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다이어리


아픈 딸에게서 배우는 사랑



 

오늘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물방울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힘으로 그 푸른 식물들의 입술을 다 적신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 빗방울 속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확인하며 감사했다. 그것은 놀라움이며 축복이며 하나님의 역사다. 정말 오늘도 감사뿐인 인생임을 기억한다. 더욱이 딸을 보면서 마음에 차오르는 감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에 세브란스병원 진찰 결과를 듣는 순간, 모든 것을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딸에게 내린 큰 축복으로 새로운 희망을 안게 되었다. 내게는 매일매일이 놀라운 순간이다.

지난 2월부터 딸은 조직 검사, 골수 검사 등 검사를 수없이 받으면서 힘들어하지 않고 언제나 어제보다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라는 말로 오히려 가족들에게 먼저 희망을 보여준 딸을 보면서 ‘내 딸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던가’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도 딸아이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 주님이 나에게 주신 것은, 부모님 존경하고 남편에게 순종하고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이에요. 이 모든 일들을 실천해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모범이 되어 누구나 주님을 섬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거예요.” 딸은 4차 항암치료로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면서도 단 한 번도 아픔을 호소하지 않는다. 한 발조차 디딜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쑤시고 아프고 손끝 발끝이 저릴 텐데도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딸이 하는 말은 오직 하나, “엄마, 난 괜찮아요.”

의젓한 딸을 보면서 사위와 나는 마지막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걱정하고 망설이며 갈등하고 있다. 딸은 목사님과 교수님의 말씀을 믿으며 여전히 꿋꿋하다. 어제는 삭발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기쁨의 희망을 주며 24병동 환자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질 거야!” 언제나 딸은 오히려 우리에게 격려와 희망을 준다. 이런 딸을 보면서 어미로서 부족함을 절절히 느낀다. 그리고 이런 딸과 사랑의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박민숙 | 혈액내과에서 림프종으로 치료 중인 46세 여자 환자의 어머니 박민숙 님은 사랑하는 딸의 투병 과정을 겪으면서 알게 된 하나님의 사랑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2009/08/24 11:53 2009/08/2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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