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_김병수와 군산·익산 지역의 독립운동

독립운동과 다양한 사회활동, 겨레에 바친 사랑

1919년 3월 5일, 서울과 군산 두 곳의 만세운동을 이끈 김병수는 4월 4일 이리 만세운동에도 참여했다.
이후 그는 의사이자 교육자, 사회운동가로서 기독교정신을 실천하며 겨레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김영수 교수(연세의대 의사학과)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3·1운동 당시 세브란스에서 학업에 임했던 학생이나 근무했던 교수, 간호사, 직원 등 모든 세브란스인들은 합심해서 독립 운동의 최전선에 섰다. 국권 피탈의 개탄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민족의 독립운동을 이끈 의료기관 세브란스와 각 분야에서 활약한 세브란스인들을 집중 조명하며 3·1운동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김병수(金炳洙)
(1898~1951)


기독교인 김병수와 세브란스의 만남
김병수는 1898년 10월 18일 전라북도 김제군 백구면 유강리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기독교에 귀의한 그는 17세 때 군산의 남장로교회 목사 김필수에게 세례를 받았다.
1908년 개교한 신명학당에서 한글을 깨우친 김병수는 전라북도 옥구군(1995년 군산시에 통합)에 위치한 영명학교에 입학했다. 영명학교는 1902년 미국 남장로회 소속 선교사 전킨(W. M. Junkin, 1865-1908)이 설립한 기독교계 학교로, 1908년 교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팽창하자 초등과와 중등과로 분리 운영되었다. 이 과정에는 한말 독립협회에서 활동했으며 후에 세브란스연합의학전문 학교(이하 세브란스의전)의 교장이 되는 오긍선 이라는 인물이 가담하면서 도약의 기회를 마련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후 영명학교는 전북 지역의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명실상부한 대표 교육 기관이 되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김병수는 독립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이는 그의 친척들 가운데 독립운동과 민족운동 등 나라에 헌신하는 인물들이 많았던 영향이 컸다. 이러한 그를 세브란스의전으로 이끈 인물은 군산 영명학교의 은사 박연세였다. 그의 추천으로 김병수는 1917년 세브란스의전에 입학했고, 세브란스의전 기독교청년회 학생회장이던 이용설과 친분을 유지하며 독립운동을 위한 준비를 진행했다.

1919년 3월, 서울과 군산에서 만세운동 주도
2·8 독립선언 개최 등으로 독립운동의 열기가 고조되어가던 1919년, 김병수는 세브란스의전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세브란스 약제주임 이갑성은 민족정신이 강한 김병수를 군산 지역의 연락 책임자로 선정하고, 각 지역 유명 인사의 서명을 받아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2월 26일 군산으로 향한 김병수는 영명학교 은사 박연세의 집에서 이두열, 김수영, 김윤실, 김인묵, 이동욱, 고석주 등과 만나 3·1 만세운동 계획을 전달했다. 이틀 뒤 그는 다시 한 번 군산에 내려가 박연세에게 독립선언서를 전달 하고 군산의 독립운동을 모의했다.
3·1만세운동은 시간 차를 두고 전국으로 퍼져나갔 다. 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민족대표 33인이 체포된 상황에서 학생이 주도하는 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 3월 5일 세브란스병원이 위치한 남대문정거장(현 서울역) 앞에서 만세시위가 벌어졌고, 서울과 군산을 분주히 오가던 김병수도 학생이 주도한 이 만세시위에 참가했다. 일제는 3월 1일보다 한층 강력한 진압을 시도했고, 많은 학생들이 검거되었다. 가까스로 일제의 체포망을 피한 김병수는 서울의 시위 참가 후 곧바로 기차로 군산에 내려가 군산의 만세운동을 이끌었다.
군산의 만세운동은 3월 5일 영명학교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영명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김병수가 전해준 독립선언서를 기숙사와 다락방에서 3,500 장을 추가 인쇄하고 태극기를 만들었으며, 군산 구암교회와 영명학교, 멜볼딘여학교, 예수병원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시위를 이끌었다.
독립선언서는 기독교와 천도교 신자를 통해 인근 지방까지 전달되었고, 군산 만세운동은 한강 이남 에서 일어난 최초의 만세시위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변 지역에 큰 파급력을 미쳤다. 시위대는 영명학교에서 군산경찰서 앞으로 이어지며 군경과 대치 했고, 그 과정에서 90여 명의 청년들이 체포되었으며 김병수는 머리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김병수는 이후 전북 이리(현 익산)에서 일어난 4월 4일 만세운동에도 가담했다. 그러나 얼마 후 경찰에 체포되었고, 경성복심법원에서 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군산 만세운동에서 김병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군산의 3·1운동 100 주년 기념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군산 만세운동 발상지 구암동산에 세워진 기념관은 김병수의 모교인 영명학교 교사를 본떠 건축되었으며, 김병수가 독립선언서를 군산으로 가져간 과정과 군산 만세 운동에 끼친 그의 영향력을 생생히 담아 내고 있다.

의사이자 교육자로, 지역 지도자로 헌신
김병수는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후 1921년 세브란스의전을 졸업하고 바로 군산으로 내려가 의사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군산 기독교병원에서 잠시 근무하다가 1922년 전북 이리에 자신의 호를 딴 삼산의원(三山醫院)을 개원했다. 그는 의사로서 봉사하는 삶을 살면서 다양한 역할로 지역사회와 소통했다.
개인병원 개원 전인 1921년, 그는 사재를 털어 광희여숙(光熙女塾)을 설립해 여성교육에 앞장섰고, 광복 후에는 건국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며 국가 재건에도 관여했다. 1947년에는 이리의 초대 부윤(시장)으로 시정을 총괄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발발 후에는 이리 비상시국 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부산으로 피난해 동래에 위치했던 제5육 군병원에서 군의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다시 이리 로 귀향해 구국총력연맹위원장으로 활동했으나, 안타깝게도 1951년 결핵으로 타계했다.
독립운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이후 의업을 지속하며 지역 아동 및 청소년 교육에 힘쓰고 다양한 사회단체에 참여하며 지역 발전을 이끌었 던 그의 행적은 그의 성품을 짐작케 해준다. 1919년에 보여준 민족 독립을 향한 의지와 실천은 이후 의사, 교육자, 행정가, 정치가 등 다양한 활동으로 맥이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사회활동과 봉사정신은 아들 김신기 선생에게 이어졌다. 그는 아버지와 같은 세브란스 출신으로 삼산의원을 이어받아 운영했고, 이후 익산시 왕궁면으로 이전해 한센병 환자의 무료 치료에 전념했으며 현재도 이 지역 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김병수는 1983년 대통령표창,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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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에디터 박준숙 / 포토그래퍼 최재인
2019/05/09 11:19 2019/05/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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