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485) :2018년11월28일

50대초 여자사람 환자 : 선입관념으로 수술을 끝내면 안된다


16호수술실, 다음 수술할 환자의 초음파와 CT스캔을 보며 콩콩이 닥터 김과 얘기를 나눈다.

"다음 환자는 아주 심플한 환자야, 50대초 여환잔데 초음파에서 왼쪽에  결절 두개, 오른쪽에 한개가 보인단 말이야.

어디 자네 의견을 말해 봐"
"네, 왼쪽에 두개 보이는데 하나는 0.61cm저에코에 키가 커서(taller than wide) 앞쪽과 뒷쪽 피막에 결절이 닿아 있고요(abuttig),

또 하나는 이 보다 큰것인데 저에코이고 불규칙한 경계(blurring margin)를 보이고 있어요. 여기서 세침검사로

유두암이 나왔다고 되어 있어요"
"오른쪽은 어때?"
"이건 완전 양성인데요,  저에코도 아니고 몽글몽글 얌전하게 보이고요. 위치가 갑상선 실질 깊숙히 자리하고

있어 요것만 찾아서 꺼집어내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사이즈도 0.5cm로 작고..."

"영상의학과 판독은?"
"왼쪽은 암이고 오른쪽은 양성결절이라고 했는데요"


환자는 지난 8월13일 타병원 건강검진에서 결절이 여러개 발견되어 세침검사후 유두암이 진단되어

전원되어 왔다.

수술전날인 어제, 그동안 체크했던 영상을 복습하고 암으로 진단된 왼쪽은 반절제와 중앙경부림프절청소를 하고

오른쪽은 양성이 거의  틀림 없지만 그래도 떼어서 긴급조직검사를 하여 암이면 전절제를 하고

양성으로 나오면 반절제만하기로 하였다.


환자의 목이 가늘고 길어 최소침습수술을 하기가 딱이어서 왼쪽 아랫쪽 목에 3cm절개를 넣고

왼쪽 반절제와 중앙림프절청소술을 한다.

육안으로 림프절전이는 없는 걸로 보이지만 예방적으로 청소해 낸다.

콩콩이 닥터 김이 말한다.

"교수님, 지난 일요일 갑상선내분비외과 학회 심포지움에서 수술전 영상진단으로 초음파만 하고 CT스캔은

안한다고 하는 타병원 교수님들이 많았는데요"

"주로 지방대학병원에서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애,  내가 그 자리에서 발언했지만 수술전 암이 퍼진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검사만 가지고 수술범위를 결정하는 것은 참 위험하다고 생각해.

초음파는 시술하는 의사가 어느정도 경험이 있고 성의가 있으면 몰라도 초음파는 시술하는 의사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로 나온단 말이야. 또 초음파는 쇄골아랫쪽과 흉골 뒷쪽 종격동에 퍼진 림프절은 잘 볼 수 없다는

단점도 있지. 이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검사가 CT스캔이란 말이지. CT스캔은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니니까

농땡이 피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 주 잖아. 초음파에서 림프절 전이인지 아닌지 애매할 때

CT스캔에서 조영증강(enhance)이 보이면 좀 의심할 수 있단 말이지. 이럴 때 수술중 긴급조직검사를 해서

전이가 증명된 케이스들이 그동안 꾀 많았잖아, 따라서 수술전 CT스캔을 추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수술하고 얼마 안되어 재발한 환자들은 수술전 영상진단에서 놓친 경우가 대부분이지"


"오른쪽 양성결절로 보이는 것은 어떡하실 건데요?"
"당근 떼어서 긴급조직검사해야지, 자네가 이 결절 한번 찾아 보지..."
"아이고, 교수님, 도저히 만져 지지 않는데요"
"어디 보자,진짜 안 만져 지네. 태평양 동전 찾기구만, 사실 딱딱한 결절은 만져지기 쉽지만 깊숙하게

자리 잡은 말랑말랑 결절은 잘 안 만져져서 찾기가 어려워, 그래서 미국 친구들은 아예 전절제를 하고.

일본은 양성결절로 보이면 그냥 남겨두고 나오는 경향이 있지...오늘도 동물적 감각으로 찾아 보는 수 밖에..."


초음파 영상을 다시 면밀히 분석 관찰하여 오른쪽 갑상선엽의 상부1/3지점 깊숙한 곳에서 결절을 탐색하였는데

헐, 잘 모르겠다. 태평양의 동전찾기다.  어찌어찌 어느 순간 결절감촉이  희미하게 손끝에 느껴져

작은 모스키토 겸자로 접근하니 만세, 드디어 말랑말랑한 0.5cm결절이 눈앞에 나타난다.

촉감으로는 암 보다는 양성결절이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콩콩아, 양성인 것 같지?"
"네, 그런 것 같애요"
"그래도 긴급조직검사는 보내야 겠지? 나는 휴게실에 가 있을테니까 결과 나오면 연락해 주라.

창상은 일단 닫아주고 ..."


1시간 쯤 기다렸을까?

"교수님, 면역화학조직검사 결과가 유두암으로 나왔어요"

"뭐라구? 암이라고? 전혀 뜻밖인데? 그럼 전절제 준비해라. 내 곧 내려 갈 께, 하~, 아까 그냥 마취 깨워서

병실로 보냈으면 큰일 날뻔했네...."

닫았던 창상을 다시 열고 남아 있는 오른쪽 갑상선을 떼는 작업을 한다.

"교수님, 절대로 선입관념으로 수술을 끝내면 안될 것 같아요"

"그래 말야, 요즘은 이런 케이스를 너무 자주 경험하는구만....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과를 기다렸다가 수술을 종결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애..."


병실의 환자는 벌써 침상에 앉아 필자를 맞는다.

"전절제가 되었는데 서운하지 않아요?" 하니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아뇨, 괜찮아요, 수고 하셨어요" 한다.

옆에서 간호하고 있는 따님과 남편분에게 "질문없어요?"하니 "아뇨, 없습니다, 단지 수술이 늦게 끝나서

걱정 좀 했지요" 한다.

"아항, 정밀 검사 기다리고 수술창 다시 열고닫고 한다고 1시간 더 걸렸지요, 잘 회복하실 겁니다"
병실을 나오며 한나와 전공의 닥터민이 웃으며 한마디 남긴다.

"저 환자분 완전 반전이었죠, ㅎㅎ"미소 노란동글이
 


2018/11/30 14:45 2018/11/30 14:45

진료일지(484 ) : 2018년11월26일

30대중반 여자사람 환자 : 교수님, 제 손 좀 잡아주시면 안되요?


16호 수술실, "어? 다음 환자 입실이 늦다? 마취 준비중인가?"
마취 준비실에는 이미 환자가 침대에 누워 있고 간호사들이 정맥주사 라인을 잡고 곧 수술실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헐 , 그런데 환자가 필자를 보자 말자 눈과 코주위가 벌겋게 되어 눈물이야 콧물이야  한다.

"왜 울어요?"

"안울려고 했는데 교수님 얼굴 보니까 이렇게 눈물이 나네요"
"걱정마셔, 수술 잘 될거야, 저기 천장에 있는 성경구절 좀 보고... 두려워 할 필요 없는기라"

시편 23;4 구절이다.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고 주님의 막대기와 지팡이로 나를 보살펴 주시니, 내게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수술대 위로 옮겨진 환자를 앉히고  최소침습절개선을 디자인하며 환자에게 얘기한다.

"아까 아침 병실 회진에서 '수술자국은 예쁘지 않아도 되니까 깨끗이만 해주세요' 했던가?"

"네, 안전하고 확실히만 해 달라구요."

"아이고, 이렇게 말해주는 환자가 젤 이쁘더라. 염려 마셔, 예쁘게 최소침습하고 확실하게 깨끗이 해줄테니까.

오늘 수술은 오른쪽은 암으로 밝혀졌는데 왼쪽 것은 아직 진단이 안되어 수술중 긴급조직검사에서 암으로 안나오고

림프절 전이도 없으면 반절제로 끝날지도 모르지요. 근데 왼쪽 것이  냄새가 좀 나긴해요. 그래도 기대 좀 해보십시다"

"교수님, 제 손 좀 잡아주시면 안되요?"
"  그려, 그려, 얼마든지 잡아주지.ㅎㅎ"
환자의 양손을 잡고 있는 동안 환자는 깊은 잠에 빠져든다.


이 환자는 2012년부터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갑상선 홀몬인 신지로이드를 복용해 왔다고 한다.

가지고 온 초음파영상에는 갑상선 전체가 심한 만성갑상선염으로 저에코 실질에  얼룩이 심하고,

오른쪽 갑상선날개에  0.7cm 저에코성 결절이 뒷쪽 피막을 침범하고 있고, 왼쪽 날개에도 0.34cm 결절이 있다.

이 결절도 불규칙한 표면에 저에코다.

2018년 7월30일 타병원에서 오른쪽 결절을 세침검사한 결과 유두암(카데고리 6)으로 진단되었다고 한다.

만성갑상선염--> 갑상선기능저하증 ---> 갑상자극홀몬 TSH증가 ---> 갑상선세포 자극 ---> 암발생의 코스를

밟은 환자에 속하는 것이다.


수술은 오른쪽 아래목에 3cm 남짓 최소절개를 넣고 우선 왼쪽 결절과 중앙경부림프절을 떼어서 긴급조직검사를 보내고

오른쪽 갑상선절제술을 한다. 만성염증 때문에 수술조작 때 지혈로 다소 애를 먹었으나 그럭저럭 괜찮게 된다.

"자, 이제 왼쪽 결절과 림프절 전이만 괜찮으면 수술은 이걸로 종결이 될 것이다, 콩콩이, 어제 학회 심포지움에서

반대편 갑상선에 결절이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하는 토론이 있었는데 결말이 어떻게 되었지?"

"특별한 결론 없이 그저 흐지부지 했던 것 같아요. 다만 사회를 보신 신촌의 정교수님이 우리팀이 하는대로 결절을 먼저

떼어서 그 결과에 따라 수술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는 했어요, 타병원들은 이런 개념이 아직

없는 것 같아요. 반대편 것이 커면 어떤 것이든지 전절제를 하자는  얘기도 있었구요"


"수술전에 반대편 결절을 세침검사하면 도움이 될텐데요"
"우리나라는 이상한 나라가 되어서 한 환자에서 두군데 결절을 동시에 세침하면 한쪽 검사료는

삭감해 버리지, 미리 결과를 알면 수술중 긴급조직검사는 안해도 되는데 말이야"

" 참 이상한 나라네요'

"누가 아니래..., 긴급조직검사 나올 때까지 휴게실에 있을 테니까 연락해주라"


"교수님, 면역조직검사가 나왔는데요, 왼쪽 것도 유두암으로 나왔어요, 림프절 전이는 아직 없구요""
"내 그럴 줄 알았지, 곧 내려 갈게, 전절제 준비해 둬라"

수술은 남은 왼쪽 갑상선 날개를 떼는 완결 갑상선절제술이 된다. 방사성요드치료를 추가할 것인지는 나중에 정밀검사결과가

나와 봐야 할 것이다. 만성염증이 심한 환자에서는 수술후 부갑상선혈류가 나빠져서 생기는  저칼슘혈증이 걱정되어

부갑상선 근처의 정상 갑상선조직을 0.5gm 정도 남겨두어 혈류를 살리려고 애를 썼는데 글쎄 결과는 두고 봐야 겠다.


병실 회진시간, 환자 상태는 좋다,  이제는 눈물 콧물 대신 활짝 웃는 표정이다.

전절제가 되었다 해도 전혀 서운해 하지 않는다. 손발 저림도 없단다.

"교수님, 제가 손잡아 드리고 싶어요"

"허허, 그래요, 아까와는 완전 반대가 되었네... 좋아요 좋아요"

옆에서 간호하던 훈남 남편이 사람좋은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교수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미소 노란동글이


2018/11/28 11:42 2018/11/28 11:42

진료일지(483) : 2018년 11월23일

30대후반과 20대후반 여자사람 환자 :수술후 집나간 목소리는 시간 지나면 돌아온다


2018년 11월22일 외래 진료시간,

"어서 와요, 방사성 요드 치료받는다고 고생 많았습니다. 150mCi 고용량 받았는데도 씩씩하게 보이네요.

근데 수술후 퇴원 할 때까지 목소리가 안돌아와서  고생 했는데 지금은 어때요?"

"아이고, 교수님, 수술하고 1개월 반쯤 되니까 완전 좋아졌어요"
"하긴 지금  듣기에도 정상으로 들리네요, 퇴원후 집에 있을 때 우리 간호사가 전화하니까 문제 없다고 했다면서요?"
"네, 이비인후과도 갈 필요가 없겠다 했죠"
"정말 다행이지요, 그동안 의료진이 얼마나 마음을 졸였느지 몰라요?"

"저는 괜찮았는데요"

이 환자는 지난 9월7일에 갑상선전절제술+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 왼쪽 레벨3 측경부 국소 림프절 청소술(regional

neck dissection)을 받았다. 수술전 영상진단에서 왼쪽 갑상선날개에 있는 0.8cm크기의 암덩어리 2개중 한개는

피막을 침범해 있었고, 오른쪽 날개에도  0.6cm 암덩어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초음파영상에서 왼쪽 레벨3  측경부림프절중 몇개가 크지는 않았지만 요상한 모양을 하고 있어 수술중 긴급조직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환자의 목살이 통통하여 최소침습기법은 다소 무리가 있겠다 생각되었지만 에라~ 요즘 환자는

흉터 걱정을 많이 하니 최소침습 절개로 수술하기로 한다.

콩콩이 닥터 김이 " 전통절개가 좋겠는데..."하는 얼굴 표정을 지어 보인다.


수술은 우선 왼쪽 레렐3 림프절중 큰놈 몇개를 떼어서 긴급조직검사를 보냈더니 1.5mm 전이가 2개 있다고 한다.

"그 정도 작은 전이는 의미 없다고 되어 있으니 그냥 국소림프절 청소술만 해도 되겠다, 이제 최소침습기법으로

전절제와 중앙경부청소술을 해야 되는데 어째 수술시야가 좋지 않다?, 통통한 목은 아무래도 좀 무리가 된단 말이야"

그래도 왼쪽 갑상선과 중앙경부 림프절 제거술은 큰 무리 없이 되었는데 오른쪽 갑상선 절제가 장난 아니다.

시야가 좁아 견인기구로 근육을 우측으로 땡기고 갑상선은 엘리스 겸자로 내측으로 땡겨서 수술을 진행하였는데

시야가 나쁘니 우측 성대신경과 우측 상하 부갑상선을 보존하는데 온 신경이 소진되었다.

"내 다시는 통통한 목살 환자에게 최소침습수술을 하나 봐라, 에이구~~"
그렇게 그렇게 불평하면서도 오른쪽 갑상선 제거가 성공적으로 끝난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 날 때 몸부림치며 상당히 괴로워 하는 것 같다.

"왜 저러지?  목소리가 이상한데? 잘 지켜 봐야 겠다. 뭔가 호흡에 문제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나고 회복실로 옮겨 진후에 호흡상태를 체크하니 호흡곤란은 없는 것 같다. 들숨 날숨이 고르다.

"환자분, 소리 내어 보세요, 아~, 아~"
" 하~, 하~~~"

"어, 이상하다. 마취가 덜 깨었나? 왜 목소리가 잘 안 오지? 더 기다려 봐야 되나...."

 

필자의 바램과는 달리 병실에 옮겨진 후에도 환자의 목소리가 어디로 가고 없다. 뭐야, 이거? 성대에 이상이 생긴 것 아냐?

수술중 성대 신경은 분명 보고 살려 두었는데? 이 무슨 시츄에이션?

초음파 절삭기를 쓴 것도 아니고...성대신경 근처는 전기열이 나는 기구(보비.말릭스, 엘베등)도 쓴적이 없는데 이 무슨 귀신 곡할 일이야?

수술시야가 나빠 오른쪽 갑상선을 너무 내측으로 견인해서 성대신경이 땡겨져서 신경기능이 떨어져서 그런가?

아니면 마취 깰때 삽관상태에서 너무 몸부림을 쳐서 그런가?


다음날 환자와 1층 음성클리닉으로 가서 이비인후과 임교수와 함께 환자의 성대 움직임을 체크한다.

하~, 성대는 반 이상 열려 있는데 좌우 성대의 움직임이 없다. 말하자면 숨은 차지 않은데 목소리가 안나오는 것이다.

"양쪽 성대 마비가 온 것 같은데요"

"헐, 수술중 잘못한 것 하나도 없는데 이 무슨 조화요?"

"그렇다면 시간 지나면 2~3개월 안에 돌아 오겠죠, 늦어도 6개월 안에는요, 다행히 기관조루술(tracheostomy)는 안해도 되겠고요"


그랬는데 수술후 1개월반만에 성대신경 기능이 돌아 온 것이다. 다른 환자에 비해 일찍 돌아 온 것이다.

성대신경을 다치게 한 일도 없는데 왜 이런 현상이 왔을까?  현재로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몇년전에 신비한 일시적마비(mystic transient palsy)(Head Neck 2013;35(7):934~41)라고 표현한 논문도 있었는데

이 환자도 이런 케이스에 속할까? 어쨋든 돌아 왔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 환자가 돌아가고 난 다음 이어서 20대 후반 여자사람이 진료실에 들어 온다. 지난 11월11일에 갑상선 전 절제술+ 중앙경부청소술

+우측 측경부청소술을 받았던 환자다. 근데  수술직후부터 쉰목소리가 나온다. 수술 12일이 지났는데도 호전이 없다.

물론 성대신경은 잘 보존했는도 이렇게 쉰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혹시 우측 미주신경초(nerve sheath)에 붙어 있던 암을

분리할 때 신경이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2~3개월, 최장 6개월 기다려도 안돌아 오면 성대주사주입술을 해야 할 것이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밀려온다던가. 3~4개월전에 중년 남자 두분도 수술후에 목소리가 변했는데 이 분들은 2개월전후에

회복되었다.

이렇게 수술중 큰 이벤트가 없으면 집나간 목소리는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돌아올 때 까지 마음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갑상선외과의사의 숙명이라면?

어쩔 도리가 없지 뭐.......에혀~~화남 노란 동글이


2018/11/28 11:40 2018/11/28 11:40

진료일지(482) : 2018년 11월21일

70대 여자사람 환자 :대부분의 림프절 재발은 예후가 양호하다


16호 수술실, 콩콩이 닥터김과 오늘 첫번째로 수술할  70대 여자환자의 초음파와 CT스캔을 보며 얘기를 나눈다.

"거의 8년만에 재발한 환자야, 2011년 1월초에 수술해서  재발없이 잘 지내 왔는데 2018년 8월 정기검진에서

재발이 발견되었지,  어디가 이상이 있는지 함 봐라"
"아, 예, 우측  레벨 2에 의심되는 림프절이 2개 보이는데요, 큰게 1.25cm이고 바로 옆에 이 보다 작은 림프절이 보이는 데요"

"외래에서 세침검사로 확인은 안하고 수술을 결정했는데 어디 초음파 보고 암을 의심케 하는 소견이 보여?"
"네, 내경정맥 맨 꼭데기에 두개의 커진 림프절이 있는데 일부는 낭종으로 변한 부분이 있고 미세 석회알갱이도 림프절 안에

보입니다"
"맞아, 바로 그게 갑상선암이 림프절에 전이 되었을 때 보이는 전형적인 소견이지...그래서 세침검사 생략하고 바로 수술하기로

했던거지"

드디어 환자분이 수술대에 옮겨 누우면서 부탁한다.

"교수님, 다시는 안생기게 이번에는 철저히 수술해 주셔야 해요"
"네, 네, 그렇게 해야지요. 지난번에도 철저히 하긴 했지요. 좌우간 열심히 잘 해드릴게요"


환자는 2010년9월에 지방대학병원에서 양측 갑상선 유두암이 우측 측경부로 많이 퍼진 것이 발견되어 필자를 찾아 온 것이었다.

당시 수술은 갑상선전절제술+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 우측 측경부청소술이었다.

수술후 병리조직검사 결과는 오른쪽 갑상선에 피막침범을 한 0.7cm 유두암과 왼쪽 갑상선에 0.6cm유두암이 있었고,

중앙경부 림프절에 6개, 우측 측경부림프절에 12개의 전이 림프절들이 발견되어, 제거된 림프절 42개중 18개가 암세포로

오염되어 있었다.

수술후 1차 방사성요드 180mCi과 2차 진단용 30mCi치료로 경과가 양호하여 2011년 PET-CT,

그리고 매년 Tg측정, 초음파검사, CT스캔으로 재발없음을 확인하고 잘 지내 왔던 것이다.

근데 말이지, 2018년 8월9일 정규 추적초음파 영상에서 우측 측경부 최상단에 재발이 강력히 의심되는 커진 림프절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에휴~, 잘 나간다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와 재발이 나타나노?"


하긴 재발은 5년내에 가장 많고 그다음 10년내에 많고(5년, 10년 합쳐 20% 재발)  이 이후에는도 재발이 있기는 하지만 빈도가 적어

30년 재발을 합쳐  30%재발로 알려져 있지만 이 재발의 75~80%는 또 고칠 수가 있는 것이다.

재발의 75%는 목의 림프절(측경부 림프절, 중앙경부림프절)이고 나머지는 폐, 뼈, 뇌. 간으로 되어 있다.

환자를 저위험군, 중간위험군, 고위험군으로 나누어 추적했을 때 10년 재발율이 각각 5%미만 , 20% 내외, 30~50%로 미국 가이드라인에서

보고하고 있는데 이 환자분은 첫수술시 중간 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재발율이 높은 편에 속하였던 것이다.

그래도 목의 림프절 특히 측경부 림프절 재발은 대부분 수술로 제거 가능하여  75% 이상은 재치료가 가능한 것이다.

림프절 재발의 크기가 3cm이상이 되지 않으면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따라서 이 환자의 미래도 절망적이지 않은 것이다. 병기로 따지면 병기2로 10년 생존율 85~95%되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늘 수술은 지난번 수술절개선을 따라 긴 횡절개를 넣고 내경정맥의 맨꼭데기 외측에 자리잡고 있는 재발 림프절을

제거하는 것으로 한다. 내경정맥과 붙어 있는 1.25cm 재발 림프절 제거는 어렵지 않게 되었으나 그 옆에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재발병변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좀더 상외측으로 박리해 나가니까 문제의 재발 병변이 눈에 들어와

근처에 있는 부신경(accessory nerve)과 설하신경(hypoglossal nerve)을 피해 암병변을 조심스레 꺼집어 내는 데 성공한다. 

긴급조직검사로 재발암이라는 것이 확인 되었다.

재발암 수술은 지난번 수술로 인한 유착 때문에 박리가 어려웠지만 가까스로 성공한 것이다.

이 환자분은 연령이 높고 재발한 암이기 때문에 방사성요드치료가 일차수술 때 보다 덜 효과적일 것이지만

용량을 증가해주면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병실의 환자 상태는 양호하다.

"환자분 수술 잘 되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잘 회복 하실 겁니다, 방사성요드치료는  할 것이구요"

환자의 가족이 대신 질문한다.
"요드치료는 언제할 것인가요?"

"약 1개월반후쯤 할 겁니다"

"꼭해야 하나요?"

"네, 하는게 재발억제에 좋으니까요. 너무 겁내실 필요는 없지요"

그렇다, 이 정도의 재발은 적절한 치료만 잘하면 남은 여생을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림프절 재발은

예후가 양호할 것이기 때문에.....미소 노란동글이


2018/11/23 11:34 2018/11/23 11:34

진료일지(481): 2018년 11월16일

30대 중반 여자사람 환자 : 수술은 팀워크다.


8호수술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수술 환자의  초음파와 CT스캔을 복습한다.

"장호진 선생, 다음 환자 초음파 함 봐라, 좀 심하게 퍼져 있는 환자야, 오른쪽 갑상선날개 암은 1.93cm

T1 종양인데  문제는 림프절 전이가 오른쪽 상부 종격동으로 크게 번져 있단 말이야(N1b),  큰 것은 4.0cm이고

바로 아래로 1cm내외의 림프절 전이가 몇개 보인단 말이야. 그리고 우측 측경부림프절에도 전이가 몇개 보이고..."
"그렇네요,  종격동으로 내려 가  있는 전이 림프절들을 제거 하는 데 좀 어려음이 있을 것 같은데요.

큰 혈관들 사이에 있어서 목에서 제거할 때 위험이 따를 수 있겠네요"

"어려우면 흉골을 열어야 되지 않을까? 안전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말이야"

"그러면 장항석 교수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렇게 하지, 종격동 전이수술은 장교수가 경험이 가장 많으니까..."


이러고 있는데 오늘의 하이라이트 30대 중반 여자사람 환자가 수술대에 눕는다.

"어이구 어서 와요, 환자분 수술이 좀 커질 것 같은데요.어떡하다가 발견되었어요?"

"지남 7월에 경동맥 검사하다가 우연히 발견되어요, 전혀 증상은 없었구요"

" 증상없이 우연히 발견되었는데도 이렇게 많이 퍼져 있거든요, 증상없으면 진단도 치료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이비들의

말이 얼마나 엉터리라는 걸 알 수 있지요"

"그러게 말이예요"

"이미 설명이 되었지만 문제는 종격동으로 전이된 암을 제거할 때위험을 피하기 위해 흉골을 여는 작업이 필요할지 몰라요.

종격동수술은 장교수님이 경험이 많으니까 장교수님과 협동작전을 하려고 해요.

 어려운 수술 때는 이렇게 힘을 합치는 것이 우리팀의 강점이지요"


암의 진행이 심해서 종격동을 여는 큰 수술이 될지 모른다고 설명을 하는데도 환자는 웃는 표정을 보낸다.

걱정하는 얼굴이 아니고 어떻게 의료진이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표정이다.

사실 환자가 너무 의료진을 신뢰해서 모든 것을 의료진에 맡기고 너희들이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의료진을 더 긴장하고 조심하게 한다.

반대로 시시콜콜 따지고 물어 의료진을 피곤하게 하는 것도 의료진을 긴장하게 한다.

희한하게도 의료진을 불신하여 시시콜콜 묻고 따지고 하는 환자에게는 이상하게도 일이 꼬여 수술이 잘 안되는

수도 가끔 있다.


장교수가 그간에 찍은 영상을 보고 자기 의견을 말한다.

"종격동으로 내려간 암전이가 경부절개만으로 안나올 수도 있는 것에 대비해서 흉골을 열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어요.

그리고 우측 성대신경도 암조직으로 둘러 싸여 있어 신경 모니터도 준비 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그럼 종격동으로 퍼진 것은 장교수가 먼저 제거해 주시고 ....나머지 수술은 내가 하고.... "


수술은 아랫쪽 목 쇄골 상방에 긴 횡절개를 넣고 상부종격동(superior mediastinum)으로 접근해서 큰혈관들을

압박하고 있는 종양과 그 주위의 커진 림프절들을 걷어 낸다.

혈관들과 유착이 심하면 이들을 박리할때 큰 출혈이 생길지 않을까 몹씨 걱정을 하였는데 의외로 박리가 어렵지 않다.

오른쪽 기도-식도 협곡(tracheal -esophagial groove)을 따라 올라 가는 성대신경과 그 주위의 림프절을 분리할 때는

림프절이 잘 떨어져 나오는데 암덩어리가  신경을 둘러 싸고 있는 부위에서는 잘 분리가 되지 않는다.

장교수가 말한다. "교수님, 암으로 싸인 부분의 신경이 가늘어져 있는데요"

"그래도 살려 보는데 까지 살려 봐야지.... 신경 모니터로 성대신경 위치를 파악하고 하면 될 것 같기도 한데....

어려우면 내가 해 보지..."
"아뇨, 될 것 같기도 한데요'


어찌어찌 해서 신경과 암덩어리가 분리되었다.
"되었다, 이제 부터 나머지 수술은 내가 할거야.  수고 많았어, .."

종격동 암덩어리가 분리되어 나온 후의 수술은 식은 죽 먹기다.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과 협부를 포함한 좌측 갑상선 절제술은

어렵지 않게 끝난다.

수술 조수를 하고 있는 장호진 선생이 말한다.
"어, 교수님, 아까 종격동 수술한 부위에서 출혈이 좀 되는 데요"
"거가서 출혈이 일어나면 잡기가 어려운데....철저하게 잡고 강력 지혈제를 도포하자구"

다행히도 많은 출혈은 아니다. 잠깐의 지혈작전으로 문제는 해결 된 것 같다.

"수술후 제일 난처한 일은 병실로 올라간 환자에서 출혈이 일어 나는 것이지. 창상봉합전에 보고 또 보고 해서

출혈점은 철저하게 잡아둬야 한다구,  병실에서 환자가 호흡이 가쁘다고 하면 출혈여부를 먼저 살펴 봐야 해"


오늘 수술은 암이 많이 퍼져 수술이 어려운 케이스였는데, 종격동 청소술, 중앙경부청소술, 우측측경부 청소술,

갑상선 전절제술이 어렵지 않게 끝나게 된 것은  수술 팀워크(teamwork)가 잘 된 덕택이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서 완벽한 수술을 해낸 것이다. 이게 우리 팀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저녁 회진시간, 병상의 환자는 벌써 침대에 앉아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는다.
"하이고, 이렇게 웃어 주니까 좋다, 아무탈 없이 잘 회복할 겁니다. 내가 심각하게 수술내용을 얘기했는데도

웃으면서 받아들인 것은 어쩐일인지요?"
"저는요, 교수님만 믿고 신뢰하고 몇개월 기다렸거든요"
그러고는 또 베시시 웃어준다.

"한나야, 수술후에 환자가 저렇게 웃어주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지...그렇제?...흐흐"미소 노란동글이


2018/11/20 15:10 2018/11/20 15:10

진료일지 (480) : 2018년 11월12일

40대 중반 남자사람 환자 : 성대신경 침범되었다, 보호자 불러라


8호수술실,  엄청 퍼진 갑상선암 때문에 고속으로 입원시켜 오늘 수술하게 된 40대 중반 남자 환자다.

현재 거주지가 동남아 국가이기도 해서  장호진교수 앞으로 빨리 입원시켜 협동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환자는 2년전에 갑상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지난 7월에 세침검사하여

 BRAF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고 갈렉틴-3 단백질(galectin-3)이 검출되는  유두암이라는 소리를 듣고  필자를 찾아 왔다.


가지고 온 초음파를 보니 아이구야, 해도 너무 했다, 왜 이 지경이 되도록 무심하게 지나다가 이제야  찾아 왔을까?

흉칙한 도깨비 뿔처럼 삐쭉삐죽 표면을 가진 암덩어리가 오른 쪽 갑상선 전체를 점령하고 이 암덩어리는 갑상선의 앞쪽,

뒷쪽, 옆쪽, 안쪽 피막을  뚫고 나와 안쪽으로는 기도벽을, 바깥쪽으로는 오른쪽 총경동맥과 내경정맥을

침범한 것 처럼 보인다.

거기에다가 측경부림프절 전이들도 만만치 않아 레벨3 와 4에 여러개의 전이 림프절들이 서로 엉켜있고 이 림프절들은

내경정맥과 총경동맥을 에워 싸고 있다.

히야~~, 강적중의 강적이다. 저기 저 오른쪽 기도벽은 어디까지 침범되었을까?

내강까지 침범되었으면 기도를 짜르고 연결해야 되는데..... 그러면 위험하고 큰 수술이 되는데?

저건 MRI(자기공명영상)을 찍어 봐야 자세히 알 수 있다.


수술전 8호수술실에서 장교수와 그간의 영상과 MRI를 복습한다.

"교수님,기도 내강 침범은 없는데요. 근데 우측 성대신경은 암으로 둘러 싸여 있는 것 같고요, 례벨3와 4 근처 총경동맥과 내경정맥이

위태로운데요"
"그렇지? 근데 실지로 들어 가보면 영상만큼 심하지 않은게 보통이야, 수술시간은 꾀 걸리겠는 걸, 남자들은 참 미련하단 말이야,

자기 몸이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데 그놈의 직장이 뭔지, 사업이 뭔지 거기에 코박고 있다가 엉뚱한 병마로 고생하게 된단 말이야,

기도내강까지 퍼지지 않은 것만해도 큰 적선해 준거지"


수술은 우측 아랫쪽 목에 긴 횡절개를 넣고  우측 측경부림프절 청소술, 갑상선전절제술, 중앙경부림프절청소술 순으로 진행한다.

우측 레벨2와 3 까지는 별 문제 없이 잘 진행되었는데 레벨 4에서 총경동맥과 내경정맥벽을 침범한 

암조직을 벗겨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잘 나갔는데 오른쪽 갑상선암덩어리를 떼어낼 때 부터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암덩어리가 우측성대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신경을 살려두고 암덩어리를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신경을 싸고 있는 암조직을 거의 제거했는데도 아직 0.8cm길이로

암조직이 신경에 붙어 있다. 필사의 노력을 동원해도 안된다. 암조직을 남겨두면 목소리는 살릴 수 있지만 암재발은 막을 수 없다.

보호자분에게 이런 상황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수술후 목소리가 변해도 이해를 해 줄 것이다.

"성대신경 침범했다, 보호자 불러라"


좀 있으니까 중년의 아주머니가 벌벌 떨면서 수술실로 들어 온다.

"너무 놀라지 마시구요, 암이 신경을 둘러 싸고 있어서 수술에 문제가 좀 있어요, 짜르는 것이 암치료하는데는 좋지만

목소리가 변할 수 있어요, 물론 살려 보는데까지 살려보겠지만요, 짜르고나서 남은 신경을 연결시키거고

나중에 성대 성형술을 하면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을 거요, 고음 내는데 지장이 좀 있겠지만요"

"아이고, 심장 떨려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교수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네, 최대한 환자를 위한 결정을 할 겁니다"


"자, 이제부터 현미경 수술 모드로 들어 간다. 수술대 현미경 준비하고 미세수술에 능한 성형외과 전문 불러라..,

 성형외과 선생, 일단 짜르지는 말고 아주 가느다란 가닥이라도 살려줄 수 있으면 살려주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안되면 짜르고 연결하도록 해주셔..나는 그동안 커피 한잔 할테니까"."

준비된 현미경으로 성대신경을 살펴보니 잘 하면 일부 신경가닥을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1시간 후쯤 되었을까. 성형외과전문의로 부터 연락이 온다.
"교수님, 한번 봐주세요, 가느다란 분지를 살린것 같은데요"

"어디 봅시다,  가늘기는 하지만 두가닥이 남아 있네.... OK, 더 이상 진행 안해도 되겠어요, 수고 했어요"

수술을 끝내고 순회 간호사 에게 한마디 날린다.

"외과의사들이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사는지 아무도 모르지요, 집에 있는 마누라도 몰라요"
"맞아요, 교수님, 수고 많으셨어요"


저녁 회진 시간전, 그 환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목소리는 그대로 유지되어 있을까?

전담간호사 한나에게 전화를 해 본다.

"한나냐, 그 남자 환자 목소리 어때?"

"아, 괜찮던데요, 변화 없어요 교수님"
"그래? 흐흐흐..."


병상은 환자의 와이프가 지키고 있다.

"아, 아까 수술실에서 만났던 분이시죠? 어때요 목소리?  수술전과 변함 없어요?"
"네, 같은 것 같은데요"

"남자들은 미련해서 자기몸 변하는 것 모르고 지내는 수가 많지요, 주치의의 저를 포함해서 말이지요,

앞으로 남편분 건강 잘 살펴드리기 바랍니다'
"네,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미소 노란동글이


2018/11/20 15:08 2018/11/20 15:08

진료일지(479) : 2018년11월7일

50대초 남자사람 환자: 스피치 발브를 장착하고 있는 사나이


2018년 11월 1일 외래 진료시간, 50대초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남자환자가 들어온다. 스피치발브를 장착하고

있는 사나이다.

"어이구, 어서 오십시요, 이제 20년이 훨씬 넘었지요?"

"네, 교수님 덕에 이렇게 건강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집이 서해안 대X도 근처이지요, 어디 목 좀 볼까요? '

"예, 이 목소리 발브 덕에 별 불편 없이 대화하고 생활합니다"
"이제 적응이 되어서 그렇게 느끼지만 왜 불편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어떻게 해결해 드려야 되는데..."


이 환자와 처음 만난 날은 22년전인 1996년 12월 초였다.

갑상선유두암이 양쪽 갑상선전체와 중앙경부림프절, 그리고 양측 측경부림프절을 점령하여 목 전체가 성한 곳이 없었는데

더 기가 찬 것은 양쪽 성대신경 마비로 숨이 차서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양쪽 폐에도 깨알 같은 전이가 쫘악 깔려 있다.

"시면 떫지나 말던지, 이건 너무 하잖아...이렇게 된걸 고치라고?"


말도 안되게 암이 퍼져 수술이 가능할지, 수술하더라도 제대로 회복이나 될런지 하는 상태에서 거대한 산을 정복하는

기분으로 무모한 도전을 하였다. 1996년 12월9일이었다.

양측 성대가 마비되어 마취기도 삽관이 어려워 우선 기도조루술(기도에 구엉을 내어 호흡을 하게 하는 수술; tracheostomy)을 하고

양측 갑상선 전절제술 + 양측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 + 양측 측경부 림프절 청소술을 하였다.

양측 내경정맥도 추가로  절제 되었다. 암이 침범되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에 와서 글로서 표현하니까 간단히 석줄의 문장이지만 당시는 암조직과 혈관, 신경이 뒤엉켜 뭐가 뭔지 잘 구분이 안되는

지옥의 전장터에서 전투를 치루는 것이었다. 수술팀은 기진맥진 했지만  어찌어찌 암조직을 제거하는데는 성공하였다.

하루 종일의 시간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말이지...


이렇게 큰 수술을 했는데 회복이 순조로울 수 없어 몇번의 중환자실 신세를 지고 3개월후인 1997년 2월10일 대망의

퇴원을 하였다. 기도 조루술 구멍에 스피지 발브를 장착을 하고 말이지.

스피치 발브란 것은 기도조루술 투브에 스피치발브를 끼워 말을 할 때 이 발브를 통해 공기가 들어가 위쪽 성대를 

움직이게 하여 발성을 하게 하는 장치인 것이다. 양족 성대 마비가 된 환자에게 아주 유용한 장치인 것이다.


이 이후 폐전이를 위한 추가치료로 고용량 방사성요드를 200mCi씩 6~12개월 간격으로 다섯번 투여하여

TSH 30~100 IU/ml 로 올린 상태에서 Tg 수치가 64ng/ml 에서 34.6 --> 32.4 --> 5.91 --> 1.43 -->1.12 -->0.97 ng/ml

로 하강하였다.  마지막  0.97ng/ml는 최근 2018년 11월초에 체크한 수치다. 이제 암세포가 거의 사라졌다는 의미다.

20년이 넘는 오랜 투쟁의 승리인 것이다.

이제 저 스피치 발브를 제거하고 기도조루술 구멍을 막고 성대를 통해 숨을 쉬고 말 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음성클리닉에서  막힌 성대를 넓히고 발성 연습 훈련과정을 거치고 적응이 되면 스피치발브를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환자에게 발브제거 가능성을 얘기하니 몹시 반가워 한다.

"사실 목욕하고 샤워할 때 불편했거든요, 제거하면 좋지요"


"오코디, 같은 날 왔다간 56세 아주머니 환자 기억나? 스피치 발브로 지내다가 뽑고 이제는

조루술 구멍 없이 지내는 분 말이야"

"예, 예, 기억나요, 기록 찾아 드릴게요, 그분도 고생하다가 이제는 아주 편해 하셔요"

이 아줌마도 1996년 5월, 앞에 남자환자와 비슷하게 퍼져 양쪽 성대신경마비와 양쪽 측경부림프절로 퍼져 부산 X대학 병원에서

수술하다가 안되어 기도조루술 상태로 옮겨온 환자였는데 5월30일 죽을 힘을 다하여 전절제술+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

+양측 측경부청소술을 하고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를 몇차례하고  현재 조루술없이 생활하고 있다.

아직 완벽하게 완치는 아니지만 더 이상 악화되는 징조가 없이 정기적 추적 관찰만을 하고 있다.


요즘 젊은 의사들은 이런 스피치발브가 있는 줄 모르고

양쪽 성대마비가 있으면  우선 기도조루술(tracheostomy) 부터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먼저 어떤 치료방법이 환자의 삶의 질에 더 나은지 생각을 해야 되는데도  말이지...미소 노란동글이


2018/11/20 15:06 2018/11/20 15:06

진료일지(478  ) :2018년 10월31일

50대초  여자사람 환자 : 하느님께서 이번에는 무심하지 않으셨구나...


2018년 10월30일 외래진료시간,

"아이고,  이제 2년마다 오는데 벌써 2년이 지났어? 2016년 이 맘때  봤던가요? 별일 없었고?"

"네 "

이 환자는 1989년 초에 처음 만난 이래 정말 죽을 고비를 몇번 넘기고 무사히 오늘까지 왔는데 언제나 질문도 없이

조용하다. 그저 웃지요다. 세상에 이렇게 성품좋고 착한 사람한테 왜 그렇게 큰 시련을 겪게 했는지....

옆에서 진료를 보조하는 2호실 간호사한테 묻는다.

"자네는 1989년 그 때 이 세상에 태어 났어?"
"네, 테어 났지요,  3살때였어요"
"김00 씨 참 오래 되었다, 금년이 30년짼가요?"

"네"


그렇다,  이 환자를 처음 진료한 것은 1989년 1월이었으니까 30년째가 맞다,

그때는 환자도 20대초 풋풋한 아가씨였고 필자도 한창 팔팔했던 젊은 외과의사 시절이었는데

타병원에 근무하는 후배에게 갑상선전절제술+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 + 우측 측경부 림프절청소술을 받고

후속조치를 위해 필자를 찾아 왔던 것이다. 너무 많이 퍼져 하키스틱절개선(hackystick incision)으로 귀밑까지

 광범위하게 청소했는데도 우측 쇄골 직상부에 또 전이 림프절이 발견되었다,  곧 이를 제거하고 전신 요드스캔을 하니

양쪽 폐전체에 새카맣게 전이가 되어 있다. 폐 전이라...그래도 젊은 사람은 요드치료에 효과가 좋으니까 기대를 해 본다.


그해 3월 200mCi의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를 하고 이듬해 체크한 혈청Tg가 34.3ng/ml로 아직 높게  나와

또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를 추가한다.

치료후 찍은 요드전신스캔에는 많이 호전되었지만 아직도 전이병소가 잔존해 있다.

이후 1993년 12월말가지 6~12개월 간격으로 이런 치료를 몇번 반복해서 폐전이는 거의 사라지고 한시름 놓게 되었는데

1994년1월말에 찍은 요드전신스캔에서  아이쿠야, 왼쪽 엉치뼈(천골, sacrum)에 전이암이 나타난 것이다.

"에혀~~, 이 자리는 수술하기도 곤란하고...하나 해결하면 또 하나가 나타나고...또 200mCi 해야지,

그동안 환자가 죽을 고생했는데....그래도 우짜노 또 해 봐야지..."


치료후 추적 영상에서 아직도 엉치뼈에 전이암이 남아 있어 1994년 10월5일에 또 200mCi의 방사성요드를 추가 한다.

1년후 체크한 Tg와 폐와 엉치뼈 전이암이 1년전보다 호전 되었지만 아직 병소가 남아 있는게 보인다.

1996년 4월에 또 다시 고용량 방사성 요드를 투여한다. 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

!997년 7월 폐영상에는 더 이상 전이암병소가 보이지 않게되었지만 ,  99년 9월에 엉치뼈 전이 흔적을 없애기 위해

또 고용량의 방사성요드를 투여 한다. 치료후 영상에는 더 이상 악화되는 소견은 없고 호전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 어찌 이날을 잊을 수 있으랴. 2000년 7월25일, 드디어 혈청Tg가 1.5 ng/ml로 내려갔다.

암세포가 거의 죽었다는 신호다.

이 이후 PET-CT를 비롯한 여러 영상에도 잔존암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히유~~~치료가 된 것이다.


근데 오, 하느님,  왜 또 이 착한 여인에게 왜 또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2011년 10월 추적진단용 PET-CT에서 왼쪽 유방에 작은 유방암이 발견되는 것이 아닌가.

세침검사결과 침윤성도관유방암(invasive ductal carcinoma)으로 진단되어 지체치 않고 유방암수술까지 해준다.

다행히도 초기 유방암이다.

수술후 2013년 체크한 모든 검사에는 갑상선암도 유방암도 사라졌다. 혈청Tg도 0.1ng/ml 이하다.

오랜 전투의 결과인 것이다. 2014년10월 추적검사에서도 합격이다.
"이제 2년 마다 봅시다. 집이 인천이지요?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요"

"네, 모두 교수님 덕택이지요"


오코디가 소식을 듣고 감격해 한다.

"교수님, 그 환자, 너무 성품이 좋은 분이예요,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한번도 불평한일이 없어요.

 교수님 환자중 독일교수 하셨던 분 어머니가 요드치료 받으실 때 차폐실에서 그 할머니 환자를 옆에서 돌보아 드리곤 했어요.

 결국 그 할머나는 돌아 가셨지만요"

"이 환자는 정말 인간승리라 할 수 있지.,,."

일어서는 환자에게 말한다.

"쌍둥이 언니가 있지요? 건강하고? 또 2년후에 봅시다, 물론 불안하면 그전이라도 전화해서 오고.."

고맙다는 인사 대신 허리를 깊게 굽혀 인사하고 돌아서는 환자를 보고 생각한다.

"하느님께서 이번에는 무심하지 않으셨구나....."미소 노란동글이


2018/11/20 15:04 2018/11/20 15:04

진료일지( 477 ) : 2018년10월29일

50대 여자사람 환자 : "서운 하지 않아요? 전절제 했는데요?" 


16호수술실,  50대 여자사람 환자에게 말한다.

"어서오세요, 오늘 수술은 대수술이 안될꺼니까 너무 긴장 안해도 됩니다. 근데 오른쪽  앞 피막을 침범하고 있는

 0.94cm 암덩어리외에 0.32cm, 0.39cm 오른쪽 날개와 협부(나비 날개에 해당되는 부위)에도 결절이 있고요,

왼쪽 날개 아랫쪽에도 0.3cm 결절이 있어요. 어차피 협부를 포함한 오른쪽 반절제는 해야되는 데 문제는 왼쪽 꼬리부분에

 0.3cm 결절이 보인다는 것이지요. 지금으로는 요게 암은 아닐 것 같다고 생각 되지만 일단 수술할 때 요걸 떼어서

긴급조직검사를 할겁니다, 만약 요게 암이 아니라면 반절제로 끝날 수 있지만 암으로 밝혀지면 전절제를 해야 합니다"

환자는 이렇게 얘기하는데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다. 너무 긴장한 탓인가...

의료진이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환자는 지난 6월 중순 건강검진에서 오른쪽 갑상선엽에 3개, 그리고 왼쪽에 1개의 결절이 발견되어 그중 제일 큰

오른쪽 0.94cm 결절을 세침검사한 결과 유두암으로 진단되어 필자에게 전원해 왔다.

초음파 스테이징검사와 폐CT스캔 에는 림프절전이나 원격전이는 없다.

뭐, 이 정도 암은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다.

왼쪽 결절만 괜찮다면 오른쪽 반절제와 오른쪽 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만 하면 될 것이다.


수술전 콩콩이 닥터 김과 초음파를 복습하며 얘기를 나눈다.

"닥터김, 왼쪽 결절이 뭐로 나올까? 영상의학과 판독은 애매하게 했는데?"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이렇게 작은 것은 초음파만 보고 짐작하기가 힘든 데요"
"요즘 닥터 김이 많이 신중해 진것 같은데? 내 생각으로는 일단 이 결절을 떼어서 긴급조직검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반절제를 하든 전절제를 하든 결정해야 될 것 같아, 미국은 이런 경우 무조건 전절제를 하고 일본은 초음파 모양이

양성종양이라 생각되면 건드리지 않고 반절제만 하고 수술을 끝내는 경향이 있어..."

"반대편 결절이 양성이라면 과잉 수술이 되는 거겠죠, 반대로 암이라면 일본은 암을 남겨두는 결괴가 되는 거겠죠"

"맞아, 그래서 일본 통계를 보면 재발율이 좀 높아..."

"그래서 교수님처럼 반대편 결절을 긴급조직검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전절제할 것인지 반절제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가장 아이디얼 하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그렇지, 단점은 긴급조직검사 시간이 길때는 마취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지... "

" 긴급조직검사가 안되는 병원도 있다고 들었어요,그럼 곤란하잖아요"

"맞아, 그런 병원에서는 집도의사의 경험에 의존해서 하는 수 밖에 없지. 따라서 전절제해야할 환자에서 반절제하고

반절제해야할 환자에서 전절제를 하는 수가 있다는 것이지, 영구조직검사 결과가 광역침범 여포암이라든지

큰 림프절전이가 있는 유두암이라든지 하면 또 수술실로 가서 완결갑상선 절제술을 해야할 때도 있단 말이야,

내말은 갑상선암 수술 병원은 절대적으로 긴급조직검사가 가능한 병리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수술은 최소침습 기법으로 오른쪽 반절제와 오른쪽 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을 하고 왼쪽 갑상선 꼬리에 있는 0.3cm 을 뗴어서

긴급조직검사실로 보낸다. 0.3cm 결절이 암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일단 수술창을 닫아준다.

"암일까? 암이 아닐까? 아니면 수술은 이걸로 끝인데? 닥터 김은 어떨 것 같애?"

"암일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고...ㅎㅎ"

"일단 기다려 보고 암이면 다시 열고 아니면 그냥 끝내고..."


"교수님~, 고 짝은 것이 유두암으로 나왔어요"

"헐, 그럼 닫았던 수술창을 다시 열어 남은 갑상선을 떼는 완결 전절제술을 해야 잖아,  환자가 실망하겠다"

남은 왼쪽 날개를 떼는 작업은 어렵지 않게 끝난다. 부갑상선으로 가는  작은 혈류를 보존하면서 말이지...


병실의 환자 상태는  좋다.

아까 회복실에서 전절제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을 했지만 실망할까보아  다시 한번 설명해 준다.

의외로 환자는 쿨하다. 실망하는 빛이 없다. 웃는 얼굴을 보여 준다.

"아이고, 교수님께서 알아서 해주셨겠지요, 고맙습니데이"
환자가 수술결과에 대하여 만족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해올 때 집도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미소 노란동글이


 

2018/11/20 14:59 2018/11/20 14:59

진료일지( 476): 2018년 10월26일

70대초 여자사람 환자:갑질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2018년 10월25일 오후, 외래진료가 끝날때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온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다가 반가이

인사를 한다.

오늘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 결과를 핵의학과로 부터 듣고 필자를 만나고 싶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수님, 이번에도 교수님 생각이 맞았어요,  요드 전신스캔에서 뇌에 전이가 의심된다 했어요"

"어, 그래요? 그러면 빨리 뇌MRI찍고 고칠 수 있으면 빨리 고쳐야지요, 필리핀은 언제 돌아 갈건데요?"

"곧 가야 되지만 이 문제 해결하고 가야지요"

"아이고, 큰일 났다, 빨리 서둘러야 겠다, 오 코디 뇌 MRI 빨리 찍어보도록 수배 좀 해 주셔"

"교수님, MRI는 11월 말이 되어야 순서가 된다는 데요"
"뭐라구? 그때까지 기다리다가 환자 죽는다,  정 안되면 타병원가서 찍어 오도록 해야지 "

옆에 있던 전담간호사 한나가 거든다. "환자가 입원하면 푸쉬해서 밤중에 찍어 주는 수도 있데요"

"그럼 입원시켜 밤에 찍고 결과 나오면 신경외과 뇌수술 담당 홍교수에게 협진하도록 하셔..."


아, 저 마닐라 아주머니도 참 고생 많이 한다. 그 먼 마닐라에서 6~12개월 간격으로 날아와  진찰을 받는다.

필자를 만날 때 마다 말한다. "교수님, 마닐라 한번 놀러 오세요, 필리핀 좋아요"
"필리핀 위험하지 않나요?  종종 살인 사건이 나던데요?"

"아니예요, 그건 한인끼리 이해 관계가 있어 청부살인을 하는 거예요. 일반 여행객은 안전해요. 한번 오세요"

한나에게 환자가 입원하면 빨리빨리 진행해서 MRI를 찍도록 하고 필자는 퇴근길에 오른다.

"오늘도 늦어서 체육관 들리기는 틀렀구만...내일이 금요일이니까 내일 들리지........"


퇴근길 차속에서 핸폰 벨이 요란하게 운다. 한나다.  웬일일까?
"교수님, 그 필리핀 아줌마 오늘 늦게  MRI 찍기로 했어요, 오코디님 활약으로요, 입원도 안하고요"

"어이구, 오코디가 실력 발휘 했구먼... 낮에는 진상환자와 통화하고 몹시 속상해 하고 있었는데......"

요즘 이상하게 진상환자가 많아져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단다. 그렇게 상대방을 누르는 언행을 했을 때 당하는 쪽에서는

절대로 마음에서 울어나오는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제일 경멸 받는사람이 모항공 모씨가족 이라는 걸 왜 모를까?

필리핀에서 오랜기간 정기적으로 내원하여 필자의 보살핌을 받는 이 환자분은 겸손하기 짝이 없다.

절대로 보채는 법이 없다. 그러니까 의료진이 알아서 어떡하든 빨리 해결해 드리도록 노력한다.


 이 환자를 처음 만난 것은 1995년 8월31일이었다. 필자를 찾기 20일전 타 대학병원에서 갑상선암으로 우측 반절제술을 받았는데

수술후 영구조직검사결과가 광역침범여포암(widely invasive follicular carcinoma)으로 밝혀져 필자를 찾아 왔던 것이다.

광역침범이라면 반드시 남은  갑상선을 남김 없이 다 떼고 고용량의 방사성 요드치료를 해야 한다.

광역침범형은 혈관을 타고 폐, 뼈, 뇌 등 원격장기로 전이가 일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1995년 9월5일 소위 완결 갑상선전절제수술(completion thyroidectomy)을 하고  고용량 방사성 요드치료와 신지로이드를 복용시키면서

정기 추적 검사를 해 왔다.

그후 환자는 마닐라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재발없이 잘 지내왔는데 2009년 6월11일에 체크한 혈청Tg가 갑자기 175.4ng/ml 로 고공행진

을 한다.  틀림없이 어딘가 재발이 있다는 증거다.

즉시 폐CT스캔와 PET-CT스캔을 찍어보니 오른쪽 폐 하단에 전이병소가 보인다.

6개월간격으로 200mCi씩  방사성요드치료를 세번하니까 폐전이 병소가 작아지고 올라갔던 Tg도 감소한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환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후덕한 필리핀 아주머니는  잘도 견뎌내어 주었다.


근데 2012년 5월폐CT스캔에서 작아졌던 폐결절이 다시 커지고 Tg도 다시  상승한다.

이제 방사성요드치료의 효과가 줄어든다는 징조인 것이다.

흉부외과 이교수에게 부탁한다.
"이교수, 요거 쫌 제거가 가능하겠소?"'

"일단 뭐 시도 해 보지요"

그래서 2012년 7월에 우측 폐에 있는 전이병소중 가장 큰것을 제거하고 나머지 아주 작은 것들은 또 고용량 방사성요드로

치료하기로 한다.

1년후인 2013년 5월폐CT스캔 부터는 더 이상 악화되는 소견이 없고 혈청Tg가 0.1ng/ml 이하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안심해도 되겠다 하고 있는데 2018년 9월초에 체크한 Tg가  갑자기 29.5ng/ml로 뛴다.

또 재발하나 보다 하고 200mCi의 고용량 방사성요드를 처방한다.

근데 요드치료후 찍은 전신 요드 스캔에서 다른 부위는 깨끗한데 왼쪽 뇌 (temporal brain)에 전이가 의심되는 요드흡착이

보인다.

헐, 이게 무슨 시투에이션? 빨리  뇌MRI 로 전이의 크기와 위치를 알아 내어 무슨 치료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다행히도 저녁 늦게 오코디의 활약으로 긴급 MRI를 찍게 된 것이다.


10월26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전공의가 MRI사진을 컴터에 올려 보여 준다.

아니나 다를까 왼쪽 측두엽에 크기 1.8cm의 혹이 보인다. 큰 전이는 아니다. 수술한다해도 어렵지는 않겠다.

운쫗게도 수술실 교수 휴게실에서 신경외과 홍교수를 만난다.

"홍교수, 필리핀에서 온 이러이러한 환잔데 아무래도 홍교수 손을 빌려야 겠어요"
"아, 예, 문제 없습니다, 우선 교수님 앞으로 주말에 입원시키고 저와 협진하면 되겠습니다"
"아이고 고맙소, 갑상선암은  폐, 뼈 (특히 척추), 뇌순으로 퍼지는데 뇌전이는 아주 드물지요, 수술로 제거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은 것이지요"


환자가 요란하지 않아도 아주 스무스하게 관계되는 의료진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시간을 내어

치료가 빨리 되도록 하는 행운을 안겨 주게 된 것이다.

만약  모항공의 모가족처럼 진상을 부렸다면 아마도 이런 행운은 절대로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사,  갑질보다는 서로 존중하는 관계에서 출발한다면 안될 일도 스무스하게 풀어지는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갑질 없는 세상에서 따뜻하게 살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에휴~~화남 노란 동글이 


뒷 이야기: 월요일 아침, 교수 휴게실에서 만난 홍교수, " 교수님, 그 필리핀 환자 봤는데요, 개두 수술보다는

감마나이프 수술(r-knife )이 나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개두술하면 비행기를 한달후에 타야 되고해서요"

"치료효과는 같고요?"

"네, 이정도 작은 것은 개두술이나 감마나이프수술이나 결과가 같은 걸로 되어 있어요"

"그럼 당근 감마나이프지... 하루 딱 쬐고 오면 되겠네요"

"네, 일주일후면 비행기를 타도 되고요"
"이런 걸 두고 대박이라 그러는 거지...ㅎㅎ"


2018/11/20 14:58 2018/11/2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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