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537) : 2019년 7월1일

30대 후반 여자사람 환자:생각을 하면 보이고 그냥 보면 잘 안보인다

 

아침 병동 회진 시간, 30대 후반 여성환자에게 오늘 수술할 내용에 대하여 설명한다.

"오늘 수술은 갑상선 전절제와 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 그리고 측경부림프절 청소술이 될 겁니다.

1.6cm암이 왼쪽 갑상선 뒷쪽 피막과 기도벽과 붙어 있고 바로 근처 중앙림프절과  왼쪽 레벨 4번 림프절 전이가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첫 수술 때 깨끗이 잘 되어야 하니까요"

그러고 보니 비슷한 분위기의 훈남이 보호자로 병상 근처에 서 있다.

"신랑이구나,  환자 옆에 좀 서 보셔, 마누라도 동안이고 신랑도 동안이고, 둘이가 같은 분위기로 닮았네, 잘 살거요"

"예,  예, 감사합니다, 참 MRI사진 찍는다고 했는데 아직 안 찎었는데요?"

"아, 취소 했습니다. 초음파에서 기도와 식도 침범이 의심스러웠는데 CT스캔과 비교하면서 보니까 직접 침범은 안된 것

같아서요, 수술 때 내가 좀 더 고민하면 되니까요, MRI는 비용도 많이 들고..."


환자는 지난 5월, 타병원에서 갑상선유두암 진단을 받고 필자를 찾아 왔다.

가지고 온 초음파 사진을 보니까, 아이고, 암의 위치가 만만치 않다.  암덩어리의 직경이 1.6cm이지만 암세포가 퍼져 나가는

길이로 보면 2.7cm나 되고 일부는 기도벽과 식도벽을 침범한 것 처럼 보인다. 그것도 소위 마의 삼각지 근처이고

식도는 암덩어리에 밀려 일부가 좁아져 있다.

"흠 , 강적인데.....왼쪽 성대신경이 위험하다, 수술 후 목소리가  쉴 수도 있겠는데...더 퍼지기 전에

빨리 수술하는게 좋겠다"


오코디의 노력으로 드디어 수술일이 오늘(2019년7월1일)로 잡혔나 보다.

지난 금요일 오후 수술전 영상복습시간에 영상의학과 판독이 레벨6와 레벨4림프절에 전이가  의심스럽다고 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레벨4 림프절중 두어개가 커져 있고 미세 석회 알갱이가 림프절 속에 있는게 보인다.

"저런 소견은 전이를 의심해야 되는데... 아예 처음부터 저 림프절들을 포함해서 측경부림프절 청소술로

없애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수술대에 누운 환자에게 수술절개선을 왼쪽 아랫목에 5cm 가량 넣으면서 환자와 얘기를 나눈다.

"예쁘게 해 달라 그러겠지? 예쁘게 하는 것 하고 완벽하게 제거 하는 것 하고 어떤 것을 선택하면 좋을까요?"

"예쁘게 하는 것요"
"어? 정말?"
"아, 아뇨,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요"

"내 같으면 예쁘면서 완벽하게 해달라고 할텐데..."
"맞아요, 교수님, 예쁘고 완벽하게요"

"염려 말더라고, 내 잘해줄게요, 근데 애기 있다 그랬던가?"
"네, 아들 만 둘이요"   순간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젊은 엄마들은 아이 얘기만 나오면 눈물이 나온단 말이지.

"아이고, 힘들겠다, 아들 두놈 키우는 거...."


수술은 왼쪽 아랫목에 5cm 남짓 길이 피부절개로 우선 왼쪽 내경정맥을 따라 내려오는 림프절들을

청소하고 다음 왼쪽 갑상선절제술, 중앙경부 림프절 청소술 그리고 오른쪽 갑상선 절제술순으로 한다.

우려 했던 식도, 기도, 성대신경은 암덩어리와 붙어 있긴 하였지만 쉽게 분리 되었고,

림프절 전이도 육안으로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림프절 청소술도 어렵지 않게 끝났다.


수술중 새로 갑상선암센터 팀원이 된 전임의 닥터 김에게 말 한다.

"전절제할 때 성대신경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부갑상선을 보존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

잘못보고 부갑상선이 제거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지만 부갑상선으로 가는 거미줄 같이 가느다란 혈관의 혈류보존이

잘 안되는 수는 제법 있단 말이지, 아랫쪽 부갑상선은 생각보다 갑상선의 앞쪽 피막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고,

윗쪽 거는 성대신경이 후두로 들어가는 뒷쪽에 있는 경우가 많아. 생각을 하고 찾아 보면 보이고 그냥 보면

안 보인단 말이지, 지난번 로마학회에 보니까 외국 놈들은 전절제후에 부갑상선 기능저하 발생율이

우리 보다 훨씬 높더라구,  우리는 1% 내외인데 외국은 높게는 16%까지더라구.

여기에 보이는 것이 아랬쪽 부갑상선이고 저기 위에 보이는 것이 윗쪽 부갑상선인 것 같애,

수술후 부갑상선 홀몬치가 어떻게 될지 궁금한데?"


병실의 환자는 평온한 상태다.

목소리도 좋고 손발 저림도 없다.
"부갑상선 수치 어떻게 나왔어?"

"!9.2 pg/ml 요 "

"대박, 대박, 환자분, 수술 잘 되었어요, 아무일 없이 잘 회복할 겁니다. 아들 두놈이 있다면서요?"

"네, 4학년, 1학년요"
"벌써? 이렇게 동안이?  두놈 잘 키워 내셔,  병은 걱정말고...ㅎㅎ

2019/07/25 15:18 2019/07/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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