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부르는 헬리코박터 제거하면 효과 좋은데 …
 
국내선 “항생제 내성 우려” 신중
위암 증세 없어도 진행 조짐 보이면
치료 받을 수 있게 대상 넓혀야

50대 중반의 김모씨는 연초 국가암검진을 받고 자신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균) 감염자임을 알게 됐다. 검진에서 그는 두 가지 질환을 발견했다. 만성 위염의 일종인 위축성 위염, 그리고 ‘장상피화생’이었다. 장상피화생은 위벽 세포가 장(腸)벽처럼 바뀌면서 위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질환이다. 조직검사를 받아 보니 원인은 헬리코박터균으로 추정됐다. 2년 전 검사에선 감염 사실이 나오지 않았다.


김씨는 인터넷에서 ‘헬리코박터균’을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이 균에 감염되면 위암에 걸릴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서였다. 병원을 찾아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치료를 받고 싶다”고 했다. 병원 측은 “현행 규정상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만으로는 제균치료를 해주기 곤란하다”며 거절했다.


김씨 사례처럼 국내에선 감염자라도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어서 환자가 강하게 요청하면 병원에서 치료해 줄 순 있다. 하지만 환자가 이후에 문제를 제기하면 병원 측이 치료비를 전액 보상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선 위·십이지장 궤양, 위 MALT 림프종(위에 생기는 ‘경계성 종양’의 하나)에 걸린 환자, 조기 위암의 내시경 치료를 한 환자만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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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위암 환자의 위. 오른쪽 아래 붉은 부분이 암이다(왼쪽). 암 때문에 왼쪽이 푹 파인 3기 환자 위(오른쪽). [사진 세브란스병원]


위·십이지장 궤양, MALT림프종 …
일부 질환에만 제균치료 인정
일본은 2013년부터 건보 전면 적용


헬리코박터균, 위암으로 발전할 위험
헬리코박터균에 환자들이 예민한 것은 위암으로 번질 가능성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IARC)도 1994년 헬리코박터균을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위암은 한때 미국에서 남성암 1위였다. 4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감소해 현재는 7대 남성암 중 발생률이 제일 낮다.


미국에서 위암이 급감한 이유가 규명되진 않았다. 일부 전문가는 냉장고 보급을 꼽았다. 채소·과일을 소금에 절이지 않고 보관할 수 있게 돼 미국 성인의 소금 섭취량이 줄어 위암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경제 발전으로 위생·영양상태가 개선된 점도 거론된다. 미국 추세대로 동북아시아에서도 위암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세계 위암의 약 60%가 한국·중국·일본에서 발생한다.


위암, 18년째 한국 남성 암 발병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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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은 한국 남성을 가장 위협하는 암이다. 99년 이래 남성암 1위를 지키고 있다. 일본에서도 위암이 남성암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양국에서 위암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었고 성과도 적지 않다.


우선 조기 발견율이 높아졌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 40대 이상 성인의 5대 암 조기 검진에 위암을 포함시켰다. 그 결과 위암을 조기(1기)에 발견해 치료한 환자 비율이 2013년 74.5%나 됐다. 일본은 일찍이 60년대 초반 조기 검진 사업을 시작했다. 위암 1기에 발견해 치료한 환자 비율이 72.5%(2012년)로 한국과 비슷하다.


치료술이 발전해 환자 생존기간도 길어졌다. 위암 진단 후 5년간 생존율이 한국은 74.4%, 일본은 64.6%에 이른다. 미국 31.1%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하지만 이는 위암을 조기 발견하는 데 집중한 결과다. 아무리 조기 발견해도 암은 암이다. 조기 발견은 차선책일 뿐이고 발병 자체를 줄이는 게 최선이다. 이 점에서 헬리코박터균을 일찍 발견해 제거해야 한다.


헬리코박터균은 MALT 림프종,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의 주원인이다. MALT 림프종으로 진단되면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부터 한다. 제균이 되면 림프종은 60~80% 치료된다. 이것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나머지 두 질환은 진단을 받아도 제균치료를 잘 안 해준다. 헬리코박터균의 독성 단백질(Cag-A)은 위 점막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자가 치유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다 위암으로 진행된다. 사람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는 시기는 보통 10세 이전. 이 같은 염증반응은 20~50년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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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조기 발견보다 발병 억제가 최선

근본적으로 위암 발병을 줄이려면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를 확대해야 한다. 헬리코박터균 단독으로 위암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하지만 감염자의 위암 발병 위험이 비감염자의 3~5배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일본·중국 3국은 40~50대 성인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60% 안팎으로 매우 높다.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해 위암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나와 있다. 지난해 대만 연구팀이 4만806명을 분석해 보니 제균치료가 위암 발생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위암 발생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이 같은 경향이 뚜렷했다.


앞서 일본 규슈대도 2012년 비슷한 연구를 내놓았다. 조기 위암으로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환자 268명의 위암 발생률을 비교해 봤다. 제균치료를 받은 그룹(177명)은 위암 발생률이 8.5%였다. 반면 제균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91명)에선 발병률이 이보다 높아 14.3%나 됐다. 일본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증상이나 관련 질환이 없는 모든 국민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물론 국내엔 제균치료 확대에 대한 신중한 의견도 있다. 보건 당국이 제균치료를 일부 질환에 한해 허용하는 데도 나름 이유는 있다. 제균치료는 항생제를 쓴다. 항생제를 많이 쓰면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제균치료에 성공했다고 절대 다시 감염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한국 성인은 3~4%가 재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국내에서 제균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낮추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대한헬리코박터 및 상부위장관학회가 대학병원 15곳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제균치료율을 현재의 70% 수준에서 더욱 높이면서도 항생제 내성률을 낮추는 방법을 찾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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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나오기까진 최소 4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균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마냥 기다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질병은 조기 발견보다는 예방이 최선이다. 아직 증상은 없더라도 위암 진행 가능성이 크다면 헬리코박터균 감염자가 제균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조속히 확대해야 한다.


◆ 이상길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의료원 대외협력처장,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진정내시경 TFT 위원, 대한소화기암학회 위·식도암 항암 TFT 위원장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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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4 10:42 2017/02/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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