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발견 어렵고 재발률 높은 이유는


5년 생존율 20년째 9.4%
사실상 조기진단 방법 없어
흡연, 췌장암 발병률 2~5배 높여 
전문가, 적극적 치료의지 강조


인류는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스스로 무한 증식해 인간의 몸을 망가뜨리는 암(癌)을 정복하려는 노력은 필사적이었습니다. 위암 등 일부 암은 조기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의료인의 이런 노력으로 ‘암 정복은 8부 능선을 넘었다’는 기대에 찬 평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골칫덩이가 하나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유일하게 환자 5년 생존율이 그대로 입니다. 가장 양호한 예후를 보이는 갑상선암조차 그동안 5년 생존율이 6% 상승했는데 이 암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췌장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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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명 국립암센터 췌장암클리닉 전문의는 24일 인터뷰에서 “췌장암의 생존율을 이야기할 때마다 담당 의사로서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암정보센터 조사 결과 1993년 췌장암 환자 5년 생존율은 9.4%였는데, 20년 뒤인 2013년에도 제자리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전립선암 환자 5년 생존율은 36.6%, 위암은 30.3% 상승했습니다. 우 전문의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대부분 환자의 경우 이미 병세가 많이 진행된 뒤에 발견되고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비율은 20% 이내에 머문다”며 “완전히 병변을 절제해도 암세포 미세 전이로 생존율 향상 기간이 4~6개월에 불과하고, 병세가 많이 악화된 환자에 대해서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반응이 극히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방승민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방 교수는 “조기에 진단한다고 해도 수술 후 재발률이 40~60%이고, 전체 환자 중 75%를 넘는 대다수 환자는 진단 당시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췌장암 치료를 포기해야 할까요.


췌장암 환자 A(56)씨는 8년 동안 췌장암으로 투병해 왔습니다. 그동안 폐에서 종양이 발견돼 폐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이암인 3기나 4기에 종양을 발견하면 대부분 1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점에서 그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됐습니다. 4년 전부터는 항암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너무 힘들어 항암 치료를 잠시 중단하기도 했지만, 치료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우 전문의는 “현재까지 열심히 치료를 받고 있고 암이 더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힘든 암이지만 수술로 완치된 장기 생존자가 분명히 존재하고,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로 진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초기 췌장암은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주요 증상인 황달과 등 부위 통증, 체중 감소는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뒤에 생기는 사례가 많습니다. 종양 발생부터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시기를 1년 이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6~7년의 긴 기간이 소요됩니다. 이후 말기암까지 가는 데 2.7년이 걸립니다. 우리가 병 진행 속도가 빠르다고 느끼는 것은 7~8년을 증상도 없이 지내다 갑자기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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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민(왼쪽)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가 환자의 췌장 병변을 확인하기 위해 내시경 역행 췌담관 조영술(ERCP)을 시행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가족 중 환자 있다면 위험률 더 높아져
췌장암의 가장 중요한 징후는 당뇨병입니다. 췌장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방 교수는 “당뇨병으로 치료받는 사람이 평소 잘 조절되던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췌장암을 의심해야 한다”며 “또 40대 이후에 갑자기 당뇨병이 발병하면 췌장암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췌장암 환자는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위염 치료를 받고도 증상이 계속되면 췌장암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내 췌장암 환자의 당뇨병 유병률은 28~30%로 일반인(7~9%)의 3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췌장암 위험 요인은 일부 밝혀져 있습니다. 그래서 췌장암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주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대책입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흡연과 음주, 만성췌장염을 꼽았습니다. 우 전문의는 “특히 흡연은 췌장암 위험을 2~5배까지 높이는 최대 위험 요소”라고 했습니다. 가족 중에 췌장암 환자가 있다면 위험은 더 높아집니다. 방 교수는 “우리 연구팀 분석에서 가족력 영향은 6% 정도로 조사됐다”고 했습니다. 당뇨병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방 교수는 “당뇨병은 다소 논란이 있지만 3년 이내에 갑자기 발생한 당뇨병이나 15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환자에서 췌장암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혈액을 이용한 종양표지자검사(CA19-9)를 맹신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만성췌장염이나 담관염에서도 수치가 증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반 건강검진으로 췌장암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표준검사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시경 끝에 초음파기기를 장착한 내시경 초음파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고위험군 위주의 선별 검사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전체 환자의 20%만 수술 가능
 췌장암에 대한 항암 요법은 여전히 환자나 의료진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인 것이 사실입니다. 전이암을 완치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환자에게는 생존 기간 연장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신약이 잇따라 개발돼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 병용 요법으로 중앙생존기간(100명의 환자가 있을 경우 생존 순위 50번째 환자 생존 기간)을 11개월 늘리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가 다른 장기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췌장 주변 혈관을 침범해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췌장암’에서 추가 전이를 억제하고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암은 췌장암 3기로, 전체 췌장암 환자의 35%가 해당됩니다.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암세포가 췌장에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전체 환자의 20%만 해당됩니다. 상황에 따라 췌장 전체를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항암 치료를 먼저 시행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수술 전 건강 상태와 체력이 매우 중요하고, 무분별한 채식이나 민간요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방 교수는 “섣부르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또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며 “정석의 치료법이 어떤 측면에서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분명히 생존 기간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우 전문의는 “환자와 치료를 하는 의료진 모두에게 힘든 암이지만 치료 성적을 높이는 노력으로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며 “의료진과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응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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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14:34 2016/08/08 14:34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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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생존율은 40%에 육박, 방사선·항암 치료 동시 진행… 융단폭격 방식 적극 활용


췌장암은 악질 중 악질로 불린다. 5년 생존율이 약 8%로 10대 암 가운데 최하위다. 특히 췌장암의 일종으로 환자의 약 90%를 차지하는 ‘관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 이보다 더 낮은 2∼4%에 불과하다.
췌장암은 한국인 암 사망원인 5위, 암 발생 순위 8∼9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다. 발생빈도는 인구 10만명당 8∼9명꼴이다.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최근에는 주로 60∼70대 연령층에서 많이 발견된다.


췌장암 치료의 최우선 방법은 수술이다. 그렇지만 수술이 가능한 1∼2병기는 췌장암 진단 환자 중 15∼30% 정도에 그친다. 다행히 수술을 받는다 해도 2년 이내 재발확률이 60∼80%로 높다. 대부분 수술 후 보조적으로 항암치료나 항암-방사선 동시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담도·담낭암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조기 진단이 어렵고 주변 장기나 림프절 전이도 흔해 예후가 좋지 않다. 담도·담낭암은 우리나라 전체 암의 2.6%를 차지해 발생률 8위에 올라있다. 췌장암과 비슷한 순위다. 65세 이상 고령자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5년 생존율은 약 20%로 췌장암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소화기내과 방승민(45) 교수팀은 이런 난치성 췌장·담도암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최선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1994년부터 다학제 통합 콘퍼런스를 운영해왔다. 이 회의에는 소화기외과와 방사선종양학과는 물론 영상의학과, 병리과, 정신건강의학과, 영양팀 등 췌장·담도암 관련 의료진이 모두 참여한다. 췌장암 또는 담도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논의하며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연세암센터 췌장담도암센터 소화기내과 의료진은 방 교수를 포함해 정재복, 송시영, 박승우, 박정엽, 정문재 교수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방 교수는 이들의 ‘허리’ 역할을 수행한다.


췌장·담도암은 첫 치료가 굉장히 중요하다. 따라서 방 교수팀은 암세포의 무한증식 능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방사선과 항암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며 융단폭격을 가하는 방식을 즐겨 쓴다. 항암-방사선 동시 치료 후 완전 췌장절제수술을 시행하면 생존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방 교수팀은 암세포가 주위 혈관까지 파먹은 경우에도 항암-방사선 동시치료 후 수술에 들어가는 것이 치료에 더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방 교수팀은 이런 방법으로 최근 5년간 췌장암과 담도암 환자들의 1년 생존율을 70%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덕분에 수술이 가능해진 환자 수도 2배 이상 늘어났다. 그 결과 5년 생존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최근 10년 동안 췌장암에 효과가 있는 신약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치료율은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방 교수팀은 췌장·담도암의 기초 및 중개연구와 함께 새로운 진단 및 치료법,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연구도 적극 추진 중이다. 국내 최초로 진행하는 담도암 신약 코미녹스 임상시험연구, 췌장암에 대한 다기관 2상 폴피리녹스(FOLFIRINOX) 및 리아백스 임상시험 연구 등이 그것이다.


내시경초음파와 경구담도내시경의 시술 효과를 배가시키는 연구도 하고 있다. 방 교수팀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지정 비가역적 전기천공술(IRE) 시술 전문기관 리스트에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의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연세암병원은 향후 3년간 췌장암 환자 중 국소 진행성 병기의 환자를 대상으로 IRE 시술을 독점 시행하는 지위를 얻었다. IRE 시술은 종양 내에 최대 3㎸의 고전압을 전달해 암조직의 괴사를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중요 혈관 등이 가까이 있어 수술이 쉽지 않을 때 특히 도움이 된다.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에선 로봇과 복강경을 병용하는 소화기외과 의료진의 활약도 눈부시다. 로봇과 복강경을 이용한 비장 보존 췌장미부(尾部)절제술은 성공률이 95% 이상에 이를 정도다. 이들은 과거 개복 외엔 대안이 없었던 수술도 로봇을 이용한 복강경 미세침습수술로 대체해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연구결과 복강경 및 로봇을 이용한 근치적 췌장절제수술을 받은 암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50%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 방승민 교수는  췌장·담도 전문 교수들 중 ‘차세대 리더’… 내시경 기구 개발에도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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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인천 송도고등학교를 나와 1996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인턴 및 전공의 과정을 1999∼2004년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에서 마쳤다. 이때 평생 갈고 닦을 전문분야로 치료율이 가장 낮은 췌장·담도암을 선택했다.
 
방 교수는 18일 “치료율이 낮다는 것은 의학자로서, 임상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많고, 이를 통해 학문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여지도 크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에서 췌장·담도 질환을 전문분야로 하는 임상교수들 가운데 ‘허리’ 역할을 하는 차세대 리더다. 2006년 스승이자 의업(醫業)의 멘토이기도 한 송시영(59) 교수와 함께 우리나라에도 유전 경향이 있는 가족성 췌장암 환자가 전체 췌장암 환자의 약 6%에 이른다는 역학조사 연구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해 주목 받았다.


방 교수는 2010∼2011년에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를 방문, ‘박사 후 연구원’ 자격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한 췌장암 동물모델에 대해 집중 연구했다. 이후 췌장암 세포주 구축 및 이를 통한 우리나라 췌장암 환자들의 유전적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방 교수는 내시경 기구 개발연구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캡슐내시경 미로(MIRO)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산업화한데 이어 스스로 움직이는 ‘능동 이동형 캡슐내시경’을 개발, 소화기내시경 분야 국제 학술지 ‘가스트로 인테스티널 엔도스코피’에 발표하기도 했다.


방 교수는 아침식사를 과일 1, 2개로 가볍게 때우고 저녁에 한 끼만 먹는 식습관을 최근 10년간 유지해오고 있다. 방 교수는 “오전에 외래 환자보고, 오후에 바로 내시경검사를 하기 때문에 점심식사를 따로 찾아먹을 짬이 안 나서 어쩔 수 없이 몸에 배게 된 식생활습관”이라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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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2 10:36 2016/04/2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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