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479) : 2018년11월7일

50대초 남자사람 환자: 스피치 발브를 장착하고 있는 사나이


2018년 11월 1일 외래 진료시간, 50대초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남자환자가 들어온다. 스피치발브를 장착하고

있는 사나이다.

"어이구, 어서 오십시요, 이제 20년이 훨씬 넘었지요?"

"네, 교수님 덕에 이렇게 건강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집이 서해안 대X도 근처이지요, 어디 목 좀 볼까요? '

"예, 이 목소리 발브 덕에 별 불편 없이 대화하고 생활합니다"
"이제 적응이 되어서 그렇게 느끼지만 왜 불편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어떻게 해결해 드려야 되는데..."


이 환자와 처음 만난 날은 22년전인 1996년 12월 초였다.

갑상선유두암이 양쪽 갑상선전체와 중앙경부림프절, 그리고 양측 측경부림프절을 점령하여 목 전체가 성한 곳이 없었는데

더 기가 찬 것은 양쪽 성대신경 마비로 숨이 차서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양쪽 폐에도 깨알 같은 전이가 쫘악 깔려 있다.

"시면 떫지나 말던지, 이건 너무 하잖아...이렇게 된걸 고치라고?"


말도 안되게 암이 퍼져 수술이 가능할지, 수술하더라도 제대로 회복이나 될런지 하는 상태에서 거대한 산을 정복하는

기분으로 무모한 도전을 하였다. 1996년 12월9일이었다.

양측 성대가 마비되어 마취기도 삽관이 어려워 우선 기도조루술(기도에 구엉을 내어 호흡을 하게 하는 수술; tracheostomy)을 하고

양측 갑상선 전절제술 + 양측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 + 양측 측경부 림프절 청소술을 하였다.

양측 내경정맥도 추가로  절제 되었다. 암이 침범되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에 와서 글로서 표현하니까 간단히 석줄의 문장이지만 당시는 암조직과 혈관, 신경이 뒤엉켜 뭐가 뭔지 잘 구분이 안되는

지옥의 전장터에서 전투를 치루는 것이었다. 수술팀은 기진맥진 했지만  어찌어찌 암조직을 제거하는데는 성공하였다.

하루 종일의 시간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말이지...


이렇게 큰 수술을 했는데 회복이 순조로울 수 없어 몇번의 중환자실 신세를 지고 3개월후인 1997년 2월10일 대망의

퇴원을 하였다. 기도 조루술 구멍에 스피지 발브를 장착을 하고 말이지.

스피치 발브란 것은 기도조루술 투브에 스피치발브를 끼워 말을 할 때 이 발브를 통해 공기가 들어가 위쪽 성대를 

움직이게 하여 발성을 하게 하는 장치인 것이다. 양족 성대 마비가 된 환자에게 아주 유용한 장치인 것이다.


이 이후 폐전이를 위한 추가치료로 고용량 방사성요드를 200mCi씩 6~12개월 간격으로 다섯번 투여하여

TSH 30~100 IU/ml 로 올린 상태에서 Tg 수치가 64ng/ml 에서 34.6 --> 32.4 --> 5.91 --> 1.43 -->1.12 -->0.97 ng/ml

로 하강하였다.  마지막  0.97ng/ml는 최근 2018년 11월초에 체크한 수치다. 이제 암세포가 거의 사라졌다는 의미다.

20년이 넘는 오랜 투쟁의 승리인 것이다.

이제 저 스피치 발브를 제거하고 기도조루술 구멍을 막고 성대를 통해 숨을 쉬고 말 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음성클리닉에서  막힌 성대를 넓히고 발성 연습 훈련과정을 거치고 적응이 되면 스피치발브를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환자에게 발브제거 가능성을 얘기하니 몹시 반가워 한다.

"사실 목욕하고 샤워할 때 불편했거든요, 제거하면 좋지요"


"오코디, 같은 날 왔다간 56세 아주머니 환자 기억나? 스피치 발브로 지내다가 뽑고 이제는

조루술 구멍 없이 지내는 분 말이야"

"예, 예, 기억나요, 기록 찾아 드릴게요, 그분도 고생하다가 이제는 아주 편해 하셔요"

이 아줌마도 1996년 5월, 앞에 남자환자와 비슷하게 퍼져 양쪽 성대신경마비와 양쪽 측경부림프절로 퍼져 부산 X대학 병원에서

수술하다가 안되어 기도조루술 상태로 옮겨온 환자였는데 5월30일 죽을 힘을 다하여 전절제술+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

+양측 측경부청소술을 하고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를 몇차례하고  현재 조루술없이 생활하고 있다.

아직 완벽하게 완치는 아니지만 더 이상 악화되는 징조가 없이 정기적 추적 관찰만을 하고 있다.


요즘 젊은 의사들은 이런 스피치발브가 있는 줄 모르고

양쪽 성대마비가 있으면  우선 기도조루술(tracheostomy) 부터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먼저 어떤 치료방법이 환자의 삶의 질에 더 나은지 생각을 해야 되는데도  말이지...미소 노란동글이


2018/11/20 15:06 2018/11/2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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