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일지(329): 3월8일

30세 여자사람 환자 :기도벽 수술까지 할지 모르는데...


16호 수술실, 수술조수 닥터 김과 얘기한다.

"이 환자 초음파사진 함 봐라. 심하지? 이제 30세 밖에 안된 미혼 아가씬데... ..

요즈음은 젊은 아가씨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단 말이야"
"아, 심한데요. 오른쪽 갑상선엽이 암으로 꽉 차 있는데요, 왼쪽에도 작은 것이 두어개 있는데 암은 아닌 것 같고요,

중앙림프절 전이는 있구요, 옆목림프절은 괜찮고....그리고 암이 우측 기도벽을 침범한 것 처럼 보이는데요"

"그래서 오늘 새벽에 자기공명영상사진(MRI)을 찍었지. 기도벽을 어느정도 침범했는지 알려면 MRI를 꼭 찍어 봐야 하거든.

MRI에는 기도벽을 침범한 것 같기도 한데 좀 아리까리하단 말이야, 기도내강까지 뚫고 들어간 것 같지는 않고...."
"그렇네요, 기도벽(tracheal wall)침범이 좀 있기는 한 것 같은데요?"

"그래? 확실한 것은 열어봐야 될거야"


환자는 3 개월전쯤 목에 뭐가 만져지는 것 같아 타병원에서 초음파 찍고 세침검사를 한 결과 유두암의

미만성석회화 변종(diffuse sclerosing variant)이 좀 퍼져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는 것이 보통인데 본인이 만져서 암이 발견되었다면 많이 진행된 걸 의미한다.

"에휴~~, 건강진단이라도 해봤으면 조기에 발견되었을 텐데.....

그러면 최소침습기법이나 경구강 수술로 간단히 고칠 수 있었을 텐데..,

부모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보석같은 딸의 몸에 흠집을 내야 된다니 말이지,

기도 침범이 있으면 기도벽까지 손을 봐야 하는데........"


드디어 환자가 수술대에 옮겨 눕는데 속으로는 불안에 떨고 있는지 모르지만 얼굴 표정은 무덤덤하다.

의료진은 어떻게 해주는 게 가장 좋을까 이 시간까지 머리속이 복잡복잡 한데 말이지.

환자를 앉힌 자세에서 목 중앙부의 피부를 피해 3.5cm 최소침습절개선을 디자인 하고 있으니까

수술조수 닥터 김이 좀 난처한 표정으로 말한다.

"교수님, 최소침습으로 하시게요? 기도벽 수술까지 할지 모르는데....."

"응, 미혼 아가씨라서....사진상으로는 실지보다 좀 심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아,

우선 최소침습 절개로 해보고 안되면 수술범위를 확대하면 되지,

기도침범이 미미하고 림프절 전이가 없으면 혹시 반절제가 가능할지도 모르잖아,

처음부터 큰 수술을 해놓고 나중에 보니까 반절제해도 되었을 걸 하고 후회하는 수도 있으니까 ....."


수술은 우선 오른 쪽 반절제부터 시작 한다. 제발 기도벽 침범이 없기를 바라면서 말이지.

그런데 그게 아니다. 암덩어리가 오른쪽 띠근육 뿐 아니라 소위 마의 삼각지 부근 기도벽까지 침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이쿠, 반절제의 꿈은 날아갔군....."

기도벽 침윤부위는 무우껍질을 깍아 내듯 암조직을 깍아 내고(shave off)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을 한다.

암조직을 깍아낸 기도벽에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전기열 기구(electric device)로 그 부위를 태워 버리고(electric coagulation), 반대편 왼쪽 갑상선엽도 오른쪽 최소침습절개선을 통해 제거해 준다.

수술시야가 좁아 힘들었지만 이제는 이력이 붙어 그럭저럭 큰 이벤트 없이 수술이 깨끗이 종료된다.


수술자체는 큰 편에 속하는 수술이었지만 겉에서 보기에는 절개선이 짧아 작은 수술을 받은 것 처럼 보인다.

환자가 만족하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병동 회진을 간다.

병실의 환자 상태는 좋다. 병상은 젊은 훈남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어?, 미혼이라 했는데?"

"아, 제. 남친이예요"

"으흥, 다행이구만, 참 보기 좋네..."

환자와 남친에게 기도침범의 정도를 기도벽 바깥층침범, 기도벽 전층침범, 기도내강침범으로 나누는데

다행히도 바깥층까지만 침범이 있어 위험하지 않게 수술이 잘 되었다고 설명해 준다. 그리곤 병실을 나서면서

남친에게 한마디 던진다.

"앞으로 여친 더 감싸주고 더 사랑해 주셔.. ...ㅎㅎ"

2017/03/16 16:38 2017/03/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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