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 487  ) :2018년11월30일

46세 여자사람 환자: 교수님, 저 하이파이브 해주세요

 

 8호수술실, 환자의 초음파와 CT영상을 복습하고 있는데 마취간호사가 말한다.

"교수님, 수술대 환자분이 마취전에 하이 파이브 해 달라고 하시는데요"
"그래? 그거야 문제 없지, 자 우선 오른 손 하이파이브 ! 그리고 왼손도 하이 파이브! ㅎㅎ,

수술 잘 될거니까 한숨 푹 주무세요, 자고 나면 끝나 있을 겁니다"


그러고는 목 중앙부를 피해 오른쪽 아래 목피부에 7cm길이의 횡절개를 넣고

우측 측경부 청소술, 갑상선전절제술, 중앙경부 청소술순으로 수술을 한다.

"어제 초음파, CT스캔에서 보이는 것 보다는 훨씬 좋은데?"


환자는 지난 8월 건강검진에서 우측갑상선에 여러개의 결절이 발견되어 세침검사로 유두암이 진단되어

필자를 찾아 왔던 것이다.

우리병원의 수술전 초음파스테이징 검사에는 타병원에서 발견하지 못한 우측 측경부 레벨 2,3,4에  전이림프절이

여러개 보이고,  갑상선안에 있는 암덩어리중 가장 큰 놈은 기도측면을 에워싸고 있다.

전공의에게 말한다.

"문제는 저 암덩어리가 기도벽을 침범했는가 하는 것이다. 저 부위는 성대신경이 지나 가는 부위이기도 하고...,

CT스캔에는 우측 레벨 2,3,4림프절이 장난 아니게 커져 있구만, 특히 레벨2가 가장 크고....

레벨3에서 뽑아낸 Tg수치가 2460 ng/ml 나  되는 걸 보아 유두암 전이가 틀림 없다는 얘기지.

오른쪽 암덩어리 4개중 가장 작은 것이 갑상선의 맨 꼭데기에 위치해 있어 측경부 림프절로 바로

전이를 일어킨 것 같기도 해,  기도침범 여부는 CT스캔으로도 잘 분간이 안되니까 MRI를 찍어 봐서

확인해 봐야 겠어. 요즘 MRI 가 밀려 찍기가 힘들다면서? 입원후에 특별 부탁해보자구"


환자가 수술대에 누워 있는동안 어제 저녁 9시경에 찍은 MRI를 자세히 검토한다.

어? 괜찮게 보인다. 기도벽과 딱 붙어 있기는 하지만(abutting) 기도내강으로 진입한 것 같지는 않다.

저 정도면 쉽게 떨어져 나올 것 같은데?

문제는 레벨 2 림프절이다.

그렇다. 기도벽과 암덩어리는 쉽게 분리 되겠지만, 레벨2 림프절들이 서로 엉켜 있어 부신경(accessory nerve)과

설하신경(hypoglossal nerve), 그리고 미주신경을 보호하면서 청소하려면 고난도의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래도 등에 식은 땀 흘리면서 어찌어째 우축 측경부림프절 청소술을 해내고,

갑상선본체의 암덩어리를 성대신경과 기도벽으로 부터 분리한 후 신경모니터로 성대신경이 건재함을 확인하고

갑상선전절제술과 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을 무사히 끝낸다.


"닥터 민, 세브란스 레이크(severance lake)가 뭔줄 알어?"

"............."

"요기 왼쪽 갑상선 꼭데기 뒷면과 주크캔들돌기(Zuckerkandl tubercle)가 이루는 조그마한 공간에 물이 고여

있는게 보이지?  이 공간을 세브란스 호수라고 내가 이름지어 줬지. 이 호수의 내측에 상부 부갑상선이 위치 한단 말이지.

부갑상선 찾는 랜드마크가 된다고.  국제학회에서 발표한일이 있었지, 여기 부갑상선이 보이지?""

"교수님 이름붙인 레이크라고 하시지요"
"뭘 그렇게 까지, 쪽 팔리잖아, 여기 이 작은 동맥은 세브란스 동맥이라고 이름 붙여 줬지, 해부학 책에는 없는 동맥이지,

이거 놓치면 출혈이 많이 된다고..."

이래저래 수술하면서 전공의를 교육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후대를 키워야 미래 환자가 행복해질 것이 아닌가.

오늘 수술도 간단한 수술은 아니었지만 성공적으로 되었다고 자평한다.


저녁 회진 시간, 병실의 환자는 편안해 보인다. 우려하는 손발저림도 없다. 목소리도 좋다.

환자가 말한다.
"교수님, 아까 하이파이브 덕에 이렇게 수술이 잘되고 경과가 좋은 것 같아요. 수술 절개선도 짧구요"

"그런 뜻에서 다시 한번 하이파이브...ㅎㅎ..앞으로 방사성요드치료 두어번 하면 평생 잘 살겁니다"
"교수님 책세권 다 사 봤어요"


병실을 나오면서 한나와 전공의 닥터 민에게 말한다.

"책을 읽고 온 사람은 확실히 호감을 느끼고 이해를 잘 하는 것 같애"

"맞아요,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피로가 쌓인 불금 오후지만 마음은 따뜻해 지고 있다.

"그래, 이 맛에 살지.."미소 노란동글이


2018/12/03 13:29 2018/12/03 13:29

진료일지(486 ) :2018년 11월29일

40대 여자사람 환자 :의사가 마당쇠 신세로 전락할지 모르겠는데?


2018년 11월29일 저녁회진 시간, 내일 수술받기 위하여 입원한 환자들을 보기위해 병실로 간다.

먼저 00병동에 입원해 있는 40대초 여자사람 환자를 만나 내일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한다.

"의무기록을 보니까 수술받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군요. 내일 수술은 여기 기록을 보다시피

암이 왼쪽에 있고 오른쪽에도 암의심 결절이 또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양쪽 갑상선을 다 떼는 갑상선전절제술과

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있는데 환자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분이 말을 해온다.

"저 교수님, 좌측 반절제만 해주십시요, 우측 갑상선은 남겨두시고요"


앵? 이게 무슨 소리야, 환자측이 수술범위에 대하여 통고식으로 말을 해오다니? 세상에 무슨 이런 경우가?

이 환자는 사실 2년전에 진단이 되어서 수술전 검사를 다 하고 입원해서 수술만 하면 되는데 그만 수술을 거절하고

외래에서 추적만 하다가 이번에 마음이 결정되어 수술 받기 위해 조금전에 입원한 것이다.
근데 수술범위를 환자측이 결정해서 말을 해오는 것이 아닌가. 내참,  한평생 의사생활하는 동안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환자측에서 먼저 수술범위를 어떻게 해달라라고 하는 것은 정말 첨이다.


어제 아침, 수술전 환자의 영상을 점검할 때 왼쪽 갑상선 뒷 피막에 붙어 있는 0.9cm 결절이 유두암임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나머지 오른쪽 결절도 모양으로 봐서 암이었던 것이다. 저에코에 키가 커고

(taller than wide) 삐죽삐죽 종양표면을 보여 유두암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만성갑상선염이 동반되어 양쪽엽이

시커멓고(hypoechoic) 얼룩이 쫙 깔려 있다. 이때는 전절제술이 답이다.


"왜 굳이 반절제를?"

"전 절제를 하면 약을 평생 복용해야 되잖아요"
"아, 예,  근데 환자분은 만성갑상선염이 있어서 반절제해도 약을 복용해야 되는데요"

"그리고 전절제를 하고 나면 갑상선이 없어지잖아요, 나중에 다시 붙일 수 있으면 몰라도..."

"네? 암이면 첫수술 때 완벽하게 제거해야..."

"제 생각은 요,  제가 경제력은 좀 되니까 우선 반절제하고 경과 봐가면서 나머지 수술을 하게 되면 하려구요"

"의학적인 측면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의사로서의 양심도 허락이 안되고...

환자측의 의견은 고려하겠지만 의학적 원칙에 위배되는 수술은 할 수 없겠는데요. 환자측이 이렇게 원한다고 그대로

수술을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환자의 남편은 최대한 정중한 태도로 필자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면이 보이지만 의료진의 권유를 받아들일

준비는 안되어 있는 것 같다.

"지금 당장 결정을 하기에는 서로간의 생각의 차이가 큰 것 같군요. 환자측과 의료진의 생각이 일치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하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지요. 좀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고 수술을 결정하는게 어떨까요?

이럴 때는 타병원의사의 의견도 들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습니다. 제2의견(2nd opinion)을 얻는다는 것이지요.

미국에서는 의료진과 한마음이 안되면 꼭 제2 의견을 물어 보라고 하고 있지요"

"교수님이 한국 최고 명의인데도요? , 좀 생각해 보겠습니다"


다른 병동 환자를 돌아 보면서 전공의와 얘기를 나눈다.

"요즘 환자들중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를 하는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 같아. 환자측 나름대로 정보를 분석하고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이겠지만 평생 이 방면의 공부를 해온 나도 수술범위를 결정할 때 어떤 것이 환자에게 가장 좋을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도 어려운 일인데 일반인들이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생각이야.... 의료진을 불신해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요즘 사법부 불신하듯이 말이야"

"그래도 수술범위를 환자측이 결정해서 그대로 해달라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안되는데요.  전문적인 문제인데....

000교수님이라면 당장 퇴원하라고 했을 것 같아요"
"아무리 그래도 환자측에 상처되는 말은 삼가해야지, 저런 환자일수록 더 정중하게 대해야 한다고"


남은 환자들의 회진을 끝내고 다시 문제의 환자를 보러 간다.

"어째 좀 생각해 보셨어요? 지금 당장 결정하지 말고 일단 퇴원해서 몇개월 더 고민하고 결정해도 됩니다.

마음 편하게 결정되면 그때 가서 수술 받도록 하지요"
"예, 좀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전공의 닥터 민에게 환자측이 마음의 결정이 되면 알으켜 달라고 하고 퇴근길에 오른다.

얼마 안 있어 전공의로 부터 연락이 온다.

"교수님,  환자측이 먼저 퇴원하겠다고 했데요"

"그래, 잘 되었다, 수고 했다"

근데 가슴 깊숙한 곳에서 찜찜한 그 무엇이 굼틀거리면서 올라 온다.

"이러다가 앞으로 의사라는 직업이 환자가 시키는대로 해야 하는 마당쇠 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르겠는데?"화남 노란 동글이


2018/12/03 11:13 2018/12/0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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