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90) 11월3일

 

39세 여자환자 :미안해요, 전절제를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외국 유학을 1개월후에 가기로 다 준비가 되었는데 그만 갑상선유두암 진단을 받았단다.

유학은 계획대로 가야 하고 암치료는 받아야 하고....이거야 말로 시간이 없는 거라.

장거리 비행을 할려면 그래도 수술후 1개월은 지나야 안심할 수 있는데 지금 수술해도 너무 시간이 촉박한 것이다.

수술이 간단한 것이라면 몰라도 만약 생각보다 퍼져서 전절제술하고 방사성요드치료까지 해야될 상황이 되면

정말 난처해지는 것이다.


근데 환자의 초음파를 보니까 수술이 간단할 수도 있고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라.

세침세포검사에서 카데고리 6 (카테고리 6 라면 암일 가능성 99%다) 로 나왔지만 , 암의 사이즈가 1.2cm 라 잘 하면 반절제하고 수술후 신지로이드 복용을 안해도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암의 위치가 소위 마의 삼각지점에 있고 피막을 침범한 것 같기도 하고 안한 것 같기도 하고, 반대편 갑상선날개의 마의 삼각지점에 있는 0.3cm크기의 결절이 암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일 간단한 것은 암으로 확정된 왼쪽 갑상선날개를 떼고 중앙경부림프절 청소까지만 하고 반대편을 그대로 놓아 두는 것인데

그렇게 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만약 반대편 작은 결절이 암이라면 반대편의 재발이 !00%가 되는 것이다.

만약 암이 아니라면 왼쪽만 떼어주어도 되는데 암이 아니라고 할려면 수술중에 이 결절을 떼어서 긴급조직검사로 확인을 해 봐야 하는 것이다. 근데 이 작업이 그리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반대편 결절도 마의 삼각지점 근처에 도사리고 있어 고놈만 떼어내려고 하면 성대신경과 근처에 있는 부갑상선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친구들은 이럴 경우에 고민않고 바로 전절제를 할 것인데.......


환자의 사정을 봐서는 반절제하고 빨리 회복해서 신지로이드도 복용하지 않고 유학생활하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한데.......

글쎄 그게 맘대로 될지.....

수술전에 환자에게 설명한다.

" 반절제 가능성이 많기는 한데....반절제하고 나중에 재발하면 그때가서 반대편  또 수술하면 되기는 한데.....아니 전절제도 배제 할 수는 없어요" 무슨 놈의 설명이 이렇게 복잡하게 횡설수설하노...

환자는 교수님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표정을 보내기는 하지만 반절제가 되었으면  더 좋겠다는 무언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 같은 기라.


수술은 우선 왼쪽 갑상선 날개와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을 해서  림프절전이가 있는지 먼저 봐 달라고 긴급조직검사실에 부탁을 한다.

만약 중앙 경부림프절에 전이 림프절이 있는 것으로 나오면 고민 없이 오른쪽 날개도 떼는 전절제술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근데 이것 좀 보소, 절제해낸 림프절 10개중에 딱 한개가 300um 크기로 전이가 있다는 것이다. 1mm의 1/3도 안되는 크기인 것이다. 2mm 이하의 미세전이는 전이가 없는 것과 비슷한 재발율을 보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되어 있긴 하다.

에이, 그럼 반절제하고 말아? 유학 가는데 지장없게 말이지....


일단 반절제까지만 하기로 하고 수술창을 닫고 마취를 깨우려고 하는데 " 아냐, 다시 초음파 영상을 보고 수술을 끝내라"라고 하는 생각이  번쩍하고 머리속을 스치는 것이라.

그래서 수술창을 다시 열고 오른쪽 갑상선 날개의 윗쪽을 정리해서 수술시야 앞으로 나오게 한후 오른쪽 마의 삼각지점에 있는 작은 결절을 탐색한 거라.

오른쪽 상(上)부갑상선과 거의 인접한 부위에 숨어 있는 0.3cm 결절을 겨우 찾아 역시 긴급조직검사를 보내니까 미세갑상선유두암이 맞다는 것이다. 아~~, 그냥두고 나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 있는 환자를 찾아 가니 이미 마취에서 깨어 나 있다.

"아이고, 미안해요, 전절제를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반대편에 있는 고놈이 암으로 나왔어요. 그래도 잘 회복 될 것이니까

너무 걱정말고...."

아직 수술부위의 통증이 있을텐데도 전절제수술을 수긍하는 듯 밝은 웃음을 필자에게 보내 준다.

" 그래 그래 전절제를 했지만 림프절 전이가 미세하니까  방사성요드치료는 생략할 수는 있을 거야...."

환자에게 하는 위로의 말인지 필자 자신에게 하는 위로의 말인지 혼자 중얼거리며 회복실을 나와 다음 환자 수술실로 향했는 기라.


사족: "악마의 삼각지점"이라는 용어가 환자들에게 너무 겁나는 표현이라 생각되어 그냥 수술하기 어려운 부위라는 뜻이 더 담긴 "마의 삼각지점"라고 바꾸어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2014/11/24 15:25 2014/11/2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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