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새 산업 혁명으로 가장 획기적으로 변화할 분야로 단연 의료계가 꼽힌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3D프린터, 사물인터넷 등이 질병 진단과 치료, 연구 및 기술 개발 시스템의 근본을 흔들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비즈는 혁신을 주도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병원과 인물을 조명하는 시리즈를 통해 저(低)성장과 고령화의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의 새 기회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서울 신촌의 먹자골목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청년들의 창업공간으로 바뀌는 그 날이 대한민국 헬스케어 산업이 크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시영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장 겸 연세대의료원 의과학연구처 산학융복합의료센터소장의 작은 눈매가 번쩍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기대, 열의, 아쉬움이 함께 묻어 나왔다. ‘한국 헬스케어산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송 학장은 “대학과 민간, 정부가 총력을 다해 헬스·바이오 산업 및 기술에 대한 변곡점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며 “미국, 중국, 일본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 혁명이 헬스·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면서 “연세대 의과대학이 국내 최초로 절대 평가체제를 도입한 이유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송시영 교수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연세대 의과대학과 연세의료원의 연구개발(R&D)을 책임지는 의과학연구처 산학융복합의료센터를 이끄는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스티브잡스의 사망원인이었던 췌장암과 싸우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존스홉킨스·메이요 등 미국 주요 의대 석학들이 그를 세계 최고 췌장암 명의 중 한명으로 꼽았다. 2013년에는 보건의료기술진흥 유공자 정부포상으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상을 받았다.

송 학장의 말대로 젊은이들이 모이는 신촌의 커피숍 곳곳에도 창업가들이 붐비고 벤처캐피탈 사무소가 속속 들어오는 날이 올까. 그는 “딴짓하는 의사가 시대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 줄세우기 평가 탈피… “목적지향적인 융합 위해 시장에 맡겨라”

연세의대는 지난 2014년 과목별로 학점을 주는 상대적 평가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패스/패스하지 못함(Pass/Non-Pass)’만 평가하는 절대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연세의대의 평가제도는 암기식 위주의 의대 교육의 패러다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 의대(Harvard Medical School)도 2019년 학습자가 온라인으로 선행학습을 하고 오프라인에서는 교수와 학생을 대상으로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을 전면 도입하는 등 급진적인 교육 방식의 도입을 선언했다.

2016년 학장이 된 송시영 학장은 “최근 3년간 절대평가 체제(Pass, Non-pass) 도입 후 성과를 평가해본 결과 ‘틀리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우리 의대생들이 1년동안 SCI급 논문 18편을 썼다”면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고 덧붙였다. 높은 학점을 따느라 다른 데에는 신경 쓸 틈이 없는 기존 의대생의 일과를 고려하면, 학생들이 다수의 논문을 낸 것은 일대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송 학장은 “창의력과 자발성이 강조되는 이 시대에 1등, 2등 줄 세우는 교육 평가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창의력을 키우고 보다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융합형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첫번째 인프라”라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은 젊은 연구자 양성을 위해 해외 연수 비용을 지원하는 세브란스 선도연구자 양성 프로그램, 연세 HeTAC, 임상의 기초연수 지원프로그램, 의학과 IT기술 분야의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는 ‘스피드 유스(Speed youth)’ 프로그램 등도 마련하고 있다.



연세의대 2016년 교외 연구비 1000억원 돌파·특허 1347건 출원

연세의료원은 의과대학 교수들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교수 창업’에 대한 규제를 잇따라 풀었다. 2015년엔 교원 창업 규제 조항을 대부분 없앴고 2016년엔 창업 지원 컨실팅 지원 제도까지 마련했다.

송 학장은 “진료현장에 있는 것만이 환자를 위한 게 아니다. 의사가 창업하는 것을 돈벌이에 나선다고 봐서도 안된다”면서 “글로벌 헬스산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큰 이익과 효과를 가져올 만한 신약과 기기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송 학장은 “교수 창업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환자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특허 중심의 창업’을 강조했다. 그는 “특허가 결국 창업으로 이어지고 산업과 연계되는 것”이라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자 교수들 사이에서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꿈틀꿈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연세의료원은 2016년 기준 연세의대는 1347건의 국내 및 해외 특허를 출원했으며 565건이 특허 등록을 마쳤다. 또 국내 병원 중 최초로 특허 기술 박람회를 개최해 헬스케어 산업 관련 기업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박람회에서 교수들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특허기술을 기업에 공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수들은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기업과 공동 수익 창출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최근 3년간 연세의료원은 35건의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다.

교수 창업 사례도 늘고 있다. 지금까지 연세의료원 10명의 교수들이 7건의 아이템을 신청해 창업에 나섰다. 대표적인 예로 허용민 의대 교수가 지난 2010년 설립한 주식회사 노보믹스(NOVOMICS)가 있다. 위암 수술 후 예후와 항암제 적합성을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것으로 한국, 중국, 일본, 남미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연세대의 교수 창업 사례 /연세대 의과대학 제공연세 의료원은 2016년도 교외 연구비 수주 실적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외과, 비뇨기과 교수진들은 수술로봇 상용화에 나선 장비제조업체 미래컴퍼니와 공동으로 수술 로봇 관련 다수의 대형 국책과제를 수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지난해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 의료진은 글로벌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와 폐암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한 대형 연구 과제를 수주하기도 했다. 2015년 8월 노바티스로부터 47만달러 규모의 연구과제 수주에 이어 지난해 25만달러의 후속 연구계약이었다.

송 학장은 “정부와 사회가 ‘딴짓하는 의사’들이 더 많아지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자연스럽게 유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고등학교때부터 1등만 해온 친구들이 국내 41개 의과대학에 들어간다”면서 “이들을 결국 마늘주사, 백옥주사를 처방하는 의사로 전락하게 하는 나라가 과연 헬스·바이오 산업을 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말했다.

전체 의대생이 3500명이면 이들 중 2000여명은 진료현장으로 가고 500~1000명은 진료현장 밖에서 헬스·바이오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융합형 인재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럴려면, 정부 과제 연구비를 따내기 위한 기계적인 융합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해 성과물을 낼 수 있는 진정한 목적지향적인 융합이 일어나야 합니다. 정부는 젊은 청년들, 치어(稚魚)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원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쓰고, 공대와 의대, 기업들이 자유롭게 섞여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함께 개발해 그 가치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시장에 맡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열변을 토한 송 학장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13/2017021301217.html#csidx99664ba8e904485b377f6ecd77e4df2>

2017/03/07 15:57 2017/03/07 15:57

댓글을 달아 주세요

코멘트를 남겨주세요

1 2 3 4 5  ... 104 

카테고리

전체 (104)
언론보도 (87)
프로필 (2)
사진들 (1)
학회소식 (2)
췌장암 가이드 (1)
환자수기 (0)
건강강좌 동영상 (3)
세브란스병원웹진 (1)

공지사항

달력

«   2017/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