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533):2019년 5월31일

20대후반 아가씨 환자 :측경부 전이암이 먼저 발견된 갑상선암


5월30일 외래 진료시간, 오코디가 긴급응원을 요청한다.
"내일 수술 예정인 아가씨 환자 있잖아요, 중이염이 심하고 편도도 부어 있고, 열도 있다는 데요. 내일 예정대로 수술

올려요? 아니면 연기해요?"

"환자 보고  결정하지, 환자 들여 보내요, 어 ? 괜찮게 보이는데? 지금도 열이 있어요?"

"아뇨, 좋은데요"

"오른쪽 콩팥 수술도 아무 문제 없이 회복했고? "

"네, 갑상선 수술도 빨리 받고 싶어요"

"그럼 입원해서 항생제 좀 맞고 좋아지면 내일 수술 하지, 뭐"


환자는 지난 2월하순 왼쪽 측경부에 뭔가 불룩하게 만져지는 느낌이 있어 타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했더니 갑상선암이 양측 측경부로

퍼져 있고, 또 오른쪽 콩팥에도 어린애 주먹만한 종양이 발견되었단다.

4월30일, 가지고 온 초음파를 보니, 우와,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이렇게 젊은 아가씨에게 이렇게 심한 시련을 주시다니....

갑상선 본체의 암은 그리 크지 않은데  측경부 림프절로 퍼진 암덩어리들이 감자밭을 이루고 있다. 왼쪽 측경부 감자밭이 더 험악하게

보인다. 아이고, 고생좀 하겠다, 환자도 의료진도....

근데 정작 환자인 아가씨는 속으로야 어떨지 모르지만  겉으로는 늠름하다.  의료진이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표정이다.

하기야, 징징 우울 표정보다는 예쁘게 웃어주는 편이 훨씬 더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아이고, 예쁘지나 말지...."

문제는 갑상선암외에도 콩팥에도 큰 종양이 있다는 것이다. 비뇨의학과로 긴급 콜라보를 요청하니 곧 연락이 온다.
"우측 콩팥 암입니다. 이것부터 먼저 해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셔"
그렇게 해서 5월2일 우측 신장암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이제는 갑상선암 수술을 위해 다시 찾은 것이다.


5월31일, 15호 수술실, 콩콩이 닥터 김과 그동안 찍어 두었던 영상을 다시 복습한다.

"왼쪽 측경부에 혹이 먼저 만져지고 나중에 갑상선 본채암이 발견된 케이스다, 소위 측경부 종양이 먼저 나타난 갑상선암이라는 것이지.

내가 80년대에 이에 관한 논문을 미국 두경부학회지에 게재해서 그 때 학술상을 받았던 적이 있었지(Head Neck 1989 11(5):410~3).

지금 기준으로는 참 창피한 논문이었는데.....어디 초음파 영상 보고 얘기해 봐라"

"네, 왼쪽이 훨씬 심하네요, 레벨 2,3,4 를 따라 큰 종양들이 줄을 서 있고요, 레벨 2 에서 4로 내려 올수록 크기가 점점 커지고

 흉관과 정맥이 연결되는 부위에는 여러개가 엉켜 있는데요, 몇개는  낭종변성이 되어 있고요"
"흉관근처의 전이 림프절을 분리해낼 때 흉관손상이 오기 쉽지, 끔직한 유미루(chylous fistula)가 생기면 환자도 의사도 엄청 마음 고생

하게 되지,  지금 그런 환자 한분이 입원해 있잖아, 지금은 해결되고 있지만..."

"네 알고 있어요, 조심해야겠네요, 오른쪽 측경부에도 왼쪽 못지 많게 전이 림프절들이 레벨 2,3, 4 에 진을 치고 있는데요.

양쪽 중앙경부림프절 전이도 보이고요, 갑상선 본체암은 왼쪽 것은 1.5cm, 오른쪽은 0.5cm 밖에 안되는데도 이렇게 많이 퍼졌네요"
"왼쪽 것이 갑상선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잖아, 꼭대기 암은 중앙경부림프절을 거치지 않고 바로 측경부로 퍼지는 경향이 있지,

PET-CT는 어떄?"

"PET-CT 는 오히려 좀 얌전하게 보이는데요, 왼쪽 측경부 전이는 잘 보이지만 오른쪽은 전이가 없는 것 처럼  보이는데요"
"분명히 오른쪽에도 전이 림프절이 있는데 왜 PET-CT에는  잘 안보일까?"
"암이라도 분화도가 좋은 암세포는 포도당 대사가 활발하지 않아서 PET에는 잘 안보이는 수가 있다는 데요"

"맞다, PET-CT가 암진단에 만능이 아니라는 것이지. 이렇게 암이 있어도 없는  것 처럼 보이는 위음성(false negative)일 수도 있고,

반대로 염증부위는 포도당대사가 올라가서 암이 아니어도 새카맣게 흡착이 일어나서 소위 위양성(false positive)을 나타내기도 하지,

한마디로  PET-CT가 만능이 아니라는 얘기지, 근데 일반 사람은 PET 이 모든 암을 다 잡아낼 수 있다고 오해를 있으니...."


수술은 목 아래쪽에 전통적인 긴 횡절개를 넣고 왼쪽, 오른쪽 측경부 림프절 청소술을 먼저 하고, 양측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과 

갑상선전절제술을 한다.

림프절 전이가 심한 환자는 수술후 부갑상선 혈류가 감소하여 저칼슘혈증으로 손발이 저린 후유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부갑상선 두개는 보존하려고 온 힘을 쏟는다. 아프칸 산악 행군도 이 보다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왼쪽 흉관(thoracic duct) 과 붙어 있는 전이림프절을 분리한 후에는 혹시 유미루가 생길까 체크하고 또 체크한 후에

서지셀(surgicel, 국소지혈제)을 도포하고 그 위에다 티셀(tissel)조직접착제를 뿌려 준다.

진땀 나는 수술이었지만 그런대로 잘 된 것 같다.

"에휴, 요즘 이렇게 심한 환자가 자꾸 늘어 난단 말이야, 이 사태에 대하여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그 엉터리 의사들이 책임져야지, 정말 이상한 나라야"


회복실의 환자는 모든 것이 안정적이다.

"아, 소리 내오 봐요"
"아~, 아파요, 아파요"

 이제 부갑상선 홀몬과 칼슘수치만 괜찮으면 된다. 저녁 병실 회진 때는 검사결과가 나올 것이다.

전임의(fellow) 닥터 김에게 말한다.
" 아까, 자네 부갑상선 살려 놓은 것 봤지?"
"네 분명, 봤는데요"


저녁 회진 시간, "부갑상선 수치하고 칼슘수치 나왔냐?"

"11.8 pg/ml이고요, 혈청칼슘치는 9.1mg/dL입니다"
"음, 부갑상선수치가 정상(15~65pg/ml)보다 약간 낮지만 곧 정상으로 올라 올거고, 칼슘은 아주 좋고. 오늘 수술은 성공이다.

이제 고용량 방사성 요드치료만 두어번 하면 안심하고 살수 있겠다"

침상에서 아픈 걸 참고 웃어주는 환자가 참 예쁘다.  그래 이 맛에 수술하고 사는 것이여, ㅎㅎ"

추가: 다음날 부갑상선수치는 24.9 pg/ml 로 완전 정상으로 진입했다.


2019/07/19 08:22 2019/07/1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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