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갑오년.

120년전 1894년은 갑오농민전쟁으로 시작하였다.

이어서 조선을 차지하겠다는 일본과 중국의 청일전쟁이 우리 땅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갑오개혁.

120년전 갑오년은 역사의 격변기. 그리고 비극의 근현대사의 발원지가 되었다. 

사람마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 대해 다른 코드로 읽고 해석한다. 그것이 오늘의 우리.

오늘 시작한 갑오년은 어떤 한해가 될까?

 

 

전봉준

 

황동규

 

1

손금 접어두고 눈 오는 남루

寒天 법도 없고 겁도 없는 논

땅 위에 깔리는 허연 눈가루

마음에 짓밟는 형제의 손.

 

2

눈떠라 눈떠라 참담한 시대가 온다.

동편도 서편도 치닫는 바람

먼저 떠난 자 혼자 죽는 바라

同列 흐느낄 때 만나는 사람.

 

눈떠라 눈떠라 참담한 시대가 온다

그의 눈에는 식민지 조선의 참담한 미래가 보였나보다.

 

120년전 갑오년은 어둠의 시대였으며

이때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던 사람들은 죽음으로써 삶을 마감하였다.

갑오농민전쟁,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안도현

 

눈 내리는 만경 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 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속에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주지 못하였네

못다 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제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헤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갈 것을


우리 성상(聖上) 계옵신 곳 가까이 가서

녹두알 같은 눈물 흘리며 한 목숨 타오르겠네

봉준이 이사람아

그대 갈 때 누군가 찍은 한 장 사진 속에서

기억하라고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슬픈 시다.

서울로 압송되어 가는 전봉준을 보며 이름없는 들꽃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같이 억울하고 같이 싸워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풀뿌리들이

전봉준의 마지막 타는 눈빛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내가 외면해도

세상은 변하고 있다.

내가 그리도 무관심하려고 보려고 했던 거대 권력들은

개인 삶의 심층적인 곳까지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지금은 120년전보다 나은 갑오년일까?

이제

내가 최선을 다한다고

좋은 세상이 되는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는 나이가 되었다.

 

오늘 하루는

를 넘어서

우리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2014/01/01 15:35 2014/01/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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