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씨가 왔다 갔나? 



"어? 뭐야?  우렁각씨가 왔다 갔나?"

지난 목요일(4월 25일) 퇴근하고 집에 오니  저녘밥과 오징어 볶음, 도로묵 매운탕 등등  반찬들이 얌전하게 식탁 위에

올려져 있다. 그리고 엉망이던 집안도 말끔히 청소되어 있다.

벌써 며칠 째 필자는 망구님 없이 홀로 출근하고 홀로 퇴근하며 저녁식사를 하는 홀아비 생활을 하고 있다.

망구님께서 작은 며느리와 함께 태국 치앙마이에 여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출발하기 전에 필자가 굶을가 봐  요거는 아침, 조거는 저녁밥 하면서 날짜 순으로 먹을 것을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필자는 별 불편 없이 날짜 별로 순서대로  냉장고에서 꺼내어 레인저나 가스불에 데워 먹기만 하면 된다.

아, 이게 마누라가 곰국 끓여 놓고 사라진다는 것과 같은 것인가..........

또 식탁 위 작은 소쿠리에는 작은 며늘아이가 예쁜 싸인 펜 글씨로 장난스런 글귀들을 써 놓은 삶은 계란들이 들어  있다.

흐흐....그 계란도 이제는 몇 개 안 남았다.


별 불편 없이 지내는데도 이렇게 저녁을 따로 차려 놓은 우렁각씨는 큰 며느리임에 틀림없다.

얼마 전 회사에서 차장으로 승진된 후에는 그나마 1-2주 마다  보던 얼굴을 이제는 자주 볼 수 없게 될 정도로 무지 바빠지게 되었는데 낮에 잠시 시간을 내었나 보다. 하여튼  얘는 엄청 부지런 하거든....

고맙다 하려고 전화를 하니 어, 손녀 딸이 받는다.

"엄마는?"  하니까  아직 회사에서 퇴근을 못했단다.

"할아버지 집에 우렁각씨가 왔다 갔다 ?"

"우렁각씨가 뭔데?"

"초등학교 3학년이 우렁각씨도 몰라?"

"응, 몰라, 할아버지가 알으켜 줘"

이러쿵 저러쿵 우렁각씨 설화에 대하여 설명해 준다.

"으응... 그래서 엄마가 우렁각씨란 말이야?   히히 재밌다"


망구님은 여행을 좋아 한다. 아니 여행 중독자다.  그렇다해서 필자없이 혼자서 간 일은 없다. 아니 있긴 있다

딱 한번, 다니는 절에서 성지순레로 중국 황산을 단체로 갔다 오긴 했다.

망구님은 맨날 여기저기 아야지야 한다.  허리디스크 아픈 것 말고도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단다.

근데 불가사의 한 것은 공항에 풀어 놓거나 절에 가면 얼굴에 생기가 돌고 걸음걸이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엔돌핀이 막 나오는 모양이다.

엔돌핀이 많이 나오면 통증이 있어도 못 느낀다고 하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은 여행 중독자야" 하면  "그래 중독자다. 근데 어디 맘놓고 여행이나 시켜 줘 본일이나 있어셔?" 한다.


그래서 작년에 허리디스크 수술 연달아 세 번 받았을 때 속으로 결심했지.

"그래 평생동안 어질러 대왕 필자에게 에너지 다 뺏겨서 그  매력적이던 긴 생머리 S-라인 셱시녀가 요렇게 쪼그라 들고 ......골치 아픈 아들 놈 두 마리 키운다고

허리 다 망가지고.... 이제 놔 주자. 망구님도 더 늙기 전에  한 여자로서 하고 싶었던 것 해야 될 것 아닌가.  이제 집안 일에서 해방될 때도 되었다"

망구님도 한 인간으로서 혼자만의 자유로움도 있어야 한다. 돌이켜 보면  망구님의 평생은 자신만을 위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부부가 오래 같이 살다 보니 이제는 서로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가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서로가 훤히 꿰뚫고 있다.

귀신을 속여도 망구님은 못 속인다. 망구님도 나를 못 속인다.  망구님 얼굴에 여행가고 싶다고 쓰여 있다.

"당신 어디 가고 싶노?"

"으응,  중국시안 가고 싶다"   오래전 부터 병마총이 보고 싶다고 했지.

" 그럼 갔다 오소"

망구님은 무슨 리조트가 있는 경치 좋은 곳 보다 역사적인 장소를 좋아한다. 로마,폼페이, 아그라성, 타지마할, 마추피추 등등...

아니면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일본의 온천촌 순례도 좋아 한다.

"가더라도 혼자는 말고 작은 며늘아이 하고 같이 가소"  새로 가족이 된 작은 며늘아이가 나가던 직장을 접고 전업 주부가 되어 요즘은 필자의 기쁨조가 되어 수시로 집에 드나든다. 어머니 모시고 여행 갔다 오라 하니 요 귀요미 며느리 입이 완전 귀에 걸린다.

헤헤헤헤 신이 나는 모양이다.

근데 망구님은 큰 며늘아이가 마음에 걸리는지 평소보다 큰 며늘아이와 통화 횟수가 갑자기 늘어 난다. 큰 아이는 바빠서 도저히 시간을 뺄 수 없데나.....


근데 여행지가 갑자기 시안에서 치앙마이로 바뀐다. 중국에는 조류독감인가 뭔가가 유행해서란다.

치앙마이도 가고 싶어 했으니까 어디면 어떠랴.  망구님은 소풍을 앞둔 유치원생처럼 들떠서 작은 며늘아이와 히히호호 신나서 면세점이다 뭐다 돌아다니는 모양이다.

얼굴에 생기가 돈다.

출발일 아침 필자에게 신신 당부한다 " 다 챙겨 놓았으니까 굶지 말고 ...어쩌구 어쩌구 ' 한다.

"그려 그려 알 았다, 내 생각은 말고 신나게 잘 놀다 오셔..."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또 큰 며늘아이가 마음에 걸리는지 또 전화질이다. 에휴 가족일은 다 잊어버리라니깐.....


화요일 출발해서 토요일에 돌아 온단다. 기분 좋게 갔다 오라고 했지만 퇴근해서 불 꺼진 집 현관을 들어서니 기분이 묘하다.

영 ~~ 썰렁하다.  이거 영 이상 하구만........평소에 퇴근해서 집에 와도 필자는 컴터 방에, 망구님은 거실 TV앞 소파에 있어 둘이 꼭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근데  망구님이 없으니 이거 원 집이 완전 텅 빈 것 아닌가. 괜히 보냈나. 아니지 그래도 잘 보냈지...

망구님 보낸 것을 스스로 대견해 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탱, 신호음이 떠서 열어보니 흐흐 반가워라 망구님 얼굴이 치앙마이 사원을 배경으로 떠 있다.

앗싸~~~기분 UP 되네. 그러면 그렇지 남편 버리고 집 떠나도 부처님 손바닥이지 흐흐....


토요일 아침,  스마트 폰 벨이 울린다. 망구님이다. 지금 공항에 도착 했단다.  공항까지 올 건 없고 집근처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나오란다.

누구 영이라고 거절해?  눈꼽만 떼고  차를 갖고 나가 대기한다.

하이고, 망구님, 며느님 얼굴이 발갛게 익었다. 그곳에는 지금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더라고 한다.  밤 비행기에 지칠만도 한데 즐거운 표정이다.

역시 여행은 좋은가 보다. 이번 여행 약발은 몇 개월 가겠다.

집에 도착해서 여행 가방 풀면서 이거는 누구 선물, 저거는 누구 선물..하면서 행복해 하는 망구님 얼굴보니 필자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어디가 좋더노" 하니까 백색 사원이 좋았고 코끼리가 그림을 그리는데 기가 차게 잘 그리더란다.

아. 코끼리가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봐도 정말 잘 그렸다. 인간보다 낫다. 색감도 좋고.....

"코끼리가 그린 그림 몇점 사오지... 선물로.."

"그래 말이야, 몇점 사올 걸...."  필자가  갔으면 수십점은 사서 제자들에게 나눠 주려 했을 것이다.

"아부지, 어머니 춤도 추었어요"

" 어? 그래? 무슨 춤?" 
"민속 무용팀 한테 무대에 이끌리어 나가서 췄어요"   동영상보니까 이쁘게 잘 추었네 뭐. 원래 망구님 센스 하나는 알아 주거든.....


오후에는  우렁각씨 큰 며늘 아이를 비롯해서, 손녀 딸, 작은 아들까지  우리 가족 모두 다 모였다.

역시 하이 파이브는 손녀 딸이 가장 힘 있게 해준다.

우렁각씨 큰 며느리가 말한다. " 아, 사진 보니까 부럽다. 아부지 어머니 5월은 가정의 달이니까 우리 가족 모두 양양 솔 비치로 예약 하려고 해요.

시간 뺄 수 있죠? 저희가 모실게요. 원래는 제주도로 할려고 했는데 예약이 넘쳐서 양양으로 바꿨어요'

"그려 그려 아부지는 무조건 좋지. 가족 다 모이는 건 무조건 좋아, 흐흐......"

"근데요, 올해도 가족 해외 여행은 아부지가....헤헤 "

그러면 그렇지. 공짜 우렁각씨가 어디 있겠노. 그래도 아부지는 무조건 좋다 우렁각씨들만 있으면......................


2013/07/25 14:07 2013/07/25 14:07

수술이 위험한 부위의 작은  재발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어, 저 아주머니 또 오셨네.  60대 초반 부산 아주머니다.  상당히 오래 전에 갑상선 유두암이 목 여기저기 여러군데 림프절에 퍼져 양측 옆목 림프절 청소술, 중앙 경부 림프절 청소술, 양측 갑상선 전절제술을 받고 수술후 여러차례 고용량 방사성 요드치료를 받았는데도 옆 목 림프절에 한두개씩 재발이 나타나 그 때마다  재발 림프절을 떼어내어 잘 지내오던 분이다.

근데 2 여년 전부터 쇄골과 흉골 뒷쪽  총경동맥 내경정맥,쇄골하 동정맥, 무명 동정맥이 엉켜 있는 사이사이에 1cm가 될까 말까한 크기의 재발이 의심되는 림프절들이 CT스캔에서 보인다.


부산의 모 개인의원에서 "요거 뭐 간단하니까 서울가서 한 개씩  똑똑 떼고 오면 되겠다"는 소리를 2 여년 전에 듣고 올라온 환자다.

수술이 쉽게 될는지 다시 여러가지 검사를 하고 보니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전에 목수술할 때  이 근방에 전이가 있어 어렵게 어렵게 상종격동 림프절들을 꺼집어 낸 과거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재발이 의심되는 부위를 다시 열고 들어가는 것이  생각처럼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번 수술 후에 필연적으로 오는 유착 때문이다.  때문에 이 근방의 재수술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암이 주위의 혈관과 주위조직에 떡같이 서로 엉켜 붙어있어 암조직에 도달하기 전에 대혈관이 터져 수술 중 사고가 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뭐 이런 걸 가지고 부산의 그 선생님은 간단간단하다고? 

외과 전문이 아닌 분이니까 잘 모르고 그랬을 것이라고 이해는 하겠는데 환자한테 자기가 잘 모른 분야는 단정적으로 얘기해 주는 것은 좀 자제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일부 환자들은 내분비내과나 핵의학과 의사들도 수술을 하는 줄 알고 있다.  즉 수술은 외과의사가 전담하는 줄 모르고 있는 환자도 많다는 얘기다.

또 수술에 대해서 모르는 내과계 의사들은  수술에 따르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본 일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에게는 수술이 아주 간단한 걸로 설명하는 버릇이 있다. 외과의사 입장에서는 참 곤란하다.

수술의 위험성을 설명하니까 환자는 당연히 수술을 꺼려하게 되어 수술을 안 받고 미적미적하다가 결국은 차선책이지만 외부방사선 치료방법의 최신 버전인 토모테라피를 받는다.

토모테라피는 과거의 방사선치료와는 달리 주위의 정상조직은 피하고 암조직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이 들어가도록 한 치료법이다.

현재 수술이 불가능한 암 치료에 많이 쓰이고 있다.


이 부산 아주머니는 수술로 암 조직은 완벽하게 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재발한 암이 다시 커지고 퍼지지 않으면 앞으로 이 암 때문에 잘못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말하자면 암이 몸에 남아 있지만 이 것이 더 퍼지지 않고 얌전히 가만히 있어 주면  무사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토모테라피후에  이 아주머니의 재발암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작아진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암과 함께 친구 삼아 살아가면 될 것이다.


2010년 아시아 내분비외과 학회에서 일본의 내분비외과학계의 원로이신 요시히데 후지모토 교수(이 분이 아시아 내분비 외과 학회를 1988년 창설했다)는  특강에서  

"수술이 위험 한 부위의 재발은 모험을 하기보다는 다른 안전한 치료방법을 모색해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고 의견을 피력한 적도 있다.

필자가 수술해준 모 탤런트의 동생도 국내 굴지의 대형 병원에서 갑상선암수술 후  옆목에 자그맣게 재발되어 재수술했는데 결국 재발부위를 찾지 못하고 그냥 닫고 나왔다고 필자에게 호소한다. (작은 재발은 수술이 더 어렵다. 태평양의 동전 찾기지)


필자도 환자들을 수술하고 정기추적 관찰하는 도중에 재발이 발견되는 수가 가끔 있다.

필자는 재발을 통고할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  알다시피 갑상선암 수술은 재발율이 높다.

30년에 30% 재발이라고 알려져 있다. 근데 다른 암은 재발이라고 하면 생명과 직결되어 심각한데

 갑상선암은 그렇지가 않다. 재발의 70-80%는 목의 림프절부위이기 때문에 재수술로 제거가 가능한 수가 많기 때문이다.

대체로 목의 중앙 부위 재발은 재수술이 어렵고 중앙부위에서 벗어나 옆목 림프절로 갈 수록 수술은 용이하다.

다행히도 재수술이 용이한 옆목 림프절 재발이 대부분이다.


중앙경부의 재수술은  지난번 수술 때문에 유착이 일어나고 정상적인 해부학적인 구조가  뒤엉켜 있기 때문에  수술접근이 매우 어려워 성대신경, 부갑상선, 식도, 혈관등이 다칠 확율이 첫 수술때 보다 훨씬 높다.  이거야 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다.

그래서 첫수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지....

가장 어려운 재수술은 이 부산 아주머니 처럼 종격동에 재발이 일어난 경우다. 

흉골을 열어 종격동으로 들어 가야 하는데 이 부위에는 중요한 혈관들이 떡 버티고 있으니 ....


세계 어느나라에서나 갑상선암 치료 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것이  바로 높은 재발율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술이 쉬운 옆목부위  재발은 큰 문제가 안되는데 중앙 경부나 종격동 부위의 재발은 수술이 어렵고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재수술을 결정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자는 것이다.

과연 재수술이 환자의 생명유지에 꼭 필요 불가결한 것이지 따져 봐야 된다는 것이다. 

수술하고 난 다음에 얻는 이득과 수술에 따른 위험도를 따져서 어떻게 하는 것이 환자에게 이로운 것인지 심각하게 발란스(balance)를 맞추어 봐야 한다는 것이지...............


 미국 갑상선 학회는 이런 저런 여러가지 발란스를 따져서 재발 부위의 크기가 5~8mm 이하 이면 서둘러 재수술을 결정하지 말고 좀 지켜 보자는 권유를 하고 있다. 필자도 이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수술이 쉽고 합병증이 적을 부위의 재발은 재수술을 머뭇거릴 필요는 없지만 성대신경이나 부갑상선을 다칠 확률이 높은 부위의 재발은 지켜 보면서 악화되는 기미가 있을 때 수술을 결정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상당수의 환자가 재발암의 크기가 몇 년동안 그대로인 것을 경험하고 있다.

재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첫번째 수술과 재수술과의 간격이 길면 길수록 재수술이 용이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착이 풀어지거나 흡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지켜보는 경우는 환자나 필자나  항상 꺼림칙한 기분에 놓여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렇게 지켜 보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하는 것이 최선인지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무슨  알약 하나 먹으면 재발암이 싹 없어지는 그런 획기적인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 갑상선암은  필자에게는 시간이 갈수록 더 어려워져 가는 것만 같으니 원................



2013/07/25 14:07 2013/07/25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