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5일

21세 여자사람 환자: 난치성 갑상선암은 쉬운 암이 아니다


어제 (2017년 1월4일) 외래 진료시간, 밀려오는 외래 환자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옆방 4호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던 김석모 교수가 자기가 보던 환자를 좀 봐주셨으면 하고 부탁을 해온다.

우리 갑상선암센터에서는 각자 자기 환자를 보다가 막히는 일이 생기면 필자를 찾아와 SOS를 치는 수가 종종 있다.

특히 젊은 교수들이 그렇게 한다. 필자의 오랜 경험을 사고 싶은 것이다.


무슨 환자일까 하고 옆방 진료실로 건너 가니까 20대 초반 예쁜 아가씨가 의자에 앉아 훌쩍이고 있고, 옆에는 환자의 어머니가

침울한 얼굴로 서 있다.

"교수님, 21세 아가씬데요, 어쩌면 좋을 지 좀 난처해서요, 환자의 오른쪽 옆목에 이렇게 만져지는 종양이 있어요,

갑상선암이 전이되어 온 것이지요"

"음, 레벨 2에 있군, 좀 고착되어있긴 하지만 뗄 수는 있는 것 같은데?"

"그건 가능할 것 같은데 문제는 폐로 전이된 갑상선암이 여러개가 있는데 그동안 수술후 고용량 방성요드를 200mCi씩

두번이나 했는데 요드 흡착이 전혀 안되어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지요. PET-CT에는 새카맣게 흡착 되고요.

폐에 전이가 심한데도 Tg암수치가 59.2ng/mL 정도로 낮게 측정되는 걸로 봐서 유두암이지만 Tg생성이 잘 안되는

불량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목으로 전이된 림프절을 제거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겠는데, 이제 방사성 요드치료도 효과가 없을 것 같고...

수술은 언제했어?"

"2016년 10월에 갑상선 전절제술, 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 양측 측경부 림프절 청소술, 상측 종격동 림프절 청소술을

했지요"

"그럼 엄청 퍼져 있었다는 소리가 아냐?"
"예, 양쪽 갑상선엽에 다발성 암덩어리가 꽉 차 있었는데 제일 큰 것은 4.5cm 나 되었어요, 기도벽과 우측 성대신경 침범도

되어 있었고요, 제거된 림프절 63개중 25개에 전이가 되어 있었고, 일부는 림프절 피막을 뚫고 나갔고요"

"대단하군, 나쁜 소견은 다 가지고 있었구만"


"교수님, 폐전이된 것이 눈에 띄게 더 나빠지고 있어요..어떡하면 좋을까요?"

"내가 봐서는 일반 유두암은 아닌 것 같아, 병리에 가서 암세포를 다시 검사해 보고 혹시 저 분화암으로 변한 부위가 있는지 알아

봐야 될 것 같아, 넥사바(Nexavar)나 렌비마(Lenvima) 로 항암치료를 시작해 보지 그래, 다른 초이스는 없잖아?"

"그럴 수 밖에 없겠죠, 교수님?"


오늘 (1월5일) 오후 수술 휴게실에서 다시 얘기한다.

"어제 그 아가씨 항암치료 시작했어?"

"예, 렌비마 400mg을 매일 복용하도록 했어요, 넥사바 보다는 평균 무진행 간격(progression free interval)이

30개월이 넘어 넥사바보다 약 3배정도 되는 걸로 되어 있어서요, 이제 보험 혜택도 받게 되었고요"

"다행이군, 30개월 이후는 어떻게 되는데?"
"사실 그다음에는....그동안 또 다른 약 개발되겠죠, 면역치료 같은 거요"

"내 환자중 충청도 중년 남자환자 있잖아, 폐, 콩팥에도 전이되어 수술하고 또 재발 했던 환자 말이야,

항암치료하고 많이 좋아졌지?"
"네, 최근 Tg가 1ng이하로 떨어졌어요"

"그래도 그게 어디야, 넥사바나 렌비마 나오기 전에는 막막했었는데 말이지.....

문제는 이런 약들은 치료효과가 없어질 때 까지, 심한 부작용으로 환자가 견딜 수 없을 때 까지 쓰야 한다는 것이지"


"근데 말이야, 그 아가씨가 수술받을 때 그렇게 많이 퍼졌었는데 그전에 무슨 치료는 안받았던가?"
"아뇨, 3년전에 이미 목에 혹이 있었는데 별거 아니라고 그냥 지내 왔다 그러던데요"
"그때쯤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다라고 엉터리 뉴스가 많이 나올 때가 아니던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그때는 17살이라 했고요"

"하, 이런, 꽃같은 아가씨가 진단도 못 받고 치료도 못 받고...이 무슨 비극이야. 일찍 진단하고 치료 했으면

쉽게 고칠 수 있었을 것을.....방송에서 엉터리 소리한 친구들이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구"


유두암이나 여포암 환자중 약 25%는 방사성 요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즉 방사성요드를 복용해도 암세포에

흡착하지 않아 치료효과가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잘 듣다가 몇번 치료후에는 잘 듣지 않게 되는 환자도 있다.

소위 난치성갑상선암(intractable thyroid cancer) 환자가 되는 것이다. 결코 쉬운암이 아닌 것이다.

실제 사정이 이러한데도 초기에 치료하면 간단할 것을 진단도 치료도 하지 말고 키워서 치료해도 된다고 하는

무리들이 있으니 참,기 막히고 코 막힌다. 갑상선암을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친구들이 말이지...

원래 무식하면 용감해진다고 하지만 사람 생명 놓고 그러면 안되지, 안되지...이 사람들아...화남 노란 동글이


추가: 2018년 1월5일부로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에서는 난치성 갑상선암 연구소 개소식을 가졌다.

난치성암의 병태와 치료에 대한 세계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2018/01/09 12:56 2018/01/09 12:56

진료일지(409):2018년 1월3일

38세 여자사람 환자: 영상에서 고위험 소견이면 수술을 해야 된다

16호 수술실, 드디어 오늘 수술 환자중 가장 큰 수술이 될 30대 여자사람 환자가 옮겨져 온다.

"어이쿠, 왜 안오나 기다렸지요, 수술이 좀 클것 같지만 잘 될거니까 너무 걱정 안해도 됩니다, 어제 수술만 완벽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었지요?"
"네, 그리고 예쁘게도 해 주시고요"

"하~, 그 예쁘게 소리가 내 귀에 박혔어요, 두가지 다 신경쓸테니까 한숨 자고 나면 끝나 있을 겁니다"

이 환자는 작년 11월30일에 필자를 찾아왔다.

11월 중순경 건강검진에서 양쪽 갑상선 날개에 암이 의심되는 결절이 여러개가 발견되어 세침검사 받고 전원되어

온 것이었다. 가지고 온 초음파 영상을 보니까 헐, 아무런 증상이 없이 건강검진을 한 것인데 심하게 퍼져 있다.

왼쪽 날개에 여러개의 암덩어리중 제일 큰 놈은 기도벽과 성대신경(되돌이 후두신경)을 침범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고

이 암덩어리 외에도 크고 작은 놈들이 3개가 더 있는데 2개는 피막을 침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른쪽에도 왼쪽 보다는 작지만 3개가 더 보인다.

그리고 중앙경부 림프절이 몇개 커져 있고, 왼쪽 옆목 레벨3(중부 내경정맥림프절)와 4 림프절(하부 내경정맥림프절)들도

커져 있다.

아니 커져 있는 것만이 아니고 레벨4 림프절중 한개는 미세석회화 알갱이들(microcalcifications)을 함유하고 있고

바로 그 옆에 있는 또 하나는 낭성변화(물혹)를 보이고 있다. 이 두가지 소견은 강력한 암 전이를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타병원의 세침검사결과는 비정형 세포(atypia)만 보인다고 되어 있다.

"아니, 초음파 영상은 암 말고는 딴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데? 그것도 심한데....암이 기도나 성대신경을 침범하면

골치 아파지는데....이 환자야 말로 빨리 수술해 주어야 한단 말이야"

환자에게 수술을 권유하고 어디까지 퍼졌나를 알기 위한 초음파스테이징검사와 폐CT스캔을 오더하고

오코디에게 부탁한다.

" 이 환자는 좀 바빠요, 어떻게 좀 끼워 넣어 보셔.."

"넹, 알았어요"

그렇게 해서 채려놓은 밥상에 어거지로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식으로 수술날자를 받은 날이 바로 오늘 D-day인

것이다.

환자가 마취에 들어 가고 수술조수 닥터 김과 초음파와 CT영상을 보며 얘기를 나눈다.

"교수님, 바로 전절제하고 중앙경부림프절 청소하고 좌측 옆목 림프절 청소를 하실려구요? 아직 수술전 세침검사에서

암이란 확진을 얻지도 못했는데요?"

"내가 간이 부어서 그런가 보지, 사실은

세침검사를 어떤 친구가 했는지 모르지만 검사물 쌤플을 제대로 얻지 못한 것 같아. 재검 할려면 몇개월씩 기다려야 되고

그동안 암은 퍼질거고 그래서 수술부터 하기로 한 거지,

초음파영상에서 (1)미세석회화(microcalcifications) , (2)고형(solid), (3)저에코(hypoechoi),

(4) 삐쭉삐쭉 침상(spiculation), (5) 앞뒤로 키큰 영상(taller than wide)이 이 환자에서는 다섯가지가 다 보인단 말이야.

K-TIRADS 5(Korean Thyroid Imaging Reporting and Data System 5) 에 해당되어 암위험도가 60% 이상되는 환자에

속한다고 생각한거지.

쓸데 없이 세포검사 확진 기다린다고 했다가 저번 학회 심포지움에서 SS병원 케이스처럼 뼈에 전이가 되고 어쩌고해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수가 있단 말이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의심스러우면 수술을 권유해야 한다구, 버스 떠나고 난 다음에

손들어 봐야 무슨 소용이 있노"

이 환자의 수술은 우선 죄측 옆목 림프절에서 커진 것 몇놈 떼어서 긴급조지검사실로 보내고, 갑상선 전절제술과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을 하고 내친 김에 이어서 좌측 옆목림프절 청소술을 해준다. 원칙대로 라면 긴급조직검사결과를 기다려야 되었지만

촉진과 육안으로 암전이가 확실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수술이 거의 끝날 즈음에 결과가 컴터에 올라온다. "림프절 전이 있음"

병상은 환자의 남편이 지키고 있다. 환자는 편안하게 보인다. 수술내역에 대하여 설명하고 앞으로 두어차례 방사성요드치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애기해 준다.

"교수님, 상처가 얼마나 길어요?"
"허허, 역시 수술상처에 신경 쓰네... 작게 한다고 신경 썼어요, 중앙목피부를 피해 옆으로 절개 했는데 옛날의 반도 안되는

길이이죠. 옆으로 낸 절개선은 나중에 잘 안보이게 되지요"

환자와 분위기가 비슷한 남편이 질문한다.

"교수님, 임파선은 몇개나 떼어 냈어요?"
"지금은 몇개인지 몰라요, 암이 전이된 림프절이 있으면 그 아래 위 림프절을 청소해내듯 싹 도려 내지요. 몇개인지는

병리조직 검사하면서 조사하지요"

"방사성 동위치료는 언제 하나요?"
"수술후 1개월반에서 2개월후에 한번 하고 결과 봐서 또 6개월 후에 합니다"

병실을 나서면서 생각한다. "세침검사 확진 없어도 영상에서 고위험 소견이면 수술을 해야 된다고...."미소 노란동글이

2018/01/09 12:55 2018/01/0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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