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

기령이 가족의 희망 기부금



더 많은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엄마와 아빠는 너무 일찍 떠난 어여쁜 기령이가 끝까지 품었던 희망을
다른 소아암 환자들과 가족들도 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

에디터 이나경 / 사진제공 연세의료원 홍보팀, 김흥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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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딸을 잃은 엄마와 아빠는 아직도 그 일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주변에서는 ‘아직도’ 딸을 보내지 못했느냐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 시간은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열두살 기령이는 2017년 8월, 엄마 아빠를 두고 하늘로 떠났다. 공부는 물론이고 계주도 피아노도 잘해서 친구들 사이에서 ‘못 하 는 게 없는 친구’로 통했던 기령이를 쓰러뜨린 건 뇌종양. 엄마 최주희 씨의 마른 몸과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서는 여전한 슬픔이 느껴졌다.

고된 하루의 희망을 노래하며
기령이 아빠 박민식 씨는 지난 2년 동안 기령이를 기억할 여러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기령이가 참 좋아하며 따랐던 주치의 한정우 교수(소아혈액종양과)를 만났다. “세브란스 쪽은 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령이처럼 암과 싸우고 있는 아이들과 부모들, 그리고 기령이가 그렇게 되고 싶어 했던 의사가 될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고, 그 구체적인 방법을 한정우 교수님과 상의했습니다.” 그 결과, 기령이 엄마와 아빠는 끝까지 기억하고 싶은 딸의 이름 ‘박기령’으로 세브란스병원에 1억원을 기부했다. 이 기부금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소아청소년 암환자 생존자 관리 프로그램과 의료 기기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기령이는 6번의 항암치료, 30회의 방사선치료, 2번의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하며 2년을 투병했습니다. 그 독한 싸움을 하면서도 늘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눈을 뜨는 것도 / 숨이 벅찬 것도 / 고된 하루가 있다는 행복을 나는 왜 몰랐을까’라는 이승철의 (아마추어)를 자기 인생노래라며 매일 불렀습니다. 엄마를 향해 언제나 활짝 웃어주던 아이가 품었던 희망을 다른 소아암 환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최주희 씨는 기령이가 옆에서 “엄마, 잘하고 있어. 더 많은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며 눈물을 삼켰다.

딸 대신 다른 아이들이 잘 살아주기를
한정우 교수의 기억 속에도 기령이는 남다르게 이쁘고 똑똑한 친구로 남아 있다. 기령이네 기부 소식을 듣고 한 교수 또한 기부를 결정하고 마음을 보탰다. “기령이네처럼 아이를 먼저 보낸 엄마 아빠들이 저를 만나고 싶어도 두려움에 연락을 못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별이 된 그 아이들을 저는 끝까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통해 그 아이들을 기억하는 제 마음이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기령이의 기부를 기억하면서 기령이 대신 잘 살아준다면 더없이 고맙겠습니다.”
기령이 엄마와 아빠는 기부금 전달식 날, 딸의 피규어를 만들어 간접적으로나마 기령이도 함께 참석한다는 의미를 살렸다. 한정우 교수처럼 소아암을 치료하는 의사를 꿈꾸었던 기령이가 20년 후 어엿한 세브란스병원 의사가 되어 많은 환자들을 치료한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패를 받는 모습을 형상 화한 피규어다.
요즘도 기령이에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편지를 보내는 엄마는 늘 같은 인사를 전한다. “우주보다 더 사랑하는 나의 기령아. 아픔 없는 천국에서 씩씩하게 뛰놀며 잘 지내길 바랄게.”



2019/06/12 08:51 2019/06/1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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