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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5 치과의사로 살다보면... (1)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을 것만 같던 레지던트 말년 차 시절의 일입니다. 점심시간에 치과대학시절부터 친한 선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선배의 아버님께서 젓가락을 씹으시다가 치아가 다친 것 같은데 오후에 좀 봐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이었습니다. 좀 있다가 선배의 아버님께서 외래에 오셨습니다. 그 바쁘다는 대학병원 접수, 수납, 방사선 사진의 과정을 일일이 다 도와드리고 검사를 해보니 상악우측 소구치 하나가 근원심으로 쪼개져있었습니다. 그 동안 증상은 전혀 없으셨고 현재에도 약간 느낌이 다른 것 말고는 불편하지는 않다고 하십니다. , 쉽게 해드릴 수 있는 치료이면 좋으련만 보존과 의사로서 치아를 살릴 수 없을 때만큼 안타까운 순간이 또 있을지요. 치주과, 보철과의 다른 동기들과 치관연장을 할 수 있을 지 등등 의논을 해보았지만 역시 살리기는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선배의 아버님께 치아가 쪼개졌으니 발치를 하셔야 한다고 설명 드렸더니 아쉽지만 그러겠다고 하십니다. 보철을 하시려면 발치라도 빨리 하실 수 있도록 또 다른 구강외과 동기에게 전화를 해서 당일 발치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구강외과 외래 앞에서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습니다.

 

한 두어 달 지나서 다른 모임에서 치료를 부탁했던 선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버님 잘 치료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은 후 저는 이제 보철치료를 받고 계신지 물었습니다. 머뭇거리던 선배가 말합니다. 아버님께서 별 치료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치과에 오셨다가 그날 치아까지 뽑게 되어서 상실감이 커서 보철을 좀 있다가 하겠다고 하셨답니다. 그 때 선배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내가 뭘 잘못했나 그리고 잘 해드렸는데 참 억울하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날 일을 생각해봅니다. 다시 같은 상황의 환자를 만나더라도 별다른 치료법은 없겠지만 이제는 상실감이 크셨다던 선배 아버님의 마음도 많이 이해가 됩니다. 차라리 그날 통증을 없앨 수 있는 응급처치만  하고 일주일쯤 후에 발치를 하시도록 했더라면 아버님께서 이를 뽑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하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치과의사로서 최선의 치료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인정받을 수는 없을 때가 생깁니다. 환자를 보다가 정말 지치고 힘들 때는 어려운 기술의 치료를 할때가 아니라 치료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자꾸 어딘가가 불편하다고 하는 환자와 상담할 때가 아닐런지요.

 

이제 두어 달 후 3년간의 수련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나가는 우리 레지던트 3년 차 선생님들을 보면 그 시기에만 가질 수 있는 자신감과 열정이 부럽습니다. 졸업을 하고 각기 다른 환경에 가면 또 다른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많은 치아들을 보존하게 될 것입니다. 치아뿐 아니라 환자의 마음도 읽고 포용할 수 있는 좋은 치과의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때로는 최선을 다한 치료에서 그만큼의 대가를 얻지 못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작은 일에 지치지 말고 늘 하는 일에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길 응원합니다.

이 글은 2010년 말 연세치대보존과의 소식지에 권두언을 요청받아서 기고한 글입니다. 고등학교때 치과대학에 원서를 넣으면서, 그리고 치과대학을 졸업하면서, 레지던트를 마치면서...생각했던 직업에 대한 느낌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때로는 치과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느껴집니다. 돈을 추구하기 보다는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자 하는 치과의사가 훨씬 많다는 이 소중한 진실도 세상에 알려졌으면 합니다. Happy 2012 기원합니다.

2012/01/05 12:54 2012/01/0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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