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 412):2017년 1월12일

34세 여자 사람 환자: 산호세에서 왔어요


"교수님, 미국에서 수술받으러 온 이 환자 어떡 하면 좋아요? 빨리 수술 받고 돌아가야 한다는데요'

"아, 산호세에서 온 환자? 어쩌면 좋지? 큰 수술은 안될 것 같은 데 순서대로 하면 2개월은 기다려야 될거고..

큰 수술은 안될 것 같으니까 정규 스케쥴외에 숟가락 하나 더 올려 볼 수 없을까? 순전히 수술만 받기 위해 그 먼데서

비행기값 물리고 왔는데 말이야"

"네, 한번 체크해 볼께요"

"에휴, 환자수 줄여 보려했는데...... 이래서 과로를 하게 되는구만.."


사실 이 환자를 처음 본 것은 2016년6월27일 외래에서 였다. 타병원 건강검진에서 왼쪽 갑상선날개에 작은

결절이 발견되어 세침검사를 한 결과 유두암으로 진단되었단다.

가지고 온 초음파 영상에는 왼쪽 날개에 크기가 0.51cm밖에 안되는 암덩어리가 갑상선실질의 안전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안전지대라함은 암덩어리가 기도벽, 식도벽, 피막, 혈관, 성대신경 근처에 위치하지 않아 암이 좀 퍼져도

위험한 상태에 빠지지 않는 위치를 말한다.

1cm 미만 크기의 유두암이 안전지대에 위치하고 주위 림프절이나 폐전이 같은 원격전이가 없으면 수술을 서둘지 않고

6~12개월 간격으로 추적검사를 하여 3mm이상 자라거나, 림프절전이나 원격전이가 발견되면 그때가서 수술해도 된다는

의견이 있다. 소위 적극적 감시(active surveilance)정책으로 일본의 갑상선전문 쿠마병원에서 주장하는 것이다.

금방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한국에 와서는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와전되어

혼란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런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인정하여 미국 갑상선학회의 가이드라인은

수술이 원칙이지만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적극적 감시정책을 환자가 원하면 하나의 대안(alternative)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즉 환자가 원하면 즉시수술하고, 지켜보다가 커지거나 전이가 발견되면 수술받겠다 하면 그렇게해도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미국의 생각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어 대체로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이 환자를 처음 대면 했을때 조언한 것은 원하면 수술을 해드릴 수 있지만 일단은 수술대신 6~12개월 간격으로

초음파상의 크기의 변화와 림프절 전이가 생기는지 지켜보고 결정해도 된다고 하였다.


약 9개월후 다시 찍은 초음파 영상에는 0.51cm가 0.7cm로 약간 자랐고, 반대편 날개에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0.6cm 크기의

석회화 결절(macrocalcification)과 그 뒷쪽 피막에 연해서 옆으로 벌어진 작은 양성결절이 보였다.

"흠 , 저걸 떼려면 오른쪽 날개까지 거의 다 날려야 하는데....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환자에게 말해준다.

"좀 자라긴 했지만 아직도 수술이 급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1년후 다시 보고 결정하지요"

그리곤 2018년 1월9일에 다시 재진하려 온 것이다.

다시 찍은 초음파 영상에는 지난번에 0.7cm 였던 것이 1.0cm으로 확실히 커져 보인다. 수술이 필요할 것 같다.

환자도 이번엔 아예 수술을 결심하고 왔단다.


오코디의 활약으로 바로 오늘(1월12일)이 수술 D-day가 되었다.

수술실에서 환자에게 말한다, " 왼쪽 반절제를 할 예정인데 혹시 오른쪽 석회화 결절이 암으로 나오면 전절제가 될지도 몰라요"

"오른쪽 뒤에 있는 작은 것은 어떡하구요?"
"그건 아예 양성이니까 그냥 둘려고 해요. 그걸 뗄려면 거의 전절제가 되기 때문에...되도록 오른쪽 조직을 많이 살려두어서

약을 안먹게 되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근데 왜 미국에서 수술 안받고 꼭 여기서 수술 받으려고 했어요?"

"네, 한국의료보험은 없고 미국은 있고해서 미국에서 수술받으려고 했는데 세침검사로 암을 찾지도 못하잖아요"
"아이구, 한국보험 없으면 비용이 만만찮을 텐데......"


수술은 최소침습기법으로 간단히 왼쪽 날개를 떼내고 오른쪽 0.6cm석회결절도 적출(enucleation)해서 긴급조직 조직검사를

보낸다. " 석회화 결절은 양성일 것 같아, 일단 창상을 닫아 놓고 결과를 기다려 보자"

30여분 후 긴급조직검사 결과가 컴터에 올라 온다.

"중앙경부림프절에 1mm전이가 있고, 석회화결절은 양성임"

"되었다, 더 이상 수술 확대할 필요 없다, 회복실로 환자 보내셔..."


병실의 환자는 혼자서 씩씩하게 앉아 있다. 오늘 수술받은 환자 같지 않게 보인다.

"수술 잘 되었어요, 1mm 크기 림프절 전이가 한개 있었지만 전혀 예후와 관계없으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약 복용은 나중에 피검사결과를 보고 결정할 겁니다. 남겨둔 오른쪽 갑상선의 기능이 좋아 안 먹게 되면 좋겠지요"

"언제 산호세로 돌아 갈 수 있을까요?"

"바르면 내일 퇴원하고 2주쯤 쉬었다가 비행기 타도 될 것 같아요, 원래는 1개월후가 안전하다고 되어 있지만..."

"감사합니다, 교수님"

병실을 나서면서 생각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 내원했을 때 수술을 해줄걸... 괜히 그먼 산호세에서 왔다 갔다 했잖아, 비용 깨지면서 말이지"미소 노란동글이

2018/01/29 12:53 2018/01/2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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