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 (475): 2018년 10월25일

70세 남자사람 환자 :당신은 이런 보상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외래 진찰 2호실, 70세 남자 환자의 진찰이 끝난후 결과를 얘기해 준다.

"지난 3월에 왼쪽 폐에 전이 된 거 제거한후 현재까지 재발증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또 6개월후에 만나 뵙지요"

이 환자분은 언제나 조용하다. 만날 때마다 조용한 미소만 필자에게 보내준다.  오랜기간  이 흉칙한 갑상선암과

격렬한 전투를 치루어 온 전사답지 않게 세상일을 초월한 사람처럼 보인다.

환자의 부인이 말한다.

"교수님, 이 양반 자기 몸은 생각지 않고 여행만 돌아 다니고 있어요, 가까운 일본, 동남아는 물론이고

멀리 유럽 같은 곳에도 다니거든요. 이 몸으로 이런 여행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은데 교수님께서 어떻게 좀 말려 주세요"
"아니 자기 좋아하는 일을 왜 말려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지요, 이제 혼자 다니지 말고 가족들과도 같이 여행하시지요.

오늘 같이온 아드님도 따님도 같이 아버님 모시고요"
"나이 70 이 되었는데 괜찮을 까요?"


이 환자는 14년전인 2004년 4월30일, 우측 갑상선에 11.2x7.8cm이나 되는 큰 암덩어리와 중앙경부와 우측측경부에

5.3cm, 4.5cm, 4.8cm, 4.2cm 크기의 전이림프절이 있어 갑상선전절제+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 우측 측경부 림프절 청소술을

받았다. 엄청 진행된 암이였던 것이다. 병리조직검사 결과는 유두암과 여포암세포가 섞인 섬모양세포암(insular thyroid carcinoma)

이었다. 섬모양세포암은 저분화암으로 분류되는 예후가 불량한 암종류이기 때문에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어

고용량 방사성요드(200mCi)치료를  몇번 하고 초음파와 CT스캔으로 추적하던중 2006년 8월에 상부종격동속 쇄골하정맥 아래쪽에

전이 림프절이 발견되었다.

"아~, 저부위는 큰 혈관들이 엉켜 있어 굉장히 위험한 수술이 되는데....흉부외과에서 흉골을 열고 해야 겠군"

결국 흉부외과 정교수가 들어와서 종격동 전이 림프절을 청소하고(7개중 3개에 전이가 되었음) 나머지 목에 대한 뒷처리는

갑상선팀이 맡아 하였다.

물론 이번에도 수술후 고용량 방사성요드치료(200mCi)가 추가 되었다.

"이제는 괜찮겠지, 그래도 섬모양세포암은 명색이 저분화암인데 얌전하게 지내줄 수가 있을지 모르겠네.."

이런 불안감은 방사성요드 치료를 위해 신지로이드를 끊고 TSH를 100 이상 올린 상태에서 체크된 혈청Tg가  44.5ng/ml 로

증가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암이 완벽하게  없어졋다는 수치는 1ng/ml이하이어야 한다).


이후 6~12개월 간격으로 초음파, CT스캔, PET-CT스캔등으로 재발 부위를 탐색했는데도 나타나지를 않아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2009년 5월에 이르자 이번에는 우측 쇄골(빗장뼈)부위에 작은 재발이 나타나

어마 뜨거라 즉시 제거수술을 하였다.

이쯤되면 환자가 지쳐갈만도 한데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잘 버텨 준다. 그때 그때 마다  부인과 아들 딸들의 지극한 정성이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이번에도 150mCi의 고용량 방사성요드가  추가되었음은 물론이다.

이 세번째 수술후 체크된 혈청Tg수치는 0.6ng/ml를  가르키고 있었다. 휴~, 이젠 되었나 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3 여년 무사히 지나나 보다 했더니 이번에는 우측 레벨2(턱밑 침샘염 바로 아래부위) 림프절 한개가

커져 보인다. 세침검사 했더니 또 나타난 것이다. 2012년 10월20일에 또 제거한다. 끈질기게 나타난 놈을 끈질기게 추적해서

또 처리한 것이다. 이젠 정말 퇴치 되었겠지 ...환자도 가족도 필자도 정말 간절한 기도를 한다.

간절한 소망이 통했던가, 이후에 추적검사에서는 무사히 지나가는 코스를 보인다. 환자는 맨처음에도 마른

체격이었지만 지금은 큰키에 더 말라 보인다. 그래도 눈빛 하나는 맑다. 세상보는 눈이 맑다는 뜻일게다.


2018년 2월, 네번째 수술후 6년이 지났으니까 이젠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벗어나나 보다 생각한다.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래도 무사하다는 확인하기 위해 폐CT를 찍어 본다.

근데 근데 말이지  왼쪽 폐에 기분 나쁜 작은 음영 한개(1.7cm)가 보이는 것이다. 영상의학과의 판독은 초기 폐암 같단다.

"이런, 하느님, 좀 봐 주시지, 왜 이러십니까...."

 흉부외과의 이교수가  "이거 초기 폐암 맞습니다, 간단히 제거 가능합니다" 한다.

2018년 3월23일, 반갑지 않은 폐암병소를 쐐기형 절제(wedge resection)방식으로 처리한다.

오, 하느님, 근데 영구 조직검사결과가 폐암이 아니란다, 갑상선암이 폐로 전이 된 것이란다.

 갑상선암이 폐로 퍼지면 깨알 보다 작은 전이들이 양쪽 폐 가장자리로 퍼지는 게 보통인데 이 환자는 1.7cm크기 한개로

퍼진 특이한 케이스인 것이다.

수술후 체크한 혈청 TgAb 16.6하에서  Tg가 015ng/ml 로 낮게 나온다.


오늘 찍은 폐CT스캔도 특별한 소견이 안 보인다. Tg 도 0.2ng/ml 으로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일단 지금 현재는 괜찮다. 환자는 말랐지만 건강하게 보인다.

이대로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
"또 6개월후에 건강하게 만납시다"


이어령교수가 말했던가 "나이를 먹고 세월이 흐르면 시간이 없으니 자기가 좋아하는 일 부터 하라"

그렇다, 좀 늦게 발견된 암 때문에 지난 14년간 격렬한 전투를 치룬 역전의 용사가 아니던가.

이제는 한시름 놓고 그 맑은 눈으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인생을 살아도 되지 않을까,

사랑하는 가족과 더불어 말이지.

"당신은 이런 보상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요".미소 노란동글이


2018/11/20 14:55 2018/11/2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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