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372):2017년 7월31일

33세 여자사람 환자: 10년만에 재발수술하다


"에고, 이번이 두번째 수술이네, 딱 10년만에 재발이구만, 다시는 여기서 만나지 말자구"

"네..."

눈시울이 벌겋다. 항상 차분한 아가씨였는데 속으로는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잘해 줄께, 너무 걱정마셔"

"좀 작게 해주셔요, 흉터 안생기게"
"하긴 저번 수술흉터가 좀 굵게 나오긴 했지, 워낙 큰 수술이었으니까 말이지, 오늘 수술하고 닫을 때

두꺼운 흉터는 잘라내고 (scar revision) 성형수술식으로 이쁘게 되도록 노력줄께"


이 아가씨는 2007년 7월16일에 양측 옆목으로 퍼진 갑상선유두암 때문에 양측 측경부 림프절 청소술+

+양측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 갑상선 전절제술을 받았다. 당시 갑상선암 덩어리는 왼쪽에 2.7cm, 오른쪽에 0.6cm크기였고,

오른쪽 측경부에 6/29, 왼쪽 측경부 2 /29, 중앙경부 7/ 8로 전이가 되어 있었다.

수술후 두차례(180 + 30mCi)의 방사성요드치료를 받고 혈청Tg수치가 신치로이드 복용하(TSH억제)에 0.1ng/ml이하

수준을 유지하여 재발이 없이 잘 지내왔다.(혈청Tg가 상승하면 어딘가 갑상선암세포가 활동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영상 검사를 해야 한다)

물론 이 환자에서는 요드전신스캔, PET-CT스캔에서 재발소견은 없었다.


그런데 혈청Tg 수치가 계속 0.1ng/ml 를 보이는 상황에서 2010년1월부터 오른쪽 기도-식도 협곡의 성대신경이 올라가는

위치에 0.544cm크기의 림프절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미국갑상선학회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2009년 이전까지는 0.5~0.8cm크기까지는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고 하다가

2015년 개정판에는 0.8~1.0cm까지 상향조정되었다.

말하자면 중앙경부 림프절에 재발이 일어났다하더러도 1.0cm까지는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까

추적관찰만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0년 초음파 영상에서 0.54cm이던 것이 2017년에는 0.815cm로 크기가 약간 증가하는 듯하여 세침세포검사를 하였더니 아뿔사, 전이 유두암세포가 보이는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의심 림프절에서 측정한 washout Tg는

28.9ng/ml로 그렇게 높지는 않게 나온다. (심한 전이는 몇천 단위로 증가한다)

PET-CT도 다른 곳은 깨끗하고 이 부위에만 흡착되어 역시 재발을 의심해야 된다고 판독한다.

그러나 Tg는 여전히 0.1ng/ml 이하로 나와 재발이라도 그렇게 심한 재발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니면 Tg생산이 잘 안되는 분화암 종류가 아니든지......


어쨋든 수술 D-day는 오늘로 잡은 것이다.

저번 수술의 흉터자국을 잘라 내고 유착방지제를 사용하여 수술흉터로 인한 미용문제와 땡기는 느낌을 호전시키려는 생각을 가지고 수술을 시작한다.

근데 어럅쇼, 10년이 지난 수술 부위인데도 속흉터조직과 유착이 장난이 아니게 심하다.

어디가 어디인지 정글을 헤매는 것 같다.

겨우겨우 총경동맥을 찾고 신경탐색 프로브(probe)로 오른쪽 성대신경을 찾아내어 의심되는 림프절을 탐색하는데

햐~~, 이거 신경, 식도, 기도, 늑막첨단부가 한덩어리가 되어 있어 이를 분리하느라 눈이 빠지고 어깨가 빠진다.

특히 재발이 의심되는 조직과 오른쪽 성대신경이 심하게 유착되어 있다.


이렇게 저렇게 온갖 꼼수를 부려 신경과 재발조직을 분리하여 긴급조직검사실로 보내고 지혈작업을 하고

일단 수술을 끝내기로 한다.
수술조수에게 말한다.

"의심되는 재발 부위를 절제는 한 것 같은데 그래도 긴급조직검사결과를 보고 환자를 마취에서 깨우도록 하지,

혹시 보낸 조직에서 재발 암조직이 발견 안되면 다시 열고 들어가서 오늘 밤을 새우더라도 찾아내어 제거해야 된다구,

휴게실에서 기다릴 테니까 연락해줘"


잠시후에 핸폰으로 연락이 온다.

"보내준 림프절에는 암세포가 안보이고 그 주위에 암세포가 조금 보인다고 하는데요"
"그럼 다시 창상열고 놓친 것이 있는지 다시 찾아보자구"

근데 아무리 넓게 탐색해도 의심되는 암조직은 더 이상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그래도 의심되는 조직을 더 제거해주고 다시 손을 바꾸어 탐색해 보기로 한다.

" 김법우 교수 들어 와서 다시 체크해 보라 해라"

김교수가 들어 와서 세밀히 탐색하고 결론을 맺는다.
"교수님, 남은 암조직은 더 이상 없는 것 같아요. 다 제거하신 것 같아요"


병실회진에서 가족에게 설명해준다.

"확실히 한다고 수술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재발이라고 생각했던 림프절은 괜찮았고 그 주위로 암세포가

흩어져 있었던 걸로 해석이 됩니다. 큰 재발은 아니었던 것이지요"

"방사성 요드치료는요?"
"정밀 검사결과가 나와 봐야겠지만 아마도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재발이라는 것이

수술할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먼지 같이 미세한 암세포가 나중에 자라서 재발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 미쳐 보이지 않았던 현미경적 미세암세포를 때려 잡아야 재발이라는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근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지.....

오늘 이 아가씨 환자도 수고했고 필자도 수고 했고, 에휴.

2017/08/08 11:25 2017/08/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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