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 476): 2018년 10월26일

70대초 여자사람 환자:갑질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2018년 10월25일 오후, 외래진료가 끝날때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온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다가 반가이

인사를 한다.

오늘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 결과를 핵의학과로 부터 듣고 필자를 만나고 싶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수님, 이번에도 교수님 생각이 맞았어요,  요드 전신스캔에서 뇌에 전이가 의심된다 했어요"

"어, 그래요? 그러면 빨리 뇌MRI찍고 고칠 수 있으면 빨리 고쳐야지요, 필리핀은 언제 돌아 갈건데요?"

"곧 가야 되지만 이 문제 해결하고 가야지요"

"아이고, 큰일 났다, 빨리 서둘러야 겠다, 오 코디 뇌 MRI 빨리 찍어보도록 수배 좀 해 주셔"

"교수님, MRI는 11월 말이 되어야 순서가 된다는 데요"
"뭐라구? 그때까지 기다리다가 환자 죽는다,  정 안되면 타병원가서 찍어 오도록 해야지 "

옆에 있던 전담간호사 한나가 거든다. "환자가 입원하면 푸쉬해서 밤중에 찍어 주는 수도 있데요"

"그럼 입원시켜 밤에 찍고 결과 나오면 신경외과 뇌수술 담당 홍교수에게 협진하도록 하셔..."


아, 저 마닐라 아주머니도 참 고생 많이 한다. 그 먼 마닐라에서 6~12개월 간격으로 날아와  진찰을 받는다.

필자를 만날 때 마다 말한다. "교수님, 마닐라 한번 놀러 오세요, 필리핀 좋아요"
"필리핀 위험하지 않나요?  종종 살인 사건이 나던데요?"

"아니예요, 그건 한인끼리 이해 관계가 있어 청부살인을 하는 거예요. 일반 여행객은 안전해요. 한번 오세요"

한나에게 환자가 입원하면 빨리빨리 진행해서 MRI를 찍도록 하고 필자는 퇴근길에 오른다.

"오늘도 늦어서 체육관 들리기는 틀렀구만...내일이 금요일이니까 내일 들리지........"


퇴근길 차속에서 핸폰 벨이 요란하게 운다. 한나다.  웬일일까?
"교수님, 그 필리핀 아줌마 오늘 늦게  MRI 찍기로 했어요, 오코디님 활약으로요, 입원도 안하고요"

"어이구, 오코디가 실력 발휘 했구먼... 낮에는 진상환자와 통화하고 몹시 속상해 하고 있었는데......"

요즘 이상하게 진상환자가 많아져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단다. 그렇게 상대방을 누르는 언행을 했을 때 당하는 쪽에서는

절대로 마음에서 울어나오는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제일 경멸 받는사람이 모항공 모씨가족 이라는 걸 왜 모를까?

필리핀에서 오랜기간 정기적으로 내원하여 필자의 보살핌을 받는 이 환자분은 겸손하기 짝이 없다.

절대로 보채는 법이 없다. 그러니까 의료진이 알아서 어떡하든 빨리 해결해 드리도록 노력한다.


 이 환자를 처음 만난 것은 1995년 8월31일이었다. 필자를 찾기 20일전 타 대학병원에서 갑상선암으로 우측 반절제술을 받았는데

수술후 영구조직검사결과가 광역침범여포암(widely invasive follicular carcinoma)으로 밝혀져 필자를 찾아 왔던 것이다.

광역침범이라면 반드시 남은  갑상선을 남김 없이 다 떼고 고용량의 방사성 요드치료를 해야 한다.

광역침범형은 혈관을 타고 폐, 뼈, 뇌 등 원격장기로 전이가 일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1995년 9월5일 소위 완결 갑상선전절제수술(completion thyroidectomy)을 하고  고용량 방사성 요드치료와 신지로이드를 복용시키면서

정기 추적 검사를 해 왔다.

그후 환자는 마닐라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재발없이 잘 지내왔는데 2009년 6월11일에 체크한 혈청Tg가 갑자기 175.4ng/ml 로 고공행진

을 한다.  틀림없이 어딘가 재발이 있다는 증거다.

즉시 폐CT스캔와 PET-CT스캔을 찍어보니 오른쪽 폐 하단에 전이병소가 보인다.

6개월간격으로 200mCi씩  방사성요드치료를 세번하니까 폐전이 병소가 작아지고 올라갔던 Tg도 감소한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환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후덕한 필리핀 아주머니는  잘도 견뎌내어 주었다.


근데 2012년 5월폐CT스캔에서 작아졌던 폐결절이 다시 커지고 Tg도 다시  상승한다.

이제 방사성요드치료의 효과가 줄어든다는 징조인 것이다.

흉부외과 이교수에게 부탁한다.
"이교수, 요거 쫌 제거가 가능하겠소?"'

"일단 뭐 시도 해 보지요"

그래서 2012년 7월에 우측 폐에 있는 전이병소중 가장 큰것을 제거하고 나머지 아주 작은 것들은 또 고용량 방사성요드로

치료하기로 한다.

1년후인 2013년 5월폐CT스캔 부터는 더 이상 악화되는 소견이 없고 혈청Tg가 0.1ng/ml 이하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안심해도 되겠다 하고 있는데 2018년 9월초에 체크한 Tg가  갑자기 29.5ng/ml로 뛴다.

또 재발하나 보다 하고 200mCi의 고용량 방사성요드를 처방한다.

근데 요드치료후 찍은 전신 요드 스캔에서 다른 부위는 깨끗한데 왼쪽 뇌 (temporal brain)에 전이가 의심되는 요드흡착이

보인다.

헐, 이게 무슨 시투에이션? 빨리  뇌MRI 로 전이의 크기와 위치를 알아 내어 무슨 치료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다행히도 저녁 늦게 오코디의 활약으로 긴급 MRI를 찍게 된 것이다.


10월26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전공의가 MRI사진을 컴터에 올려 보여 준다.

아니나 다를까 왼쪽 측두엽에 크기 1.8cm의 혹이 보인다. 큰 전이는 아니다. 수술한다해도 어렵지는 않겠다.

운쫗게도 수술실 교수 휴게실에서 신경외과 홍교수를 만난다.

"홍교수, 필리핀에서 온 이러이러한 환잔데 아무래도 홍교수 손을 빌려야 겠어요"
"아, 예, 문제 없습니다, 우선 교수님 앞으로 주말에 입원시키고 저와 협진하면 되겠습니다"
"아이고 고맙소, 갑상선암은  폐, 뼈 (특히 척추), 뇌순으로 퍼지는데 뇌전이는 아주 드물지요, 수술로 제거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은 것이지요"


환자가 요란하지 않아도 아주 스무스하게 관계되는 의료진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시간을 내어

치료가 빨리 되도록 하는 행운을 안겨 주게 된 것이다.

만약  모항공의 모가족처럼 진상을 부렸다면 아마도 이런 행운은 절대로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사,  갑질보다는 서로 존중하는 관계에서 출발한다면 안될 일도 스무스하게 풀어지는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갑질 없는 세상에서 따뜻하게 살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에휴~~화남 노란 동글이 


뒷 이야기: 월요일 아침, 교수 휴게실에서 만난 홍교수, " 교수님, 그 필리핀 환자 봤는데요, 개두 수술보다는

감마나이프 수술(r-knife )이 나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개두술하면 비행기를 한달후에 타야 되고해서요"

"치료효과는 같고요?"

"네, 이정도 작은 것은 개두술이나 감마나이프수술이나 결과가 같은 걸로 되어 있어요"

"그럼 당근 감마나이프지... 하루 딱 쬐고 오면 되겠네요"

"네, 일주일후면 비행기를 타도 되고요"
"이런 걸 두고 대박이라 그러는 거지...ㅎㅎ"


2018/11/20 14:58 2018/11/20 14:58

댓글을 달아 주세요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 1149 

카테고리

전체 (1149)
갑상선암센터 소개 (6)
갑상선암센터 예약하기 (2)
교수님 이야기 (774)
갑상선암센터 자료실 (198)
갑상선암센터 이모저모~ (157)

공지사항

달력

«   2018/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