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다이어리


맛, 쾌락과 건강 사이



 

흔히 환자용 음식은 맛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환자식이 위생을 우선시하고 대량으로 조리되기 때문에 ‘맛’에 대한 고려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 맛이 환자의 주관적 경험과 습관에 길들여진 ‘입맛’과 충돌한 것은 아닐까?

단맛, 쓴맛, 신맛, 짠맛. 이 네 가지는 인간이 감각하는 맛의 기본이었다. 그런데 최근 분자생물학 학자들이 사람의 혀에서 글루타메이트와 L- 아미노산을 감각하는 두 개의 수용체를 발견했고, 그것을 우마미 수용체라고 이름지었다. 우마미란, 일본 학자인 이네다 키쿠나에가 발견한 맛으로 우리에게 아지노모토, MSG로 알려진 ‘감칠맛’이다. 우마미는 육류, 치즈, 다시국물, 조개국물 등에 있는 단백질 성분인 글루타메이트가 분해되면서 내는 맛이다. 이 맛에 중독되면 육류를 과도하게 섭취하기 쉽다.

한편, 우리나라 사람들은 젓갈류, 김치류, 장류 등 짠  염장식품에 입맛이 길들여져 하루 17- 27g 정도의 염분 과다 섭취가 문제되고 있다. 염분 과다 섭취가 고혈압이나 위암 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싱겁게 먹어야 한다는 인식은 하지만, 이미 우리 입맛은 짠 음식을 맛있게 느끼도록 습관화되어 있다.

식품가공산업과 작농방법의 발달로 식품에 점점 당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단 음식을 먹으면 부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안락한 느낌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점점 단맛에 중독되게 된다. 지방 맛은 또 어떤가? 제일 맛없는 식사를 꼽으라하면 저지방 식사일 것이다. 지방은 고소한 맛을 내어 음식의 풍미를 돋워준다. 최근 심장질환의 주요 범인으로 지목받는 트랜스지방산의 바삭거림과 고소함은 건강을 담보로 기꺼이 즐기는 맛이 아니던가?

결론적으로 맛은 현대인에게 점점 쾌락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맛의 성분인 단백질, 당질, 지질, 염분 등의 농도는 점차 진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필요 이상의 열량이 들어와 결과적으로 우리 몸은 비만하게 되고, 단백질, 당질, 지질은 적고 비타민과 우리 몸에 나쁜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피토케미컬이 많은 채소류는 맛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다.

병원은 환자 개인이 가진 맛의 습관과 건강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러나 환자식은 환자가 만족하는 식사 이상의 치유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미각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열량에 근거한 식사량, 염분이 12-15g 정도 혹은 그 이하로 제한된 식사, 지방이 적은 식사, 최적량의 단백질이 포함된 식사, 매일 신선하고 다양한 식품으로 제공되는 식사 등으로 환자의 건강에 따라 영양 균형을 맞추고, 환자에게 건강한 미각을 되찾아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김형미 |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의 팀장으로 일하는 그녀는 병원의 환자식이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환자에게 영양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2009/08/24 13:48 2009/08/2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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