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씨가 왔다 갔나? 



"어? 뭐야?  우렁각씨가 왔다 갔나?"

지난 목요일(4월 25일) 퇴근하고 집에 오니  저녘밥과 오징어 볶음, 도로묵 매운탕 등등  반찬들이 얌전하게 식탁 위에

올려져 있다. 그리고 엉망이던 집안도 말끔히 청소되어 있다.

벌써 며칠 째 필자는 망구님 없이 홀로 출근하고 홀로 퇴근하며 저녁식사를 하는 홀아비 생활을 하고 있다.

망구님께서 작은 며느리와 함께 태국 치앙마이에 여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출발하기 전에 필자가 굶을가 봐  요거는 아침, 조거는 저녁밥 하면서 날짜 순으로 먹을 것을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필자는 별 불편 없이 날짜 별로 순서대로  냉장고에서 꺼내어 레인저나 가스불에 데워 먹기만 하면 된다.

아, 이게 마누라가 곰국 끓여 놓고 사라진다는 것과 같은 것인가..........

또 식탁 위 작은 소쿠리에는 작은 며늘아이가 예쁜 싸인 펜 글씨로 장난스런 글귀들을 써 놓은 삶은 계란들이 들어  있다.

흐흐....그 계란도 이제는 몇 개 안 남았다.


별 불편 없이 지내는데도 이렇게 저녁을 따로 차려 놓은 우렁각씨는 큰 며느리임에 틀림없다.

얼마 전 회사에서 차장으로 승진된 후에는 그나마 1-2주 마다  보던 얼굴을 이제는 자주 볼 수 없게 될 정도로 무지 바빠지게 되었는데 낮에 잠시 시간을 내었나 보다. 하여튼  얘는 엄청 부지런 하거든....

고맙다 하려고 전화를 하니 어, 손녀 딸이 받는다.

"엄마는?"  하니까  아직 회사에서 퇴근을 못했단다.

"할아버지 집에 우렁각씨가 왔다 갔다 ?"

"우렁각씨가 뭔데?"

"초등학교 3학년이 우렁각씨도 몰라?"

"응, 몰라, 할아버지가 알으켜 줘"

이러쿵 저러쿵 우렁각씨 설화에 대하여 설명해 준다.

"으응... 그래서 엄마가 우렁각씨란 말이야?   히히 재밌다"


망구님은 여행을 좋아 한다. 아니 여행 중독자다.  그렇다해서 필자없이 혼자서 간 일은 없다. 아니 있긴 있다

딱 한번, 다니는 절에서 성지순레로 중국 황산을 단체로 갔다 오긴 했다.

망구님은 맨날 여기저기 아야지야 한다.  허리디스크 아픈 것 말고도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단다.

근데 불가사의 한 것은 공항에 풀어 놓거나 절에 가면 얼굴에 생기가 돌고 걸음걸이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엔돌핀이 막 나오는 모양이다.

엔돌핀이 많이 나오면 통증이 있어도 못 느낀다고 하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은 여행 중독자야" 하면  "그래 중독자다. 근데 어디 맘놓고 여행이나 시켜 줘 본일이나 있어셔?" 한다.


그래서 작년에 허리디스크 수술 연달아 세 번 받았을 때 속으로 결심했지.

"그래 평생동안 어질러 대왕 필자에게 에너지 다 뺏겨서 그  매력적이던 긴 생머리 S-라인 셱시녀가 요렇게 쪼그라 들고 ......골치 아픈 아들 놈 두 마리 키운다고

허리 다 망가지고.... 이제 놔 주자. 망구님도 더 늙기 전에  한 여자로서 하고 싶었던 것 해야 될 것 아닌가.  이제 집안 일에서 해방될 때도 되었다"

망구님도 한 인간으로서 혼자만의 자유로움도 있어야 한다. 돌이켜 보면  망구님의 평생은 자신만을 위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부부가 오래 같이 살다 보니 이제는 서로 머리 꼭대기 위에 올라가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서로가 훤히 꿰뚫고 있다.

귀신을 속여도 망구님은 못 속인다. 망구님도 나를 못 속인다.  망구님 얼굴에 여행가고 싶다고 쓰여 있다.

"당신 어디 가고 싶노?"

"으응,  중국시안 가고 싶다"   오래전 부터 병마총이 보고 싶다고 했지.

" 그럼 갔다 오소"

망구님은 무슨 리조트가 있는 경치 좋은 곳 보다 역사적인 장소를 좋아한다. 로마,폼페이, 아그라성, 타지마할, 마추피추 등등...

아니면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일본의 온천촌 순례도 좋아 한다.

"가더라도 혼자는 말고 작은 며늘아이 하고 같이 가소"  새로 가족이 된 작은 며늘아이가 나가던 직장을 접고 전업 주부가 되어 요즘은 필자의 기쁨조가 되어 수시로 집에 드나든다. 어머니 모시고 여행 갔다 오라 하니 요 귀요미 며느리 입이 완전 귀에 걸린다.

헤헤헤헤 신이 나는 모양이다.

근데 망구님은 큰 며늘아이가 마음에 걸리는지 평소보다 큰 며늘아이와 통화 횟수가 갑자기 늘어 난다. 큰 아이는 바빠서 도저히 시간을 뺄 수 없데나.....


근데 여행지가 갑자기 시안에서 치앙마이로 바뀐다. 중국에는 조류독감인가 뭔가가 유행해서란다.

치앙마이도 가고 싶어 했으니까 어디면 어떠랴.  망구님은 소풍을 앞둔 유치원생처럼 들떠서 작은 며늘아이와 히히호호 신나서 면세점이다 뭐다 돌아다니는 모양이다.

얼굴에 생기가 돈다.

출발일 아침 필자에게 신신 당부한다 " 다 챙겨 놓았으니까 굶지 말고 ...어쩌구 어쩌구 ' 한다.

"그려 그려 알 았다, 내 생각은 말고 신나게 잘 놀다 오셔..."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또 큰 며늘아이가 마음에 걸리는지 또 전화질이다. 에휴 가족일은 다 잊어버리라니깐.....


화요일 출발해서 토요일에 돌아 온단다. 기분 좋게 갔다 오라고 했지만 퇴근해서 불 꺼진 집 현관을 들어서니 기분이 묘하다.

영 ~~ 썰렁하다.  이거 영 이상 하구만........평소에 퇴근해서 집에 와도 필자는 컴터 방에, 망구님은 거실 TV앞 소파에 있어 둘이 꼭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근데  망구님이 없으니 이거 원 집이 완전 텅 빈 것 아닌가. 괜히 보냈나. 아니지 그래도 잘 보냈지...

망구님 보낸 것을 스스로 대견해 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탱, 신호음이 떠서 열어보니 흐흐 반가워라 망구님 얼굴이 치앙마이 사원을 배경으로 떠 있다.

앗싸~~~기분 UP 되네. 그러면 그렇지 남편 버리고 집 떠나도 부처님 손바닥이지 흐흐....


토요일 아침,  스마트 폰 벨이 울린다. 망구님이다. 지금 공항에 도착 했단다.  공항까지 올 건 없고 집근처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나오란다.

누구 영이라고 거절해?  눈꼽만 떼고  차를 갖고 나가 대기한다.

하이고, 망구님, 며느님 얼굴이 발갛게 익었다. 그곳에는 지금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더라고 한다.  밤 비행기에 지칠만도 한데 즐거운 표정이다.

역시 여행은 좋은가 보다. 이번 여행 약발은 몇 개월 가겠다.

집에 도착해서 여행 가방 풀면서 이거는 누구 선물, 저거는 누구 선물..하면서 행복해 하는 망구님 얼굴보니 필자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어디가 좋더노" 하니까 백색 사원이 좋았고 코끼리가 그림을 그리는데 기가 차게 잘 그리더란다.

아. 코끼리가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봐도 정말 잘 그렸다. 인간보다 낫다. 색감도 좋고.....

"코끼리가 그린 그림 몇점 사오지... 선물로.."

"그래 말이야, 몇점 사올 걸...."  필자가  갔으면 수십점은 사서 제자들에게 나눠 주려 했을 것이다.

"아부지, 어머니 춤도 추었어요"

" 어? 그래? 무슨 춤?" 
"민속 무용팀 한테 무대에 이끌리어 나가서 췄어요"   동영상보니까 이쁘게 잘 추었네 뭐. 원래 망구님 센스 하나는 알아 주거든.....


오후에는  우렁각씨 큰 며늘 아이를 비롯해서, 손녀 딸, 작은 아들까지  우리 가족 모두 다 모였다.

역시 하이 파이브는 손녀 딸이 가장 힘 있게 해준다.

우렁각씨 큰 며느리가 말한다. " 아, 사진 보니까 부럽다. 아부지 어머니 5월은 가정의 달이니까 우리 가족 모두 양양 솔 비치로 예약 하려고 해요.

시간 뺄 수 있죠? 저희가 모실게요. 원래는 제주도로 할려고 했는데 예약이 넘쳐서 양양으로 바꿨어요'

"그려 그려 아부지는 무조건 좋지. 가족 다 모이는 건 무조건 좋아, 흐흐......"

"근데요, 올해도 가족 해외 여행은 아부지가....헤헤 "

그러면 그렇지. 공짜 우렁각씨가 어디 있겠노. 그래도 아부지는 무조건 좋다 우렁각씨들만 있으면......................


2013/07/25 14:07 2013/07/25 14:07

수술이 위험한 부위의 작은  재발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어, 저 아주머니 또 오셨네.  60대 초반 부산 아주머니다.  상당히 오래 전에 갑상선 유두암이 목 여기저기 여러군데 림프절에 퍼져 양측 옆목 림프절 청소술, 중앙 경부 림프절 청소술, 양측 갑상선 전절제술을 받고 수술후 여러차례 고용량 방사성 요드치료를 받았는데도 옆 목 림프절에 한두개씩 재발이 나타나 그 때마다  재발 림프절을 떼어내어 잘 지내오던 분이다.

근데 2 여년 전부터 쇄골과 흉골 뒷쪽  총경동맥 내경정맥,쇄골하 동정맥, 무명 동정맥이 엉켜 있는 사이사이에 1cm가 될까 말까한 크기의 재발이 의심되는 림프절들이 CT스캔에서 보인다.


부산의 모 개인의원에서 "요거 뭐 간단하니까 서울가서 한 개씩  똑똑 떼고 오면 되겠다"는 소리를 2 여년 전에 듣고 올라온 환자다.

수술이 쉽게 될는지 다시 여러가지 검사를 하고 보니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전에 목수술할 때  이 근방에 전이가 있어 어렵게 어렵게 상종격동 림프절들을 꺼집어 낸 과거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재발이 의심되는 부위를 다시 열고 들어가는 것이  생각처럼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번 수술 후에 필연적으로 오는 유착 때문이다.  때문에 이 근방의 재수술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암이 주위의 혈관과 주위조직에 떡같이 서로 엉켜 붙어있어 암조직에 도달하기 전에 대혈관이 터져 수술 중 사고가 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뭐 이런 걸 가지고 부산의 그 선생님은 간단간단하다고? 

외과 전문이 아닌 분이니까 잘 모르고 그랬을 것이라고 이해는 하겠는데 환자한테 자기가 잘 모른 분야는 단정적으로 얘기해 주는 것은 좀 자제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일부 환자들은 내분비내과나 핵의학과 의사들도 수술을 하는 줄 알고 있다.  즉 수술은 외과의사가 전담하는 줄 모르고 있는 환자도 많다는 얘기다.

또 수술에 대해서 모르는 내과계 의사들은  수술에 따르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본 일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에게는 수술이 아주 간단한 걸로 설명하는 버릇이 있다. 외과의사 입장에서는 참 곤란하다.

수술의 위험성을 설명하니까 환자는 당연히 수술을 꺼려하게 되어 수술을 안 받고 미적미적하다가 결국은 차선책이지만 외부방사선 치료방법의 최신 버전인 토모테라피를 받는다.

토모테라피는 과거의 방사선치료와는 달리 주위의 정상조직은 피하고 암조직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이 들어가도록 한 치료법이다.

현재 수술이 불가능한 암 치료에 많이 쓰이고 있다.


이 부산 아주머니는 수술로 암 조직은 완벽하게 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재발한 암이 다시 커지고 퍼지지 않으면 앞으로 이 암 때문에 잘못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말하자면 암이 몸에 남아 있지만 이 것이 더 퍼지지 않고 얌전히 가만히 있어 주면  무사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토모테라피후에  이 아주머니의 재발암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작아진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암과 함께 친구 삼아 살아가면 될 것이다.


2010년 아시아 내분비외과 학회에서 일본의 내분비외과학계의 원로이신 요시히데 후지모토 교수(이 분이 아시아 내분비 외과 학회를 1988년 창설했다)는  특강에서  

"수술이 위험 한 부위의 재발은 모험을 하기보다는 다른 안전한 치료방법을 모색해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고 의견을 피력한 적도 있다.

필자가 수술해준 모 탤런트의 동생도 국내 굴지의 대형 병원에서 갑상선암수술 후  옆목에 자그맣게 재발되어 재수술했는데 결국 재발부위를 찾지 못하고 그냥 닫고 나왔다고 필자에게 호소한다. (작은 재발은 수술이 더 어렵다. 태평양의 동전 찾기지)


필자도 환자들을 수술하고 정기추적 관찰하는 도중에 재발이 발견되는 수가 가끔 있다.

필자는 재발을 통고할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  알다시피 갑상선암 수술은 재발율이 높다.

30년에 30% 재발이라고 알려져 있다. 근데 다른 암은 재발이라고 하면 생명과 직결되어 심각한데

 갑상선암은 그렇지가 않다. 재발의 70-80%는 목의 림프절부위이기 때문에 재수술로 제거가 가능한 수가 많기 때문이다.

대체로 목의 중앙 부위 재발은 재수술이 어렵고 중앙부위에서 벗어나 옆목 림프절로 갈 수록 수술은 용이하다.

다행히도 재수술이 용이한 옆목 림프절 재발이 대부분이다.


중앙경부의 재수술은  지난번 수술 때문에 유착이 일어나고 정상적인 해부학적인 구조가  뒤엉켜 있기 때문에  수술접근이 매우 어려워 성대신경, 부갑상선, 식도, 혈관등이 다칠 확율이 첫 수술때 보다 훨씬 높다.  이거야 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다.

그래서 첫수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지....

가장 어려운 재수술은 이 부산 아주머니 처럼 종격동에 재발이 일어난 경우다. 

흉골을 열어 종격동으로 들어 가야 하는데 이 부위에는 중요한 혈관들이 떡 버티고 있으니 ....


세계 어느나라에서나 갑상선암 치료 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것이  바로 높은 재발율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술이 쉬운 옆목부위  재발은 큰 문제가 안되는데 중앙 경부나 종격동 부위의 재발은 수술이 어렵고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재수술을 결정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자는 것이다.

과연 재수술이 환자의 생명유지에 꼭 필요 불가결한 것이지 따져 봐야 된다는 것이다. 

수술하고 난 다음에 얻는 이득과 수술에 따른 위험도를 따져서 어떻게 하는 것이 환자에게 이로운 것인지 심각하게 발란스(balance)를 맞추어 봐야 한다는 것이지...............


 미국 갑상선 학회는 이런 저런 여러가지 발란스를 따져서 재발 부위의 크기가 5~8mm 이하 이면 서둘러 재수술을 결정하지 말고 좀 지켜 보자는 권유를 하고 있다. 필자도 이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수술이 쉽고 합병증이 적을 부위의 재발은 재수술을 머뭇거릴 필요는 없지만 성대신경이나 부갑상선을 다칠 확률이 높은 부위의 재발은 지켜 보면서 악화되는 기미가 있을 때 수술을 결정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상당수의 환자가 재발암의 크기가 몇 년동안 그대로인 것을 경험하고 있다.

재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첫번째 수술과 재수술과의 간격이 길면 길수록 재수술이 용이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착이 풀어지거나 흡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지켜보는 경우는 환자나 필자나  항상 꺼림칙한 기분에 놓여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렇게 지켜 보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하는 것이 최선인지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무슨  알약 하나 먹으면 재발암이 싹 없어지는 그런 획기적인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 갑상선암은  필자에게는 시간이 갈수록 더 어려워져 가는 것만 같으니 원................



2013/07/25 14:07 2013/07/25 14:07
아무리 환자에게 잘해 주고 싶어도.... 

 외과 수술이라는 것은 병든 환부를 도려내고 잘라낸 부위를 다시 연결 내지 복원하고  절개하고 들어간 피부를 봉합하고 나오는 것이다. 환자가 별탈 없이 순조롭게 회복하려면  도려낸 수술부위에 새살이 잘 돋아 나오고 봉합한 상처가 잘 아물어 주어야 한다. 상처가 잘 아물려면 적어도 세 가지 조건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수술받는 환자의 전신상태와 상처부위의 상태가 좋아야 한다.  환자가 고령이라든지, 빈혈, 영양실조, 당뇨, 면역기능저하등이 있으면 상처치유가 잘 안되거나 지연된다. 또 상처에 이물질(foreign body)이 있거나,  이미 염증이 있거나, 혈액 순환이 나빠도 상처 치유가 잘 안된다.

 둘째, 상처를 봉합하는 봉합사가 좋아야 한다. 당연한 얘기다. 좋은 봉합사란 조직 내에서 이물질 반응(foreign body reaction)이 적어야 한다. 이물질 반응이 많이 일어나면 상처가 아무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봉합사를 중심으로 염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염증이 생기면 당연히 상처 치유는 지연된다.

 셋째, 잘 꿔매 주어야 한다. 바느질을 잘 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상처에 빈 공간이 없도록 정확히 아귀를 잘 맞추어 줘야 한다. 너무 꽉 꿔매주거나  촘촘히 꿔매주면 상처부위로 들어 오는 혈액 순환이 나빠져 상처가 더 더디게 낫는다. 말하자면 옷을 꿔맬 때 옷 재질이 너무 낡았거나 처음부터 재질이 나쁜 상태이고,  꿔매는 실도 잘 끊어지는 저질 봉합사이고,  바느질도 경험 없는 초짜라면 결과가 뻔한 것과 마찬가지다.


 갑상선 수술은 다른 수술보다 상처치유과정에서 비교적 말썽이 적다.  그러나  수술자국이 눈에 띄는 앞목이기 때문에 상처치유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흉터가 보기 싫게 되어 환자가 실망을 한다.

 우짜든동 흉터가 잘 안보이게 깜쪽 같이 해달라는 요구가  높은 수술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암수술도 잘 되고 흉터도 깜쪽같이 해야 되고.... ... 어렵다  어려워.....


 필자가 오랫동안 갑상선 수술을 해 오면서 느끼는 것은  나이가 젊든 많든 여자든 남자든 수술 흉이 덜지고  예쁘게 해 달라는 부탁이 최근에 가까워올수록  점점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 전에는 흉터 걱정보다는 어떡하든 암을 철저히 제거해서 재발없이 오래 동안 잘 살게 해달라는 부탁이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 수술받은 환자들을 보면 흉터 길이도 길고 흉터 두께도 지금의 시각으로 보니까 미안할 정도로 길고 두껍다.

 그 때는  미국에서 "암수술할 때는 절개선을 아끼지 말고 수술시야를 넓게 해서 암조직을 철저히 제거해야  된다" 고 배웠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당시에는 마취기술도 지금과 비교하면 좀 불안했고, 수술경험도 좀 그저 그랬고 해서 암을 철저히 제거하고 안전하게 수술하려고  수술시야를 시원하게 크게 넓혀 수술을 해야만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환자도 의사도  절개선의 미용 문제는 크게 신경을 안 쓴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그때에는 수술기구도 지금과 달리 정교한 것도 아니었고 수술봉합사도 실크로 제조된 것이 대부분이어서

아무리 수술을 깨끗하게 잘  해도 이 실크 봉합사 때문에 수술 후에 애를 많이 먹었다.

 저렴한 국내산 실크 봉합사는 수술후 이물질 반응(foreign body reaction)과  봉합부위 농양 형성(stitch abscess)을 잘 일으켰기 때문이다.

 결국 환자도 고생하고 의사도 고생하고 비용은 비용대로 더 들고...........


 세월이 흘러 수술경험도 더 쌓이고 마취도 안정되고 수술기구도 정교해지고 수술 봉합사도 수입 고급품으로 대체되고 해서  수술절개선도 짧아지고 수술 후 봉합사 문제도 점점 적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깜쪽 같이" 라는 요말 때문에 필자는 우짜든동 환자들의 희망대로  절개선 흉터를 개선시키려 노력해 오고 있다. 물론 암수술의 원칙을 지키면서....


 필자 나름대로의 노하우는 다음과 같다.

(1) 절개선을 너무 아래 흉골 가까이 넣으면 소위 켈로이드 비스무리한 두꺼운 흉터가 잘 생기므로 환자를 앉히고  흉골에서 손가락 하나 내지 두횡지 높게 피부 주름을 따라 절개선 디자인을  한다. 누운 자세에서 하면 나중에 절개선이 흉골 근처나 그 아래로 내려가서  목이 움직일 때 마다  지랫대의 축과 같이 되어 흉터조직이 두꺼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2) 너무 짧은 절개선은 피한다.  수술시야 확보를 위해 견인기구로 절개면을 위로 땡겨야 하기 때문에 절개면이 자극을 받아 흉터가 두꺼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수술시 절개선 보호를 위해 실라스틱 제질로 절개선을 카버한다.

(4) 피부봉합은 피부밖에서 꿔 매는  단속봉합(interrupted suture)대신에 꿔맨 자국(stitch mark)이 보이지 않게 피하에서 꿔 매는 피하 연속봉합(subcuticular suture)방법으로 대체한다. 이 때 쓰는 봉합사는 맥손(Maxon)이라고 하는 인조 봉합사인데 2개월지나면 자연 흡수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실을 뽑을 필요가 없다.


 그 전에는 실을 뽑으면 봉합선이 벌어져 흉터가 굵어지는 수가 있었는데 봉합사가 피하에서  절개면을 계속 단단히 땡겨 주기 때문에(tensile strength) 절개선 흉터가  벌어지지 않고 가느다랗게 남을 수 있다는 잇점이 있는 것이다.

 근데 단점도 있다. 피하봉합 때 실이 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피하 매듭을  봉합시작 부위와 끝 부위에 만들어야 하는데

이 매듭이  이물질 반응을 일으켜 작은 고름집이 생기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환자에서 생긴 일이 있다. 이때는 매듭을 제거히고 항생제를 며칠 쓰면 해결되기는 한다.. 

 어떤 환자는 매듭농양은 안생겼지만 양쪽 절개선 끝 부위에  이 매듭이 까만 점으로 보이기 때문에 놀라서 병원으로 달려 오기도 한다. 

 그냥 두면 흡수되거나 떨어져 나오는 것이 보통인데 .....환자가 되어보면 뭐든지 불안한기라.


 Maxon 봉합사의 단점을 어떻게 해결하나 고심하던 끝에 찾아낸 봉합사가  "V-LOC" 이라는 미국 COVIDIEN 회사에서 나온 제품이다.

 원래 내시경 수술할 때 쓰는 봉합사로 개발 된 것인데 실매듭을 만들지 않아도 봉합후에 실이 빠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바로 이것이다.  Maxon 대신에 이걸 쓰면 되겠다 싶어 써보니 좋다.  매듭이 없어니까 봉합부위농양이 안 생긴다.

 단점은 가격이 Maxon은 3천 얼마이고 V-LOC은 2만 얼마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어 계속 쓰고 있는데 며칠 전 병원 보험 심사파트 치료재료 담당한테서 멜이 날라 온다.

 절개방법  갑상선 수술에서 이 봉합사를 쓰면  보험공단에서 비용 지불이 안된다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항의하니까 원래 내시경 수술때 쓰라고 허락 된 것이니까 내시경 수술이 아닌 경우에 쓰면 인정이 안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심사평가원에서 그렇게 결정된거란다.

 "그럼 환자가 부담하면 되는 것 아니냐?" 고 하니까  임의비급여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전부 환수초치를 당하여 병원에 손실을 끼친다는 것이다.

 세상에나.....여기가 북한 땅이냐?  이런 불합리가 .......

 "밥숟가락은 밥 먹을 때 사용하라고 만들어 진 것이기 때문에 수박이나 다른 걸 끍어 먹을 때 쓰면 안된다"는 논리와 뭐가 다른가 말이다.

 환자에게 이득이 되는 수술재료를 일선 외과의사가  전문가의 관점에서 쓰겠다는 데 보건복지부:심사평가원이 말도 안되는 논리로 이를 막는다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보건복지부인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의사는 아무리 환자를 위해 머리를 쓰고 잘 해주고 싶어도 전문가가 아닌 엉뚱한 사람이 책상위에서 된다 안된다 위세를 부리고 있으니 이거 뭐 김이 새서 어디 일할 맛이 나겠나..........

 결국 불쌍해지는 것은 환자 밖에 더 있겠어?........에라이....

 슬슬 열받기 시작하네.....혈압도 굼틀굼틀 하네...........


2013/07/25 13:26 2013/07/25 13:26

아주머니, 심장에 물이 고였다구요!

 

 며칠 전 외래 환자 보는 날이다.   50대 아주머니 환자가 얼굴이 붓고 숨이 차서 왔단다. 

갑상선 유두암으로 갑상선 전절제술을 받고 재발 없이 잘 지내오던 분이다.

근데 몇개월 전부터   몸이 붓고 춥고  피곤하고  모든 일이 귀찮고 해서 외출도 안하고 집에만 있었는데 며칠 전 부터는

숨이차서 못 견디겠더란다.

의자에 힘겹게 앉는 아주머니 얼굴을 보니 피부도 거칠고  정말 푸석푸석 부어 있다.

특히 눈 주위에 부종이 심하고 눈썹 바깥쪽 1/3은 아예 빠지고 없고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눈썹도 엉기성기하다.

전체적인 얼굴은 빈혈 환자 처럼 창백하다.  말도 느리게 하고 목소리도 거칠다.

머리카락도 윤기가 없고 푸석하게 보인다. 사람이 꼭 치매나 바보가 된 것 처럼 얼굴 표정이  없다.

묻는 말에 얼른 대답도 못 한다.  아, 갑상선 기능저하증에 빠졌구나......전형적이다.!


"아주머니, 신지로이드 약 드셨어요?"

"아뇨, 귀찮아서 ...."

"얼마동안 안 드셨는데요?"

"4~5개월..."

아이구 맙소사,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게 기적이다.

혈압을 재어 보니 수축기 혈압은 낮고 확장기 혈압이 높다.  90/79mmHg다.  수축기 혈압과 확장기 혈압의 차이인

맥압이11mmHg정도로 낮아진 것은 심장 박출량이 크게 감소된 증거다.

심장기능이 떨어진 거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말기가 되어 심장근육이 약해지고 심근수축이 느리고 약해진 것이다. 

심부전증이 온 것이다. 이러다가 사고 나지........


갑상선 기능검사를 해 보니 혈청 갑상선 홀몬치는 바닥수준이고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갑상선자극홀몬(TSH)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당장 신지로이드를 복용하게 한다. 이때도 갑자기 많은 량을 투여하면 안된다. 소량부터 서서히 용량을 올려 주도록 한다.

그러고 나서 심장과로 응급 입원하게 한다.


심장과 검사결과는 전형적인 심부전증이고, 거기에다, 아이쿠, 심장을 싸고 있는 심낭에 물까지 고였단다(pericardial effusion).

"아주머니, 심장에 물이 고였다구요. 빨리 치료해야 돼요"

우선 급하게 심낭에 고인 물을 빼 주어야 심장 박동이 제대로 되어 혈압이 유지된다.

우짜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나. 왜 신지로이드 복용은 안해가지고 이 난리냐 말이다.


흔치는 않지만 가끔 갑상선홀몬인 신지로이드를 복용하지 않는 환자가 있다. 신지로이드가 우리 몸의 대사에 꼭 필요하고

갑상선암 재발을 억제하는데 중요한 일을 한다고 누누히 설명해도 이를 듣지 않는 환자가 있다. 이 환자차럼.

어떤 환자는 약없이 기도의 힘으로 아니면 정신력으로 버텨 보겠다고 신지로이드를 멀리 하기도 한다.

깜박 잊고 하루 이틀 복용 못한 것은 큰 문제가 안된다. 우리가 밥 한두끼 굶는다고 큰일 나지 않듯이.......

외국 여행할 때 깜박하고 약을 못 가지고가 현지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환자도 있다고 하는데  신지로이드의

반감기가 1주는 되니까 길게는 2주까지는 큰일날 일은 없다. 2주이상되면 갑상선 홀몬 부족으로 기능저하증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지......


알다시피 갑상선 홀몬은 우리몸에서 신진대사가 원할히 돌아가도록 하는 일을 한다.

신진대사라는 것은 우리 몸의 각 장기에 에너지가 공급되고 노폐물이 제거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갑상선 홀몬이 모자라거나

없어지면 이게 잘 안된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이다.  지휘를 빨리하면 음악이 빨라지고 느리게 하면 느리게 되고, 지휘자가 지휘를 멈추면 음악이 멈춰 지듯이

갑상선 홀몬이 너무 많아 지면 각 장기의 기능이 항진되고, 적어지면 기능이 떨어지고,  홀몬이 없어지면 기능이 멈추어져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얘기다.

기능저하증 증상중 제일 나쁜 것이 바로 심장 기능 부전증인 것이다.

혈중 콜레스테롤은 올라가고 혈관내벽은 두꺼워지고 관상동맥은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고......여하튼 심혈관 계통에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래서 갑상선 절제술후에 갑상선홀몬인 신지로이드 복용은 생명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갑상선 수술후에 신지로이드를 복용해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암의 재발을 억제 시키기 위한 것이다.

우리 외과 의사가 아무리 수술을 잘 한다고 해도 수술전 영상진단에서나 수술할 때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먼지 같이 흩어져 있는 암세포를 완벽하게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방암, 위암 등 모든 암 수술이 다 그렇다. 그래서 수술후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미세한 암 세포의 잔류 가능성 때문에 항암제 치료를 하는 것이다. 

물론 아주 초기암에서는 할 필요 없다.

갑상선 유두암이나 여포암 같은 분화암은 요드 물질을 좋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성질을 이용하는 치료가 방사성 요드치료다.

즉 수술후에 환자로 하여금 요드제한 식이를 2주동안 하게 하여  암세포가 요드에 잔뜩 굶주려 있을 때 방사선을 품고 있는

요드를 투여하면 이를 덥석 받아 먹고 방사선을 맞아 암세포가 죽게 되는 치료인 것이다.


방사성 요드치료 외에 소위 갑상선 홀몬인 신지로이드로 갑상선자극홀몬 억제치료(TSH suppression therapy)라는 것이 있다.

이름은 거창 하지만 갑상선 홀몬 복용으로 TSH가 뇌하수체에서 분비 되는 것을 억제 시키는 치료방법이다.

유두암이나 여포암 세포는 TSH수용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이 TSH수용체가 갑상선자극홀몬(TSH)과 결합하여 암세포가 커지고 퍼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결혼해서 자손이 번창 하듯이.........비유가 맞았는지 모르겠다)

따라서 TSH를 억제해서 맥을 못추게 하면  수용체와 결합을 못하게 되니까  미세암세포가 자라고 퍼지는 것이 미연에 방지 되는 것이다..

갑상선 수술후에 신지로이드를 평생 복용해야 된다는 이론이 바로 이것이다.

근데 반절제를 한 환자는 남은 갑상선에서 갑상선 홀몬이 나오니까 신지로이드를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일부 의사들이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반대다. 갑상선 절제로 남은 갑상선 조직의 량이 적어지면 TSH는 올라 가게 되어 있고

반절제를 했을 수록  미세 암세포가 남아 있을 확률이 더 높으니까 TSH 억제치료는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평소에도 이해가 안되는 것이 있다.

우리 한국사람들은 건강에 좋다고 하면 별별 약을 다 구해 먹으면서 정작 자기 병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약물을 왜 피하는지를 모르겠다.

건강에 좋다면  뱀, 개구리도 마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필자도 평생 먹는 약들이 있다. 아스피린, 크레스토(콜레스테롤 낮추는 약), 오메가-3 등등이다.

나이 들어 가면서 이런 류의 약이 혈관 병 예방에 좋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의 갑상선암  환자이지만 암 재발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갑상선 홀몬(신지로이드) 복용을

왜 기피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그것도 하루에 한번 복용하면 되는 것을..........기가 찰 노릇이다.

이 환자 처럼 '아이쿠, 심장에 물이 고였다구요" 하는 말을 들어야  정신을 차릴려나.......에휴...

2013/07/25 13:08 2013/07/25 13:08

BRAF 유전자 돌연변이를 아시나요 

 

 

 

지난 금요일(4월19일)  오후 아주대 의료원을 다녀 왔다.  금요일은 필자가 수술을 하는 날이다. 

수술을 취소하고 수원 나들이를 할 정도면  매우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렇다. 

무슨 일이냐구?

갑상선암의 진단과 치료,  예후 예측에 새로운 지평을 연 BRAF 유전자 돌연 변이를 발견한 미국 죤스 홒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 Xing (Michael Mingzhao Xing)교수의  특강이 있기 때문이다.

황송하게도 이 특강의 사회와 토론을 맡아달라는  아주대측의 요청이 있다.  

얼씨구나 좋다하고 만사 제치고  가는 것이다. 요청이 없었더라도 아주 흥미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아마도

그냥이라도 갔을 것이다. 완전히 수술을 안하기에는 손이 근질근질해서 오전에 3명의 간단한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 12시경 수원으로 향한다.

오후 1시30분부터 세미나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름에서 짐작했듯이 Xing 교수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상하이에서  대학을 나온 후 25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죤스 홒킨스에서 계속 연구생활을 해온 분이다.

정식 직함은 내과 종양학 교수이며, 갑상선 센터 장이다.  필자는  이전에 이분을 한번도 직접 대면한 적이 없다.

근데  아주 오래전부터 알아온 사람인 것처럼 친근감을 느낀다.

거의 매일 그의 논문을 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포는 여러가지 유전자의 변화에 의하여 암세포로 된다.

유전자 변화로는 증폭(amplication), 결손(deletion), 전위( translocation), 돌연변이( mutation) 등이 있다

.

BRAF 유전자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갑상선 세포(MAPK pathway)에서 미쳐버리면( 돌연변이)  유두암 세포로 변한다.

 이걸 처음 발견 한 사람이 바로 Xing 교수다. 2003년도에 처음 발표 되었다(J Natl Cancer Inst 95:625-627,2003).

전체 갑상선 유두암 환자의 45% 정도가 이 BRAF 유전자의 돌연 변이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럼 나머지 55%는 어떤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일까?

현재까지 알려진 것들로는  MEK1, ERK2, RET/PTC ,PAX8-PPARv, RAS 유전자 돌연변이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유전자들의 변이가 암발생에 관여하리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전체 갑상선 유두암환지의 70-80%정도에서 BRAF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

Xing 교수에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겠는냐고 물어 봐도 모르겠단다. 

아마도 김, 미역, 다시마 같은 요드 함유가 높은 식이습관과 연관이 있을지 의문은 들지만 연구한 것은 없단다.

어쨌든 세침세포검사에서  진단이 애매모호(indeterminate)할 때 BRAF 돌연 변이가 발견되면 유두암을 강력히 의심할 수 있다.

특히 비정형세포(atypia)를 보이는 환자에서 BRAF 돌연변이가 있으면 유두암으로 진단 된단다.

필자가 질문한다. "지난주에 세포검사에는 암인 증거가 없었지만 BRAF 검사에서는 돌여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와 진단을 확실히 하기 위해 한쪽 갑상선엽을 떼었다. 결과는 암이 아닌 것으로 나왔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암이 되기 직전단계인가?"

"그렇게 생각하기 보다는 BRAF 돌연변이가 확실하다면 암이 시작 된걸로 해석해야 될 것이다. 아마도 유두암 중

여포변종(follicular variant)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확실치는  않다. 더 지켜 봐야 할 것이다"

어쨋든 BRAF 돌연변이 검사가  유두암진단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틀림 없다.


그리고 BRAF 유전자 돌연 변이가 있는 갑상선 유두암은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암의 경과가 빠르고 예후가 나쁘다.

최근 미국의 보고에 의하면 유두암 환자를 평균 33개월 추적한 결과 BRAF 돌연 변이가 있으면 5.5%, 변이가 없으면 1.1% 사망율을 보여

BRAF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두암 예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말하자면 BRAF 유전자 돌연변이 유무로 유두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JAMA 2013;309:1493-501).

대규모의 유두암 환자 분석에서 BRAF 돌연 변이가 있으면 림프절 전이, 깁상선피막 침범, 원격전이율이 높아 재발율도 높더라 것이다. 당연한 얘기다.


BRAF 돌연변이가 있는 유두암은 방사성요드 치료 효과도 떨어진다.

어쨋든 BRAF 돌연변이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것만은 틀림없다.

최근에는 정상세포에서  BRAF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는 장소를 타겟 - 차단해서

암세포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타겟치료(targeted therapy)법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 치료법이 일반화 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유두암 환자의 70-80%에서 BRAF 돌연변이가 발견된다.

근데  예후가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설명되나고 Xing 교수에게 질문했더니

아마도 1.0cm 미만 작은 암이 많아서 그럴 것 같다고? 

1.0cm 이하라도 림프절 전이, 피막 침범, 45세 이상 등 고위험 요소가 동반되면 미국처럼 나쁜 예후를 보이지 않겠냐고 한다.

작을 때 위험 요소가 동반되기 전에 치료하면 좋다는 말이겠지.

Xing 교수의 강의는 예정시간을 훨씬 넘었지만 어느 누구 한사람 자리를 떠는 사람이 없다.

그만큼 BRAF 돌연변이가 갑상선 유두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BRAF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의사가 하고 싶다해서 맘대로 할 수 없다.

무슨 환자의 동의서를 얻어야 한다고 한다.  검사도 세침검사로 뽑아낸 세포에서 간단히 할 수 있고 더 위험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단지 비용이 더 든다는 것이 좀 그렇다.

그리고 우리나라 환자는 유전되는 병을 검사하는 줄 알고 검사를 꺼린다. 또 의사들이 연구 목적으로 하지 않느냐고 의심 하기도 한다.

BRAF 돌연변이 검사가 진단에 도움주고  예후를  예측하는데 도움주고,  

치료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지 그러지 않아도 될지를 결정하는데 정말로 도움을 주는 중요한 검사인데

이걸 맘대로 할 수 없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의사의  손발 묶어 놓고 어떻게 최선의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



추가: Xing교수와의 토론후 BRAF 돌연변이가  있었는데도 수술후 영구 조직 표본에서 양성이라고 나왔던 환자의 조직표본을 다시 면밀히 검사한 결과 처음에 양성종양이라고 했던 것이  결국 초기중의 초기 유두암이 있는 것으로 결론 지어 졌다. 역시 BRAF 돌연변이가 있으면 유두암을 의심해야 된다는 것이다.

2013/07/25 13:06 2013/07/25 1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