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브란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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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한동안은 현지의 간호사, 수술실 책임자, 의사들을 우리나라에 불러서 훈련시키고 돌려보냈어요. 지금은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그 일이 원활하지 못한 게 참 아쉬워요.”

 

10년 넘게 우즈베키스탄에 다니셨더군요.
1999년에 처음 나가기 시작했으니까 올해로 11년째네요. 형편이 어려워서 기형이나 상처를 안고 사는 현지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성형을 해줍니다. 지금까지 수술한 환자가 그럭저럭 300명이 넘습니다. 물론 혼자 한 일은 아니고 다양한 분야의 여러 선생님들이 한 팀이 돼서 이뤄낸 성과입니다.
 

환자가 한둘도 아닐 테고, 수술 대상자를 결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현지에서 3배수 정도 후보자를 선별해두면 저희가 가서 최종적으로 30명 정도를 골라냅니다. 선천성안면기형, 구순구개열, 화상 환자들처럼 기술적으로 현지에서 해결이 가능한 환자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어요. 잔뜩 기대를 하고 왔다가 눈물지으며 돌아서는 부모를 보면 말할 수 없이 마음이 아프지만 어쩌겠어요, 의욕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의료 환경이 얼마나 열악하기에 수술 대상을 제한해야 하나요?
시설에서 수술 도구, 관련 장비, 의료진의 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두 1960년대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각오를 하고 갔는데도 처음에는 참 기가 막힙디다. 말이 수술실이지 창고 같았어요. 거미줄이 보이고 무영등은 망가져서 삐딱하게 기울어 있고…. 지금은 많이 나아진 셈예요.


시설이 많이 좋아졌다는 뜻인가요?
무엇보다 문화가 많이 달라졌어요. 첫해에는 의료진 간에 서로 의식이 달라서 다소 힘들었거든요. 현지 의사들은 봉사 팀이 하루 종일 수술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 사람들은 9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면 퇴근하거든요. 그걸 붙들어두려고 설득하고 애걸하고 별의별 짓을 다 했어요.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달라져서 이젠 특별히 부탁하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돕는 수준이 됐지요.


낯선 상황에서 낯선 환자를 수술하는 게 두렵지는 않으세요?
수련할 때부터 메스를 드는 게 겁이 났던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에서 처음 수술을 시작할 때는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들더군요. 3개월짜리 갓난이를 두세 시간 마취 시켜놓고 수술을 하는데 베테랑 마취과 의사가 있나, 환자 상태를 계속 모니터할 수 있는 장치가 있나…. 그래도 여태까지 큰 탈 없이 수술을 잘해왔어요. 감사한 일이죠.

봉사 팀이 움직이는 것보다 첨단장비를 보내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비부터 들어가면 금방 고철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사용할 능력도, 유지할 비용도 없는데 값비싼 장치가 무슨 소용이겠어요. 봉사 팀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 맞는 기술을 전해주고 인적 교류의 물꼬를 틉니다.


그럼 올해도 봉사 팀이 들어가나요?
사실은 그만두려고 했어요. 어느 정도 자립기반이 갖춰졌다는 판단이 들어서요. 봉사활동을 시작할 당시부터 우리나라에 데려와 훈련시켰던 자파로프 무라트라는 현지 의사가 있는데, 본국으로 돌아가 활발하게 활동해서 2008년에는 성형외과를 독립시키고 중앙아시아 학회까지 열었어요.

그만하면 굳이 돕지 않아도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겠다 싶더군요. 그런데 이번엔 중간역할을 해주시던 분들이 얼마나 간곡하게 부탁을 하던지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또 갑니다.





세브란스병원 웹진
2009/06/21 15:54 2009/06/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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