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436) :2018년 4월20일

30대초반  남자사람 환자: 진정성이 통하면 어색하던 라포도 따뜻해진다구..


수술전날 환자의 영상 점검시간에 영상의학과  손교수와 얘기를 나눈다.

"손 교수, 30대 초반 남자 환잔데 3년전에 건강검진에서 0.8cm 갑상선결절이 발견되었는데 당시에는

별거 아니라고 그냥 넘긴 모양이야, 금년 1월에 다시 검진했는데 0.8cm가 1.3cm로 커지고 바로 옆에 또 다른 1.1cm결절이

생겨서 세침검사를 했더니 유두암의심(카데고리 5)으로 나왔다는 거야. 그리고 오른쪽 기도-식도 협곡을 따라 전이 림프절이

몇개 보이고....문제는 경부CT스캔에 림프절 전이가 아래 쪽으로 내려 간 것 처럼 보인단 말이야. 요게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손 교수가 함 잘 봐 주셔...."

"우측 기도-식도 협곡 림프절(레벨 6)전이가 있고 또 더 아래로 내려가서 종격동 림프절(레벨 7)에도 전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초음파로는 잘 안보이는 부위이죠. 아, 그리고 유두암 의심으로 나온 1.3cm 결절이 기도 벽(tracheal wall)하고 꽉 붙었는데요.

기도벽 침범이 있는지도 알아 봐야 되겠는데요"

"아고,  좀 복잡하게 되었군, MRI 찍어서 기도벽 침범여부도 알아봐야 겠고...."


수술전날인 어제 저녁 회진에서 환자에게 설명한다.

"요전 외래에서 설명한대로 림프절 전이가 있어 갑상선 전절제에다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하고 상부종격동 림프절 청소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종격동 림프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보통 갑상선수술보다 목절개선이 좀 길어질 거 같아요. 그래야

안전하게 수술이 될거고....."

여기 설명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환자의 아버지 되는 분이 얼굴이 굳어지며 질문을 한다.

"목 절개를 작게해서 보기 좋게 수술이 안되나요? 그리고 왜 반대편 갑상선까지 다 제거하는 수술을 해요?"

"예, 그거에 대하여 지금 막 설명을 드렸는데요. 오늘 처음 들어시니까 이해가 잘 안되어서 그러신 것 같아서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갑상선암이 갑상선주위 림프절까지 퍼졌다면 이론적으로 암세포가 영상이나 육안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 몸 어디엔가 미세하게 흩어져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이걸 없애 주어야 재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거지요.

현재 치료법으로는 수술후 방사성요드치료로 흩어져 있는 미세암세포를 죽일려면 갑상선조직을 다 제거해야 효과를

볼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갑상선 조직이 남아 있으면 투여한 방사성요드가 미세암세포로 가지 않고 갑상선조직으로

가서  거의다 소비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절개선을 길게 해야 하는 것은  종격동에 무사히 도달기 위해서지요. 종격동에는 중요한 혈관들이 있어서

이들을 피해 갈려면 수술시야가 좋아야 되거든요, 사실 의료진들은 지금 몹시 긴장하고 있어요"


회진을 끝내고 전공의에게 일러 둔다.

"나중에 다시 잘 설명해드려. 수술 합병증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그래도 정 이해 못하면 다른 병원에 가서

2차 견해(2nd opinion)를 들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구. 미국에서는 환자측과 라포(raport) 형성에 문제가 있겠다 싶으면

꼭 2차견해를 구해 보라고 권유를 하지. 이해 부족으로 인한 분쟁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지"

오늘 아침 전공의와의 회진 시간,

"어제 저녁에 잘 말씀드렸어?"

"예, 잘 알아 들어시던데요, 2차견해 얘기도 드렸구요"

환자의 병실에 다시가서 그동안 작성해 두었던 타환자의 진료일지 2편을 읽어 보라고 전달한다                                                  


드디어 14호 수술실에서 환자를 만난다.

"어제 밤 잘 잤소? MRI 사진엔 기도벽 침범이 없는 걸로 확인되었어요 너무 걱정마셔, 잘 될 거야, 장가 갔소?"
"아뇨, 아직요, 교수님이 수술에는 이거라면서요" 하며 엄지척을 해 준다.

"아직 장가를 안갔으니까 어제 아버지가 그렇게 신경을 썼구나,  내가 이쁘게 해주려고 노력 할 거야,

 아까 진료일지 줬던 거 아버지 드렸어?"
"네, 드렸어요, 교수님 책도요, 이제 잘 이해 하셔요"

"한숨 자고 나면 수술 끝나 있을 거야, 잘 낫고 난 다음에 장가도 가고 해야져?"

"네,네, 고맙습니다, 교수님"


수술은 평소 보다 약간 긴 횡절개선을 넣고 진행한다. 긴 횡절개선이 수술시야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선 우측  기도-식도 협곡을 따라 있는 림프절을 제거하고 --우측 갑상선절제를 하고 기도벽을 따라 종격동에 도달하여

전이가 의심되는 림프절들을  청소해 낸다. 생각했던 것 만큼 어렵지는 않다. 언제나 처럼 단단히 각오하고 수술에 임하면

 수술은 큰 이벤트 없이 끝난다. 왼쪽 갑상선도 무사히 제거되어 나온다. 오늘 가장 신경이 쓰이던 수술이 끝난 것이다.

3년전 처음 발견되었을 때였다면 최소침습기법으로 간단히 해결되었을 것이다.


병실의 환자상태는 너무 좋다. 목소리도 좋고 손발 저림도 없다. 환자는 웃는 얼굴로 또 엄지척을 해 준다.

환자의 아버지도 어제와는 달리 웃는 얼굴로 의료진을 맞는다.

"어제는 너무 긴장해서 좀 그랬었죠..의료진도 긴장했고...."

 병실을 나오면서 전공의와 전담 간호사 솜솜에게 말해준다.

"이제 라포형성 문제는 없어 졌지? 진정성이 통하면 어색하던 라포도 따뜻해진다구..."

2018/04/25 16:03 2018/04/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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