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531) :2019년 5월27일

60대초 여자사람 환자:성대신경 침범이 있으면 외과의사 신경은 예민해 진다


지난 5월9일 오래 진료시간, 60대초 아주머니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 온다.  한눈에도 심한 환자로 보인다.

목을 촉진하기도 전에 양측 측경부 림프절들이 불룩불룩하게 보여 "하~, 많이 퍼졌구나" 생각이 든다.

가지고 온 초음파 영상을 보니 헐, 해도 너무 했다, 양측 갑상선에 여러개의 크고 작은 암덩어리가 여기저기 진을 치고 있는데

특히 왼쪽 갑상선에 있는 것들이 갑상선 뒷쪽 피막을 뚫고 나갔고 오른쪽도 여러개가 있긴한데 뒷쪽 보다 앞쪽에 자리잡고

있다. 왼쪽 뒤 피막을 뚫은 것은 왼쪽성대신경(회기후두신경)을 덮고 있어 수술 때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것 같다.

중앙경부림프절과 양측 측경부림프절들이 석회화 돌밭속 감자밭을 이루고 있다.


"어쩌다가 발견되었어요? 지금 좀 심하게 퍼져 있어서요"
"지난 4월초 건강검진에서 발견되었지요. 아무런 증세는없었구요"
"그렇죠, 증세가 있어 발견되면 이미 완치가 힘들어지지요, 일반적으로 갑상선암은 증세가 없는 게 보통이지요,

암이 성대신경을 침범했거나, 식도를 침범했거나, 기도를 침범했으면 목소리 변화, 삼킬때 걸리는 느낌, 숨쉴때 숨차거나 기침이 생기는

증세가 나타나는데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이미 완치는 어렵게 되지요, 근데 4월 9일 지방대 병원에서 세침검사하고 유두암이라고

진단받았는데 왜 수술을 안받았어요?"
"그 병원에서는 곤란하다고 해서 이리로 옮겼어요"
"잘 오셨어요, 너무 많이 퍼져 있기 때문에 수술을 땡길 수 있으면 땡겨 보도록 하지요"


수술전 검사가 끝나고 오코디에게 부탁을 한다.

"이 환자 좀 땡겨 보셔, 심해도 넘 심해"

양측 측경부림프절에 다발성으로 암이 퍼지면 다음 순으로 폐로 전이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행하게도 폐CT스캔에는 폐는 괜찮은 것 같다.

수술전 아침회진에서 환자에게 말한다.

"좀 퍼져 있지만 수술은 잘 될 것입니다. 다만 림프절전이가 심한 환자에서는 전이된 림프절을 다 제거하면 부갑상선 혈류가 나빠져서

저칼슘 혈증이 생겨 손발이 저릴 수도 있어요. 그리고 성대신경 때문에 목소리가 변할 수도 있고요,  수술후 1%정도씩

생길 수는 있어요"
"네네 알겠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드디어 환자가 8호수술실로 옮겨져 온다.

"잘 주무셨어요? 수술 잘 될거니까 한숨 주무시고 나면 수술이 끝나 있을 겁니다"

수술은 아랫쪽 목주름을 따라 긴 횡절개선을 넣고 왼쪽, 오른쪽 측경부림프절 청소술을 한다.

크고 작은 감자들이 내경정맥을 따라 이리저리 엉켜 있어 혈관을 피해 감자들을 다 케어낸다. 왼쪽 레벨4 근처에 박혀 있는 감자를 캘때는

흉관(thoracic duct)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작업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왼쪽 갑상선과 중앙경부청소술을 할 때 암덩어리가 성대신경을 둘러 싸고 있어 신경을 다치지 않고 암과 신경을 분리하는

작업이 장난 아니게 어렵다. 상부 왼쪽 성대신경은 그럭저럭 분리가 되었는데 하부쪽은 암덩어리와 완전 한덩어리가 되어 있어

아무리 조심조심 엉금엉금해도 성대 신경을 온전하게 남겨두기가 용이치 않다.

암이 싸고 있는 신경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가늘어 지는 것이다.

"안되겠다, 가족 한테 이 상황을 보여 주어야 겠다. 나중에 목소리가 변했다고 오해하지 않게 말이지... "

"교수님, 환자 가족 오셨어요"
"아, 따님이신가요? 큰일은 아닌데 암이 신경을 싸고 있어서 수술후에 목소리가 쉰목소리로 변할 수가 있다는 걸 이해하시라구요"
"네, 네, 아예 말을 못하는거는 아니구요?"
"그럼요, 말은 할 수 있지요, 수술후 반드시 목소리가 변한다는 것이 아니고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네, 네, 알겠어요"


 수술조수에게 옛날 얘기를 해 준다.

"옛날에 이 보다  더 심한 남자환자는 정말 신경을 절단햐야 할 상황이었는데 그때는 환자의 와이프가 내려와서 봤지,

신경을 절단하고 그 자리에서 성대 성형술을 했는데 수술후 목소리가 그대로인거야,  환자도 가족도 많이 기뻐했지.

얼마전에 추적검사 했는데 재발없이 건강한 상태더라구"

옛날 얘기하면서 오늘 환자의 성대신경과 암덩어리를 분리하는데 위태위태 고비가 몇번 있었지만 에레라디야, 신경이 껍질 벗긴

전선처럼 날씬한 자태가 그대로 노출된다.
"성공, 성공이다, 아마도 목소리 괜찮을 거다"

나머지 오른쪽 갑상선절제술과 림프절 청소술은 일사천리로 어렵지 않게 끝난다.


마취 회복실의 환자는 아직 비몽사몽이다.

"아, 아, 소리 내어 보세요"
"하~~하~"
"더 크게 내어 보세요"
"아~, 아~"
회복실 간호사가 기뻐허며 말한다.
"교수님, 좀전에 소리 내어 보라 했을 때 제대로 못 내었는데 지금은 잘 나오네요, 호호"


침상의 환자는 양호하다.

"아까 수술실에 들어온 사람은 큰 딸이었던가요? 간이 쿵하고 떨어졌지요?"

"네, 좀 그랬지만 진료일지 읽어봐서 짐작은 하고 있었어요"

병실을 나오면서 전담간호사 한나와 전공의 닥터 김에게 한마디 해준다.

"성대신경 침범이 있으면 외과의사 신경은 예민해 진다구..."

2019/07/19 08:19 2019/07/1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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