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432) :2018년 3월28일

60세 여자사람 환자: 작은 콩알 암이 어느날 갑자기 나쁜 암으로 변할 수도 있다


첫번째 수술환자가 끝났는데도 다음 환자가 들어 오지 않아 마취 준비실로 가 본다.

어? 환자가 이미 와서 침대에 누워 있는데?. 아마도 수술실 청소와 소독이 덜 끝나서 대기 상태에 있었나 보다.

환자와 눈이 마주치자 타국에서 가족을 만난 듯 반가워하며 부탁을 해온다.

"교수님, 여기 만져지는 이 혹도  떼어 주시는 것이죠?"
"물론입니다. 혹이 여러개 있는데 양쪽 갑상선을 다 떼는 수술을 해 드릴 겁니다. 쫌 만 더 기다리면 수술실로 옮겨

드릴 겁니다. 수술 잘 될거니까 걱정마시고요"


이 환자가 갑상선에 결절이 있다는 것은 10년전에 처음 알았다고 한다. 그때 결절의 크기가 콩알 만해서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내 오다가 최근에 피곤함이 심해져서 지역병원에 갔더니 초음파하고

세침검사하더니 갑상선암이 좀 심하다고 했단다.

에혀~,10년전에 제대로 진단되었다면 작은 수술로 간단히 고칠 수 있었을 텐데......

무슨 암센터의 비갑상선전문의들은 10년 이상 생존하는 암이니까 진단도 치료도 하지말라고 했다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미분화 갑상선암 환자의 대부분은 10 ~ 20년전 부터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콩알 만한 결절이

어느날 갑자기 퍼지기 시작했다는 병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기나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작은 콩알암도 어느날 갑자기 나쁜암으로 변할 수도 있는 데 말이지.

오늘 이 환자도 앞으로 어느날 갑자기 이렇게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가지고 온 초음파영상에는 1.6cm암이 왼쪽 협부에 위치해서 뒷쪽으로는 기도벽과 붙어 있고

앞쪽으로는 띠근육(strap muscles)을 밀고 올라와 돌출된 모양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양쪽 갑상선 날개에는

이보다는 작지만 암을 의심케하는 결절이 여러개가 산재해 있다.

우리병원에서 체크한 초음파 스테이징검사에는 전이가 의심되는 중앙경부 림프절도 여러개가 보인다.

페CT스캔에는 페전이라고 단정적으로 말 할 수는 없지만 작은 결절(tiny nodule)이 왼쪽 폐 상부에서 관찰된다.


수술은 전통 절개선을 통해 갑상선전절제와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을 하기로 한다.

오늘 수술은 터키 에게대학에서 우리 갑상선암 센터에 1개월 단기연수로 온 닥터 카밀이 처음부터 끝까지 참관한다.

터키는 외과 전공의 과정이 우리나라 4년과 달리 5년제인데 이 친구는 5년차란다.

외모는 완전 백인인데 미국 전공의와는 달리 조용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왼쪽 갑상선 날개를 완전절제하고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을 끝낸 후에 오른쪽 날개를 떼는 작업을 한다.

갑상선전절제를 할 때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부갑상선을 제대로 보존해 주는 것이다.

부갑상선은 쌀알 만한 크기로 보통 4개가 있는데 좌우 갑상선 뒷면의 상부와 하부에 붙어 있다.

갑상선전절제술후 부갑상선으로 가는 혈류량 감소로 부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오고  혈청 칼슘이 떨어져

손발이 저리는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갑상선외과의사에게는 가장 신경이 쓰이는 일인 것이다.

이는 부갑상선 고유의 혈관이 없고 갑상선으로 가는 혈류에 기생해서 영양공급을 받아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갑상선을 다 제거하고 나면 아무리 부갑상선을 제자리에 남겨 두었다해도 혈류의 장애가

일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암이 심하고 림프절전이가 심할 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오늘 환자는 왼쪽 협부와 왼쪽 날개가 암으로 침략 당한 정도가 심해 협부와 왼쪽 날개, 그리고

왼쪽 기도옆과 기도앞 쪽 림프절은 적극적으로 떼어내고 상대적으로 암의 침략이 덜한 오른쪽은

갑상선의 뒷면과 부갑상선이 위치하는 근처의 미세혈관을 최대한 보존하는 근전절제술(near total lobectomy)을

해 준다. 터키 친구에게 한마디 해준다.

"갑상선전절제술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갑상선 보존이다. 나는 부갑상선 혈류를 보존하기 위해 오늘 이 환자처럼

한쪽은 전절제하고 또 다른 한쪽은 근전절제 하는 것을 좋아 한다.  오늘 수술은 대체로 만족스럽게 된 것 같다"


병실 회진전 전공의에게 묻는다.

"부갑상선 홀몬치가 어떻게 나왔노?"
"13.1ng/mL(정상,15 ~ 65)입니다. 혈청칼슘과 인치는 정상이고 손발 저림 없습니다"

"흠, 13.1ng/mL 라고? 내일이면 정상수치로 올라 올거야"

병실은 환자의 남편분과 따님이 환자를 돌 보고 있다.

"수술 잘 되었습니다. 오늘 아프고 내일 하루 더 아프면 됩니다. 지하 편의점에서 얼음 조각 구해서 물 대신 입에 물고 있으면

훨씬 덜 아프실 겁니다, 정 아프시면 진통제 맞으시고,,,"

환자가 기쁘하며 필자의 손을 잡고 "고맙습니다"를 연발 한다.

남편분과 따님도  선량한 웃음으로 감사를 표한다. 

흠~, 저런 선량한 웃음은 의료진의 가슴도 따뜻하고 선량하게 만드는 힘이 있단 말이야...흐흐....미소 노란동글이


뒷 이야기 :호사다마(好事多魔), 이튼날 새벽 수술부위가 부어 올라 수술실로 다시 가서 상처부위를 열고 피떡을 제거해

주는 작업을 하였다. 큰 출혈점은 없었지만 상처에서 스며나오는 작은 출혈이 있어 이를 지혈해주는 작업을 하였다.

환자나 가족이 놀랬을 만도 한데 여전히 그 선량한 표정으로 의료진을 대해준다. 1년에 한번 있을까한 일을 겪은 것이다.

몇번이나 미안함을 환자와 가족에게 표해도 마음이 개운치 않다. "수술이 잘되었다고 만족했는데 어제는...."

2018/04/05 13:28 2018/04/0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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