안되어 차선책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다.

3월이 되면 영상의학과 요원이 2명 더 채용할 예정이라 하니 환자들의 불편이 다소 해결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기대한대로 J의원의 검사결과가 금방 나와 환자에게 설명하고 수술날자를 잡아준다.

새로 찍은 초음파영상에는 0.9cm인던 결절이 1.03cm로 커졌고 그전에는 볼 수 없었던 왼쪽 측경부 레벨2와 4에 전이가 의심되는림프절이 보인다. 흠~, 수술이 좀 커질지 모르겠는데?


15호 수술실,  최단시일안에 수술일을 잡은 오늘, 영상의학과에서 측경부림프절 마킹을 끝낸 환자가 도착한다.

 반절제술과 측경부림프절 청소술을 대비한  절개선을 디자인하면서 환자에게 말한다.

" 내가 좋아하는 목주름이 절개예정인 라인을 따라 있어서 수술 흉터가 예쁘게 나올 것 같아요,

또 목이 가늘고 길어 수술이 어렵지 않게 될 것 같은데요"


먼저 최소침습절개 라인을 따라 수술시야를 확보하고 왼쪽 레벨 2와 4 림프절들을 떼어서 긴급조직검사실에 보낸 후

왼쪽 갑상선날개와 중앙경부 림프절청소술을 한다. 떼어낸 중앙경부림프절도 긴급조직검사실로 보낸다.

20분쯤 기다렸을까.

"교수님, 레벨 2에 2개의 전이가 있고요, 중앙경부 림프절에도 한개의 전이가 있다고 나왔어요"
"내 그럴줄 알았다.  남은 오른쪽 갑상선 완결절제술하고  왼쪽 측경부 청소술을 추가하자"

수술을 진행하면서 콩콩이 닥터 김과 얘기를 나눈다.
"지난 주에는 뉴저지에서 온 환자를 수술했고, 다음주에는 아틀란타 환자분을 수술할 예정이야.

이분들 의료비가 만만찮을거야.  아틀란타 환자 한분 수술비가 한국 환자 10배는 될거야, 좀 안타깝지.

오늘 이 환자가 미국 돌아가서 손발저리게 되면 타국에서 고생을 엄청하게 될거니까 부갑상선 혈류 보존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구"

수술은 아무런 이벤트 없이 스무스하게 잘 끝난다. 부갑상선 혈류도 잘 보존된 것 같다.


병실의 환자는 양호하다. 손발저림도 없다. 수술내역에 대하여 환자와 남편분에게 설명해 준다.

"수술은 만족스럽게 잘 되었어요,  아까 마취회복실에서 듣기로는 2주후에 돌아가야 된다고요?  잘 회복하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지만...

방사성요드치료를 6~8주후에 해야 되는데 사정에 따라 6개월 후로 연기 할 수도 있고요"

"꼭 2주후가 아니라도 됩니다"

"LA 청기와집 하고 북창동 순두부집 음식맛이 있지요"

"저희들이 청기와 근처에서 살고 있어요"

돌아서 나오려는데 환자가 수술통증으로 불편할텐데도 필자의 손을 잡고 한동안 놓지 않고 낮게 말을 한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2019/01/31 15:23 2019/01/3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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